문유석 작가의 에세이는 다 읽었다. 소설, 드라마 대본도 쓰셨는데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다. 헌법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교양서였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의 경우는 어떨까. 2011년 7월 청소년 캠프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테러를 감행하여 무려 77명을 살해한 자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21년이었다. -p142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다. 검색된 기사들을 보다 이건 뭐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77명을 살해했는데 최고 형량 21년? 21년 후면 사회로 나온다는 이야기인가? 좀 더 찾아보니 5년에 한 번씩 형기 연장을 무한정으로 결정 할 수 있고, 반인륜 범죄 행위가 적용되면 직영 30년까지도 선고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는 그가 수용되어 있는 교도소 시설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방3개, 샤워시설 2개, TV, 게임기, 책, 신문, 컴퓨터 등이 지급된다고 한다. 직접 음식을 조리하거나 빨래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독방 생활을 하다가 독방이 인권 침해적이라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 77명을 살해하고 안락한 교도소에서 TV보고 게임하고 책보고 컴퓨터하고. 모르겠다. 어리둥절하다.



 새로운 범죄가 끝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미제 사건을 안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도 한정된 자원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일정 기준을 정하고 그 시기가 지나면 안타깝지만 사건을 종결시킬 수 밖에 없다. -p148 


 이해는 가지만 납득은 되지 않는다. 굳이 사건을 종결시킬 필요까지 있을까? 언제 어떻게 증거가 발견될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 2010년에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했다고 한다. 영국 역시 살인죄 등 중범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도 2015년에 태완이법이 통과되어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고 한다. 이게 맞지.



 요약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헌법질서에 내재한 '인본주의' 와 '공리주의'는 형벌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 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 인 것이다. -p150 


 


 













 하버드대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의 <옳고 그름> 읽어보고 싶은데 품절이다. 중고 가격이 사악하게 비싸다. 이북이 있는데 이북으로라도 읽어야 하나. 다행히 도서관에 있다! 빌려봐야지!



 응보는 단순히 국민 감정에 휘둘리는 사법 포퓰리즘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이 해야 할 본질적인 기능일 수 있다. 

 법은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탁이 아니다. 법은 인간을 위한 도구다. 법은 인간사회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기능해야 한다. (중략) 대중의 무지를 탓하기 전에 법조 엘리트들이 먼저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p159

 


 















 존 롤스의 <정의론> 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의 스승이다. 워낙 유명한 명저라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782p에 달하는 걸 보니 부담이 된다. 그래도 한 번 도전은 해보고 싶다. 



 자유가 사회를 견인하되, 그 속도가 누군가를 낙오시켜 쓰러지게 만들지 않도록 평등이 제어하는 것. 무조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면 잠시 멈출 줄도 아는 것. 어쩌면 그 망설임의 순간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하나의답일지도 모르겠다. -p205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공존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에서 주인공 '선'은 다섯 살 남동생 '윤'이 밤낮 친구 연오에게 맞으면서도 또 언제 싸웠냐는듯 다시 같이 노는 꼴을 보니 열불이 난다. 그래서 채근한다.


 선: 야, 이윤, 너 바보야? 그리고 같이 놀면 어떡해?

 윤: 그럼 어떡해?

 선: 다시 때렸어야지.

 윤: 또?

 선: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윤: 음...... 그럼 언제 놀아?

 선: 어?

 윤: 연오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오가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천진난만한 다섯 살 아이 윤이의 말이 어쩌면 헌법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헌법은 결국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의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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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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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유석 판사는 <개인주의자 선언> 이후로 좋아하게 된 작가다. 신간을 기다렸는데 21년에 나온 걸 모르고 지나쳤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만족스럽다. 뛰어난 글솜씨. 내가 좋아하는 문체다. 간결하고 정확하고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그리고 확실히 밝힌다. 그리고 두괄식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읽기 편한 글이 좋다. 글을 잘 쓰면 어려운 개념도 쉽고 간결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글 잘 쓰는 과학자들의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개념을 할머니나 어린 아이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으면 본인이 잘 모르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유석 씨의 글은 쉽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좋은 작가다.


 나는 미괄식, 만연체가 싫다. 진짜 그런 글 읽거나 그런 화법으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답답하다. 두괄식이 좋다. 듣는 사람이 괜찮 오해를 하거나 잘못 해석할 여지를 줄여준다. 문유석 씨는 두괄식으로 말한다. 결론부터 말한다. 시원하다.  


 독서 모임에 이 책을 추천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은 이 작가를 알고 있었고 좋아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독서 모임에 운영진을 맡고 있다. 내가 선정하는 책들은 대체로 참여율이 저조하다. 이 책도 참여율이 저조하다. 책 선정한 게 조금 늦은 감이 있기도 했고, 3월 첫째주 연휴라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확실히 평소에 들어본 책, 유명한 책들이 참석율이 높은 거 같다. <데미안>, <변신> 이런 작품들.


 책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쓸데 없는 이야기만 했다. 뭐, 항상 이런 식이지만. 


 이 책은 법에 관한 책이다. 법 중에서도 특히 헌법과 법치주의를 이야기한다. 더 정확하게 헌법과 법치주의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헌법이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생겨났는지,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바를 지향하는지 말해준다. 


 문유석씨는 헌법의 역사적 배경부터,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헌법의 미래까지 이야기한다. 그는 독서광인 만큼 역사, 과학에도 박식하다. 


 헌법의 구절들을 읽으면 나는 가슴이 떨린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헌법에 담긴 숭고한 뜻에 감동하고 그 한 줄이 쓰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생각하면 울컥하게 된다. 


 뉴스를 보면서 법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 다소 이해가 되었다. 아직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니지만 헌법의 변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나도 더 잘 하고 싶지만 세상 일이란 게 어쩔 수 없다고요!'


 세상 일은 단순하지 않다. 문유석 씨도 비판하고 많은 학자들이 경계하는 바이지만 요즘은 극단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보면 세상이 정말 극단으로 나뉘는 거 같아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게 흑과 백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타협과 관용, 중용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이념도 극단으로 치닫으면 위험하다. 공산주의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문유석 씨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의 책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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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2-26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연히 수다 떨다 헤밍웨이의 문체를 하드보일드라 하니 뭐니 짧으니 뭐니 했는데
고양이라디오님 리뷰 읽으면서 문장 수업 해야겠다는 결심을!

<Dune2>예매하셨죠?^^
너무나 설레고 떨리고 ㅋㅋㅋ저는 4차 관람하게 될 거예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4-02-26 23:14   좋아요 0 | URL
전 용아맥 일단 노려볼까해서 기다려볼까해요ㅎ 3-4주 기다리면 되겠쥬ㅎ?

못 참겠으면 빨리 봐야죵ㅎ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책이다. 문유석 판사의 글, 책들을 좋아했는데 신간이 나왔는지 몰랐다. 책에서 저자의 이름은 브랜드다. 문유석씨의 책은 믿고 본다. 역시나 재밌고 좋다. 항상 문유석씨의 책을 기다렸는데 21년에 책이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간 정말 빠르다. 이 책은 법에 대한 에세이다. 문유석 씨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설명해준다. 두괄식으로 간결하고 거침없이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저런 얘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맥락은 다르지만 어느 뉴스 기사에서 봤던 누군가의 격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니 말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어, 이 새끼야. 한 글자도 안 맞아, 이 x새끼야. -p28  



 위 글에서 혼자 빵터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욕)을 저렇게 다른 사람의 말인양 인용하다니! 상당히 지능적이고 유쾌하고 통쾌했다ㅎ 문유석 판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애매하지 않아서 좋다.






 

  

 









 마사 스타우트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의 신간이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 마사 스타우트에 따르면 교정이 불가능한 '반사회적 인경장애'를 가진 사람이 전체 인구수의 약 4퍼센트라고 한다. 나는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범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 뭔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한 관심, 인간의 특이성에 대한 관심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이런 전문적인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다.



 

 응보의 감정이 존중되어야 한다면, 국가에 의한 살인인 사형에 대해 느껴지는 불편함과 두려움의 감정 역시 존중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느 감정이 우세해질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국민을 죽이는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이 질문을 먼저 우리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던져본 후에야 우리는 사형제도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p59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갈릴 것이다. 나 역시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국가가 합법적으로 국민을 죽이는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라는 질문을 떠올려 보지는 않았다. 나중에 독서모임에서 대화 나눠보면 좋을 거 같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전통적인 관점에 따라 표현의 자유 내지 알권리의 규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국민 건강권의 문제로 보아 담배 회사들에 대한 규제와 같이 볼 것인지, 더 나아가 환경의 문제로 보아 배기가스 규제나 화석연료 규제와 같이 볼 것인지가 21세기에 대두한 새로운 헌법의 과제다. -p130

 

 이 책의 챕터 중에 '인간이라는 이름의 공해' 챕터가 있었다. SNS 시대가 펼쳐지면서 정말 저자의 표현대로 인간 공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나 역시 유튜브 중독에서 해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규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치적 공정성(이른바 'PC함')을 기계적이고 강박적으로 관철하려는 시도들은 필연적으로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 -p138 


 자유는 최대한, 그 제한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정치적 공정성'을 명분으로 하는 경우에도 달라져서는 안 된다. -p139


 나는 무분별한 PC주의, 극단적, 교조적이 PC주의를 혐오한다. 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지만 스스로 만든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거부한다. 현실과 머리 속에 그리는 이상세계를 구분해야 한다. 이미 공산주의가 스스로 그 실패를 증명했다. 옳은 이론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어느 유명한 학자의 표현대로 "이론은 맞는데 종이 틀렸다." 식이다. 외모로 차별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는 외모에 대한 선호도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성적인 '차이'를 가지고 태어난다. 



 남은 부분 마저 읽고 페이퍼를 또 써야겠다. 이 책 강추! 문유석 저자의 다른 책들도 모두 강추! 


 p.s <미스 함무라비>는 아직 안 읽어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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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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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예전부터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누나가 읽고 좋았다고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다. 모든 이에게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손흥민이라는 대단한 선수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이 책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손흥민 선수보다 더 대단했던 아버지가 있었다. (물론 축구 실력은 손흥민 선수가 더 대단하겠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끝까지 지켜냈던 그가 정말 위대하고 존경스럽다. 보통 사람이라면 충분히 꺾일 만 한데 그는 악으로 오기로 버텨냈다.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타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도 않는다. 

 

 손웅정씨가 항상 자신을 삼류 선수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그런지 않았다. 본인의 기준이 높아서 그런 것이지 충분히 일류 선수였다. 국가대표로도 뛴 분을 삼류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세계를 기준으로 말한 거 같다. 그의 꿈은 세계에 있었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알았다. 안타깝게 부상으로 은퇴했다. 은퇴 후 가난한 삶을 살았다. 막노동 뿐 아니라 돈 되는 일이면 주말까지 일하며 투잡, 쓰리잡도 뛰었다. 그렇게 두 아들을 키웠다. 손흥민 선수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에게 축구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손흥민, 손웅정의 인생 스토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철저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을 했다. 손웅정씨는 훈련 프로그램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그는 평생 축구밖에 몰랐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이건 왜 하는 걸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하고. 아마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일 것이다. 계속 질문을 던지고 창의적으로 생각을 했다. 나는 대부분의 똑똑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책을 찾게 된다 생각한다. 그 역시 축구를 빼면 항상 책과 함께였다. 매일 책을 읽었고 1년에 100권씩은 읽었다. 축구 외에는 오직 독서뿐인 삶이었다. 


 손웅정씨는 정말 본받고 싶고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다. 꼭 그를 만나보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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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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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모임 선정도서였는데 시간이 안되서인지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모임을 못 나갔다. 뒤늦게 책을 읽었는데 책이 좋았다.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중국 소설인지 알았다. 양귀자라는 이름이 중국 이름처럼, <모순>이란 제목이 중국 소설처럼 느껴졌다. 책을 펼친 후에야 한국 소설인 걸 알았다. 1998년 1판 발행, 2013년 2판 발행, 2022년 2판 46쇄. 엄청난 베스트셀러다. 최근 교보문고에 갔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 문학부문 2위였다. 1월에 누나 생일에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선물해줬다. 25년이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다. 1판 발행 당시도 베스트셀러로 상당히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문화사대주의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도스토옙스키, 셰익스피어는 한 번 쯤 들어봤어도 양귀자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 거 아닌가. 우리가 낯선 곳에 가면 익숙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를 찾듯이 소설도 잘 모를 때는 유명한 사람들 책을 찾아 읽지 않겠는가. 그래서 한국 소설은 내게 불모지였다. 이제서야 조금씩 변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막상 이렇게 책을 읽으면 한국 소설도 한국 작가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소설도 그랬다. 문장도 좋고, 대화도 좋았다. 300p를 술술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마지막 작가 노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빨리 읽은 거 같아서 조금 뜨끔했다. 재밌는 걸 어쩌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스포일러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25세 여성 안진진이다. 상당히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그녀는 굳세다. 술꾼, 건달, 가정폭력까지하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술 마셨을 때만 망나니고 평상시에는 180도 다른 좋은 아버지였으면 그런 감정이 가능할까? 양가감정, 모순된 감정이 가능할까? 가능할 거 같다. 삶이란 인생이란 모순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모순으로 가득하다고 이 책은 계속 말하고 있지 않은가.


 소설 속 가장 납득이 안되고 모순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모의 자살이었다. 삶이 너무 지루해서, 지리멸렬해서, 너무 평탄해서 자살을 한다니. 나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저런 자살도 가능한 것일까? 저렇게 밝고 삶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다니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행복하고 평탄한 삶이라도 그 속에 나름 불행과 우여곡절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게 없는 삶이 있을까? 어쩌면 아주 드물지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모순되게도 그런 삶은 우리의 생명력을 앗아가리라. 밟힐 수록 강해지는 잡초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여리고 약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소설이었다. 먼 훗날 다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까? 양귀자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좋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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