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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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봐도 좋다. 


 읽고 있는 책 중에 확 끌리는 책이 없을 때, 외출하는 데 편하게 읽고 싶은 책이 필요할 때, 밥 먹으면서 볼 책이 필요할 때, 어딘가로 멀리 떠날 때, 책을 읽다가 기분 전환 하고 싶을 때, 그럴 때 나는 하루키의 책을 꺼내든다. 집중하지 않으려 해도 집중이 잘 된다. 부담이 없다. 술술 편하게 읽힌다. 읽으면 재밌고 행복하다.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하루키가 자신의 소설을 음식에 비유한 글을 읽은 거 같다. 책이든 음식이든 어쨌든 상대방이 재밌게 읽어주었으면 하고, 혹은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하고 준비해서 대접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요리도 아주 잘한다고 한다. 분명 그의 음식은 맛있을 것이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기사단장 죽이기>가 출간된 이후에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 씨가 하루키 씨를 인터뷰한 대담집이다. 그녀의 하루키에 대한 팬심과 존경심이 느껴졌다. 


 최근데 <기사단장 죽이기>를 다시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다음 책으로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이어서 봤다. 다시 봐도 훌륭하고 재밌었다. 아마 이 조합은 나중에도 또다시 보게 될 거 같다.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으면 자동적으로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읽을 거 같다. 


 요즘은 아주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다시 읽고 있다. 두꺼워서 미뤄뒀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 엄청 좋아했

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다시 읽는데 너무 좋다.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게 있는데 남들에게 추천할 수도 공유할 수도 없다니.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지 않으면 재미가 많이 반감될 것이다. 그래서 독서 모임 도서로 추천할 수도 없고 남에게 추천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하루키 씨의 말씀대로 들쥐에게는 들쥐의 재미가 있고 고양이에게는 고양이의 재미가 있다. 각자 최선을 다해 즐깁시다! 들쥐는 들쥐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하루키 씨! 건강하게 오래 오래 책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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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05-03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하루키 신간 엄청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5-03 21:4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신간 기대되네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23-05-04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기분 전환용 책으로는 하루키의 에세이만한 책이 없죠. 저는 그의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안 읽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에세이는 무척 좋아합니다. 전 하루키가 에세이만 썼으면 좋겠어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3-05-04 12:17   좋아요 0 | URL
곰발님은 하루키 에세이 파시군요ㅎ 전 다 좋아해서 다 써주셔야 되요ㅋㅋ

<렉싱턴의 유령>이란 단편집이 있는데 공포 장르기도 하고 왠지 곰발님이 이건 괜찮아 하실 거 같아서 한 번 추천 드려봅니다ㅎ

페크pek0501 2023-05-12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어야 재밌군요. 몰랐습니당..

고양이라디오 2023-05-15 11:14   좋아요 0 | URL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후 인터뷰라 <기시단장 죽이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부분도 있고 해서요ㅎ
 















 5년 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역시 재밌게 기분좋게 읽었습니다. 저는 원래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루키씨의 책은 다시 읽고 싶고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다른 책들은 다시 읽으면 예전보다 좋지 않아 실망하게 되는 데 말입니다. 물론 하루키씨의 책들도 처음 읽었을 때가 더 좋지만요.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하루키씨와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씨의 인터뷰를 담은 책입니다. 하루키씨의 소설론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아래에 좋았던 구절들, 보고 싶은 책, 영화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p112


 체호프가 말한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구절인데 항상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이렇게 한 번 기록해둡니다. 



 -그 부분이 무라카미 씨 소설에서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냥 무라카미 씨 개인적으로, 사실 이건 이러저러한 걸 나타낸다, 그 전후관계는 실은 이런 의미다 하고 생각하는 것도 없나요?

 

 무라카미 없어요. 전혀 없어요. 결국에는 말이죠, 독자들에겐 집단 지성이 있으니 그런 장치 같은 건 바로 들통나게 되어 있어요. 흠, 이거 작가가 일부러 깔아놓은 거구나 간파하죠. 그러면 이야기의 혼이 약해져 독자의 마음 깊숙이까지 가닿지 못해요. -p123 


 동감합니다. 



 무라카미 또하나는 비유, 챈들러가 쓴 비유 중에 "내가 잠 못 이루는 밤은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드무라" 라는 게 있어요. -p227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선 비유를 적절히 활용해야합니다. 


 

 


 












 

 안 본지 오래 되서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렉싱턴의 유령>을 보고 싶습니다. <녹색 짐승>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자서전 <본 투 런>을 찾아보려고 검색했는데 그 책은 없고 크리스포터 맥두걸의 <본 투 런>만 있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도서라는 소개도 있고 흥미가 끌리는 책입니다.  



 















 <화씨 451>도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봐서 한 번쯤 보고 싶습니다. 소설, 영화 다 좋을 거 같습니다. 50년 이상된 SF 고전입니다. 책이 금지되는 미래사회를 다룬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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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4-27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 마실 다니다보니 451 숫자가 자주 등장하네요^^ 그 근원을 탐색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어요
저는 영화로만 봤는데 소설도 읽고 싶어지네요^ ^

그런데 SF치고 디스토피아 아닌 걸 못보겠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4-27 10:08   좋아요 1 | URL
영화도 보고 소설도 읽어보고 싶네요!ㅎ

그러네요. 근데 유토피아를 그린 SF는 상상이 안가네요ㅎㅎ 디스토피아를 그릴 수 밖에 없는 거 같네요ㅎㅎ

그레이스 2023-04-27 05: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씨451 좋았어요
아직도 생각나는 디스토피아 소설예요^^

고양이라디오 2023-04-27 10:08   좋아요 2 | URL
추천감사합니다! 보고싶네요ㅎㅎ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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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포퍼를 이제서야 만났습니다.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진작 만나뵙고 싶었고 만나뵀어야하는 분인데 말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을 조금 읽었습니다. 분명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이 두껍기도 했고 읽는데 집중과 노력을 요하기도 한 책이라 다른 책에 밀려 잊혀졌습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는 356p라서 그리 부담스러운 두께도 아니었고 어렵기는 했지만 과학철학은 워낙 좋아하는 주제라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완독하는데 힘들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칼 포퍼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현존하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 철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로 칼 포퍼를 꼽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서 세상의 주목을 받은 탈레브는 <안티 프레질>, <블랙 스완>, <행운에 속지마라> 등의 책을 쓴 저자입니다. 저는 <안티 프레질>을 읽고 정말 너무 좋아서 그의 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칼 포퍼와 데이비드 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일단 칼 포퍼는 만났으니 이제 다음은 흄 당신입니다! 칼 포퍼의 책들도 전작을 다 읽고 싶습니다. 집에 있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칼 포퍼는 과학철학자입니다. 본인도 자신을 과학철학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철학에도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칼 포퍼의 과학철학에 가장 중요한 공헌은 '반증주의' 입니다.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데 '반증주의'는 매우 유용하고 합리적인 도구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반증할 수 있는 것만이 과학이다.' 라는 주의입니다. 예를 들면 '신은 존재하는가?' 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명제를 반증할 수 없습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런 명제는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질문입니다. '모든 까마귀는 까맣다.' 라는 명제는 어떨까요? 이 명제는 반증할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까맣지 않은 까마귀만 발견해도 이 명제는 반증됩니다. 거짓임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이 명제를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굉장히 좋은 과학이론입니다. 진화론은 아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폭넓게 적용됩니다. 폭넓게 적용된다는 것은 반증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아주 작은 반례만 있어도 진화론이 허물어질 수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토끼가 존재할 수 없는 지층에 토끼 화석이 발견된다면 그것으로 진화론이 반증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한 아직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진화론이 반증되기는 이렇게 쉽습니다. 진화론은 우리에게 수많은 통찰과 추측을 제공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반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반증주의'도 다루지만 진화적 인식론을 다루는 점이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처음 생각해보는 관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과 생물체가 진화하는 과정을 같은 논리로 설명하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해결책을 제거합니다. 생물의 진화도 이와 같습니다. 생물은 환경이라는 문제에 처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해결책인 유전적 변이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해결책인 유전적 변이는 제거됩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과학철학을 다루고, 2부는 정치철학, 사회철학에 대해 다룹니다. 마르크스주의와 전체주의를 자유와 민주주의와 비교해서 분석하는 통찰이 좋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왜 그가 평생을 자유와 평화를 위해 투쟁했는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평생 문제들과 사랑에 빠졌더니, 어느 날 철학자가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평생을 공부하고 사색한 한 노년의 철학자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값진 책이었습니다. 독서 모임 전에 책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칼 포퍼의 책들도 전작을 다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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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0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 철학자 책 사다 놓고 못 읽고 있어요. 님의 성실함을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24   좋아요 0 | URL
전혀 성실하지 않습니다ㅎㅎ; 저도 요즘 감기로 컨디션이 안좋아 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다시 열심히 읽겠습니다!
 
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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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과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어제 <싯다르타> 독서모임을 했다. 모임 중 <싯다르타>에서 오리엔탈리즘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먼저 오리엔탈리즘이 뭔지 알아보자.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원래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의 경향을 나타냈던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이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고정되고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오리엔탈리림은 서양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동양은 열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구별짓고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한다. 일단 그 때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떠오르지 않아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 정의를 다시 보니 아쉽다. 

 그 분이 오리엔탈리즘으로 보는 근거는 동양을 신비화, 이상화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인도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분은 처음부터 헤르만 헤세라는 서양인이 동양의 이야기를 썼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노년의 헤르만 헤세가 이렇게 젊은 주인공들의 심리와 감정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다시 찾아보니 <싯다르타>는 1922년 출판되었다. 헤르만 헤세가 45세 쯤에 쓴 책이다. 생각보다 젊은 나이에 쓴 책이었다. 이 사실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헤르만 헤세가 노년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의 사랑과 심리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가란 그게 가능한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의 심리와 감정은 젊을 때나 나이 들었을 때나 크게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아직 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시 오리엔탈리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일단 기본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정의로도 그 분의 주장은 반박 가능하다. 동양을 신비화, 이상화했다는 사실과 동양을 열등적이고 부정적으로 봤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면 과연 헤세는 동양을 신비화하고 이상화했을까? 부처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신비화와 이상화를 피할 수 있을까? 부처 이야기를 하는데 신비함도 없고 이상적인 모습도 없을 수 있을까? 과연 타당한 비판인지 모르겠다. 

 다른 분이 좋은 말씀을 하시고 질문을 던졌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으며 만약 헤르만 헤세가 아니라 인도인이 이 소설을 썼다면 과연 그런 비판을 했을까? 였다. 서양인이 그린 인도, 불교, 부처의 이야기라는 것이 그 분에게 편견으로 작용한 것을 아닐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만약 헤르만 헤세가 아닌 인도인이 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오리엔탈리즘, 이상화, 신비화 같은 생각을 했을까?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봐야하는가? 를 두고 잠시 이야기가 오갔다. 물론 둘은 당연히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선입견,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좋은 예가 하나 있다.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이후 로맹 가리는 프랑스 문학계의 스타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이후 발표한 작품드마다 평론가들의 극심한 비판을 받아 심적 고통을 많이 받았다. 이후 다른 필명으로 여러 소설을 발표하다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였다. 공쿠르 상은 한 명의 작가에게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상이다. 로맹 가리는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다.

 평론가들은 아무도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1977년 로맹 가리는 <여인의 빛>, <영혼의 짐>을 발표하였으나, 에밀 아자르를 표절하려 든다며 혹평을 받았다. 로맹 가리 사후 6개월 뒤 유서를 통해 에밀 아자르가 자신임을 밝힌다. 프랑스 문학계는 큰 충격에 빠진다.

 작가는 평론가들의 편견을 피하기 위해 가명으로 작품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또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항상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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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세가 대가라는 걸 알겠는데
또 되짚어 보니 제대로 읽은
책은 하나도 없네요.

이러저러하게 생긴 편견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10 20:30   좋아요 1 | URL
ㅎㅎ 헤세 책 읽어볼만합니다.

전 싯다르타 데미안만 읽었는데 둘 다 추천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20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작품이네요. 저는 보통, 으로 읽었는데 남들이 다 좋다고 해서, 제가 잘못 읽었나 그랬던 책입니다.ㅋ
아, 데미안은 애정하는 책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25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마음이 평안하셔서 그런가봐요ㅎ 전 처음 읽었을 때는 번뇌와 집착으로 괴로워할 때 읽었었는데 너무 좋았답니다. 두 번째로 읽으니 저도 감정상태는 보통에 가까웠습니다.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1
이경희 지음 / 구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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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즐거운 책이었다. 유쾌하고 읽기 편했다. 덕질을 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진실로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SF를 사랑하는 작가 이경희씨를 만났다.


 우리나라도 꽤나 SF를 사랑한다. 특히 영화가 인기가 많다. 헐리웃 SF 영화들이 높은 관객수와 흥행순위를 자랑한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랑받은 영화였다. 마블 시리즈도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사랑받는 거 같다. 그 외에도 <아바타>,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로보캅> 등등 말하자면 끝이 없다. 작가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독 한국에서 더 사랑받는다. 우리나라는 SF를 좋아하는 거 같다. 


 하지만 한국인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르가 SF라는 사실에 크게 관심이 없다. 어쩌면 이게 SF의 본질이 아닐까? 미국에서는 이미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한다. 사실 장르문학이라는 것 자체도 하나의 분류일 뿐이다. 장르는 독자와의 하나의 약속이라고 이경희씨는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광선검, 광선총이 등장하면 우리는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SF라면 우리는 별무리 없이 수용한다. 차원이동, 공간이동도 크게 딴지를 걸지 않는다. 어차피 SF에서 다루는 이야기도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 우정, 가족 등의 인간사를 다룬다. <인터스텔라>도 부성애가 큰 축을 차지하고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래비티>는 아예 대놓고 모성애, 우울증, 고독, 상실 등을 다룬다. SF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도구, 환경이다.


 저자는 SF가 과학이 아니라 말한다. 사실 과학적으로 엄밀한 하드SF가 존재하긴 하지만 SF 장르에 등장하는 대부분은 과학적이지 않다. 타임머신, 워프, 광선검 등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적 상상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결국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SF에 대한 이런저런 사유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이야기한다.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 많은 작품을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서 머가 재밌는지 뭐부터 볼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런 꼭 봐야돼!, 이건 강추야!"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푸념이다. 


 나는 SF를 좋아한다. SF는 이미 우리 삶에 너무 익숙히 들어와있다. 게임, 만화, 소설, 영화 등등. SF는 상상력을 자랑한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새로운 문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중에도 SF가 많다. <프랑켄슈타인>, <멋진 신세계> 등은 지금이라면 SF 딱지가 붙어졌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장르는 바구니가 아니라 해시태그다. 한 작품은 한 장르에 담기지 않는다. 한 작품은 여러 장르의 해시태크가 붙는다. 한 작품의 장르에 SF, 판타지,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가족, 모험, 성장이 모두 들어갈 수도 있다. 


 저자의 SF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좋은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p.s 이경희란 이름 때문에 저자가 줄곧 여자 분인지 알고 있었다. 방금 저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남자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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