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기나긴 역사에서, 우리는 번식과 관련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 자기 방어를 위한 살인, 지위와 명성 그리고 명예의 획득, 경쟁자에 대한 가차 없는 보복, 경쟁자 정복, 번식 경쟁자의 아이 살해, 여성의 약탈, 그리고 새로운 번식 기회 개척 등 현대에서도 살인의 주요 동기로 작동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 부분 보다 큰 규모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p348


 살인의 주요 동기를 말한 부분이라 발췌했다.



 "자연주의적인 오류(윤리학적이지 않은 전제에서 윤리학적인 원리를 끌어내거나, 윤리학적이지 않은 용어에서 윤리학적인 개념을 정의하는 오류. 이 책에 적힌 것처럼, '그렇다'는 사실에서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를 끌어내는 오류를 말한다.-옮긴이)"는 이미 몇십 년 전에 철학자들에 의해 논리적으로 잘못되었음이 밝혀졌다. -p351


 저 오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용어는 이번에 알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얼마나 실제적인 것인지 깨달아라. 반갑지 않은 성적인 눈길을 일 초 이상으로 오래 보내는 남자를 경계하라.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걸 더 좋아할지도 모르는 계부모에게 주의하라. 당신의 성공을 배 아파 하며 조용히 앉아 있는 경쟁자를 조심하라. 동료들 앞에서 당신이 준 모욕을 참을성 있게 받아넘긴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라. 방금 유횩한 이성의 전 배우자를 주의하라. 거절하기 전에 당신을 '유일한 한 사람' 으로 생각했던 낭만주의자를 경계하라. 떠나지 않으려는, 스토커로 변해 버린 전 애인을 경계하라. 살인자들은 우리를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p362  


 이 책의 요약이자 좋은 예방 안내문이다. 


 















 다음 책으로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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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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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궁금했다. 왜 인간은 살인을 하는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나?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여자를 강간하고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책을 읽어오면서 어느 정도 그 의문이 풀렸다. 이 책을 읽고 의문이 더 확실히 풀렸다. 이제는 왜 인간이 살인을 하는지 답할 수 있다. 내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가 됐다.


 동족살해은 인간 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살해와 폭력은 많은 동물 종이 공유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한 행동은 진화적이다. 그러한 행동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때가 많다.

 어떨 때일까? 첫번째, 동물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때는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특히나 승리시 많은 이성을 차지할 수 있을 수록 싸움의 강도는 커진다. 바다코끼리는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싸운다.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죽는다. 인간도 동일하다. 여자 앞에서 가오잡기 위해 더 폭력적이 된다. 치정 살인도 살인 중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두번째는 서열과 관계있다.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하는 포유류들은 아니 아마 거의 모든 포유류는 서열이 존재한다.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무리 내에 새로운 양이 들어가면 자신의 서열이 정해질 때까지 싸운다고 한다. 개, 쥐, 영장류도 마찬가지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종이다. 침팬지 역시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연합을 하고 살생도 불사한다. 인간 역시 무리 내 지위나 서열에 굉장히 민감하다. 과거에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결투를 했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명예가 훼손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 명예를 잃으면 무리 내에서 지위도 떨어지고 이성에게 매력도 떨어진다. 


 이 외에는 정신질환이나 싸이코패스가 살인의 원인이다. 하지만 전체 살인의 1-2퍼센트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의 살인자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다. 특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살인 충동을 느낀다. 또 많은 살인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살인은 과거로부터 자신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었다. 물론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이해득실을 따져서 리스크보다 이익이 크다면 인간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왔다. 


 <이웃집 살인마>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의 저자 이기도 하다. 그는 진화심리학자 중에 가장 유명하고 저명한 분이다. 그는 파티에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격분을 목격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친구의 모습이었다. 파티장에서 친구의 아내가 친구를 비웃는 듯이 쳐다보며, 그의 외모에 대해 경멸적인 발언을 던졌다. 그러고는 곧장 뒤돌아서서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격분했고 저자는 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파티장 밖으로 그를 끌고 나갔다. 


 그는 대 놓고 다른 남자와 노닥거리는 아내의 행동이 자신을 열 받게 만들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을 멸시한 그녀에게 미친 듯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오늘밤, 바로 지금, 이 순간" 에 그녀를 죽여 버리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질 만큼 몹시 놀랐다. 만약 그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녀를 죽였을 거라는 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순간 이상한 감정이 나를 엄습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날 밤을 회상할 때마다, 그때 느꼈던 본능적인 공포는 아직까지도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분명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닌데도 당시의 그는 분노로 너무 거칠어져 있어서, 팔 안에 닿는 생명체들을 모두 다 죽여 버릴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때까지 그렇게 자제심을 잃은, 살기등등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끔찍한 경험이었다. -p14


 저자는 무시무시한 살의를 목격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인간의 살의, 살인 본능, 살인 심리, 살인 충동 등을 연구하게 된다. 


 초기에 지구에는 수많은 호모 속이 존재했다. 그 중 대표적인 호모 속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뇌도 크고 몸집도 컸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수준의 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호모 사피엔스 한 종만이 남아있다. 우리는 과거를 확실히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화석, 자료들은 너무나 부족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나간 흔적을 되집어 보면 수많은 종이 멸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맘모스 같은 대형 포유류부터 호모 속의 다른 종들까지. 호모 사피엔스와 마추진 많은 종들이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어쨌든 멸종했다. 우리는 어쩌면 카인의 후예인지도 모른다. 


 나는 대부분의 인간은 선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악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뿌리까지 악인인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수많은 전쟁과 살육의 역사가 말해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선하지만 특별한 동기,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다. 


 <이웃집 살인마>는 살인과 관련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진화심리학으로 고찰한 재밌는 책이다. 살인자의 심리, 어떠한 상황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지 알면 우리는 좀 더 조심하고 예방하고 방지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살인 공포는 진짜인 경우가 많다. 살인에 저항해서 진화한 심리적 방어 기제이다. 그 경고음을 절대 무시하면 안된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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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심리학자인 캐럴 홀든 박사는 18년 동안 살인자들을 인터뷰한 뒤 "우리와 살인자들을 구분하는 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아마도 유일한 차이점은, 손익 계산을 통해 그들은 치명적인 해결책에 도달했다는 사실뿐일 것이다. -p34


 예전에 나는 살인자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분명 우리와 다르다. 뇌 MRI 사진을 찍어보면 사이코패스를 판별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가 연쇄살인마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이코패스는 우리와 다르지만 나머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다. 차이는 살아온 환경과 그가 겪게 되는 상황들이 다를 뿐이다. 연쇄살인범에 의한 살인은 전체 살인의 1-2퍼센트 정도 밖에 안된다. 살인자의 96퍼센트는 어떤 정신 질환도 없는 제정신인 사람들이다.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진화심리학>이란 책은 읽다 말았는데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욕망의 진화>도 읽고 싶은 책이다.  




 













 과학과 진화론은 역시나 뛰어난 도구다.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을 통해 살인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왜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는지, 어떠한 상황에 살인 충동을 느끼는지 진화적으로 설득력있게 이야기해준다. 나는 충분히 설득당했고 그의 이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비록 남성들이 육체적으로 매력적이 되기 위해 여성들처럼 격렬하게 경쟁하지는 않지만, 남성의 매력은 여성의 매력보다 복장이나 다른 외부 장신구의 품격에 훨씬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존 마셜 타운센드는 동일한 남성에게 옷을 다르게 입힌 후 여성들에게 누가 더 매력적인지 평가하게 했다. 그 남성은 한번은 버거킹 유니폼에 야구 모자를 쓰고, 다른 한번은 롤렉스 시계를 차고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셔츠를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본 여성들은 맵시 있게 차려 입은 남성을 훨씬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들은 지위가 낮아 보이는 옷을 입은 남성과는 데이트를 하거나 성관계를 갖거나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직관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일한 실험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남성들은 입고 있는 옷에 관계없이 여성의 매력을 거의 동일하게 평가했다. -p96   


 상당히 흥미롭다. 남자들이 옷을 잘 입고 좋은 차, 좋은 시계를 차는 이유는 당연히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나도 좀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ㅠ 재밌는 점은 남성은 여성의 옷이나 장신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나 직관적으로 굉장히 이해가 된다. 



 남성은 자신의 육체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위험한 경쟁 활동에 참가한다. 그 결과가 축적되어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7년 먼저 사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실은 왜 남성이 번식 경쟁을 수반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살인 같은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도록 진화했는지 설명해 준다. 아주 많은 살인들이 번식 경쟁의 결과 진화된 심리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남성에서의 높은 폭력 발생률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껏 제시되었던 어떤 이론들보다도 훨씬 더 타당하다. -p98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직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은 없는 듯 하다. 여러 가설들이 있지만. 데이비드 버스의 위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남성들이 확실히 더 위험한 활동을 하고 자동차도 더 많이 탈 거 같다. 질병이 아닌 사망 확률 1위는 교통사고로 알고 있다. 남녀 간의 교통사고 사망률, 사망자수를 비교해보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폭력에 의한 사망률, 사망자 수도 여성보다 남성이 높을 거 같다. 아무튼 질병이 아닌 사고사, 살해, 상해치사 등의 사망자수와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거 같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버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단적인 증거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역시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 



 1974년까지 텍사스에서는 자신의 아내와 침대에 함께 있다 발각된 남성을 살해하는 것이 완전히 합법적인 행위였다. 남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아내와 간통을 저지른 남성을 살해할 때는 간통 현장에서 사람들이 흩어지기 전에 살인을 저질러라." 만약 남편이 부정 현장을 발견한 후 밖으로 걸어 나가 그 일애 대해 생각한 후 다시 돌아와 살인을 저지르면, 그것은 말 그대로 살인죄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대로 살인을 저지르면 그 경우는 "이성적인 인간"의 기준에 합치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즉 이성적인 인간은 다른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벌거벗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심신이 착란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1974년까지 텍사스에 존재했던 이 법률은 살인 회로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텍사스에만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p233


 프랑스 인들은 질투라는 위험한 감정에 사로잡힌 순간에 저지를 살인은 특별히 감형해 준다. 비슷한 법이 이탈리아, 벨기에, 루마니아, 스페인, 폴란드, 불가리아, 덴마크, 그린란드, 우루과이, 스위스, 유고슬라비아, 브라질에서도 성문화되어 있다. -p233

   

 원시 문화 뿐 아니라 현대 서구 문화에서도 간통 현장에서의 살인은 정상 참작이 된다. 1974년까지 텍사스에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니 놀랍다. 조금만 상상해봐도 이해가 된다. 간통현장을 들킨 이는 본능적으로 살인에 대한 공포와 위협을 느낀다. 간통현장을 발견한 이 역시 충분히 살인 충동을 느낄 수 있다. 재판관과 배심원도 사람인지라 이런 정황을 고려해서 정상 참작을 해준다. 


 

 인간이 살인 충동을 느끼는 번식과 생존에 밀접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이유는 치정 살인이다. 집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살해당하면 가장 의심받는 1순위는 배우자이다. 배우자의 치정이나 재산에 얽힌 살해동기를 가장 먼저 찾는다. 



 양이 많아서 2부로 나워야겠다.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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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질병X의 시대 스켑틱 SKEPTIC 21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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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은 내가 즐겨보는 과학잡지이다. 21호는 코로나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재밌게 읽었다. 


 요즘 독서모임 때문에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더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학책이 무척 읽고 싶다. 그래서 요즘 주로 과학책을 읽고 있다. <스켑틱>도 더 읽고 싶은데 정가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중고책들을 둘러봤다. 몇 권이 있었지만 다 다른 중고매장에 있어서 같이 주문할 수가 없다. 이제 중고책도 2만원 이상이어야지 무료배송이다. 2만원을 채우려면 3권 이상을 구입해야 되는데 쉽지 않다.


 최근 국민제안 1호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이 올라왔다고 한다. 구간의 할인 예외 적용이나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내용이다. 국민의 95%는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 당연한 이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게 좋다. 예전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됐을 때 분개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서정가제가 꼭 개정되었으면 좋겠다. 구간은 할인 예외 적용을 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일까? 어땠든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집단은 인터넷 서점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시 중고책을 검색해보니 <스켑틱> 3권을 동시에 파는 중고매장이 있어 냉큼 주문했다. 이달의 당선작에 선정되어 받은 적립금으로 구매했다.(깨알 자랑)


 음, 스켑틱 1년 정기구독료가 5만원이다. 4권에 5만원 나쁘지 않다. 물론 중고책으로 구입하는 게 저렴하지만, 새책이고 따로 귀찮게 주문, 배송할 필요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고민된다. 일단 기쁜 마음으로 구입한 <스켑틱> 중고책을 기다리고 읽어야겠다. 읽을 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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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새로운 천년에 대한 질문>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책 제목을 보고 생물학자인데 뜬금없이 새로운 천년에 대해 이야기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보자 그런 우려는 싹 사라졌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나가는 굴드의 스타일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볼 수 있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2000년에 맞춰 쓰인 밀레니엄의 의미와 역법에 관한 책입니다. 아래에 좋았던 부분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러나 해와 달의 크기가 우리의 눈에 비슷해 보이는 것은 수학적 규칙성이나 자연 법칙의 결과가 아니라, 전적으로 우연의 결과이다. 해의 직경은 달의 직경에 비해 약 400배 가량 더 크지만, 해가 달보다 지구로부터 400배 정도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상의 관찰자 눈에는 두 물체의 크기가 서로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자연에 규칙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신기한 우연은 존재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기에 해와 달의 크기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개기일식이나 개기월식의 현상이 벌어집니다. 완전히 딱 맞아 떨어지는 크기로 서로가 서로르 가리는 신비의 순간. 이 모든 게 우연에 불과하다니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만약 우리 눈으로 보는 달의 크기가 절반에 불과하다면 개기일식은 얼마나 초라할까요? 


 

 아래는 참으로 우아하고 멋진 문단이라 소개합니다.


 그러나 구석기인 오그가 동굴 밖으로 눈길을 던지면서 문득 하늘을 보았을 때, 그리고 달의 위상이 왜 달라지는지 궁금하게 생각했을 때, 근처 바닷가의 조개를 보다 많이 줍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가 아니라 단지 신비한 자연의 수수께끼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반복적 질서라고 부를 수 있는(바로 그 점 때문에 아름답기도 한) 무엇인가가 변화하는 달의 저변에 깔려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을 때, 바로 그때 역법적인 질문은 숭고함마저 띠게 된다. 그와 함께 인간도 더불어 숭고해진다. -p193  


 인간은 실용적인 필요성에 따라 알고자 하는 욕구를 가집니다. 하지만 실용적인 목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깁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인문학, 사회과학 책에 스포일러 주의를 한 건 처음인 거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물고기를 존재하지 않는다>가 생각나네요. 그 때는 스포일러를 피했지만, 이 책은 워낙 옛날 책이고 읽을 분들이 많지 않을 거 같아서 책 내용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한정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자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이처럼 훌륭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놀라운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지적인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면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젊은이의 감동적인 대답을 모두 인용하지는 않았다. 그의 대답을 정확히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예, 아빠. 5주이지요." 

 그의 이름은 제시, 나의 장남이다. 내가 그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p220


 책에서 굴드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 젊은이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날짜-요일 계산 도사이지만 자폐증 환자에 지각 능력은 보통 사람보다 뒤떨어집니다. 날짜-요일 계산이란 특정 일을 말하면 무슨 요일인지 계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들면 "1986년 2월 16일은?" 하면 몇 초 이내에 "목요일" 하고 대답합니다. 


 책에서 그 젊은이의 이야기를 종종 꺼내는데 저는 굴드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 젊은이가 자신의 장남이라 밝힙니다. 참 멋지고 감동적인 반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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