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인류의 진화에 대한 책이다. 우선 책 표지 이야기부터 안할 수가 없다. 책 표지만 보면 1990년대나 80년대 책 같다. 나도 굉장히 오래된 책처럼 보여서 빌릴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2015년도에 출간된 책이다. 문학사상 출판사는 책 표지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책 표지는 첫인상이다. 좋은 책이 책 표지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다.



 아래는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님의 추천사 중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잘 요약한 글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침팬지와 인간 사이에 나타난 변별점을 흥미롭게 제시하며 인류의 기원과 인간의 지성, 언어 능력의 발달, 인류의 폭력성과 성 등을 다루면서 그 발원을 추척해간다. 그렇다면 '제3의 침팬지로서의 성향'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p9 


 인류의 기원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 같은 저자의 <제3의 침팬지>도 있었는데 이 책이 더 얇아서 선택했다. 3분의 2쯤 읽었는데 재밌게 읽고 있다. 만족스럽다. 

 


 볼티모어 동물원의 침팬지들이 그린 그림을 아동심리학자에게 보여주면서 화가의 정신적 문제를 진단해달라고 했다. 침팬지가 그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세 살짜리 수컷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공격적인 일고여덟 살 소년의 그림으로 추측했다. 한 살짜리 암컷 침팬지가 그린 그림 두 점은 각각 불안해하는 열 살짜리 소녀가 그린 그림으로 추측했다. 심리학자들은 화가의 성별은 제대로 맞혔다. 종을 틀리기는 했지만. -p150-151  

 

 화가, 미술 평론가들도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인간이 그린 그림으로 착각하고 열렬한 찬사를 늘어놓는다고 한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싶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은 잘 팔린다고 한다. 방금 검색해서 봤는데 미술 문외한이 충분히 착각할만하다.



 농업인과 수렵. 채집인의 또 다른 차이는 영양이다. 농업인은 쌀이나 감자처럼 탄수화물이 풍부한 작품을 주로 섭취한다. 이에 반해 수렵. 채집인은 야생 동식물을 고루 먹기 때문에, 단백질이 많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한다. 수렵. 채집인은 건강하며 질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몇 가지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인과 달리 식량 부족이나 기근을 겪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이 85가지나 되는 부시먼이 굶어 죽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p165


 그리스와 터키에서 출토된 수천 년 전 사람들의 골격도 놀라우리만치 비슷했다. 빙기에 이 지역 수렵.채집인의 평균 키는 남자의 경우 177.8센티미터, 여자의 경우 167.6센티미터였다. 하지만 농업을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짜부라졌다. 기원전 4000년에 남자의 평균 키는 160센티미터, 여자는 154.9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수천 년 뒤에 키가 조금씩 커지기는 했지만, 그리스와 터키의 현대인은 건강한 수렵.채집인 조상의 평균 키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p170 

 

 수렵. 채집인은 골격이 튼튼했다. 충치도 적었다. 영양실조도 덜했다. 전염병, 기생충도 없었다. 장수했고 유아 생존률도 높았다. 농업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적어도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높은 탄수화물 비중이다. 수렵채집인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다양한 음식을 섭취했다. 나도 반성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탄수화물을 줄여야겠다. 둘째, 한두 가지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인은 흉작이면 영양실조나 굶주림에 시달릴 위험이 컸다. 셋째, 전염병과 기생충이다.


 그리고 농업이 인류에게 내린 또 다른 저주는 계층 분화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업인들은 수렵채집인으로 남고자 한 사람들보다 빨리 번식했으며 이들을 죽이거나 내쫓았다. 비록 영양실조에 걸렸더라도 농민 열 명이 건강한 수렵인 한 명과 싸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은 농업인들이 원하지 않는 땅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쫓겨났다. -p173  


 농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저주다. 종 전체에는 이득을 가져왔을지 몰라도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에는 오히려 악영향이 많지 않을까 싶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재밌다. 앞으로 계속 읽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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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1-26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저 나름 제러드 다이아몬드 님의 책들 열심히 봤어도 이 책은...말씀하신대로 표지 그 자체로 제가 자체 검열해버렸거든요....2015년 출간이라고 믿기 어렵네요^^:; 그래도 재밌다고 하시니 ‘겉만 보고 판단‘한 마음을 반성합니다 ㅎ

고양이라디오 2024-01-30 13:09   좋아요 0 | URL
재레드님 책 다 두껍던데 열심히 읽으셨다니 대단하네요b

네 이 책 진짜 표지가 지못미ㅠㅠ 책은 재밌습니다! 재레드의 책들 집대성한 느낌이라고 옮긴이가 말씀하시더라고요ㅎ
 















 이제 에필로그만 남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사 이야기 재밌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이어서 읽어야겠다. 이런 페이퍼는 핵위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컨대 거의 일주일 동안 계속된 쿠바 미사일 위기 첫날, 케네디는 쿠바에서 소련 미사일이 한 발이라도 발사되면 "미국은 소련에 전면적으로 보복할 것" 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소련 잠수함 함장에게는 모스크바 지도부와 먼저 협의하지 않고도 핵 어뢰를 발사할 권한이 있었다. 실제로 한 함장은 자신의 잠수함을 위협하던 미 해군 구축함에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지만 다행히 다른 장교들이 만류했다. 만약 소련 함장이 원래 의도대로 핵 어뢰를 발사했다면 케네디도 보복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압력에 직면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흐루쇼프도 더 크게 보복하라는 압력에 시달렸을 것이다. -p480


 냉전시대 미-소간 핵전쟁 위협은 생각보다 컸다. 실제로 한 함장이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는데 다른 장교들이 만류했다니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핵 어뢰를 발사했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의 탐지 시스템이 잘못된 경보를 울린 적이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 -p482


 미국과 러시아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어 상대국이 공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바로 탐지할 수 있다. 상대방의 미사일이 자국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기 전에 보복 공격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때 허용되는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는다. 1979년 11월 9일 탐지 시스템에서 200기의 ICBM이 소련에서 발진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경보가 울렸다. 다행히 당시 국방부 차관이던 윌리엄 페리는 그 신호가 잘못된 경보라 결론지었고 카터 대통령을 깨우지 않았다. 


 

 1990년대 말, 미국 정부는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를 허약한 국가, 더는 존중할 가치가 없는 국가로 폄하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새로운 해석에 따라 미국은 과거 소련의 일부이던 발트 3국을 성급히 나토에 편입시켰고, 러시아의 완강한 반대에도 세르비아에 간섭한 나토군을 지원했으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한다는 구실로 동유럽에 탄도미사일 기지를 설치했다. 러시아 지도자들이 미국의 이런 조치에 위협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p483


 핀란드와 소련의 사례를 보면 이런 긴장된 대치보다는 대화와 상호간의 신뢰가 더 중요한 거 같다. 상대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서로에게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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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역사, 사회과학 책이다.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맞이하고 극복하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진 않았지만 다양한 국가적 사례 속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일본의 상황은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많다. 


 역사는 역시 재밌다. 몰랐던 내용들도 재밌었고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도 해소되어서 좋았다. 




 따라서 일본이 무모하게 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1930년대의 젊은 군사 지도자들에게 정직하고 현실적이며 신중한 자기평가에 필요한 역사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였다. 그 결과는 일본에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p166


 나는 일본이 어떻게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전개했는지가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해소됐다. 히틀러도 그렇고 현실인식이 잘 안되고 전쟁광이면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거 같다.


 

 칠레의 육군 장군들과 군사령관들은 피노체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 CIA도 다를 바 없었다. CIA의 평가에 따르면 피노체트는 조용하고 온화하며 정직하고 악의가 없으며 상냥하고 근면하며 성실하고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또 검소하게 생활하며 헌신적인 남편이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군대와 가톨릭교회와 가족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쿠데타를 지휘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군사정부는 평등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최고 지도자는 교대로 맡을 것이라 예상했다. 피노체트를 첫 지도자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최연장자였고 육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대를 지휘하기도 했지만, 그가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CIA의 평가를 다른 위원들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군사정부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 피노체트 자신도 최고 지도자는 군사 위원들이 교대로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p192~193  


 (중략) 동료 군사 위원들과 CIA 등 누구도 피노체트의 무자비함과 강력한 리더십을 예측하지 못했다. -p193


 그러나 2002년 피노체트는 치매로 재판을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는 2006년 91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p211


 칠레의 군부 쿠테타로 피노체트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CIA와 칠레의 육군 장군들과 군사령관 모두 피노체트를 잘못 봤다. 권력이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는 원래 괴물이었을까?


 피노체트는 거의 17년의 지배했다. 정권을 잡자마자 반대파인 좌익의 씨를 말리려 했다. 피노체트 정부는 13만 명, 칠레 국민의 1%를 체포했다.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되었다. 약 10만 명이 해외로 망명해 달아났고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3000만 달러를 은닉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2006년에 사망했다. 전두환과 많은 부분에서 겹쳐보였다.


 나는 방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런거지.



 브란트는 1970년 12월7일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비록 실패했지만 1943년 4월과 5월 나치의 점령에 항의한 유대인 폭동이 일어난 바르샤바 게토를 일부러 찾아갔다. 그러고는 폴란드 군중 앞에 자진해서 무릎을 꿇었고, 나치에게 수백만 명이 희생된 사실을 인정하며 히틀러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의 용서를 구했다. 독일인을 끝없이 불신하던 폴란드인조차 브란트의 행동을 계획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으로 인정했다. -p293   


 브란트는 독일의 총리이다. 그는 나치 독일의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독일은 자국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가르치는 나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독일처럼 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도 일본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역사를 자국민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은 지금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한국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아래는 미국의 사회 문제에 관한 글들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핀란드의 교사는 모두 학급에서 상위 3등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교사의 거의 절반은 하위 3등 출신이다. -p463 


 미국은 교사가 보수다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사회적 지위도 낮다. 미국은 OECD 국가 중 불평등지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이런 교육의 불평등도 사회적 불평등의 큰 원인일 것이다. 



 이 모든 사실에서 역설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데, 미국 정부가 국민의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일까?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첫번째는 미국은 세금 부담이 낮다. 대부분의 돈은 납세자의 주머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둘째로 많은 세금이 교도소, 군사비, 보건에 지출되고 있다. 



 근본 문제가 양극화, 투표율과 까다로운 유권자 등록, 불평등과 쇠퇴하는 사회경제적 신분 이동, 교육과 공공의 목적에 대한 정부 투자의 감소라는 폭넓은 합의도 없다. -p468 


 트럼프를 비롯한 정치인은 문제를 외부로 돌린다. 불법 이민자, 중국 등으로 돌린다. 



 책이 재밌어서 몇 일 사이에 거의 다 읽었다. 오늘 남은 부분을 다 읽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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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읽는다. 너무 좋다. 과학책도 문학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책은 재밌어서 계속 읽고 있다. 저자가 글을 잘 써서 그런건지 책 내용이 흥미가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 일테지만. 저자가 독자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신경쓰면서 글을 쓴 흔적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 독자의 오해와 반응을 미리 고려해서 오해를 풀어주고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국가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례들을 분석해서 보여준다. 몰랐던 역사 이야기들이었는데 참 재밌다.   



 처음 위기 상태에 빠지면 누구나 삶에서 모든 것이 잘못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좌절에 빠진 상태에서는 한 번에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쉽지 않다. 따라서 첫 상담에서 심리 치료사의 일차적 목표는 '울타리 세우기' 라 일컫는 방법을 동원해 그런 마비를 해소하는 것이다. (중략) "내 문제는 이 울타리 안쪽에 있어. 바깥쪽에 있는 것들은 모두 정상이고 전혀 문제가 없어!"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곧바로 안도감을 느낀다. 다음 단계에서 심리 치료사는 환자가 울타리 안쪽의 문제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움을 준다. 환자는 그렇게 '선택적 변화'를 시작한다. 얼핏 생각하면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할 듯 하지만, 그런 변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환자에게 압박감만 더해줄뿐이다. 하지만 선택적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p54



 표1. 개인적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

1. 위기 상태의 인정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개인적 책임의 수용

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4. 다른 사람과 지원 단체의 물질적이고 정서적인 지원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사람의 사례

6. 자아 강도

7. 정직한 자기평가

8. 과거에 경험한 위기

9. 인내

10. 유연한 성격

11. 개인의 핵심 가치

12. 개인적 제약으로부터 해방

-p57


 표2. 국가적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

1.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임의 수용

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4.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6. 국가 정체성

7. 국가의 위치에 대한 정직한 자기평가

8.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국가 위기

9. 국가의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10.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

11. 국가의 핵심 가치

12.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p70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개인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요인 12가지를 토대로 국가가 위기를 해결하는 요인 12가지를 설정했다. 다양한 국가적 사례들을 12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꽤 좋은 접근이었다고 생각한다.


 

 핀란드가 타협을 거부한 또 다른 이유는 스탈린이 허세를 부리는 것일 뿐이므로 결국에는 지나친 요구를 거두어들일 것이라 오판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탈린도 핀란드가 허세를 부리는 것일 뿐이라고 오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처럼 작은 나라가 미치광이처럼 인구가 50배나 많은 국가에 맞서 싸우겠다고 나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다. 소련의 전쟁 계획에 따르면 헬싱키를 보름 이내에 점령할 작정이었다. 또 전통적으로 핀란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핀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오판한 것도 핀란드가 더 이상의 타협을 거부한 이유였다. 일부 정치인의 잘못된 판단도 문제였다. 만네르헤임 장군의 경고에도 정치인은 핀란드군이 소련의 침략을 적어도 6개월가량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p94


 핀란드는 소련과 국경을 마주한 작은 나라였다. 1939년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했다. 핀란드는 소련과의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소련 역시 많은 군인이 죽었다. 핀란드는 14세 이상에서 50세 까지 자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여자들도 전쟁에 동원되었다. 핀란드의 역사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핀란드도 국가 정체성이 강한 민족이었다. 이런 민족은 끝까지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위를 보면 핀란드와 스탈린은 많은 오판을 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데 참 많은 오판이 나온다.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오판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다면 이런 수많은 오판을 피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해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대로 된 판단들은 오판들 보다 더 조명되지 않는다. 아이러니이지만 어쩔 수 없다. 


 

 핀란드는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그 중 핀란드의 교육제도도 분명 큰 역할을 했으리라.


 따라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졸업생이 교사가 되고, 심지어 대학교수보다 사회적 지위는 물론 보수도 높다. 모든 교사가 석사나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가르치는 방법에서도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그 결과, 핀란드 학생은 문해력과 수학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다. -p117 


 미국에서 교사는 사회적 지위가 낮아 대학 성적이 좋지 않은 졸얼생이 주로 교사가 된다. 당연히 급여도 낮다. 부업을 해야 생활이 될 정도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성장한 것도 높은 교육열과 분명 큰 상관관계 또는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다. 


 

 핀란드 역사 이야기, 소련과의 전쟁, 그리고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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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10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앞으로 읽을 목록에 이 저자의 <총균쇠>가 있어요.ㅋ

고양이라디오 2024-01-10 18:06   좋아요 1 | URL
페크님 오랜만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총, 균, 쇠> 인상깊은 책입니다. 벽돌책이고 중간 중간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물을 깨닫는다>는 과학 전문기자가 쓴 동물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인간의 유래>에서 다윈은 동물과 인간의 정신 능력이 수준에서 차이가 날 뿐 종류가 다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동물에게도 우리와 같이 사유, 기억, 언어 능력은 물론이고 심미적 감각까지도 있으며, 인간의 인지가 동물의 인지보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차이는 오로지 그 복잡성에만 있다는 뜻이었다. -p23


 나는 다윈의 위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현재 과학의 실험 결과들은 다윈의 주장을 뒷받침해가고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봤을 때도 갑자기 인간에게만 의식, 자유의지, 사유, 기억, 언어, 감정 등등의 능력이 생겼을리 만무하다. 침팬지는 우리와 DNA가 98퍼센트 일치한다. 침팬지들을 보면 인간과 차이점보다 공톰점이 더 많은 거 같다. 프란스 드 발이 쓴 <침팬지 폴리틱스>란 책이 있다. 그 책을 보진 않았지만 프란스 드 발의 책을 3권 정도 읽었다. 침팬지의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침팬지들은 정치적이다. 우리가 괜히 정치질하는 게 아니다. 정치질은 우리의 본성이다. 편 가르고, 서열을 중요하시하는 것은 침팬지와 공유하는 우리의 본성이다. 



 바우어새는 둥지를 장식할 때 재료들을 되는 대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그리는 화가들처럼 원근법의 착시를 불러 일으키는 방식으로 배열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착시를 위해 수컷들은 잔가지로 꾸며 놓은 둥지 입구 바로 앞에 크기가 제일 작은 재료들을 놓고 입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 제일 큰 재료들을 놓는다. 


 (중략) 연구팀은 바우어새가 예술가라고 결론 내렸다. 인간을 제외하고 예술적 감각을 지녔다고 전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동물이었다. -p33 

 

 다른 동물들도 심미적, 음악적인 예술적 감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바우어새의 수컷은 자신의 둥

지가 암컷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알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근법을 고려해서 둥지를 장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고양이의 정신 능력을 탐구하는 과학자들도 방문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잇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학자들은 별로 없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눠 본 고양이 연구자들은 고양이가 영리하다고, 이를테면 관찰을 통해 아주 기민하게 학습한다고 강조했지만,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인 까닭에 (인지 연구의 필수요소인) 반복 실험에 끌어들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p42 


 독일은 한 연구자는 고양이가 4까지 셀 수 있음을 증명하는 데 딱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실험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참을성을 발휘해야 했는지 설명했다.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아침에 딱 한 번 테스트를 받고, 다른 고양이가 오후에 또 딱 한 번 테스트를 받았다고 했다. 고양이는 역시 인간을 집사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다. 주인을 실험하기는 힘든 일이다. 이 책에서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에 대한 챕터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이해가 간다. 



 앵무새에 대한 챕터가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앵무새는 형태와 색깔이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같다. 초록색 열쇠와 초록색 컵을 꺼내 뭐가 같은지 물어보면 색깔이라고 답한다. 뭐가 다른지 물어보면 형태가 다르다고 답한다.



 페퍼버그의 연구 이전에는 새는 사물에 이름 붙이는 것을 배울 수 없다고들 믿었다. 1960년대에 노암 촘스키같은 언어학자들은 인간만이 물체를 명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학자들은 새가 '같다.', '다르다', '더 크다', '더 작다' 등의 개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알렉스는 테스트에서 고작 20분 만에 열쇠, 컵, 종이 등 여러 물체의 이름표를 말했을 뿐만 아니라, 색깔, 형태, 크기, 재질(울, 나무, 금속)까지 구분했다. '같음-다름' 은 인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개념이다. 그래서 알렉스는 두 사물의 속성에 주의를 집중하고 페퍼버그가 무엇을 비교하라고 하는지, 색깔인지, 형태인지, 재질인지 정신을 바짝 차려 들어야 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판단을 내린 다음 정확한 이름표까지 입 밖에 내서 말해야 했다. 

 (중략) 알렉스는 심지어 영이나 없음을 이해하고 발음할 줄도 알았다. 이제까지 이 능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동물은 침팬지 두 마리가 전부다. -p138 


 알렉스는 앵무새 중에서도 똑똑해서 어린 앵무새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어린 새가 단어를 잘못 발음하면 "분명히 말해!" 라고 말한다. 


 

 동물이 자기 종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그들의 의사소통이나 발성이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언어와 비슷할 수 있을까? 다윈은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원숭이의 울음과 몸짓을 이해하거나 개가 짖는 소리와 표현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67  

 

 동물들끼리도 의사소통을 한다. 돌고래는 지역마다 방언이 있고 짧은 순간에 복잡한 정보를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다. 침팬지들은 단어들을 변형하거나 조합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일단 이 언어를 이해하고 나니까 새로운 요구를 제시해도 단번에 알아듣고 반응했어요. 훈련된 행동이 아니었죠. 아키카마이는 언어의 문법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겁니다." -p291

 

 아키카마이는 돌고래의 이름이다. 돌고래들은 기본적인 문법 능력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영상에서 아키카마이와 피닉스는 하나의 행동을 발명해서 그 행동을 같이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두 돌고래는 수조 한쪽에서 출발해 같이 물속에서 10초 정도 원을 그리며 돌더니 일제히 물 밖으로 뛰어올라 꼿꼿이 선 채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입으로 물을 내뿜었다. 이 모든 행동이 정확히 동시에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p293 

 

 우리는 아직 돌고래들이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들끼리 음파를 이용해 대화를 나눴으리라. 


 

 기억력 측면에서도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동물들이 많다. 인간의 기억력은 아마 제한이 걸려있는 거 같다. 효율이 낮아서 강제로 억제되지 않았을까 싶다. 침팬지는 사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다람쥐나 새들은 수많은 먹이를 숨겨 놓고 그것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매번 물건을 잊어버리는 내게는 부러운 능력이다. 



 개미부터 개와 늑대까지 다양한 동물들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물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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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1-0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고양이는 그렇군요. 인간은 집사일 뿐이군요 ㅋㅋㅋ 다람쥐는 도토리 숨겨놓고 위치를 잘 잊어버린다는 데 아니었네요.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담아갑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1-08 00:24   좋아요 1 | URL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써서 제가 쓴 글 다시 찾아봤어요ㅎ

클라크잣까마귀는 가을에 수백군데에 2만개의 잣을 숨겨놓고 겨울과 이듬해 봄에 대부분을 찾아 먹는다고 하네요.

다람쥐는 저의 잘못된 기억이었던 거 같고 그래서 인터넷 찾아봤더니 숨겨진 곳을 잘 찾고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좋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나쁘다는 속설이 있는 거 같습니다ㅎ

근데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에 보다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기 때문에 잘 숨기고 잘 찾아먹는 다람쥐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거 같습니다ㅎ

꼬마요정 2024-01-08 14:44   좋아요 1 | URL
아, 그냥 속설이군요. 다람쥐는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다,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1-08 19:04   좋아요 1 | URL
붕어 기억력 5초, 새대가리 이런 거 대부분 속설인 거 같습니다. 다람쥐도 엄청 똑똑할지도ㅎㅎ

꼬마요정 2024-01-07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품절이네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24-01-08 00:06   좋아요 1 | URL
네ㅠㅋ 저는 알라딘 중고점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구입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