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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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에코의 대담집이나 에세이는 즐겨 읽는데 소설은 몇 번이나 읽으려다 실패했습니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에세이입니다. 그는 2016년 2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책은 그의 사망 직후 출간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주문했습니다. 에코는 잡지 <레스프레소>에 수십 년 동안 '미네르바 성냥갑' 이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칼럼을 써왔습니다. 그 칼럼을 모은 책으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네르바 성냥갑>, <가재걸음> 등이 있습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제가 처음으로 에코를 접하게 된 책입니다. 책을 재밌게 읽어서 그 후로 에코의 책을 몇 권 더 찾아봤었습니다. 


 이번에도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책입니다. 그의 칼럼을 더 찾아보고 싶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는 소중하니까요.


 오랜만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습니다. 에코는 말합니다. 세상에는 언제나 항상 일정 비율의 바보가 존재했습니다. 예전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동네에 바보가 헛소리를 해도 주위 몇몇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바보의 헛소리가 퍼져나가고 바보끼리 결집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어떤 분이 '동성애는 장애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너그럽게 용인해줄 수는 있을 거 같다'는 둥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혹, 분노, 안타까움 등의 감정이 차례로 교차했습니다. <아픔이 길이 될 수 있다면> 이란 책에서 동성애에 대한 비과학적인 혐오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글이었지만 그 분을 설득하진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분을 설득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걸까요? 


 

 에코는 현대 사회를 유동사회라 이야기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나 신, 이데올로기처럼 우리를 안정시켜주는 개념들이 사라졌습니다. 개인은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앞으로 우리가 찾아야 할 해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웃음과 희망, 공동체, 위대한 책과 예술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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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8 1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움베르토 에코책을 안읽어봤는데 제목이 완전 마음에 드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07-28 12:01   좋아요 4 | URL
저 <미네르바 성냥갑> 1,2 권 주문했어요^^

저도 책 제목에 끌려서 구입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유쾌하고 따뜻한 책입니다ㅎ

mini74 2021-07-28 1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진짜 오래전에 읽은기억이 나요 ㅎㅎ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

고양이라디오 2021-07-28 13:12   좋아요 2 | URL
저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읽은지 꽤 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재밌었습니다^^
 
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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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들어 가장 재밌게 읽는 책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 헌터>를 보고 이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존 더글러스가 쓴 회고록입니다. 


 존 더글러스는 최초의 프로파일러이자 범죄 논픽션 작가입니다. FBI 요원 및 FBI 아카데미 교수를 지냈습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 드라마 <한니발> 등에서 극중 프로파일러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델이 바로 존 더글러스입니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창시한 선구자입니다. 


 먼저 드라마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책과 드라마 중에 드라마가 더 좋았습니다. 드라마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에이리언 3>, <세븐>,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 <조디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연출한 감독입니다. 그 중 <세븐>과 <조디악>은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 덕분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마인드 헌터>의 제작, 연출에 참여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시즌 2까지 나왔습니다. 시즌 3는 데이비드 감독의 일정이 바빠서 언제 제작될지 모르겠습니다. 아쉽습니다. 드라마 <마인드 헌터>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극찬하고 또한 자신이 연출을 맡고 싶은 작품이라고 밝힌 작품입니다. 


 멋진 원작과 거장 감독의 만남. 올해 본 최고의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거 같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책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존 더글러스는 FBI 요원입니다. 때는 1970년대 갑자기 미국사회에서 흉악범죄가 들끓습니다. 기존의 살인사건과는 다른 살인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기존의 살인사건은 가해자에게 명확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동기는 돈, 치정, 복수, 원한 등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주위 인물 중에서 이런 관계에 얽힌 사람들을 찾아서 조사하고 알리바이를 탐문하는 식으로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살인사건과 전혀 다른 살인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특별한 패턴과 끔찍한 수법을 보이는 연쇄 살인사건들은 피해자와 돈, 치정, 복수, 원한 등으로 얽힌 인물이 없습니다. 피해자는 마치 무작위로 우연히 그 장소, 그 시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존 더글러스는 이런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연쇄 살인범들을 인터뷰합니다. 그들은 연구하고 분류하면서 범죄와 범죄자 사이의 연결 고리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수사에 활용하여 수많은 범죄를 해결합니다.


 책은 이런 과정이 다소 선형적으로 그려집니다. 드라마는 이런 과정이 훨씬 박진감 넘치고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특히 저는 하나의 주제에 몰입하고 그것을 보완하고 활용하면서 점차 주위의 인식을 바꾸어가는 모습에 가슴 뛰는 즐거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개척가의 느낌을 시즌 1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즌 2는 시즌 1보다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매화 마지막에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 대단한 연출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책보다 드라마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드라마를 먼저 재밌게 보시고 흥미가 더 있으신 분들은 책을 보면서 여흥을 즐기시길 추천드립니다.



 연쇄 살인범, 사이코패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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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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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알라디너 분들이 <초조한 마음>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습니다.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초조한 마음>이 어떤 내용인지 배경지식도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비문학과 문학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편입니다. 문학을 여러 권 읽다보면 비문학이 읽고 싶어집니다. 그 반대도 그렇고요. <초조한 마음>을 읽기 전에 여러 권의 문학을 읽은 상태였습니다. 소설이 전혀 땡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도서관에서 호기심에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조금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다른 비문학을 빌리려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처음부터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어라? 졸라 재밌는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머리 속에 전구가 번쩍이고 자리를 고쳐 앉게 됩니다. 


 <초조한 마음> 첫 페이지부터 재밌었습니다. 참 재밌는 소설이더군요. 오랜만에 즐독했습니다. 오랜만에 멋진 문장들을 음미하면서 봤습니다. 


 내용이 재밌는 소설은 많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재밌으면서 문장도 좋은 소설은 극히 드뭅니다. 여기에 철학까지 담긴 소설은 고전이 됩니다. 


 내용이 재밌지만 읽고나면 남는 게 없고 허무한 느낌이 드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즐거웠다 안녕 끝. 하지만 내용, 문장, 철학 삼박자를 갖춘 작가의 책을 만나면 그 작가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초조한 마음> 강추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사악함이나 잔인함이 아닌 나약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p246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몰입하고 감정이입하면서 봤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여주인공이 자살하면 츠바이크 앞으로 당신 책 안 볼꺼야. 절대 안돼!' 라고 속으로 협박도 했습니다. 


 저는 해피엔딩을 좋아합니다. 그게 설령 뻔하고 진부하더라도요. 작가라면 비극으로 끝맺고 싶은 욕심이 생길 거 같습니다. 비극이 더 강렬하니까요. 결말을 알고 보니 어쩌면 여주인공의 자살이 당연한 귀결인 거 같더군요. 애써 비극을 외면하고 해피엔딩을 바라는 심리로 감상했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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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15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전 반하셨나봐요!ㅋㅋ저도 이 작품 너무너무 애정합니다.
다음 츠바이크 작품<감정의 혼란>꼭 읽어보세요ㅋ

고양이라디오 2021-06-16 09:31   좋아요 1 | URL
미미님 덕분에 츠바이크 입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정의 혼란> 꼭 읽어보겠습니다ㅎ

새파랑 2021-06-15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과 같은 의견이네요 ㅎㅎ 이책은 표지도 너무 마음에들어요. 표지만 봐도 초조해짐 ~~

고양이라디오 2021-06-16 09:32   좋아요 2 | URL
그런가요? 저는 표지가 너무 옛날 느낌이라 처음에 손이 잘 안가던데ㅎ

붕붕툐툐 2021-06-15 2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졸라‘ 재미있고, 의미도 있고, 문장도 뛰어나죠~ 고라님의 협박이 통하지 않았군요~ㅠㅠ
한국인의 특성이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츠바이크 작품은 뒷 내용을 알 것만 같은데 또 그게 맞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6-16 09:32   좋아요 3 | URL
한국인의 특성 중 해피엔딩 좋아하는 것도 있었군요ㅎㅎ 츠바이크 작품 더 읽어보겠습니다^^
 















 <아르테미스>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후속작입니다. 70년 후 달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SF 범죄스릴러입니다. 


 맙소사. <아르테미스>는 폭스사에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마션>에 이어 <아르테미스>, 그리고 <프로젝트 헤일메리>까지. 출간하는 작품 모두 영화화가 됐습니다. 작품 모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정말 부러운 작가입니다!


 저는 앤디 위어의 전작을 모두 만나봤습니다. <마션>은 아직 소설로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로 만나봤습니다. 저는 최신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로 앤디 위어를 처음 만났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재밌게 읽고 이어서 <아르테미스>까지 읽었습니다. <아르테미스>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더 재밌었습니다. 두 편 모두 영화화가 기대됩니다. 


 그의 소설은 전체적으로 유쾌합니다. <마션>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등장인물은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따뜻한 인류애도 느껴집니다. 주인공은 과학으로 난관을 해쳐나갑니다.   


 앤디 위어는 SF계의 떠오르는 혜성이자 흥행보증수표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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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커트 보니것 지음, 이영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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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커트 보니것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들을 찾아서 더 읽고 싶습니다. 


 <멍청이의 포트폴리오>는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작품집입니다. 그의 생후에 미발표된 작품들을 모아 출간된 책입니다. 이 책에는 미발표 초기 단편들과 미완성 작품,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멍청이의 포트폴리오'란 작품이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보니것이 '콜럼버스 항해 500주년' 기념일을 맞아 쓴 에세이 '마지막 태즈메이니안'은 읽어보길 추천드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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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28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천 받아들이겠습니다ㅋㅋㅋㅋㅋ
금욜 퇴근 시간이라 신나용~ 고라님도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용~~

고양이라디오 2021-05-28 18:30   좋아요 1 | URL
툐툐님 즐거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