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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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속이 시원해지는 책이었습니다. 간혹 과학책을 읽다보면 동물의 감정과 의식을 부정하는 과학자들의 글을 접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분명 이 생각은 틀렸어!!!'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저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과학자를 만나진 못했습니다. 


 물론 신중해야겠지요. 특히 아직 의식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관찰, 실험, 합의가 필요합니다. 의식이 무엇인지도 아직 정의 내리지 못하는 상황인데 동물의 의식에 대해 논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각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계획하고 판단하는 등의 다양한 정신활동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 또한 비슷하리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유추의 손은 동물에게 까지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는 동물도 의식이 있다는 쪽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갑자기 인간에게서만 의식이 생겨났다고 보는 쪽보다 의식은 점진적으로 진화해 왔다고 보는 쪽이 더 타당합니다. 


 특히나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동물이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당연한 사실들에 눈돌리고 있었습니다. 동물이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패러다임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데카르트로 이어졌고 스키너의 행동주의로 인해 더욱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전학, 뇌과학, 뇌를 직접 촬영할 수 있는 MRI 등의 발전에 힘입어 동물들도 감정이 있다는 관찰과 증거들이 많이 쌓였습니다. 더는 동물을 자동기계장치가 아닌 우리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생명체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우리는 더이상 동물의 고통에 무관심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실험실이나 사육장에서의 동물들의 처우, 도축과정, 동물원, 심지어 이제는 물고기들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압니다. 물론 우리는 잡식 동물이고 자연은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고 있고 또 필요 이상으로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의 논리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아직 육식을 포기할 생각이 없지만 비용이 더 비싸더라도 동물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지지하고 존경합니다.


 예전에 제인 구달의 <인간의 그늘에서>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포옹하고 키스하고 흥분하면 포효하고 뛰고 가슴을 두드리고 등등 너무나 많은 행동이 인간과 유사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입니다. 그래서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침팬지, 원숭이들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침팬지는 인간과 99% 유전자를 공유합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점보다 차이점을 찾는 것이 더 빠릅니다. 침팬지는 무리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침팬지들의 사회생활을 보면서 인간의 사회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최근에는 보노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보노보는 폭력이 거의 없는 평화로운 종입니다. 한 때는 우리 인간을 침팬지와 많이 비교해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종의 모습으로 많이 묘사했는데 이제는 인간은 이타적인 종으로 생각하고 보노보와 많이 비교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튜브에서 동물들의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특히 사자, 호랑이, 늑대 등의 육식동물이 인간 혹은 다른 동물들과의 우정어린 모습을 담은 영상을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인간을 부둥켜 안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편협하고 잘못된 것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혹자는 '저런 육식동물들의 우정도 굶주리면 끝이다.' 라는 식으로 폄하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우리는 다를까요? 우리가 굶주리고 먹을 게 없어 죽기 직전의 상황이 오면 과연 우리의 작고 귀여운 반려동물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요?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동물의 감정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 감동적이고 신기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추천드립니다!



 p.s) 별점 4.5점을 주고 싶은데 0.5점이 없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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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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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세이건 이후 최고의 과학저술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브라이언 그린의 최신작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 책을 통해 만났다. 그는 초끈이론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이다. 첫만남이긴 하지만 브라이언 그린보다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의 글이 더 좋다. 브라이언 그린의 글은 쉽고 간명하지만 개성이 부족하다. 칼 세이건은 보다 문학적이고 스티븐 호킹은 보다 유머러스하다.   


 알릴레오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그동안 물리학에 관해서만 책을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생명과 의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물리학을 기초로 해서 생명과 의식의 신비를 탐구한다. 생명과 의식의 신비에 관심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 인간이 밝혀내지 못한 우주의 신비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세가지이다. 우주의 시작에 관한 비밀, 생명의 시작에 대한 비밀, 의식의 기원에 대한 비밀. 이 책은 그 비밀에 현대과학이 알고 있는 최대한의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또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이 우주의 기원부터 원자의 탄생, 별의 탄생, 행성, 생명체, 의식의 탄생, 우주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최신의 과학정보를 전달해준다는 사실에 있다. 지루하지 않게 흥미롭게 잘 전달해준다. 나는 많은 사람이 이런 기본적인 과학지식들을 알았으면 한다. 그러면 세상이 훨씬 나아지리라 믿는다. 


 고대부터 인간은 세상의 시초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 시초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신화이다. <엔드 오브 타임>은 고대신화의 현대적 버전이다.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어떤 창조신화보다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창조신화들보다 내용이 조금 길긴 하지만 말이다. 


 브라이언 그린의 책들을 더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하지만 그 전에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 미치오 카쿠의 책들을 먼저 다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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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3-25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드 오브 타임>은 저자의 지금까지 5권 책 중 최악의 책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03-25 18:04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ㅎㅎ? 아쉽게 저자의 최악의 책을 먼저 접해버렸네요. 그럼 다른 책들은 좀 더 기대해봐도 되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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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 걸>을 재미있게 읽고, 호프 자런의 책이 더 보고 싶어 구입한 책입니다. 호프 자런은 식물학자입니다. <랩 걸>은 그녀의 삶과 과학,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랩 걸>에 담긴 유머와 유쾌함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진지한 내용, 팩트 위주의 내용이다 보니 그런거 같습니다.


 이 책은 50년간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구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팩트를 보여줍니다. 50년 간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50년간 평균 해수면은 10센티미터가량이 상승했습니다. 그 절반 정도는 빙하가 녹아내리며 생겼습니다. 


 지난 50년간 육류 생산량은 세 배 늘었고 도살되는 돼지 역시 세 배 늘었습니다. 


 지난 50년간 해산물 소비도 세 배가 늘었습니다. 그 중 절반은 양식 물고기입니다. 


 지난 50년간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 늘었습니다. 


 인구는 늘고 자동차도 많아졌습니다. 음식, 전력 소비도 늘었습니다. 많은 산림이 파괴되고 많은 생물종이 멸종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인류는 자신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유일한 생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류가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지기까지 앞으로 200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았으며 문제를 극복해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너무 늦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두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몰랐던 사실들을 상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 이 우리가 앞으로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호프 자런은 이야기합니다. 저도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도록 하고,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실생활에서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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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04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같은 작가님이시군요(저 진짜 작가 이름 안 보는 듯~;;;;). 흥미가 확 생기는데, 이런 내용 보면 왠지 우울해요.. 그래도 자꾸 읽고 실천해야겠지용? 덜 소비하고 더 나누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5-06 13:38   좋아요 1 | URL
우울하시다니 저보다 깊게 공감하시는군요. 전 낙관적 혹은 무사태평주의라 100~200년 후에는 신기술이 개발되서 온실효과가 해결되거나 화성으로 이주하겠지하는 생각을 했답니다ㅠ

그래도 제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실천하려고요ㅎㅎ 쓰레기 줄이기, 에너지 낭비 줄이기. 고기 덜 먹기는 힘들 거 같고요...

뭐든 당장 피부로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져야 각성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나중에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온 인류가 합심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네요ㅠ

 

















 소설처럼 재밌게 읽었습니다.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식물학자 호프 자런이 쓴 책입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입니다. 


 트럭에 짐을 모두 실은 다음 우리는 에드의 사무실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자 나는 종이 넉 장을 건네며 말했다. "우리가 가져가는 물건들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그냥 가지고 계시라고요." 에드는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바깥까지 나와서 트럭 안을 들여다보고는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출발할 때가 됐다.

 

 "모든 게 정말 고맙습니다.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어요." 뭔가 더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더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덕분에 해고되기 전에 2년 이상은 더 버틸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아, 넌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에드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때까지 너무 지치지 않도록 조심해. 알았지?"

 

 내 몇 년에 걸친 노력을 완곡하게 인정해준 그의 말 덕분에 이별이 더 가슴 아팠고,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주차장에서 우리, 두 과학자는 그의 삶의 도구들을 내게로, 그의 커리어를 내 커리어로 이전하는 소박한 의식을 거행했다.


  지구 해양화학이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는 에드의 제안은 그가 젊었을 때만 해도 위험한 생각이었고, 그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조 디마지오의 경기를 보고 매카시 재판에 대해 논쟁을 벌일 때 밤을 새워 공부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애매한 미래에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그의 생각을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우리 모두 일하며 평생을 보내지만 끝까지 하는 일에 정말로 통달하지도, 끝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좀 비극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은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 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딛을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우리의 비커와 온도계와 접지봉을 관리할 것이다. 내가 은퇴할 때 다 쓰레기 취급당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p272



 그 위아래 부분도 무척 좋았는데, 이렇게 한 부분만 떼어서 올리면 감흥이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호프 자런은 그녀의 스승 에드의 실험기구들을 물려받습니다. 에드의 실험실이 처분되고 실험기구들은 어차피 모두 쓰레기 통으로 직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항상 연구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험기구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정말 값진 기회입니다.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그녀의 동료 빌과 실험기구를 가지러 에드의 실험실을 방문했습니다.


 실험기구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고 부피가 큰 것들은 분해하고, 분해하는 과정을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조립할 때 참고하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종 실험기구들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에드는 빌을 이번에 처음 만났습니다. 빌은 첫인상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때는 그들의 악수는 따뜻한 포옹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빌은 오른손에 장애가 있습니다. 손가락이 몇 개 없는지 손이 없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에드의 실험실을 30년 동안 관리했던 헨릭이란 인물도 오른손이 불구였습니다. 아마도 에드는 빌과 악수를 하면서 그의 장애를 깨달았을 것이고, 장애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점. 장애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맡은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고 따뜻한 동지애를 느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온실 안에서 빌과 내가 함께 앉아 있던 그날, 우리는 희망과 목표에 대해서, 그리고 식물들이 할 수 있는 것과 우리가 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한 것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서로에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20년에 걸쳐 벌어졌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동안 우리는 학위를 세 개 땄고, 직장을 여섯 번 옮겼으며, 4개국에 살았고, 16개국을 여행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를 다섯 번, 중고차 여덟 대를 갈아치우고, 적어도 4만 킬로미터를 운전했고, 개 한 마리가 영면하는 것을 지켜봤고, 약 6만 5000개에 달하는 탄소 안정적 동위원소를 측정했다. 특히 동위원소 측정은 우리의 커리어를 내내 관통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우리가 그런 측정을 하기 전에는 식과 악마만이 그 측정값을 알고 있었고, 어차피 그 둘 다 별 관심도 없는 문제였을 것이다. 이제는 도서관 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이 측정값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측정값들을 실은 논문을 70여 편 써서 40여 개의 저널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보를 완전히 날조해서 꾸며내는 것이 우리가 속하는 곳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날 서로에게 말하고 도 말했던 이야기들보다 그 사실을 더 잘 상기시켜주는 것은 없었다. 


 긴 침묵 끝에 빌은 진지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책으로 써. 언젠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줘." 


 (중략)


 나는 고개를 끄떡였고, 속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다. -p396

 


 


   

 













 호프 자런의 글을 더 읽고 싶어서 그녀의 책을 주문했습니다. <랩 걸>보다는 재밌지 않겠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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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식물학자가 자신의 삶과 식물에 대해 쓴 책입니다. 읽는 내내 많이 웃었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아래부터 좋았던 구절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p49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

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p52



 아래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환희를 이야기한 문장입니다. 

 

 이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이 우주에 단 한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나는 나만의 독특하고 별난 유전자들이 모여서 생긴 존재일 뿐 아니라 창조에 관해 내가 알게 된 그 작은 진실 덕분에, 그리고 내가 보고 이해한 그 진실 덕분에 실존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알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 순간 나는 서서 그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싸구려 장난감이라도 새것일 때는 빛나 보이듯, 내 첫 과학적 발견도 그렇게 반짝였다. -p106


 멋진 문장입니다. 멋진 비유입니다. 



 아래는 재미있었던 부분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들 중의 하나가 그때 끈을 가지고 그 게임에서 이긴 일이다. 내가 정한 경로는 실제로 더 짧았다. 캘이 제안한 쪽보다 90킬로미터나 짧았다. 운전을 한 시간 절약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1990년대 최악의 겨울 폭풍 중심을 향해 직진하면서 내가 한 생각이었다. -p222


 호프 자런은 세미나 참석을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합니다. 도중에 캘의 집에 들렀는 데 캘은 폭풍을 피해하기 위해 호프 자런에게 다른 경로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호프 자런은 자신의 경로가 더 짧다고 고집을 부리고 지도를 펴고 끈을 사용해서 두 경로를 비교하곤 승리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최악의 겨울 폭풍을 향해 직진하는 줄도 모른채.



 좋은 구절들이 더 있는데 퇴근해야 해서 오늘은 이만 올리고 다음에 다시 더 글을 올리겠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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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20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읽었던 기억 새록새록~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4-21 11:33   좋아요 2 | URL
툐툐님 <랩걸> 읽으셨군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