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심리학자인 캐럴 홀든 박사는 18년 동안 살인자들을 인터뷰한 뒤 "우리와 살인자들을 구분하는 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아마도 유일한 차이점은, 손익 계산을 통해 그들은 치명적인 해결책에 도달했다는 사실뿐일 것이다. -p34


 예전에 나는 살인자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분명 우리와 다르다. 뇌 MRI 사진을 찍어보면 사이코패스를 판별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가 연쇄살인마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이코패스는 우리와 다르지만 나머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다. 차이는 살아온 환경과 그가 겪게 되는 상황들이 다를 뿐이다. 연쇄살인범에 의한 살인은 전체 살인의 1-2퍼센트 정도 밖에 안된다. 살인자의 96퍼센트는 어떤 정신 질환도 없는 제정신인 사람들이다.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진화심리학>이란 책은 읽다 말았는데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욕망의 진화>도 읽고 싶은 책이다.  




 













 과학과 진화론은 역시나 뛰어난 도구다.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을 통해 살인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왜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는지, 어떠한 상황에 살인 충동을 느끼는지 진화적으로 설득력있게 이야기해준다. 나는 충분히 설득당했고 그의 이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비록 남성들이 육체적으로 매력적이 되기 위해 여성들처럼 격렬하게 경쟁하지는 않지만, 남성의 매력은 여성의 매력보다 복장이나 다른 외부 장신구의 품격에 훨씬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존 마셜 타운센드는 동일한 남성에게 옷을 다르게 입힌 후 여성들에게 누가 더 매력적인지 평가하게 했다. 그 남성은 한번은 버거킹 유니폼에 야구 모자를 쓰고, 다른 한번은 롤렉스 시계를 차고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셔츠를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본 여성들은 맵시 있게 차려 입은 남성을 훨씬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들은 지위가 낮아 보이는 옷을 입은 남성과는 데이트를 하거나 성관계를 갖거나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직관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일한 실험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남성들은 입고 있는 옷에 관계없이 여성의 매력을 거의 동일하게 평가했다. -p96   


 상당히 흥미롭다. 남자들이 옷을 잘 입고 좋은 차, 좋은 시계를 차는 이유는 당연히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나도 좀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ㅠ 재밌는 점은 남성은 여성의 옷이나 장신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나 직관적으로 굉장히 이해가 된다. 



 남성은 자신의 육체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위험한 경쟁 활동에 참가한다. 그 결과가 축적되어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7년 먼저 사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실은 왜 남성이 번식 경쟁을 수반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살인 같은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도록 진화했는지 설명해 준다. 아주 많은 살인들이 번식 경쟁의 결과 진화된 심리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남성에서의 높은 폭력 발생률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껏 제시되었던 어떤 이론들보다도 훨씬 더 타당하다. -p98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직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은 없는 듯 하다. 여러 가설들이 있지만. 데이비드 버스의 위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남성들이 확실히 더 위험한 활동을 하고 자동차도 더 많이 탈 거 같다. 질병이 아닌 사망 확률 1위는 교통사고로 알고 있다. 남녀 간의 교통사고 사망률, 사망자수를 비교해보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폭력에 의한 사망률, 사망자 수도 여성보다 남성이 높을 거 같다. 아무튼 질병이 아닌 사고사, 살해, 상해치사 등의 사망자수와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거 같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버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단적인 증거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역시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 



 1974년까지 텍사스에서는 자신의 아내와 침대에 함께 있다 발각된 남성을 살해하는 것이 완전히 합법적인 행위였다. 남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아내와 간통을 저지른 남성을 살해할 때는 간통 현장에서 사람들이 흩어지기 전에 살인을 저질러라." 만약 남편이 부정 현장을 발견한 후 밖으로 걸어 나가 그 일애 대해 생각한 후 다시 돌아와 살인을 저지르면, 그것은 말 그대로 살인죄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대로 살인을 저지르면 그 경우는 "이성적인 인간"의 기준에 합치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즉 이성적인 인간은 다른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벌거벗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심신이 착란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1974년까지 텍사스에 존재했던 이 법률은 살인 회로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텍사스에만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p233


 프랑스 인들은 질투라는 위험한 감정에 사로잡힌 순간에 저지를 살인은 특별히 감형해 준다. 비슷한 법이 이탈리아, 벨기에, 루마니아, 스페인, 폴란드, 불가리아, 덴마크, 그린란드, 우루과이, 스위스, 유고슬라비아, 브라질에서도 성문화되어 있다. -p233

   

 원시 문화 뿐 아니라 현대 서구 문화에서도 간통 현장에서의 살인은 정상 참작이 된다. 1974년까지 텍사스에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니 놀랍다. 조금만 상상해봐도 이해가 된다. 간통현장을 들킨 이는 본능적으로 살인에 대한 공포와 위협을 느낀다. 간통현장을 발견한 이 역시 충분히 살인 충동을 느낄 수 있다. 재판관과 배심원도 사람인지라 이런 정황을 고려해서 정상 참작을 해준다. 


 

 인간이 살인 충동을 느끼는 번식과 생존에 밀접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이유는 치정 살인이다. 집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살해당하면 가장 의심받는 1순위는 배우자이다. 배우자의 치정이나 재산에 얽힌 살해동기를 가장 먼저 찾는다. 



 양이 많아서 2부로 나워야겠다.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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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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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좋아한다. 인문학도 좋아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이런 책은 좀 지양해야겠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깊이있게 알지 못해서 아쉽다. 얇고 넓게 아는 것도 좋지만 이런 류의 책을 너무 많이 읽었다. 좀 더 관심 분야로 깊게 읽어내려가고 싶다.


 이 책은 44명의 인물이 나온다. 22명의 과학자와 22명의 비과학자가 나온다. 2명씩 짝을 이뤄 대담을 나눈다. 멋진 대담도 있었지만 아쉬운 대담도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고 피상적인 대화만 나누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대담들은 괜찮았다. 


 44명의 인물은 모두 대단한 분들이다. 각 분야의 최고의 지성,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나와서 좋았지만 역시나 짧은 대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더욱 그들의 대담이 손 안에 잡히지 않았다.


 새로운 분들과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과학과 인문학의 콜라보도 보고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도 듣었다. 넓고 얉은 지식을 접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추천, 한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께는 비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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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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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에 있어서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이론은 진화론이다. 생물학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 정신에 관해서도 진화론은 강력하다. 우리의 뇌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마음, 본성, 의식, 생각, 심리까지 모두 다 진화론을 벗어날 수 없다. 절대로.


 그래서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의 마음과 관련된 모든 학문 역시 진화론의 틀 안에 있다. 이것이 에드워드 윌슨이 <통섭>을 통해 주장하려고 했던 내용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혹은 자신이 사는 세계, 자신이 믿는 신이 특별하길 바랬다. 의식이 너무 발달하다보니 자의식 과잉으로 빠져버린 걸까? 그러다 보니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특별함을 찾기 위해 애썼다. 인간만이 의식이 있다는 둥, 인간만이 감정이 있다는 둥, 인간만이 이타심이 있다는 둥, 인간만이 현재를 벗어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둥,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둥. 목록은 끝이 없다. 결국 인간의 이런 기대는 모두 무너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진화는 불연속보다는 연속을 좋아한다. 우리의 뇌는 조류, 포유류, 영장류의 뇌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종류가 다른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의식이 있다면 가까운 종들에게도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우리 신체의 모든 부위가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지 않듯이 우리 뇌의 모든 능력도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지 않다. 다람쥐와 까마귀는 우리보다 물건의 위치를 잘 기억한다. 클라크잣까마귀는 가을에 수백 군데에 잣을 2만 개 이상 숨겨 놓고 겨울과 봄에 그중 대부분을 회수한다. 인간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진 기억능력은 침팬지가 우리보다 우월하다. 인간은 인지할 수 없는 아주 짧은 시간의 사진도 침팬지는 캐치해서 기억할 수 있다. 공감능력, 평화적 해결능력 또한 보노보가 우리보다 우월할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도 아니고 진화 사다리의 꼭대기도 아니다. 인간이 대단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만 그동안 과학자들은 동물에 대해 너무 얕봤다. 동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놀라고 겸손해지리라.


 이 책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쓰여져 있지만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동물들이 의인화된 모습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동물이 우리와 같이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아마 과학자들보다 일반인들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앞으로도 동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서 나를 놀래켜줬으면 좋겠다.  




 인간과 고등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차이는

 비록 크기는 하지만, 분명히 정도의 문제이지 종류의 문제는 아니다.


 -찰스 다윈(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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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1-05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란스 드 발의 책은 우리나라에 유독 많이 번역된 걸 보면, 애독자층이 두터운가봐요.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 항상 부지런하신 고양이라디오님 서재에서 리뷰로 먼저 만나고 갑니다!

고양이 라디오님, 놀라실 준비 되셨다니 동물행동학연구자분들 분주히!!^^

고양이라디오 2023-01-05 16:08   좋아요 0 | URL
프란스 드 발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이 번역되었나요ㅎ? 저는 최근에 알게 된 분이라 몰랐네요ㅎ

얄라님도 항상 즐거운 독서하시고요^^
 
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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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에 출간되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온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섭, 통섭하면서 통섭 바람이 불었습니다. 예전부터 관심있던 책인데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먼저 통섭이 도대체 뭔지 알아봅시다. 책을 봐도 통섭의 정의를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알라딘 책 소개에서 통섭에 대한 내용을 먼저 소개해 보겠습니다.



  책의 원제는 <Consilience>.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귀납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 를 뜻하는 말이다. 이를 '큰 줄기'라는 뜻의 통과 '잡다' 라는 뜻의 섭을 합쳐 만든 말, <통섭>으로 옮겨 제목을 달았다.

 

 제목이 단적으로 드러내듯 책은 '인간 인식/지식의 대통합'에 대해 논한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지식들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이 주요 주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이지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며, 이해란 본래 통합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지식이 갖고 있는 본유의 통일성이다. 지식은 과연 본유의 통일성을 지니는가?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을까 싶다. 나는 이것이 철학의 중심 논제라고 생각하다. 이 세상에는 다수의 진리가 존재하는가? 지식은 언제까지나 자연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으로 나뉘어 있을 것인가? 그래서 과학과 종교는 영원히 각각의 진리 영역에만 예속되어 있을 것이가?"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저자는 여러 학문분야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는 지식들을 하나로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을 철학, 종교, 과학에서 각기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 지식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일관된 설명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각각의 진리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 지식을 주고 받고 토론을 통해 통섭의 길로 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과학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진화론에 입각한 생물학이 인간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밝혀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환원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환원주의는 지금까지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생물학에서도 물리학처럼 세포, 유전자, 분자 수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설명을 할 수 있는 환원주의적 이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큰 틀에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또한 인간을 이해하는 데 진화론을 기반으로한 생물학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학은 진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론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환원주의적 과학관에는 조금 비판적입니다. 물론 환원주의적 과학관은 그동안 수많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환원주의가 아니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식과 기술들을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원주의의 한계와 부작용 또한 있습니다. 저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이 책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생물학은 화학, 물리학과 다릅니다. 뇌의 복잡성은 우주의 복잡성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환원주의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창발성이 있습니다. 산소원자와 수소원자를 아무리 들여다보고 이해해봐도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결합한 물의 속성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각기 다른 계에서는 각기 다른 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주 먼 미래에는 에드워드 윌슨이 말대로 생명과 의식을 낱낱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DNA의 존재가 밝혀지고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면 유전자의 역할에 대해 하나하나 낱낱이 알게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와 우리의 특성들은 1대1로 대응되지 않고 유전자끼리의 상호작용,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등 그 복잡성의 늪에 파묻혔습니다. 물론 1대1로 대응되는 질병들을 밝혀내고 한걸음씩 한걸음씩 성과를 거두긴했지만요. 


 일단 이 책에 대한 제 입장은 과학을 중심으로한 통섭은 환영하나 생물학에서 환원주의의 승리는 요원해보인다입니다. 이 책에 대한 비판을 몇 가지 더 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라 학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 같습니다. 책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어려웠습니다. 예상 외로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인들 보다는 학자들에게 통섭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책 같습니다.


 두번째, 번역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을 번역한 분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거 같습니다. 과학자가 번역하다 보니 우리말로 매끄럽게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제 기준에는 새로운 내용도 새로운 통찰도 별로 없어서 그다지 재밌게 읽지 못했습니다. 기대했는데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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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12-27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명세에 비해 별로인 책 맞습니다. ㅋㅋ
번역자는 유명한 장대익 교수인데 당시 넘 어린 나이에 번역한 듯 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12-27 23:42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느낀 게 틀린 건 아니었군요ㅎ 명성에 비해 별로였어요ㅋ

짜라투스트라 2022-12-27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읽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요새는 이 책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의 통섭은 과학의 영역이 다른 영역을 흡수하는 느낌의 통합이라고. 이건 동등한 의미의 통섭이 아니라 일종의 흡수 합병 느낌 아닌가요?^^;; 고양이라디오 님의 글을 보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12-27 23:4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ㅎ 흡수 합병하려는 야심찬 시도ㅎㅎ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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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적이었습니다. 5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하나의 주제로 통합되며 멋지게 어울어집니다. 


 과학이 가져온 번영과 파괴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실존 과학자들의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야기에 픽션을 곁들여서 선보입니다. 과학자들의 고뇌와 광기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학 바깥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출 때 어떤 파괴와 종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무관심합니다. 원자와 우주의 원리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알아가고 있지만 인간의 광기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란츠 하버는 화학적으로 질소를 만들어 냄으로 인해서 인류에 번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질소 비료 덕분에 농업생산성이 높아져 수억명의 사람이 기근을 면했고 인구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독가스는 전쟁에서 수백만명을 희생시켰습니다.


 독가스의 위력은 너무나 강해서 독가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곤충을 비롯한 어떤 생물체도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전쟁국들은 다시는 독가스를 사용하지 말자고 합의합니다.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말자고 합의할 수는 없었을까요? 수많은 부상자를 몰고 온 싸움이 끝나고 "자, 우리 앞으로는 싸울 때 눈찌르기, 낭심차기는 하지 맙시다." 라고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합의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마도 세계 3차 대전이 끝나면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합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합의할 사람들이 남아있다면요.


 블랙홀을 처음 발견한 슈바르츠실트의 고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깨달은 하이젠베르크의 고뇌를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포함해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의 직관과 너무도 다른 세상의 진리는 아인슈타인 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상대성이론에는 핵폭탄이 딸려 왔습니다. 양자역학에는 어떤 무시무시한 패키지가 따라올까요? 


 파괴적 종말 직전에 번영을 맞이하는 레몬나무, 연어의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 인류의 번영이 종말의 전단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제게는 행복한 선물이었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번역되어서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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