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을 다 읽기 전에 페이퍼를 썼다. 별로 추가할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전에 쓴 페이퍼를 수정할까 하다 (추가)를 붙여 새로운 페이퍼를 쓴다. 혹시나 이전 글을 읽은 분이 추가 부분도 다시 읽어주시길 바라며.



 1970년, 프랑스의 한 십 대 소녀가 강간으로 임신하게 됐다. 당시 낙태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소녀의 낙태 수술을 도왔던 어머니는 법정에 서게 되고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이 판결에 분노한 정의로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무관심했고, 경찰은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저항의 불꽃이 조금씩 꺼져갈 때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진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백만 명의 여성이 낙태 수술을 받는다. 이 수술은 공식 의료진이 한다면 매우 간단한 수술이다. 그러나 현행 법은 이 수술을 비밀리에 하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여성은 대단히 위험한 조건에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수백만 여성들에 대해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다. 나 또한 침묵해왔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낙태 경험이 있음을 선언한다. 우리는 피임 수단을 자유롭게 사용하듯이 낙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p242 


 위 선언문은 <제2의 성>으로 유명한 시몬 드 보부아르가 썼다. 1971년 4월, 위 선언문을 필두로 프랑스 여성 저명인사 343명이 모여 '나는 낙태했다' 라고 밝히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결국 1974년 보건부장관 시몬베이는 시위대가 주장한 낙태권을 전면 수용한 법안을 발표한다. 


 법은 절대적인 것도 완벽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법을 존중해야 하지만 악법에 순종하고 짓눌릴 이유는 없다. 

 


 마지막 장은 <소공녀>란 영화를 소개하고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필로그에서는 권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공녀>는 예전에 어디선가 영화 소개와 줄거리를 봤던 기억이 있다.(아마 유튜브였던 거 같다). 책을 보니 영화를 찾아 보고 싶어졌다. 



 영화에서 주인공과 보조 캐릭터를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보조 캐릭터는 게임의 NPC와 같다. 정해진 역할만 수행한다. 반면 주인공은 다르다.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p271  



 우리는 영화를 보며 선을 넘는 주인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우리 삶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다. 게임의 NPC처럼 의문없이 정해진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겠다.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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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오후의 책을 즐겨 읽고 있다. 이 책은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정치, 사회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오후 그는 아나키스트이다. 아나키즘이란 국가 뿐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혹은 평소에 접했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그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에 깨닫게 되었다. 


 그가 영화광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는 당선 직후, 캐나다 최초의 남녀동수 내각을 만들었다. 그는 왜 성비를 맞췄냐는 기자의 질문에 "2015년이니까요!" 라고 답변했다). -p054 


 쿨한 답변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장관급 인사 28명 중 7명만이 여성이었다. 25%이다. 실망스런 수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갈 길이 멀다.



 들뢰즈는 니체의 '영원회귀'를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 이라고 해석한다. 이 해석은 재밌다. 영원을 말하지만,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이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지금 이 순간 포기한다면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다. 반면 지금 일어서면 영원히 일어서는 것이다. 영원회귀, 순간은 영원하다. -p078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었다. 삶에서도 적용해볼 철학이다. 순간의 행동, 순간의 선택에도 사고를 멈추지 말고 신중해야겠다. 



 우리의 삶은 히스토리가 아니라 해프닝이다. 순간일 뿐이다. 역사에 기록되든 아니든 상관없다. 세상을 바꾸는 건, 기록된 역사가 아니라 한순간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p079 


 

 















 이지의 <분서>란 책을 알게 됐다. 명나라, 유교가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에 유교 사상에 의문을 던졌던 유학자가 있었다. 이탁오(이지, 호는 탁오)라는 유학자이다. 대단하다 느꼈다. 그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사고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저자 오후도 이탁오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사람에겐 모두 사회의 패러다임에 대해 반문하고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 이탁오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글을 접해보고 싶다. 


 

  "노년의 비극은 그가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젊다는 것" -오스카 와일드 -p102


 항상 촌철살인의 경구를 날리는 오스카 와일드이다.



 














 

 <필로미나의 기적>, 재밌을 거 같은 영화이다. 



  "사형을 집행할 만큼 나쁜 놈이 존재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과연 누가 그를 죽일 것인가?" -p196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인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사형제도를 실행하려면 누군가는 최종 결졍을 내려야 하고 누군가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건 누가 감당할 것인가? 



 오후의 책과 그의 시선이 좋다. 당분간 그의 책을 계속 읽어야겠다. 그가 유명해지고 그의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특히 이 책이 그렇다.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유명해져야지 나의 안목이 맞았음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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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7-24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후의 책울 보고 ‘멋지다!’란 말이 나왔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7-24 18:31   좋아요 1 | URL
어떤 책을 보셨나요? 이 책 보신 건가요ㅎ? 저도 이 책을 보고 ‘멋지다.‘ 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필터없이 말할 수 있는 점이 참 멋졌습니다.

얄라알라 2023-07-25 00:43   좋아요 2 | URL
초란공님,
고양이라디오님
그리고 저까지
한 페이퍼에 댓글 나란히 달아보기는 매우 여러달 만인 듯 하여

반가운 거 있죠?^^
다들 반가우십니다!

우리의 올리버 색스 독서!^^
그리고 미완의 [종의 기원]!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초란공 2023-07-25 09:58   좋아요 2 | URL
저는 최근 도서말고 처음 내신 책 보고 감탄했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7-25 15:42   좋아요 2 | URL
얄라님, <종의 기원> 다시 함께 도전해볼까요...ㅎ?

초란공님, 처음 책은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말씀하신는 걸까요ㅎ?

초란공 2023-07-25 15:48   좋아요 1 | URL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가 첫 책으로 알고 있어요. ‘문과 사람’ 유시민씨가 최근 낸 과학책보다 몇년 빠른 시도이기도 하구요 ㅋㅋ
아~! 다시 보니 ‘마약책’이 더 먼저 나왔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7-26 18:39   좋아요 2 | URL
‘문과 사람‘ 유시민씨 책도 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인기가 많네요ㅎ

네 ‘마약 책‘이 첫 책이고 ‘농담 과학‘이 둘째ㅎ

얄라알라 2023-07-25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2015년이니까요!˝ 이 답변, 품격은 이렇게 단순한 답변에서도 나오는 거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7-25 17:16   좋아요 1 | URL
정말 쿨하고 멋져요ㅎㅎ!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발의 책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를 읽기 시작했다. 동물의 문화에 대한 책이다. 좋았던 글들을 소개해보겠다.  



  스위스의 영장류학자 한스 쿰머는 몇 년 전 이런 말을 했다. 하나의 형질을 만듦에 유전자가 얼마를 만들고 환경이 얼마를 만들었는가를 가름하려는 것은, 멀리서 듣는 북소리가 북을 치는 사람이 내는 소리냐 아니면 북이 내는 소리냐를 따지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반면에 들리는 북소리가 달라졌다면 그것이 북을 치는 사람이 바뀌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북이 바뀌었기 때문인가를 묻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살피는 문제에서 과학이 제기하는 물음은 오직 이런 종류의 것일 따름이다. -p20


 음... 이 글을 읽고 상당히 공감이 갔지만 한 편으로는 반론도 제기하고 싶다. 일단 평소에 어떤 형질에 대해 유전과 환경의 비중을 생각하는 나의 사고방식이 무의미한 사고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키와 같은 형질의 경우 유전자와 환경의 비중을 고려하는 것은 의미있지 않을까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문화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의 최소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내 생각에 그것은 습관과 정보가 유전에 의거하지 않고 전파되는 것이다. 그 외의 설명은 군더더기일 따름이다. -p43  


 깔끔한 설명이라 마음에 들었다.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 제프리 메이슨의 책이다. 제목이 인상적이라 궁금하다. 절판되었고 중고로는 구해볼 수 있는 책이다.


 50p 밖에 안 읽었지만 잠시 쉬어가고 싶어서 페이퍼를 남긴다. 프란스 드발의 책은 항상 흥미롭고 만족스럽다. 동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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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7-19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익숙한 작가라 궁금했었는데 요런 책도 내셨군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7-19 12:12   좋아요 1 | URL
프란스 드발 책 괜찮아서 이어서 읽고 있습니다.
 















 

 요즘 오후에 꽂혔다. 오후는 <가장 공적인 연애사>의 저자 이름이다. 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겠다. 필명일 거 같다. 


 스켑틱에서 그의 글을 처음 접했다. 유머러스하면서 냉소, 풍자적이면서 거침없는 그의 글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읽고 마음에 들어서 연이어 그의 책을 보고 있다.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의 책을 계속 찾아 읽는 편이라 아마 그의 전작을 보게 될 거 같다.


 책을 보면서 재밌었던 부분들을 소개해보겠다.



 종교 폴리피델리티 중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오나이다 커뮤니티다. (중략)

 하지만 1880년 이후, 1세대가 물러나고 2세대가 주축이 되면서 공동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2세대들은 당시 동거인을 배타적인 짝, 배우자로 선언하면서 보통의 일부일처 생활로 돌아간다. -p220  


 오나이다 커뮤니티는 폴리아모리 종교 공동체였다. 폴리아모리란 비독점적 다자연애란 뜻이다. 1세대는 같은 생각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세뇌되지 않았던 거 같다. 인간의 본성은 폴리아모리가 아니라 독점적 일부일처제인 걸까? 우리는 질투라는 무시무시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괴롭다. 나의 연인이 바람을 피거나 간통을 하면 살인도 불사할 정도의 분노를 느낀다. 인간은 폴리아모리를 하도록 진화하지 않은 거 같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이미 세상에 존재하던 것은

 모두 정상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서른다섯이 되기 전에 생긴 것은 흥미롭고 획기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생겨난 것들은

 자연의 질서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영국 소설가 더글러스 애덤스

 

 통찰력있고 풍자적인 글이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더글러스 애덤스!



 미래의 사랑이란 없다. 사랑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지금 보여 주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톨스토이 <인생론> 에서 

 

 톨스토이의 격언도 멋지다. 



 인류의 연애사에 대해 알고 여러 고민을 해볼 수 있었던 책이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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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독일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략) 젖먹이 아이들에게 속임수로 고무 조각을 씹게 하여 울지 않게 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아기 엄마 들이 아기와 함께 강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강의 다리 위를 순찰했다. -p12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 나치를 지지했다는 사실이 항상 의아했다. 이 글을 보니깐 조금 이해가 갔다. 가난과 굶주림이 극심해지면 극단적인 선택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소? 저울질하고 있소? 한 푼 한 푼 계산하고 있는 거요? 여보쇼, 결정을 하쇼. 계산 따위는 집어치우고!" -p29 

 

 습관적으로 저울질하고 계산하게 된다. 조르바처럼 살 수 있을까? 



 계산을 분명히 합시다. 만약 내게 강요하면, 난 떠납니다. 이건 분명히 아쇼.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간이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오?"

 "보쇼, 자유인이라 거요." -p36 


 이윤기씨의 번역에서는 "자유라는 거요." 라고 표현했던 거 같다. 이윤기씨의 번역이 훨씬 울림이 강하다. 


 

 나는 행복했고 또 그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정작 행복한 순간에는 그게 행복이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오직 그 행복이 끝나 먼 과거로 흘러간 다음에야 비로소 갑작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다. -p123


 행복할 때 행복을 깨닫는 게 쉽지가 않다. 지나고나서야 그 때가 행복이었음을 안다. 하지만 종종 바로 그 순간 행복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의 기억은 아주 오래 생생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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