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호모 데우스>에서 좋았던 구절들을 정리한다. 정리하면서 책을 다시 보니 정말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재밌고 좋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p39

 

 위 문단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한 글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와닿지 않은 미래지만 언젠가 다가올 미래임이 분명하다.

 

  "상대성이론은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중한 믿음 가운데 어떤 것과도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만일 당신이 공간과 시간을 구부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가서 그것을 구부려라. 내가 무슨 상관인가? 반면 다윈은 우리에게서 영혼을 박탈했다. 당신이 진화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독실한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뿐 아니라 세속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은, 비록 분명한 종교적 교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일생 동안 변하지 않고 자신이 주어도 그대로인 영원한 개인적 본질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 -p149

 

 예전에 팟캐스트 지대넓얕 오프라인 방송에서 한 청중이 독실이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 유인원에서 점진적으로 현재의 인류가 되었는데 어느 시점에서 영혼이 생겨났느냐는 질문이었다. 이는 위의 문단에서 유발하라리의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독실님은 이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고 신념으로서 종교를 믿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다윈은 영혼이 설 자리를 없애버렸다. 그래서 일부 종교인들은 그토록 진화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아래는 이와 대한 부연설명 글이다.

 

 "인간의 영혼은 진화하지 않았고 어느 화창한 날 영광스러운 완전체로 출현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화창한 날은 정확히 언제인가? 인류의 진화를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그 시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인간은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난자를 수정시킨 결과로 생겨났다. 영혼을 지닌 최초의 아기가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아기는 어머니 아버지와 매우 비슷했다. 아기는 영혼이 있고 부모는 없다는 것만 달랐다. 각막이 부모의 각막보다 조금 더 구부러져 있는 아기가 태어나는 이유는 생물학적 지식으로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아마 어떤 유전자에 일어난 작은 돌연변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혼의 '영'자도 없는 부모에게서 불멸의 영혼을 지닌 아기가 탄생하는 이유는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하나의 돌연변이, 또는 여러 개의 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해서 한 동물에게 죽음을 포함한 모든 변화에도 끄덕없는 본질이 생겨날 수 있을까?

 따라서 영혼의 존재는 진화론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진화는 변화를 뜻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실체를 생산하지 못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닌 것 가운데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은 유전자이고, 유전자 분자는 '영원한 것'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돌연변이 운반체이다. 이런 사실은 영혼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진화론을 거부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끔직한 일이다." -p151~152

 

  "그런데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나면 의미의 그물망이 풀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그물망이 만들어진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의 그물망들이 생기고 풀리는 것을 지켜보고, 한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 후손에 이르러 완전히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p207

 

 위 글은 매우 공감가는 글이다. 나또한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된다.

 

  "허구는 나쁜 것이 아니다. 허구는 꼭 필요하다. 돈, 국가, 기업 같은 허구적 실체에 대한 널리 통용되는 이야기가 없다면 복잡한 인간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똑같은 허구적 규칙들을 모두가 믿지 않으면 축구 경기를 할 수 없고, 허구 없이는 시장과 법원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이야기가 목표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단지 허구임을 잊을 때 우리는 실제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그때 우리는 '기업을 위해 많은 돈을 벌려고' 또는 '국익을 보호하려고' 전쟁을 시작한다. 기업, 돈, 국가는 우리의 상상에만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를 도우라고 그것들을 발명했다. 그런데 왜 그것들을 위해 우리의 생명을 희생하는가?" -p247 

 

 모든 사람의 생명은 하나이다.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그런데 어떻게 허구의 개념은 '국가'를 위해 전쟁을 하고 생명을 희생하는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새 지식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근대 인류 문명 대부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과학혁명이 인류를 그런 순진한 확신에서 해방시켰다.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매우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p295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멋진 문장이다. 과학에 대한 더할나위 없는 찬사이다.

 

 

 

 놀란만큼 똑똑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정리를 하면서 책을 훑어봤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가 또 번역되어 출간되어 기쁘다. <극한의 경험> 꼭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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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06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고 말기엔 아까운 책이죠.
리뷰 제목으로 뽑아주신 저 문장도 한번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문장이고요.

고양이라디오 2017-08-07 00:43   좋아요 0 | URL
hnine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입니다ㅎ
 

 

 

 

 

 

 

 

 

 

 

 

 

 제가 좋아하는 과학저술가 하리하라 이은희씨의 저서입니다. 과학의 양면성에 대한 이슈들을 다룬 책입니다. 항생제, 원자력에너지, 유전자 조작 식품, 다이너마이트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나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와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노벨은 자신이 폭탄을 만들어낸 악마로 기억되기 싫었나 봅니다. 그래서 노벨상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우리 삶에 밀접한 과학 상식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화제를 던지는 책입니다. 역시나 그녀의 저서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결핵균에 감염되어 생기는 결핵은 기침 끝에 피를 토하는 폐결핵으로 유명합니다만, 우리 몸의 다른 장기에서도 생길 수 있어서 신장, 뇌, 장, 관절, 기관지, 생식기 결핵도 발생합니다." -p24

 

 "뼈를 구성하는 칼슘이 부족한 경우, 성장이 멈추고 뼈와 이가 약해지며, 심하면 뼈가 굽는 구루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신경장애가 오고, 칼륨이 부족하면 근육이 약해집니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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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의 조건>은 MID출판사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EBS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가백가>를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다.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다. 의외로 전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혔다. 유가, 묵가, 도가, 법가에 대해서 다루는 데 저자의 시선이 자뭇 새롭다. 새로운 시선으로 고대 사상을 해석하니 흥미롭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전관념들을 많이 깨준 책이다. 특히 법가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법가를 좀 더 이해하니 법가사상이 좋아졌다. 흥미롭게 고전을 접할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이 책에 언급된 책으로 <한비자>와 노벨문학상 수상자 펄 벅의 <대지>를 읽고 싶다. 저 한비자 무려 960페이지나 된다. 무기로 쓸 만큼 두껍다. 부담스러운 두께다. 여러 권으로 나눠서 나오면 좋으련만. 가끔 저렇게 두꺼운 책을 보면 독자의 편의를 무시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2권 다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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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05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번 분기 올재클래식스 한비자였는데 놓치셨어요? 58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2권 분책....

고양이라디오 2017-08-05 23:10   좋아요 0 | URL
아~~ 먼지 몰라도 놓친거 같네요ㅠ 이미 끝났겠죠ㅠㅠ? 아쉽습니다ㅠㅠ 올재클래식스가 먼가요??

syo 2017-08-05 23:10   좋아요 1 | URL
네...보통 3일이면 아주 씨가 마릅디다.....ㅠ 전 이번건 샀지만....

고양이라디오 2017-08-05 23:20   좋아요 0 | URL
어디서 사는 건가요?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네요ㅠ

syo 2017-08-05 23:22   좋아요 1 | URL
3개월에 한번씩 교보에만 풀립니다. 알라딘에서는 구매할 수 없지요.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 2900원에 한정수량으로 고객님을 모십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8-05 23:25   좋아요 0 | URL
아 교보군요ㅠ 교보 쪽은 문외한이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syo 2017-08-05 23:28   좋아요 0 | URL
통상적으로, 때가 가까워오면 알라딘의 지킴이, 알라딘의 희망 cyrus님께서 며칠 전에 통보하십니다. 그때부터 대기타면 되시겠습니다. 다음 분기때는 함께 특템하시자구요!

고양이라디오 2017-08-05 23:33   좋아요 0 | URL
아~ 그 분이 오시길 기다리면 되는군요! 알겠습니다. 저도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득템을 위하여!~

cyrus 2017-08-06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양이라디오님. ‘사단법인 올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원가입만 하면 문자나 이메일로 출간 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8-06 16:58   좋아요 1 | URL
^^ 역시 cyrus님 친절하십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무라카미 라디오 3부작을 다 읽었습니다. 2번째 읽는 것이지만 다시 읽어도 역시 좋습니다. 사실 이번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는 중간 중간 읽은 거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내용같기도 해서 봤는지 안봤는지 조금 헷갈리긴 했습니다. 아무튼 가벼운 마음으로 깡총깡총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임을 틀림없습니다. 읽고나면 다소 마음이 가볍고 후련해진다고 할까요?

 

 한정판으로 나온 무라카미 라디오 3부작이 살까 말까 참 고민입니다. '한정판이잖아 사야지!' 했다가 '에이 자본주의 상술에 넘어갈 순 없지!' 했다가 다시 사고 싶어지네요. 안사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르고 살지 말지 고민되면 사라고? 누군가 말했던 거 같기도 하고요.

 

 결국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한정판>과 <무라카마 하루키 라디오 한정판>을 구매해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보면서 좋았던 글과 책, 영화들입니다.

 

  생간건대, 인간이란 본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자, 오늘부터 달라지자!'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어떤 것이 없어져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치 형상기억합금처럼, 혹은 뒷걸음질쳐서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는 거북이처럼 어물어물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버린다. 결심 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옷장을 열고 팔도 제대로 끼어보지 않은 슈트와 주름 하나 없는 넥타이를 보면서 그런 사실을 통감했다. 그러나 반대로 '딱히 달라지지 않아도 돼'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희한하게 사람은 달라진다. 이상한 얘기지만.  -p10

 

 

 

 

 

 

 

 

 

 

 

 

 

 

 이 책에서 소개된 영화입니다. 예전에 보려고 다운받았지만 너무 다큐멘터리스러운 영상이라 보지 않았습니다. 하루키의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미국의 뮤지션 라이 쿠더가 잊혀가는 전설적인 쿠바의 명연주자들을 찾아 팀을 꾸리고 현지에서 레코딩을 하는가 하면 그 여세를 몰아 해외공연까지 성황리에 개최하는 과정을 그린 소위 '음악 다큐멘터리'다. 등장하는 음악가는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음악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좋아서 흠뻑 빠져들었다. -p12

 

 

 

 

 

 

 

 

 

 

 

 

 

 

 영화 <사이더 하우스>는 존 어빙이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와 관련해서 약간이라도 해피한 결과를 기록한 작가는 지금까지 거의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루키씨가 재미있게 본 영화라고 하니 저도 보고 싶습니다.

 

 

 

 

 

 

 

 

 

 

 

 

 

 

 

  마르탱 모네스티에라는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쓴 <자살백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동서고금의 자살에 관한 막대한 정보를 집대성한 것으로, 읽으면서 감탄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는데, 그중 한 챕터는 각종 동물의 자살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자살을 하는 것 같다. -p64

 

 자살에 관한 책입니다. 세상에 어떤 다양한 자살이 있는지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드뷔시의 '판화' 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세 곡으로 나눠지는데 처음이 <탑>, 두번째가 <비의 정원>, 마지막이 <그라나다의 밤>이다. 각각 이국적인 정경이 인상파의 그림처럼 세밀하게 피아노의 선율로 그려진다. 아름다운 곡이니 기회가 있으면 꼭 들어보시길. (중략) 나는 지금도 모든 <판화> 가운데 리히테르의 이때 연주를 가장 좋아한다. -p100

 

 내친김에 지금 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아르마 코간의 옛 노래가 어딘가에서 들려올 때마다 열한 살 소년이 느낀 살랑이는 바람과 달콤한 풀냄새와 끝을 알 수 없는 밤의 깊이가 또렷이 되살아난다.

 음악이란 참 좋다. 거기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얽힌 깊고 다정한 개인적인 정경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요컨대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p142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되는가 하면, 잘몬된 칭찬을 받는 것일 터다. 이미 상당 부분 확신하는 바이다. 그런 칭찬을 받다가 망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인간이란 칭찬에 부응하고자 무리하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 (혹은 이유 있는) 험담을 듣고 상처를 입더라도, "아, 잘됐어. 칭찬받지 않아서 다행인걸. 하하하" 하고 넘겨보시길.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지만. -p186

 

  굉장히 위안이 되는 말입니다. 험담을 듣더라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가볍게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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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소설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을 다시 글로 써보니 좋습니다. 아래 305p 글은 마지 음악처럼 리듬감이 넘칩니다. 오랜만에 하루키의 장편 소설을 만나서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이제 작별의 시간입니다. 다음 번에 좀 더 가벼운 에세이로 하루키를 만나볼까 합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에 이어서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읽을 생각입니다. 뭔가 라임이 맞네요.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치에 맞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드러난다. -p95

 

 필요한 만큼 시간이 흐르면 그 정체를 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화벨이 울리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려면 나는 시간을 믿어야 한다. 시간이 내 편이 되리라고 믿어야 한다. -p294 

 

 우리가 부부관계를 정식으로 끝낸 뒤에도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부로 지낸 육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공유했다. 많은 시간, 많은 감정, 많은 말과 많은 침묵, 많은 고민과 많은 판단, 많은 약속과 많은 포기, 많은 열락과 많은 권태, 물론 서로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속에만 품고 있던 비밀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감각까지도 제법 현명하게 공유해왔다. 거기에는 시간만이 배양할 수 있는 '자리의 무게' 가 존재했다. 우리는 그런 중력에 요령 있게 몸을 맞추고, 미묘한 균형을 잡으며 살아왔다. 도한 우리의 독자적인 '로컬 룰' 같은 것도 몇 가지 있었다. 그것을 모조리 없던 셈 치고, 그곳에 존재하던 중력의 균형이나 로컬 룰을 배제하고서, 그저 단순한 '좋은 친구' 따위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p305

 

  진실이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고독을 가져오는지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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