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펭귄클래식 71
루이스 캐럴 지음, 이소연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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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계산된 광기의 세계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동문학의 최고 고전 중 하나이다. 앨리스가 땅 속 나라에 가서 겪는 환상적인 모험이야기다. 이책은 배우 이정현 주연의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후 보고 싶어져서 찾아보게 된 소설이다. 이미 제목은 익히 들어왔던 고전이었다. 역시나 읽자마자 빨려들 수 밖에 없었다. 천재가 쓴 이야기. 너무도 즐거운 이야기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도 보고 싶다. 다시 한 번 기괴하고 환상적인 모험이야기로 빠져들고 싶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올해 9월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다. 팀 버튼 제작, 조니 뎁과 앤 해서에이 주연의 영화이니 기대가 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읽어두고 싶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알라딘 중고책으로 사서 모셔두고 있었던 책이다. 고전이라 사 두었지만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던 책이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나서야 이 책이 보고 싶어졌다. 사두길 잘했다. 나는 펭귄클래식 코리아 판으로 읽었는데, 만족스럽다. 읽기에 매끄러웠고 삽화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의 이해를 도와주는 서문과 판본, 삽화에 대한 글들이었다. 책뿐만 아니라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알게 되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서문은 훌륭했다. 루이스 캐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조금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린 여자아이들을 좋아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명한 수학자, 논리학자이기도 한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루이스 캐럴의 본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광기의 세계이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광기의 세계이다. 모든 것이 엉뚱하고 무의미하지만 우리는 거기에서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의미를 찾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혹은 무의함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가능한지 우리에게 끝없이 되묻는 책이다. 


 우리의 무의식의 세계를 활짝 열어젖힌 뛰어난 상상력을 갖춘 천재의 책임이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서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여러분도 해보시기 바란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도 펭귄클래식 코리아 판으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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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4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인자 씨가 번역한 마틴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를 읽기 불편할 때, 펭귄클래식 판을 읽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최인자 씨 번역이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배신감이 들었어요. 오월의봄 출판사에서 나온 앨리스 주석판을 새로 샀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7-27 09:36   좋아요 0 | URL
고전은 좋은 번역을 고르는 문제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번역때문에 작품의 질이나 감상의 질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두 문화
C.P. 스노우 지음, 오영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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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 책의 간략한 소개글을 보자.

 

<두 문화>는 1959년에 5월 7일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전통적인 연례 리드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당시 스노의 강연 제목은 <두 문화와 과학 혁명>이었다. 이 강연의 내용을 1부로 싣고, 2부는 4년 뒤인 1963년의 시점에서 앞의 강연과 관련하여 그때까지 제출된 논평과 반응, 비판들을 지은이가 직접 정리하고 해명하고 추가한 글을 실었다. 또 마지막 3부에는 90년대의 시점에서 스노의 강연을 바라본 스테판 콜리니의 해제가 실려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1959년의 C.P.스노우의 케임브리지 대학 강연을 책으로 엮고, 그에 대한 지은이와 다른이의 해설, 해제를 함께 수록한 책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책이도 하다. 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강연 부분만 봤을 때는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뒷부분에서 설명해줘서 좋았다.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리드 강연의 내용은 논쟁적이었다. C.P.스노우는 1950년대에 벌써 혹은 처음으로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멀어지고 있으며 이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육에서 이 둘을 분리해서 교육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시 되는 이야기이다. 아니다. 이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지금은 학문의 통섭,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학계에서 장려하고 중요시하는 분위기이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머나먼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다치바나 다카시의 <뇌를 단련하다> 라는 책에서 본 것 같다. 혹은 <도쿄대생의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본 것도 같다. 아무튼 다치바나 다카시는 도쿄대 강의에서 일본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지고 점점 문과는 이과과목을 덜 공부하고, 이과도 문과과목을 덜 공부하면서 그 괴리감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C.P.스노우가 지적한 문제점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학문은 점점 전문화되었다. 점점 전문화의 영역으로 나아가다보니깐 각 학문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의사소통까지 힘들어졌다. 같은 대학내에서도 물리학자와 생물학자 간의 대화는 줄어들고 어려워졌다. 같은 과학계내에서도 소통이 어려워질 정도이니 과학계와 비과학계 사이의 소통은 오죽했을까. 그리고 그 문제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문과생은 수학과 과학을 잘 모른다. 이과생은 문학,역사 등에 대해 잘 모른다. 나는 다행히도 6차 교육과정의 끝세대였다. 때문에 사회탐구영역과 과학탐구영역을 함께 시험을 봤다. 나는 이과였지만 사회탐구영역도 공부했고, 언어영역도 공부했다. 나는 문과영역 공부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했다. 하지만 7차로 넘어가면서 이과생들은 수능에서 사회탐구 영역을 시험보지 않게 되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스스로 균형잡힌 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과학과 인문학 모두를 좋아한다. 그리고 현대에서는 이 둘이 분리되지 않는다. 철학자도 진화론을 공부하고(데니얼 데닛), 과학자도 철학, 종교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슈뢰딩거, 칼 세이건, 아인슈타인 등). 나는 인문학 모임을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모임원 중에서 나만 이과생이다. 때문에 이따금씩 문과와 이과생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내게는 가끔 지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혹은 지적 공포로. 어떤 이는 운동량과 작용과 반작용의 개념을 모르고 있다. 대부분 진화론에 대해서 초등학생 수준 이상을 알고 있지 않다. 사실 진화론은 고등학교 때 배우는 것이 아니라서 이과생들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진화론은 또한 상당히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다. 진화론에 대해 모르니,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 물론 진화심리학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진화심리학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화심리학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이성에 의해 부정적인 것이라면 나도 적극 찬성하지만 감정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큰 문제다. '진화론 흐음, 진화심리학 흐음~ 왠지 싫은데?'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서로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방면에 잡다한 지식, 상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백과사전식 지식은 나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문의 기초적인 지식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현대사회의 교양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지금은 지구가 누구나 둥글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뉴턴식 중력이 무엇인지 안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상식, 즉 교양인 것이다. 시차가 무엇인지 안다. 세계가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지 않고, 우주가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안다. 나는 현재에는 시차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상식이듯 미래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시간차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상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비행기를 탈 때 시차를 생각하듯이 먼 미래에는 우주여행을 할 때 시간차이를 당연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도 속도와 중력에 의해서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인문학보다 과학이 현대사회에서 더 중요한 지식이며 교양이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어느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수학이나 과학을 몰라도 재밌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적대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채사장의 <지대넓얕> 2권과 <시민의 교양>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현재사회에 필요한 지식, 상식, 교양이 아주 쉽고 간결하게 잘 정리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교양>도 최근에 읽었는데, 생각 외로 훌륭했다. 시민에게 꼭 필요한 교양이 담겨있었다. 경제, 정치, 교육분야에 대해 필수적인 교양지식이 닮겨 있다. 제태크 경제 책으로도 훌륭하니 꼭 보시기 바란다.

 

 과학과 인문학 두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에서도 이 두가지를 균형있게 가르쳤으면 좋겠다. 혹은 한쪽에 치우치더라고 다른 쪽의 기초적인 지식들은 가르쳤으면 좋겠다. 시인의 감성을 가진 과학자와 과학을 노래하는 시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합리적이 되고, 그리고 인간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분명 끝없이 인용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한번쯤 고민해봐야할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고전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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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2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과학자가 철학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0:44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ㅎ 아이작 아시오프의 책에서 최초의 과학자에 대한 에세이가 있었는데, 뉴턴도 그 당시에는 과학자로 불리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에도 과학이란 용어는 쓰이지 않고 자연철학이란 말이 쓰였다고 하더라고요.

cyrus 2016-03-21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노우가 다치바나 다카시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저도 다카시의 《도쿄대상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를 보고, 스노우를 처음 알았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21 19:2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두문화>에서 cyrus님의 리뷰나 페이퍼 잘 보았습니다^^
 
에밀 - 인간 혁명의 진원지가 된 교육서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11
장 자크 루소 지음, 이환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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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을 읽었다. 고전을 읽는 것은 보람도 있고 얻는 것도 많다. 고전은 역시나 고전이다. 장 자크 루소는 천재다. 천재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렸지만,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다.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훌륭하고 좋았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으로 시민혁명의 이론적 단초를 제공한 사상가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뛰어난 지성으로 과거의 학문들을 독파하고 자신의 이론을 세웠다. 그리고 <에밀>이라는 불후의 고전까지 남겼다.

 

 내가 <에밀>을 왜 읽게 되었는가 하면, 장 자크 루소가 자신의 아이 5명을 모두 고아원에 보냈기 때문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교육에 대해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의 자녀는 교육하지 않고 고아원에 보냈다니. <에밀>을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릴까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결론은 알 수 없었다. 그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자식을 돌보는데 책임을 회피한 것일 수도 있고, 자녀를 고아원에 보내고 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에밀>을 썼을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그의 <고백록>을 읽어봐야만 할 것 같다. 세계 3대 고백록 중의 하나라고 하니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톨스토이, 아우구스티누스, 장자크 루소의 고백록이 세계 3대 고백록 이었던 것 같다. 어디선가 에밀이 말년에 강의를 할 때 자식들을 고아원에 보낸 것을 참회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구절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에밀>은 굉장히 재미있고 훌륭했다. 소설의 형식으로 '에밀' 이란 한 아이의 출생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되기까지 시간 순서대로 그를 교육한다. 교육하는 인물은 장 자크 루소 본인이다. 가정교사로써 에밀을 교육해 나간다.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꼭 보시라고 추천을 해드리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교육관과도 많이 일치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루소의 교육관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 본성 그대로 자연인으로 키워내라." 인 것 같다. 그러려면 당연히 인간 본성을 알아야 한다. 교육이란 강압과 억압,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한 명의 자립된 인간으로서 혼자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연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나도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사실 그러한 자녀를 길러내려면 부모의 역할과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고대부터 가정교육을 그토록 중요시한 이유가 그것이며, 부도덕한 사람들 보고 괜히 부모 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의 투정과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오만한 독재자를 키워낼 수 있고, 아이와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면 의심많고 거짓말을 일쌈는 어른으로 키워낼 수도 있다. 나약하고 수동적인 아이로 키워낼 수도 있고, 능동적이고 강인한 아이로 키워낼 수도 있다. 루소의 교육 과정을 보면서 루소가 참으로 얄밉게 영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린이를 교육하기 위해서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솜씨가 정말 뛰어났다. 정말 꾀가 많다.

 

 <에밀>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형식은 후반부에 가서 더욱 빛을 발한다. 에밀의 배우자로 '소피'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가슴찡한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반전까지 있다! 역시나 천재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은 교육론, 교육서로도 너무나 훌륭하다. 부모라면 꼭 읽어보고 자신의 교육 방법, 교육 방침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에밀>은 교육서일 뿐만아니라 루소의 사상이 뜸뿍 담겨있고 그의 인간관, 세계관이 포함된 멋진 철학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후반부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평생 산책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 칸트는 <에밀> 때문에 그 날 산책을 쉬었다고 한다. 루소의 지혜를 뜸뿍 맛보고 취해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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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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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 위대한 책 중에 하나이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과학대중화에 시발점이 된 책이다. 과학이 대중과 점점 멀어져 갈 때 칼세이건이 단단한 교두보를 마련해두었다. <코스모스>는 대중도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과학서이며 청소년이 과학에 대한 아름다움과 경이감을 느끼고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해준 책이고 수많은 과학자를 만들어낸 책이다.

 

 이 책 두껍다. 표지도 어둡다. 쉽게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이 그토록 많이 팔렸다니 놀랍다. 사실 우리나라 과학 분야에선 베스트셀러가 굉장히 적다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분야 베스트셀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과학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앞으로 <코스모스>를 뛰어넘는 베스트셀러가 언제쯤이나 나올지 요원하다. 그만큼 <코스모스>는 블루오션에서 당당히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코스모스>가 이토록 많이 읽힌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유명하다. 칼세이건의 명성뿐만아니라 <코스모스>는 미국에서 1980년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되었고, 7억 5천만명이 시청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4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 닐타이슨에 의해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스모스>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며, 과학을 대중에게 선보인 최초의 책이며, 최고의 책이다.

 

 그리고 따뜻함과 높은 문학성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차가움과 많이 대비가 된다. 당대의 최고 지성 중에 한 명이었던 칼세이건의 글은 종교, 철학, 생물학, 인류학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다. <코스모스>는 별과 우주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지구와 생물, 종교와 과학사, 인류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문체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포근하다. 우리가 별의 일부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을 읽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겐 이 책이 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청소년이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새롭고 재미있겠지만, 어느정도 과학에 대해 아시는 분들께는 대부분 아는 내용들일 것이다. 아는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어서 좋긴 했지만 나는 본래 새로운 지식과 내가 몰랐던 것들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책이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기 싫어서 집에 놓고 읽다보니 더욱 더뎠다. 나는 원래 집에서는 공부나 독서를 잘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집에서도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밀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갔고 마침내 다 읽을 수 있었다.

 

 분명 좋은 책이고 위대한 책이다.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쓴 책이며 우주사를 한 번 훑어볼 수 있다. 그리고 칼세이건의 따뜻하고 문학성 높은 글들도 밤에 읽기에 참 좋다.

 

 나는 이 책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드레이크 방정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SETI 연구소 소장)가 고안한 우리은하 안에 존재하는 우리와 교신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지성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이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라 불리는 이 유명한 식은 N=R*·fp·ne·fl·fi·fc·L로 표기된다.

여기서 N은 우리의 은하계 속에서 탐지가 가능한 고도문명의 수이며 R*은 은하계 속에서 지적 생명이 발달하는데 적합한 환경을 가진 항성이 태어날 비율이다. fp는 그 항성이 행성계를 가질 비율, ne는 그 행성계가 생명에 적합한 환경의 행성을 가질 비율, fl은 그 행성에서 생명이 발생할 확률, fi는 그 생명이 지성의 단계로까지 진화할 확률, fc는 그 지적 생명체가 다른 천체와교신할 수 있는 기술문명을 발달시킬 확률을 가리킨다. L은 그러한 문명이 탐사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 시간이다.

이 식에 기초해 드레이크 자신이 예측하는 은하계 내 문명의 수는 약 1만개에서 수백만개에 이른다.

[네이버 지식백과] 드레이크방정식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칼세이건은 책 마지막의 드레이크 방정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은하 안에 또 다른 외계지성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이 드레이크방정식의 변수들이다. 먼저 태양같이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이 존재해야 한다. (칼세이건은 빅뱅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별이 만들어지는지 책 초반부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항성 주변에 생명이 살기 적합한 행성이 존재해야 한다. 이는 '골디락스 존' 이라 불리는 위치에 행성이 높여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너무 춥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위치에 행성이 있어야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 (칼세이건은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 적합한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해야 한다. 우리는 이 값을 아직 모른다. 어떻게 무생물에서 생명이 탄생했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생명이 탄생한 후 지성이 있는 생명체로 진화를 해야하고, 그리고 그 지성체가 외계와 수신할 수 있는 기술문명을 발달시켜야 한다. (칼세이건은 생물의 진화와 인류의 과학발전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지금 우리가 외계 지성체를 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파를 수신하는 것인데 아무리 외계에 지성체가 있다고 해도 그 지성체가 전파를 발생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알아낼 수 없다. 예를 들면 우리가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발명하기 전에는 우리가 존재해도 먼 곳에 있는 외계인은 지구에 와서 우리를 직접 보지 않고는 우리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지막에 그 기술문명이 존속가능한 시간이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라도 어느 한 순간에 그 문명이 멸망할 수도 있다. 핵전쟁이나 운석충돌, 지구온난화 등에 의해서도 문명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 우리 인류의 문명도 마찬가지다. 우리 문명이 천년 후 만년 후까지 지속될꺼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만년은 우주에서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겨우 100년을 채 못사는 우리에게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이처럼 칼세이건은 드레이크방정식의 변수들을 책에서 모조리 이야기한다. 우주와 별의 탄생, 우리 태양계 행성과 소행성들의 이야기, 생물의 진화와 인류의 과학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 문명의 멸망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린다. 핵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핵전쟁의 위험성을 잘 알고있는 과학자들은 핵폐지를 위한 운동에 앞장섰다. 아인슈타인, 버트런트 러셀, 칼세이건 등 수많은 저명한 과학자가 핵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핵폐지운동을 벌였다.

 

 우주는 너무나도 넓다. 그 넓은 우주에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외롭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멸망한다면 우주에 지적생명체는 사라지는 것이며 아무도 우주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주에는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외계인과 교류를 하는 날까지 우리 인류가 꾸준히 발전을 이루어나가면 좋겠다. 스스로 자멸하는 일 없이, 그리고 환경의 변화에도 적절히 적응하고 역경을 이겨내면서 말이다. 칼세이건도 그런 미래를 꿈꾸고 바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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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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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구달.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책을 읽게 되어서 기쁘다. 팟캐스트 <과학책이 있는 저녁>에서 추천해준 책으로,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에서도 소개되고 추천된 책이다. 그리고 위대한 업적이 기록된 책이다.

 

 제인 구달은 굉장히 유명한 과학자, 동물학자이시다. 침팬지 연구의 선구자이자 권위자이기도 하며, 현재는 연구보다는 사회활동에 더 힘쓰고 계신다. 'UN 평화의 메신저'로 이제는 세계평화, 지구보호의 대명사이기도 하시다. 왜 김산하박사와 장대익교수가 그녀를 만나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마치 연예인을 만난듯이 이야기를 혹은 자랑을 늘어놓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이자, 독보적인 네임벨류를 가진 여성과학자이시다. 그녀를 만나는건 영광이다.

 

 그런 그녀도 시작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간직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여성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우연히 루이스 리키 박사의 눈에 띄게 되어 그의 조수로 채용된다. 그리고 루이스 박사의 권유로 침팬지 연구에 뛰어들게 된다. 당시 침팬지 연구는 불모지였고, 그때까지 단 한명의 남자만이 2달 반 동안 침팬지를 연구한 것이 전부였다. 이 책을 읽으시면 알겠지만, 2달 반은 침팬지 엉덩이 구경하기도 힘든 기간이다. 혹은 김산하씨의 <비숲>을 봐도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최소 2년 이상 오지에서 침팬지를 연구해야 하는 이 프로젝트에 제인 구달은 겁도 없이 뛰어든다. 이게 그녀의 비범함이다. 밀림과 아름다운 여성. 어울리는 조합이긴 하지만, 책에서 보시면 알시겠지만, 밀림은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동네다. 뱀들이 기어다니고, 표범이 돌아다니고, 침팬지도 인간의 팔쯤은 가볍게 부러뜨리고 찢을 수 있는 완력을 소유한 동물이다. 책을 읽다보면 가슴 서늘한 그런 위기의 순간들도 많이 마주하게 된다. 그런 무시무시한 곳에서 제인구달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전지식이나 경험, 혹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매뉴얼이 있지도 않고, 그러니깐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왜냐? 그녀는 자연을 아프리카를 그리고 동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 감수성과 성실함, 그리고 노력과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런 그녀를 자연도 사랑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와 침팬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담긴 매우 귀중한 책이다. 인류가 내딛은 과학적 위업이 담긴 책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때로는 그녀의 감수성에 공감하기도 하고, 침팬지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에 경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의 그늘에 있는 침팬지들에게서 인간을 보게 됐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 연관도가 95%를 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적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대략 600만 전에 공통 조상으로 부터 갈라져 나왔다. 아마도 현재의 침팬지의 모습과 더 닮았을 조상으로부터. 침팬지는 침팬지의 길을 걸었고 인간은 인간의 길을 걸었다. 그 유전자의 차이는 5%. 5%가 참으로 굉장한 차이를 만들어냈지만, 우리는 95%에 주목하게 된다. 책을 통해 침팬지들의 행동과 습성, 사회성들을 보며 인간과 놀라운 유사성을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침팬지가 인간을 흉내내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침팬지를 흉내내는 것인지.

 침팬지들도 서로에게 인사를 한다.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낮춘다. 물론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허리를 숙인다. 친구나 형제끼리는 어깨동무도 하고, 서로 간질거리며 놀기도 한다. 불안해 하는 침팬지가 있으면 등이나 어깨나 머리를 토닥여준다. 가끔 '궁디 팡팡'도 해준다. 그리고 과시행동을 한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이러한 모습은 어린아이나 격투기에서 승자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유사성은 끝도 없다. 이 책은 침팬지를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장장 10여 년에 걸쳐 관찰한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침팬지들의 가족관계, 집단간의 서열관계까지 오랜시간 관찰한 기록들을 보여준다.

 

 10년. 그렇다. 이 책에는 10년 그 이상의 시간이 담겨있다. 제인구달이 쓴 첫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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