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덴고. 재능과 감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도 반드시 배부르게 살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뛰어난 감을 가지고 있으면 굶어죽을 걱정은 없다는 거야." 

-p144



  어쨌든 아오마메는 고환의 공격 방법을 열 가지 종류쯤 터득하고 있었다. 남자 후배들에게 보호구를 채우고 실제로 시도해보기도 했다. "선배의 불알차기는 보호구를 해도 지독히 아파요. 제발 좀 봐주세요" 라고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아오마메는 만일 필요하다면 그 세련된 기능을 실천에 옮기는 데 눈곱만큼도 망설임이 없다. 혹시라도 나를 공격하는 무모한 놈이 있다면, 그때는 세계의 종말을 생생하게 보여주리라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왕국의 도래를 똑똑히 직시하게 해주리라. 한 방에 저 남반구로 날려보내 캥거루와 왈라비와 함께 죽음의 재를 듬뿍 뒤집어쓰게 해줄 것이다. 

-p281

 

 앞 부분의 내용들을 알아야 더 재밌는 글이긴 합니다. 표현이 참 재밌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p408


 제가 <1Q84>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봉사라는 건 차별 용어야. 그런 말을 들으면 신문기자 중에는 가벼운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p435


 저는 하루키의 이런 소소한 유머가 좋습니다.


 

 




  











 소설 속에 매클루언의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 라는 문구가 인용됩니다. 워낙 유명한 말이라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2-07-04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캥거루와 왈라비?^^ 고양이라디오님 말씀처럼 앞 부분을 알면 더 확 감 올 수도 있겠네요

맨처음 아큐정전으로 제목을 잘못 읽고 시작했어요. 잠이 부족한가봐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2-07-04 10:01   좋아요 0 | URL
일큐팔사 아큐정전 뭔가 어울리네요ㅎ 오늘 밤은 푹 주무세요!
 
















 어제 도서관에 가서 <1Q84>를 빌렸다. 나는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다. 이 책, 저 책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 한 책에 꽂히면 다른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사노바가 일편단심 순정남이 되듯이. 거기에 저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Q84>는 세번째 읽는다. <1Q84>를 재밌게 읽었던 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생생하게 그 때의 느낌과 생각이 떠오를 정도다. 근데 이렇게 재밌었나? 세번째 읽는데 오히려 처음 읽을 때보다 재밌다. 


 도서관에서 1권을 빌려 재밌게 읽다가 시간이 다되서 도서관을 나왔다. 도서관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이 속도로 읽다간 금방 2권이 필요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사서 분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책을 빌리러 들어갔다. 마감시간 5분 전이라 사서분은 '이제 곧 끝나는 시간인데...' 라며 말을 흐리셨다. 


 책의 위치는 알고 있다. 다이렉트로 가서 책을 집고 셀프 대출을 마쳤다. 사서분도 '짜식, 어지간히 읽고 싶었나 보군' 하는 의미의 미소를 지어주셨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운전을 하고 가면서 생각해본다. <1Q84>는 내가 하루키의 진짜 팬이 된 책이었다.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게 됐다. 그 때는 '책이 참 재밌고 신비롭다.' 라고만 생각했다. 하루키가 누군지도 잘 몰랐다. 그 후로 하루키의 책들을 몇 권 보았다. '재밌다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Q84>를 집어들었을 때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마지막 3권 읽을 때는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면서 읽었다. 그 후로 하루키의 전작을 읽게 됐다. 장편, 단편, 에세이까지. 그리고 다시 한 번 전작을 읽었다. 세월히 흘러서 그런가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 더 좋았다. 


 그리고 이제 3번째 전작 읽기를 하고 있다. 3번째는 더 좋을까? <1Q84>는 더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22-06-29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실의 시대 이후 팬이 되어서 모든 작품을 구해서 보고 또 봅니다 정작 남들이 다 읽을 땐 시큰둥하다 2011년부터 읽었네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2-06-29 15:57   좋아요 1 | URL
transient-guest님 반갑습니다. 하루키 좋아하시는 줄 몰랐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20대 때 <상실의 시대>를 읽을 때는 잘 이해를 못했는데 30대 때 읽으니깐 너무 좋더라고요ㅎ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데 갈수록 좋아지네요ㅎ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읽었다. 최근 게임에 빠졌었다가 끊었다. 조금씩 책을 읽고 있지만 요즘에는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 항상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은 하루키 책인 거 같다. 그만큼 하루키 책은 읽기 편하다. 


 최근에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감명깊게 봤다. 영화는 하루키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속 첫번째 수록작 <드라이브 마이 카>를 원작으로 한다. 책을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은지 4-5년 정도 된 줄 알았다. 그런데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덕분에 처음 읽는 것처럼 재밌게 읽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단편소설집이다. 총 7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작품이 좋았다. 그 중 지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독립기관>, <기노>, <사랑하는 잠자> 이다. 


 <사랑하는 잠자>는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변신>이 사람이 벌레가 된 내용이라면 <사랑하는 잠자>는 벌레가 사람이 된 내용이다. 독특하면서 재밌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기노>는 후에 장편소설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하루키는 자신의 단편소설을 장편소설로 확장시키기도 하는 작가다. <상실의 시대>, <태옆감는 새>가 그랬다. <기노> 역시 무수한 떡밥이 존재해서 뒷 이야기가 무지 궁금하다. 장편소설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독립기관>은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독립기관>에 나오는 도카이란 인물에 많이 공감이 갔다. 도카이란 인물과 동질감이 느껴져서 그의 비극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다시 책 읽는 시간을 늘려가려고 한다. 하루키의 전작을 다시 읽어가고 싶다. <1Q84>가 요즘 땡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6-24 1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예전에 읽었는데 라디오님 글 읽고나니 다시 보고싶네요. *^^*

고양이라디오 2022-06-27 10:03   좋아요 1 | URL
재밌는 책은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좋네요^^

새파랑 2022-06-24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급 하루키가 땡겨서 얼마전에 1Q84 문고본으로 구매했습니다 ㅋ 이제 1Q84만 세종류(합본, 3권짜리, 6권짜리) 이렇게 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22-06-27 10:00   좋아요 1 | URL
저는 본가에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요! 요새 하루키가 땡기네요ㅎㅎ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중략)
어쨌거나 당신은 그렇게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다. 그리고 한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22-06-24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자없는 남자가 되는 거...간단한 거 같지만 간단하지가 않군요!ㅎㅎㅎ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지 못한 남자들은...그니까 걍 독거남은 여자없는 남자가 되지 못하는 거네요~~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06-24 18:37   좋아요 0 | URL
네ㅎㅎ 과정은 간단하지만 평생 여자없는 남자들에 합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네요ㅎ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하루키 책을 읽었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처음 읽는다. 하루키의 거의 모든 책을 읽었는데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는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가 1편이고 <약속된 장소에서>는 언더그라운드 2편이다. 하지만 두 책은 다른 책이니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된다. 


 <언더그라운드>는 옴진리교에 의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의 신자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지하철 사린 사건이란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도쿄 지하철에서 벌어진 사건을 말한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누군가 치명적인 사린 가스를 살포했다. 13여명이 죽고 551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위키백과 참조), 현재까지 기준으로 일본에서 벌어진 최악의 대량살인사건이다. 교주 포함 실행범 7은 2018년 7월6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언더그라운드>에는 그 날의 아수라장이 담겨있다. 일반인들의 눈으로 본 그 날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언더그라운드>를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완독을 못했다. 1/3 쯤 보면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아진다. 이번에는 좀 더 몰입해서 읽어봐야겠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훨씬 쉽게 완독했다. 아주 흥미롭고 재밌게 읽었다. 책의 페이지도 <언더그라운드>의 1/2~1/3 정도라서 부담도 없고 금방 질리지도 않았다. 8명의 인터뷰어들의 사례가 훨씬 다양했다. 


 나는 평소에 종교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왜 종교를 믿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이 책을 보고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 좋았다. 왜 사람들이 옴진리교라는 이상한 종교에 빠져들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의문이 많이 풀렸다.


 인간의 상상의 질서를 믿는 동물이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상상의 질서가 없다면 이 세상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하라리는 우리가 믿는 것이 상상의 질서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통' 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악' 이고 잘못된 일이다. 상상의 질서와 '고통' 이 서로 대립한다면 우리는 '고통' 에 주목해야 한다. 그랬다면 사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의를 주장하며 남에게 고통을 전가해온 인류의 역사가 끊기기를 희망해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2-03-22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하루키 책 중, 이 두 권 정말 좋았어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취재, 그 중간에 선 하루키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3-22 13:19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은 이 두 권이 정말 좋으셨군요^^ 저도 어서 <언더그라운드> 읽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3-2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더그라운드>만 읽어봤는데 <약속된 장소에서>가 더 흥미롭군요 ㅋ 저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하루키는 언제나 좋은거 같아요 ^^

고양이라디오 2022-03-22 13:25   좋아요 1 | URL
저 <언더그라운드> 막 주문했어요!ㅎ 저는 개인적으로 <약속된 장소에서>가 훨씬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