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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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장편소설이다.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키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키의 특정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하루키빠다. 하루키의 모든 것이 좋다(아마도). 하루키라는 인간도 좋고, 장편 소설도 좋고, 단편 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다. 그의 문장도 좋고 유머도 좋고 자신감도 좋고 쿨한 면도 좋다. 


 오랫동안 기다린 장편이었다. 당연히 출간 후 바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좋지 않았다??! 이런 일이? 지금껏 하루키의 어떤 작품을 읽어도 좋았는데 이번 신간을 읽을 때는 좋은 느낌이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머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루키의 작품이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내가 이상해진 건가?? 그래서 읽는 것을 멈추고 시간을 두었다. 마치 처음 조루를 겪는 사람처럼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믿어왔던 것에 크게 배신당한 기분과 당혹감이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다행히 이상해진 쪽은 나였다. 그당시 일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집중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너무 유사해서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다. 후에 왜 그런지 알고 나서야 편하게 읽었다.


 2주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도 안정되고 마침 이 책이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서 다시 책장을 펼쳤다. 불안했다. 읽었는데 재미없으면 어쩌찌? 다행히 아주 재밌었다. 아주 많이.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즐겁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날 꿈을 꿨다. 꿈 속에서 음악을 들었다. 그 음악이 너무 황홀하고 좋아서 꿈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꿈에서 깨고 내가 음악가가 아닌게 아쉬웠다. 내가 만약 음악가였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음악을 작곡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하루키의 책을 즐겁게 읽은 게 꿈에 영향을 준 거 같다. 하루키의 글은 음악과도 같으니까.


 개인적으로 1부가 가장 좋았다. 17살 소년, 소녀의 마음과 설레임과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17살 소녀의 편지를 읽었을 때는 '아니 어떻게 70대 남성 노인이 이렇게 소녀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거지?' 하며 신기해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17살 소녀의 마음이 정말 이런 것인지. 


 17살 소년이 느낀 깊고 깊은 상실감을 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이미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공감이 갔다. 하루키도 분명 큰 상실을 겪었으리라.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공감할 수 없다.


 독서모임에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어떻게 17살의 첫사랑을 45세 까지 잊지 못하고 거기에 영향을 받느냐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설득력이 없다는 사람도 있었고, 정신병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어떤 사랑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설득할 수는 없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경험해보진 않은 것은 공감할 수 없다.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상실의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상실의 아픔을 설명할 수 있을까? 반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이번 독서모임에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첫번째로 하루키의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뭐, 시기도 있고 책이 두꺼운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 비해 적은 인원이었다. 8명 중 30대 후반이 2명, 나머지는 모두 40대였다. 연령층이 그 어떤 책보다 높았다. 하루키도 시간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는 건가? 하루키도 10년, 20년이 지나면 서서히 잊혀질까? 뭐, 그건 오직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이 시간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루키 자신은 분명 시간을 잘 견디고 있는 거 같다. 70세라고는 믿기지 않은 건강과 열정을 유지한 채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도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있다. 이번 소설도 부족함이 없었다. 문장들도 좋았다. 


 독서모임에서 하루키의 소설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분의 비판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생각을 바꿨다.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거기에 대고 반박을 하거나 설득을 하려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을. 심지어 그 분은 챗GPT한테 하루키 스타일로 소설을 써주라고 하면 하루키보다 소설을 잘 쓸거라는 말까지 했다. 흠... 뭐 그런거지.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또 있으신가요? 


 알라딘 블로그를 봐도 하루키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간혹 나는 부당한 비판이라 생각하고 한 마디 반론을 하고 싶지만... 무의미하다 생각해서 그냥 지나친다. 다행히 내 서친들은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행이다. 감사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하루키의 소설이다. 하루키 월드다. 나는 하루키 월드가 좋다. 현실과 비현실이 혼합된 세계가 좋다.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넘나드는 것이 좋다. 모험을 겪고 성장하는 것이 좋다. 상실을 겪고 치유하는 것이 좋다. 재즈도 좋고 요리도 좋다. 그게 싫다면야 달리 할 말이 없다. 들쥐는 들쥐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즐기면 된다. 

 

 벌써 다음 장편이 기다려진다. 그 사이에 에세이 한 편, 단편소설 한 편 써주실 꺼죠 하루키씨?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이 방의 이 작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마음으로 그렇게 원하고, 그대로 불을 끄면 돼요. -p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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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3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았습니다~! 근데 주변에 막 추천하기는 좀 그렇더라구요. 하루키의 팬이라면 이 책을 싫어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저도 이 책이 하루키의 마지막 작품일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11-01 00:27   좋아요 1 | URL
하루키의 팬이라면 강추이지요^^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ㅎ
 
















 오랜만에 돌아온 하루키의 장편. 행복한 독서였다. 전율이 흐르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역시 최고의 이야기 꾼, 문장가이다. 


 


 그렇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늘어놔도 되는 상대, 그 말에 집중해서 귀기울여주는 상대가 있다니, 그런 일은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정말이야. -p59


 공감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상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늘어놔도 되고, 그 말에 집중해서 들어주고 그런 상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상대가 되어주고 싶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 거기 있던 게 결코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세계의 광경이었다는 걸세.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지. 내 안에도 있고, 자네 안에도 있어.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네. 그렇기에 우리는 태반이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는 셈이고." -p102  


 전쟁에서 돌아온 노인은 아름다운 여인의 망령을 본다. 계속 그 여인의 왼쪽 얼굴만 보다가 힘을 짜내서 여인의 얼굴 전체를 보게 된다. 위는 노인이 본 여인의 얼굴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노인은 무엇을 본 걸까?



  열일곱 살이고, 사랑에 빠져 있고, 그날은 5월의 청명한 일요일이니 당연히 내게 망설임 같은 건 없다. -p109


 왠지 이 문장의 울림이나 리듬이 좋았다. 기분좋은 문장이다.



 p179~180


 '나' 는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벽에 둘러쌓인 도시의 도서관에서 그녀와 함께 매일 꿈 읽기 작업을 하고 매일 밤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주는 삶과 벽 바깥의 세계에서 경험한 그녀와의 기억을 간직하고 사는 삶. 그러나 벽 바깥에서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 


 당신은 두 가지 삶 중에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나는 이 아이러니 속에 하루키 소설의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삶이라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살아나가야만 한다는 것. 과거의 삶, 가상의 삶에 머무르고 붙잡혀 있고 싶지만 우리의 깊고 깊은 본능은 우리의 그림자는 살고 싶어 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불합리할 만큼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얼마나 격렬하게 당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깊숙이 찢어놓는지, 당신의 몸안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흐르게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 -p182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어떤 일인지 나는 안다. 하루키의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나 동시에 내 안에는 일관된 두려움이 있었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듣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는 채 단번에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다. (중략)

 무슨 일이 있어도 또다시 그런 기분을 맛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혼자서 고독하고 조용하게 사는 편이 나았다. -p193

 

 


  때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나는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상당히 근사한 표현이다. 

-p292


 왠지 이 부분이 하루키의 자화자찬인 거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다. 확실히 상당히 근사한 문장이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애깁니다. 티없이 순수한 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보인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p449


 


 소년은 이 현실세계와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다. 이 세계에 진정한 의미로는 뿌리내리지 않은 것이다. (중략)


 나는 무심결에 주위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 지상 어딘가에 단단히 이어져 있을까? 그곳에 뿌리내리고 있을까? 나는 블루베리 머핀을 생각했다. 역 앞 커피숍 스티커에서 흘러나오는 폴 데즈먼즈의 알토색소폰 음색을 생각했다. 꼬리를 세우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야위고 고독한 암고양이를 생각했다. 그것들은 내 정신을 이 세계에 조금이라도 붙들어매주고 있을까? 아니면 너무도 하찮아서 논할 가치도 없는 존재들인 걸까? -p535


 소년은 현실 세계와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미련 없이 벽에 둘러쌓인 도시로 떠난다. 우리를 현실세계와 이어주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르시아 마르케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필요로 하지 않았던 콜롬비아의 소설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p684


 소설 속 벽에 대해 말해주는 문장 같았다. 현실과 비현실을 나누는 벽. 하지만 그 벽은 불확실하다. 애초에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건, 왜냐하면 저는 원래 당신이고, 당신은 원래 저니까요." -p720


 소년이 등장했을 때 왠지 저 소년이 하루키의 분신 혹은 소설 속 '나'의 분신일 거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하루키 소설을 많이 읽어서 눈치가 빨라진 걸까?


 


 













  

 <빠빠라기>는 소설 속에서 언급된 책이다. 사모아 어느 섬의 촌장이 20세기 초 유럽을 여행한 경험을 고향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촌장이 이야기하는 형식을 빌려 독일인 저자가 쓴 순수한 픽션이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이 방의 이 작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마음으로 그렇게 원하고, 그대로 불을 끄면 돼요. -p754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 간단하면서 어렵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서(혹은 완성할 수 있어서)솔직히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으므로. -p766 


 하루키는 40년 전에 쓴 이야기를 다시 고쳐썼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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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6.5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

 출연 요시다 요, 사노 레오, 무라카미 니지로

 장르 드라마



 단편소설집 <도쿄기담집>에 수록된 하나레이 만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예전에 팟캐스트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도쿄기담집>을 보다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봤습니다. 하루키 원작 영화들을 봤을 때 지금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는데 그 흐름이 끊겼습니다. 


 너무 흐름이 느려서 좀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1.5배속으로 보고 싶은데 그런 옵션이 없어서 잠깐 잠깐 딴 짓 하면서 봤습니다. 원래 영화를 보면서 결코 딴짓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잠깐 딴짓해도 같은 화면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소설을 보니 소설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영화가 설득력,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그냥 원작에 충실했으면 더 나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전혀 웃을 내용이 아닌데 어이가 없어서 3-4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아들이 상어에 물려 죽은 어머니에게 경찰이 '아들의 죽음은 안됐지만 자연은 중립이다, 우리 섬을 미워하지 말아달라' 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아니 저게 뭔 개소리야. 그게 지금 아들 잃은 어머니한테 할 소리야?'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보니 그런 위화감없이 경찰이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말의 순서와 뉘앙스 등 약간만 달라져도 큰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아무튼 기대에 비해 많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하루키 원작 영화들을 계속 찾아보고 싶습니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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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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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단편소설집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상당히 오랜만에 읽은 거 같다. 10년 전에 읽은 건 기억이 나는데 중간에 읽지 않았었나보다.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운 소설도 있었다. 


 <우연한 여행자>는 책 첫머리에 하루키의 기이한 우연에 관한 경험담이 나온다. 인상깊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봤는지는 잊고 있었다. 다시 봐서 반가웠다. 재즈에 관한 기이한 경험담이다. 기이한 우연이 겹치는 경험 누구나 하나씩 있으신가요?


 <하나레이 만>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팟캐스트에서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기억하고 있는 단편이었다. 상어에게 아들이 물려죽은 어머니에 관한 단편이다. 영화가 궁금해서 봤는데 좀 지루했다. 소설이 훨씬 좋았다.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처음 본 듯한 단편이었다. 이야기에 빠져들게하는 하루키의 매력이 가득담긴 단편이다.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중간중간 기억이 나긴했지만 전체적으로 처음 읽는 느낌이었다. 역시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시나가와 원숭이>. 단편집 중에 가장 좋았던 소설이다. 감동적인 마무리가 좋았다. 



 10년 전에 <도쿄 기담집>과 <렉싱턴의 유령>을 같이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야기에 빨려들어서 너무 재밌게 읽었다.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하루키의 단편소설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그 때만큼의 감흠, 감격은 없었지만 여전히 좋았다. 하루키 단편집을 계속 이어서 읽고 싶다. 다음 책은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이것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단편집인데,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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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19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나온 <일인칭 단수>에 실린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의 전신이 ‘시나가와 원숭이‘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ㅋ 저도 원숭이가 젤 좋더라구요

고양이라디오 2023-07-19 22:27   좋아요 1 | URL
아? <일인칭 단수>에 시나가와 원숭이가 나오나요? 찾아봐야겠네요ㅎㅎ

새파랑 2023-07-19 22:30   좋아요 1 | URL
나왔던거 같아요 ㅋ 제가 <일인칭 단수> 읽었을때는 북플을 안해서 리뷰를 안남겼었지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남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3-07-20 16:34   좋아요 1 | URL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찾아보면 재밌겠네요ㅎㅎ <일인칭 단수> 전 재밌게 봤는데 세간의 평이 좀 안 좋은 거 같네요ㅠㅋ

얄라알라 2023-07-21 13:51   좋아요 2 | URL
하루키로 통하신 두 분^^ 부럽습니다

새파랑 2023-07-21 15:27   좋아요 2 | URL
저도 하루키 좋아하지만 고양이라디오 님이 더 찐팬이신거 같아요~!!
 














 아주 오랜만에 <도쿄기담집>을 다시 읽었다. 역시 재밌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몇몇 단편은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렉싱턴의 유령>, <도쿄기담집>은 여름에 세트로 읽으면 좋을듯하다. 

















 '우연한 여행자' 단편 속 주인공이 읽고 있는 책인데 3권 짜리 장편이다. 찰스 디킨스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평점도 아주 높은 책이다.



 "형태가 있는 것과 형태가 없는 것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 형태가 없는 것을 골라라. 그게 제 룰이에요. 어떤 벽에 부딪치든 언제나 그 룰에 따랐고, 긴 시선으로 보면 그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는 무척 힘이 들긴 했지만요." -p36 


 멋진 룰이다. 기억해두고 싶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어쩌면 사실 매우 흔해빠진 현상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요컨대 그런 종류의 일은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태반은 우리의 눈에 띄는 일 없이 그대로 지나쳐버립니다. 마치 한낮에 쏘아 올린 폭죽처럼, 어렴풋이 소리는 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아무것도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만약 우리가 강하게 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는 꼭 우리 앞에, 하나의 메시지로 떠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도형이나 함축된 의미를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그제야, '아아, 이런 일도 있구나. 이상한 일도 다 있네' 하고 깜짝 놀라게 되지요. 사실은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고요. 어떤가요? 제가 너무 지나친 확대 해석을 하는 걸까요?" -p50  

 

 우리는 살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우연을 마주친다. 하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만 하나의 메시지로 떠오르는 것 뿐이다. 이런 식의 설명이 모든 것에 통용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해석으로서는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한 사람을 몽땅 받아들이려는 마음이라고 그는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p192 

 

 누군가를 몽땅 받아들이려는 마음, 어렵다.


 "제가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가스가 가득 찬 방에서 성냥을 그어대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p229


 멋진 비유였다.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어. 첫째, 상대방의 얘기를 잠자코 들어줄 것. 둘째, 입고 있는 옷을 칭찬해 줄 것. 셋째, 가능한 한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줄 것. 어때, 간단하지? 그 정도로 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담념하는 게 나아." -p097


 있지 않게 메모해둬야겠다. 



 다시 읽어도 좋은 책. 역시 내게 하루키의 책은 소확행이다. 위에 책은 절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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