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머리맡에서 처제 연락이 왔다며 아내가 웃었다. 조카의 천진한 모습이 담긴 사진일까 했는데,동서에게 배달된 선물이 그 이유였다. 동서의 부모님이 조카에게 로션을 선물로 보내며 다 큰 아들에게는 (좋아하는) 건담 프라모델을 함께 보낸 것.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동서 부모님의 마음이 뭉클하게 느껴져서였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 짧은 인생동안 매일매일 부모님은 선물을 주셨구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당신보단 내가 좋아하는것들에.. 4월에 만날 우리 아이에게도 나도 똑같이 그러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깨달음은 늦다.
뉴욕 한복판의 맨해튼에서는 적어도 두 사람 몫의 용기가 필요했다. - P41
역경을 딛고 완성한 노력의 카타르시스일까 싶었는데, 역경 속에 있어 이를 보이는 대로 인식하는데만도 너무나 큰 힘이 들었던, 이야기. 주인공이 다져온 의지에억눌렸던 지난날들의 무게가 스며있는것 같아 그렇게 개운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배움이라 명명하며 자아를 일으킬 수 있다면.
얼마간 아는 사람과 단 둘이 가는 도중의 적막은 괜찮다가 어색했다가를 반복한다. 기분좋은 일이나 복슬한 반려견을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가벼운 소재를 던져 이야기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고민될 때가 있다.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하기전에 그 결과를 모두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적막이 시간과 만나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곤 한다. 아직 만난 소설은 얼마 되진 않지만 작가와의 독서경험은 과하지 않아서 참 좋았다. 깨알같은 묘사임에도 수다스럽지 않게 느껴졌으며, 짧은 글 한편이 주는 청량감이 만족스러웠다. 소개된 책들도 열심히 갈무리했다. 제목 만큼이나 산들바람이 느껴지는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