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평점 :
지난 20세기 '냉전(Cold War)'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대립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전 세계를 두 새의 진영으로 나누는 구도가 명확했었죠.
하지만 오늘날의 국제 정세는 그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지금의 '신냉전(New Cold War)'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단순히 군사적 또는 경제적 패권 다툼을 넘어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정치 체제와 이념의 경쟁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로빈 리블렛의 신냉전>에서는 이러한 현대 국제 정세의 변화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왜 미중간의 경쟁이 과거의 냉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국제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지정학적 변화를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념적 충돌과 함께 우크라이나와 오랜 전쟁 중인 러시아의 역할, 그리고 중소 국가들의 전략적 입장을 다루며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즉, 미국과 중국간의 경쟁이 단순히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겨루는 갈등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두 이념 사이의 충돌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이 국제 사회에 '제로섬 세계(Zero-sum World)'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한 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념적 대립이 심화될 수록 전 세계가 더욱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미중 관계의 악화가 양국의 자기 인식과 깊이 뿌리박힌 상호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상호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상대적 우호'의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 모두 자신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이를 확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신의 권위주의적 모델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이념적 경쟁이 지속되면서 세게는 점점 더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가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신냉전'에서 중요한 결정 요소로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러시아가 중국에게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 함께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행보는 유럽의 안보 초점을 확대시키고,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발언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안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저자는 이번 신냉전이 20세기의 냉전과 다른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 냉전은 두 강대국 사이의 명확한 진영 대립으로 정의되지만, 새로운 냉전은 훨씬 더 많은 국가들이 관여하고 있으면서도 그들간의 명확한 동맹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와 같은 지역의 경제는 이제 글로벌 GDP에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더 이상 주요 강대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명확히 선을 긋지 않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는 세계가 더 이상 양극 체제가 아니라 다극화된 환경 속에서 복잡한 외교 전략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러한 긴장 상태가 기후 변화나 미래 팬데믹 같은 글로벌적 도전에 대한 국제 협력을 저해하는 악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제로섬 세계'에서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게 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들 예컨데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을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과 갈등으로 인해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세계 각국의 외교와 안보 그리고 글로벌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으로 평가합니다.
"미국이 지은 집에서 중국이 지은 밥을 먹는 한국" 이라는 키워드가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 비전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경쟁의 본질과 이로 인해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한 통찰 그리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