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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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마야 앤절로

2024년은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작가 마야 앤절로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마야 앤절로 타계 10주기를 기념해 가장 사랑받은 대표작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가 헌정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1969년 출간된 마야 앤절로의 ‘자서전 시리즈’ 첫 작품으로 4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17개 이상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앤절로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린 이 작품의 한국어 초판이 출간(2006)된 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문정희, 최영미 시인 등 한국 여성 문인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작품으로 꾸준히 회자되고, 청소년권장도서로 선정되는 등 연령과 성별을 초월해 널리 읽히는 현대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인공 마야의 세 살 때부터 열여섯 살 때까지 13년 동안 겪은 삶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이다. 본래 금발의 예쁜 백인 소녀이지만, 마법에 걸려 못생긴 흑인 소녀로 변했다고 믿던 어린 시절을 지나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성차별, 부당한 일들을 마치 직접 경험하는 것 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야는 이러한 부당한 차별과 억압에 분노하지만, 가족 중 누구도 항의하지 않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하며 살아간다.

남부의 흑인 여자아이에게 성장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추방당한 느낌을 의식한다는 것은 목덜미를 위협하는 면도날에 슬어 있는 녹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모욕이다. -p19

흑인으로 태어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끔찍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피부색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방어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앉도록 훈육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다. 우리 모두 죽어야만 했다. -p279

흑인으로서 받은 인종차별, 에쁘지 않은 여성으로 겪는 성차별, 가난한 집안 환경에서 자란 감수성 에민한 소녀의 눈에 비친 많은 사건들을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며 실제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담담하게, 세밀하게 이야기 해준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야 엔절로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고 그녀의 용기와 지혜를 본받아 변화를 외치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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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허니스
라이언 라 살라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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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허니스] : 라이언 라 살라

북미를 대표하는 퀴어 호러물의 작가 라이언 라 살라가 세 번째 장편소설 『더 허니스』로 돌아왔다. 첫 번째 소설 『몽상Reverie』로 평단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는 이번에는 전작들보다 더 섬뜩하고 더 찬란한 이야기를 전한다.
내리쬐는 햇빛을 피할 수도 없는, 진득한 무더위 속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과 공포. 그리고 그 한복판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주인공 마스. 『더 허니스』는 여름마다 생각날 한 권의 소설이 될 것이다.

“허니들The Honeys.
에스펜에서는 모두가 숙소H의 여자애들을 그렇게 불렀다.”

쌍둥이 자매인 캐럴라인의 끔찍한 죽음을 눈앞에서 본 마스는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에스펜 여름 캠프에 다시 들어간다. 젠더플루이드로 커밍아웃을 한 마스를 쫓아낸 에스펜으로 다시 돌아가 캐럴라인과 자매처럼 지냈던 H숙소의 여자애들, 허니들을 만나게 된다.

<미드소마>, <유전> 팬들이 사랑할 올여름 최고의 호러

표지를 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공허함이 느껴지는 눈동자, 볼에 립스틱 자국, 아름답고 매혹적인 그림에 벌집모양 패턴까지 이 책을 한 눈에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퀴어보다 젠더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겨져 있고, 상세한 각주로 쉽게 읽어낼 수 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로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랄까.

"시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힘으로 가득한 책"
"모든 순간이 완벽하고 섬뜩하다."

다 읽고 나면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말들까지 완벽한 이 책, 출간 즉히 영화화 확정이라고 하니 기다려본다.

벌집은 어디에서 끝날까?
나는 어디에서 시작할까?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버렸던가?
상관없다고, 나는 말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행복하니까.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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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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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의 두 번째 뉴베리 상 수상작!
나쁜 어른한테 상처받고 고통받은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이야기!

델라는 언니 수키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올해 열 한살이다. 엄마는 필로폰 문제로 구속된 후 계속 교도소에 갇혀 있고, 두 자매는 엄마와 동거하던 클리프턴 아저씨와 함께 지낸다. 델라와 수키는 클리프턴 아저씨 집에서 황급히 도망치게 되고, 클리프턴 아저씨는 교도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델라와 수키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프랜시스 아줌마와 함께 생활하며, 새 학교로 전학을 하고 독립을 꿈꾸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델라와 수키가 클리프턴 아저씨 집을 왜 도망쳐 나왔어야 했는지 그날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때마다 긴장감을 드높인다.

경제력 능력이 없다는 점, 동생을 잘 돌보는 점을 이용해 수년간 그루미 성범죄에 노출이 되어 온 수키와 본인이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빌미로 가스라이팅을 하며 범죄를 저지른 클리프턴 아저씨. 델라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이야기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잔인하고 끔찍한 일을 겪어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담겨있다.

“나한테 빚진 거 있잖아!”
보호자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그루밍 성범죄

아동 성범죄가 많아진 요즘, 모든 어른들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나쁜 어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아직은 혼자 살아갈 힘이 부족한 아이들의 삶을 나쁜 어른들의 힘으로 짓누르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며,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들이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많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원래 아이들은 어른이 돌봐야 하는 거야
이렇게 상처받으면 안 되는 거였어
“너희는 절대 혼자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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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동물이야! 뭐야? 명화!
박수경 지음, 이희재 / 바바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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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동물이야!] : 박수경, 이희재

아이에게 유명하다는 그림들만 노출하지 마세요!
35년차 북디자이너와 10년차 아트디렉터가 엄선한 첫 명화책 〈뭐야? 명화!〉 시리즈

- 고흐, 르누아르, 루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부터 알려지지 않은 명작들까지
- 아이의 감수성과 안목을 높여주는 다양한 화풍과 소재들
- 따뜻하고 위트 있는 글로 그림 속 감정과 분위기를 유추하고, 공감 능력을 키워요!

10년 가까이 미술계에서 콘텐츠를 만들어오며 현재 방송과 강연을 통해 예술을 이야기하는 바바북스의 박수경 대표가 직접 쓴 책, 〈뭐야? 명화!〉 시리즈

자연풍경의 동식물과 곤충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섬세한 묘사에 스토리를 더해 아이의 자연친화능력을 키울 수 있고, 편견 없는 아이들에게 수동적으로 작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을 함께 보며 안목과 창의력,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겉표지, 메인표지, 면지, 어느 한 곳 빼놓지 않고 모두 명화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다. 명화를 그림책처럼 읽어 줄 수 있게 스토리텔링까지 완벽하다. 명화 자체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에 맞춰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또한 너무 마음에 든다. 다양한 동물을 찾기도 하고, 무슨 동물일까 맞춰보기도 하는 등 동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세밀화부터 추상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담고 있어 아이들은 다양한 동물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은 작품소개를 보며 한번 더 찾아보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직은 가장 익숙한 강아지 그림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우리 집 아기에게 그림을 보는 안목, 창의력을 길러 줄 바바북스 그림책들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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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의 약속
이진휘 지음 / 인티N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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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의 약속] : 이진휘

뇌출혈로 쓰러진 후 온몸이 마비된 연인을 돌봐온 10년의 기록
절망 속에서 지켜온 한 사람을 향한 약속과 기다림

2014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온몸이 마비된 연인 허수경 씨를 10년 가까이 돌봐온 이진휘 씨의 에세이이다. 저자와 수경 씨의 사연은 2018년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사람의 감동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이후의 두 사람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어디에도 소개된 적 없었다. 『긴 밤의 약속』은 방송 이후 저자가 처음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써내려간 책이다. 책에는 해외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영화 같은 시작과, 수경 씨가 쓰러진 이후 달라진 두 사람의 일상, 10년을 이어온 간병 생활 속에서 한 개인이 느꼈던 절망과 불안, 그 긴 시간 속에서 저자가 발견한 사랑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그녀 곁을 지켰던 나날. 침묵이 빚어낸 순간들.
우리의 여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학 시절 스리랑카에 파견 복무를 하던 시기에 배낭 여행중인 수경을 만났다. 이 후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만난 두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연인이 되었지만, 2014년 수경이 뇌출혈로 쓰러지게 되고 '내가 살려주겠다' 약속한 진휘는 병원에 함께 머무르며 그녀의 재활치료를 돕는다. 온몸이 마비가 되고 말하는 것 조차 힘들어진 수경을 위해 글자판을 만들고, 함께 기념일을 챙기는 등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나간다.

“나는 살아있어. 살아나고 싶어.”

자유를 꿈꾸는 배낭 여행자였던 수경은 마비된 몸으로 아직 살아있다고, 살아나고 싶다고 온몸으로 외친다. 진휘는 수경과 절망에서 도망치지 않고 함께 그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수경이 쓰러진 지 10년 후, 수경은 퇴원하여 부모님과 함께 살며 통원치료를 하고, 진휘는 주중에는 기자로 일하고 주말에는 수경을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여전히 글자판으로 소통을 하고, 편의점 쇼핑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여느 연인들과 다를 것 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다.

"10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사랑은 말이 아닌 결심과 행동으로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진휘와 수경은 서로를 사랑하고 지켜주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 영화같은 그들의 사랑 방식, 절망 속에서 지켜온 한 사람을 향한 약속과 기다림. 두 사람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긴 여정이 계속 찬란하게 빛나기를 기도한다.

그녀를 이렇게 잃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수경에게 분명히 약속했다.
내가 꼭 살려주겠다고, 그 약속의 실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를 내 사람을 허무하게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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