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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 - 한사오궁 장편소설
한사오궁 지음, 문현선 옮김 / 책과이음 / 2019년 6월
평점 :
"언어 따위가 일찍이 다다른 적 없는 곳에도 삶이 존재할 수 있는지, 또 그와 같은 진짜 삶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 책은 언어 밖의 이미지를 써 놓았다. 1부는 다른 장면, 표정, 얼굴, 복장, 기타 사물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꼬집고 2부는 이미지가 우리의 운명에 어떻게 간섭하는지 고찰하며 3부는 이미지가 사회, 정치, 교육, 문명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탐색하고 있으며 4부는 언어와 이미지가 주고받는 방식 속에서 현대사회가 당면한 지적 위기를 희화적으로 짚어낸다.
이미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우리 삶에 특징적인 부호와 표지로서 우리의 기억과 감정, 운명에 개입한다. 작가는 침착한 목소리로 갖가지 익숙한 사물과 개념에 대한 세밀하게 분석해 준다. 암시는 어떤 사건의 의미이자 사전 검증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암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무시하곤 한다. 일종의 도피이자 은폐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무시된 채 지나가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
<암시>는 한사오궁 작가의 실험적인 장편소설로 북토크 모임에 참가하는 듯한 기분이 들며 작가의 이야기나 의견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 번만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꽤나 긴 시간 동안 함께 했고, 필사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나 역시 실험적인 책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