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히슬롭 지음, 노만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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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리스의 크레타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이다.

  알렉시스는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늘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기분을 갖고 살아간다.

  바랜 할머니 마리아 사진 뿐인 엄마의 베일에 쌓여진 과거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로 한다.

  그리스 여행을 떠나기 전, 알렉시스는 엄마가 자란 크레타섬의 플라카를 들렸다오기로 하자 그녀의 엄마는

  절친한 엄마의 친구인 포티니의 주소와 그녀에게 전할 편지를 건넨다.

  플라카의 타베르나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포티니에게 도착하고, 그녀의 입에서 그동안 감추어졌던 과거의 아련한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소설은 1930년대 과거로 돌아간다.

 

 플라카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스피나롱가 라는 섬이 있다. 스피나롱가는 나병환자들만 모인 섬이다.

 나병이 걸리면 추방하듯이 그 섬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미지의 두려운 공포를 일으키는 곳이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스피나롱가는 전혀 공포스러운 곳이 아니다. 오히려 플라카보다 더 조직적이고 민주적이고

 따뜻한 공동체 마을이다. 문둥이 처럼 끔찍한 사람이 아니라 겉보기에 전혀 정상인과 다를바가 없는 모습이다.

 작가는 실제로 스피나롱가를 여행 하면서 아름다운 건물과 화분들을 보고 깜짝 놀라 영감을 받았다. 

 또한 나병이 전염병처럼 끔찍하지도 않고 불치병이 아니라는 사실과 더불어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마리아는 나병이 밝혀지고 섬에 도착한날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으려고 했지만 훗날 그녀인생에 거기서 보낸 나날들이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병을 고치기 위해 직접 섬을 왕래하며 고군분투하는 의사들, 열악한 스피나롱가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놀랍도록 발전시킨

 섬 거주 환자인 파파트리우스. 약초재배로 환자를 고쳐주기 위해 노력하는 마리아와 끝까지 곁을 지켜준 아버지와 포티니.

  책은 엘레니와 기오르기스. 그들의 딸 마리아와 안나에 이어지는 가족과 그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그 중심에는 스피나롱가가 있다.

 

쾌락과 배신으로 치닫는 끔찍한 사건이 어떤 결과를 불러와 부끄럽고 꽁꽁 싸매고 싶은 과거가 되었는지. 딸 알렉시스를 통해 그 과거를 치유하는 엄마 소피아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책은 크레타 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리스의 햇빛과 석양, 제라늄과 라벤더 향기가 바람에 실려 전해지는 듯

하다. 그리스의 성일의 축제와 풍습들, 그리스 남자들의 기질 등이 자연스레 녹아있다.

서정적인 크레타 섬의 자연의 풍경과 과거의 사랑과 추억이야기가 불러오는 아련함 그리고 은근한 감동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중간지점에 있어서 더 실재같은 이야기같다. 

또한 그리스 여행을 하고 싶게 만들만큼 서정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폭포수 처럼 떨어지는 붉은 제라늄과 사파이어 색의 푸른 바다를 보러 크레타 섬에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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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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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멕시코 소설. 라틴아메리카만의 열정과 감각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굉장히 시각적이고 후각적이며 미각적인 감각을 자극하고 깨운다.

 티타는 "막내딸은 가문 전통에 따라 평생 독신으로 어머니를 수발한다"라는 악법같은 가혹한 운명에 묶여

 첫눈에 반한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한다. 대신 그는 그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하게 된다.

 

 부엌은 티타만의 독립적이고 신비로운 힘을 부리는 장소이다. 페드로와 언니의 결혼으로 받는 고통과 눈물

 욕정과 열망의 에너지원들을 음식에 쏟아붓는데 여기서 마법이 일어난다.

 티타가 만든 웨딩케이크를 먹은 축하객들은 각자 그리움과 추억의 슬픔으로 눈물을 쏟는다.

 페드로의 뜨거운 시선으로 온 몸과 정신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만든 "장미 꽃잎은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은

 둘째 언니 헤르트루디스는 열정에 못이겨 집을 뛰쳐나가 여자 혁명군이 된다.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의 요리법과 티타의 감정과 사랑이야기가 재미있고 로맨틱하게 얽혀있다.

 어른의 동화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총 천연색과 싱싱한 요리재료들, 향과 맛을 돋구는 요리법들과 장면마다 화려하게

 돋보이는 영상미가 환타지같은 느낌을 전한다.

 그리고 음식이 주는 오감의 풍부한 만족과 성의 에로틱함이 어우러져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하는것은 책 전반에 깔려있다.

 

 책은 요리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작품으로 페미니즘적인 문학이라고 한다.

 가문의 전통과 관습을 깨려고 노력하는 티타, 여성혁명군, 부엌은 더이상 소외된 공간이 아닌 자신만의 시공간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공간으로의 탈바꿈, 흑인의 피가 섞인 헤르트루디스를 통해 인종까지 언급하면서 페미니즘적 담론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멕시코 전통요리의 향연과 그 속에 깃들인 사랑의 에로틱한 감정과 진한 열정이 환상적으로 연출되는 독특한 책이다.

 1992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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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우먼
에일렛 월드먼 지음, 신정훈.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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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작가의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니만큼 여자의 감정과 심리가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와닿았다.

 변호사인 에밀리아의 가족관계가 주를 이룬다. 특히 그녀의 의붓아들 윌리엄에 대한 긴장과 껄끄러운 감정이 서서히 변화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부남 변호사 잭과의 결혼으로 5살 윌리엄에 대한 육아를 전 부인과 나누고, 학교를 데려다주며 아이와 부딪히는 일상이 그려진다. 때론 또래에 비한 조숙함에 당황하고 불편한 마음도 들지만 아이에게 잘 하려고 애쓴다.

 

센트럴파크는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면서 에밀리아가 많은 감정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낮이면 센트럴 파크에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 가득하다. 그곳을 헤쳐나가기가 에밀리아에게는 매우 괴롭기만하다.

얼마 전 태어난지 얼마 안되 아기가 죽은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후에 이곳에서 윌리엄과 산책하고 슬픔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죽은 아이를 기리는 추모걷기 행사를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산책하곤 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자신이 유부남과 결혼한 것과 아버지가 딸 뻘과 바람핀 것에 대해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갖고 있다.

아빠에 대한 배신과 애증의 감정, 남편의 전 부인 캐롤린과의 껄끄러움, 아기를 가진 엄마를 볼때마다 치미는 분노와

슬픔들 같이 에밀리아를 둘러싼 관계와 감정들이 세련되고 공감가도록 그려졌다.

 

책을 보면서 자기 아이도 키우기 힘든데 양아들과, 전 부인 캐롤라인과 때때로 부딪히는걸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유부남을

선택하는 것을 보며 사랑이 희생과 헌신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는 큰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엣가시처럼 불편했던 윌리엄이 은총이 되기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고 그 안에서 감정이 서서히 변한것이다.

 

30대 초반의 뉴욕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관계와 일상의 감정들을 매끄럽게 표현해낸 이 소설은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머릿속에 각인된 여러 장면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려졌는지 영화로 꼭 확인해보고 싶다.

 

삶의 찬란함은 우연한 아름다움 속에 찾아온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은총으로 찾아온다. 아이 하나가

당신의 삶에 가져다주는 계획하지 않은 마법같은 은총으로 말이다.

윌리엄 솔 울프, 내가 청하지 않았지만 뜻밖에 찾아온 나의 은총이여.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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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1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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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맹자, 아리스토텔레스, 윤리 하면 얼굴부터 찌푸리게 되는 지루한 학문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책으로 이렇게 딱딱하고 주입식 위주 인데에서 벗어나 흥미롭게 먼저 다가갈수 있도록

  쉽고 실용적으로 탈바꿈했다.

 

  거북이는 왜 달리경주를 했을까? 애초에 토끼에게 유리한 그 경주가 정당한 것인걸까?

 그럼에도 거북이가 이겼는데, 그렇다면 시합 중에 잠든 토끼를 깨우지 않는 거북은 공정한걸까?

 남의 불행을 담보로 한 승리가 옳은걸까? 

 주체적인 생각과 비판없이 그냥 텍스트에 의존하는거에 익숙했는데 이런식으로 신선한 발상으로 평소 어렵게 느껴지던

정의와 실천, 공리주의를 알아가보니 머리가 아닌 와닿는 감각으로 조금 깨달을 수있었다.

 

책은 그 외에도 문학, 서양철학,역사, 클래식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문학부분은 상투적인 것이 아닌 글쓰기에 대한 생생한 지식을 알려준다. 청소년들에게 직접 실천하게끔 하는 살아있는 문학을 접할 수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클래식에서는 소나타, 교향시 같은 형식과 시대별 바로크, 낭만주의 같은 복잡한 용어들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고전음악에 자연스레 관심을 유도하기 때문에 역시 청소년들이 공부가 전부가 아닌 교양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계기가 될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녀시대 윤아는 왜 이쁠까? 편은 진화론을 재미있는 접근으로 쉬운 설명은 좋았지만 크리스천으로써 조금 마음이

무거웠다. 학생들에게 진화론이 진리라는 것을 주입하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본다.

창조론을 지지하는 책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꽉막히고 답답한 사고방식을 유하고 창의성있게 바꾸려면 달리 생각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

남과 같은 욕구뿐이 아니라 남과 다른 욕구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함이 나와 나라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와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다가갈 수있는데 우리교육은 지루하고 억지로 구겨넣는식의 교육이 계속되는지 모르겠다.

쉽고 응용가능한 인문학 책으로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직도 인문학이 어렵게 다가오지만 꾸준히 도전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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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신 1 - 그들, 여신을 사랑하다, 개정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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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라(백제)의 담로국(속국)이었던 왜의 실제 여왕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픽션소설이다.

 일본황실을 확립했던 여왕은 역사적 기록이 적어 수많은 설들이 존재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국가의 여왕은 정말 신비롭고

매력적인 요소이다.

 당시 구다라에게 조공을 바치던 왜는 태양신을 섬겼다. 고도의 문명이 발달한 국가만이 섬기는 태양신이 한반도 보다

 수준이 낮은 일본에, 그것도 여성이라니.  작가는 이 의문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설 속 왜의 여왕이 된 히미코는 구다라의 천민 출생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한반도 출신의 무녀나 수로왕의 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기생출신 어머니로부터 사랑보단 넌 왕이 되어야돼 라는 세뇌를 받았다. 궁에 들어가 왕족에게 모진 천대와 외로움을 견뎌내면서

독해지고, 어떤 감정도 싸늘한 미소 뒤에 숨길 수있게 되었다.

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보호하고 감싸준 세자 와타나베의 그림자 같은 사랑. 속국 백제에서 왕자 의후와의 만남과 안타까운 사랑이  궁 내에 벌어지는 음모와 정치이야기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백성모두가 웃고 버려지지 않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히미코가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왕이 되서어서도

끝나지 않는 상처와 외로움의 심리가 매우 섬세해서 읽는 내내 몰입했던 것 같다.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에서 여인들이 권력을 탐하기 위한 혈투와 독살들도 이 책에서 볼 수있었다.

 

픽션이지만 실제 인물과 일본 신화인 아마테라스 오마카미 (태양신)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에 옛부터 전해지는

단오나 축제, 찹쌀떡, 7세가 되는 아이가 치르는 의식인 히모오토시 와 같은 일본 문화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있었다.

특히 먹을 게 없어 자기 아이를 가마솥에 삶아서 먹는 잔인하고 슬픈 마비키 풍습에 정말 놀랐다.

 

"어리석구나. 그런 일을 겪고도 아직도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어리석은 왕은 용서받을 수있지요. 똑똑한 신하를 두면 되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모르고 오만한 왕은 용서받을 수없습니다.

게다가 옹졸하기까지 하다면 왕의 재목은 못됩니다."

"건방지다. 네 어찌 왕의 됨됨이를 논한단 말이냐?"

 

 "제가 왕이 될 사람이니까요."

 

소설의 묘미와 매력중에 하나는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롤 보는듯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 중국영화 황후나, 연인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왕의 손금에 별이 있다는 말에 히미코가 칼로 하얀뼈가 보이도록

손바닥에 붉은 별을 새기는 극적인 모습이나 봄날에 흐드러지는 벛꽃을 산책하는 대목들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재미있고 독특하며 역사가 가미된 픽션 소설로 요즘 같은 봄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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