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는 앞으로 몇 년은 더 마음고생을 해야 조에 대한 사랑을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에 대한 사랑은 매일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갔다. 처음에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빨리 마음이 식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원래 알 수 없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시간과 본성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가 없다. 로리의 마음은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상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아물었다. 이제 그는 실연의 상처를 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억해내려고 애써야 할 지경이 됐다. 로리는 그런 자신이 혐오스럽고 자신의 변덕스러움에 경악했다. 실연의 충격이 컸는데도 이렇게 빨리 회복됐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우면서 안심도 됐다. 그는 이제 꺼져버린 사랑의 불꽃을 조심스레 뒤적거렸지만 불꽃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마음속에열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다시금 사랑의 열병에 시달릴 정도는아니었다. 결국 로리는 내키지 않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감사하기로 했다. 소년의 열정이 꺾이면서 차분한 감정으로 변한 것이다. 서글프고 아직 분노가 남아 있는 여린 감정이었다.하지만 그 감정도 시간이 더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고 남매 같은 애정만 남을 것이다. - P820
언젠가 그 강을 건너가면이미 건너 강가에서 나를 기다리는사랑하는 동생의 영혼을 만나영원히 함께할 수 있겠지.슬픔에서 비롯된 희망과 믿음은수호천사가 되어나보다 앞서 떠나간 동생에게로나를 이끌어주리라. - P810
"오빠는 꼭 자기 무덤 위에 드러누운 젊은 기사의 조각상같아." 에이미는 검은 돌에 새겨진 기사 같은 그의 옆모습을 세심하게 그리며 말했다. - P785
야기는 하나 마나다. 체호프는 다만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하는 것으로 소설을 끝내는데, 아마도 그들 스스로 운명을 바꾸지는 않았을 거라는 뉘앙스이다. - P62
사랑은 평범한 삶을 단숨에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바꾸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것이 중요해지고, 또 남에게 중요한 것이 아주 시시한 일이 되어 버린다. 안나가 딱 그랬다. -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