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 P9

윌리엄 윌슨이 그에게 여전히 추상적인 인물로 남아 있는 반면, 워크는 점점 더 생명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 갔다. 퀸이 빠져들게 된 자아의 삼각관계 속에서 윌슨은 복화술사였고 퀸 자신은 꼭두각시 인형, 그리고 워크는 그 일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기찬 목소리였다. 설령 윌슨이 허구였다 해도, 그는 다른 두 사람의 삶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 P13

내 이름은 피터 스틸먼입니다. 하지만 그건 내 진짜 이름이 아니에요. 내 진짜 이름은 미스터 슬픔입니다. 그런데 선생 이름은 뭐죠, 오스터 씨? 어쩌면 선생이 진짜 미스터 슬픔이고 나는 아무도 아닐 겁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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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P13

그는 자신이 소년을 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나 둘을 똑같이 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소년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아버지의 차가운 미소에 미소로 답하지 않았다.
- P30

‘그런데 난? 그리고 이 친절한 태도는 정말 역겨워. 남들은 이 친절한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고 칭찬하지. 하지만 난 그의 이런 친절함을 혐오해.‘ 그녀의 입이 굳게 닫혔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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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지르기라는 걸 해서 첫 번에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확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 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

- P23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밤에
두그릇 뚝딱 굴밥
- P109

주지 마 주지 마, 그렇게 말하고 모두가 조금씩 제 몫의 것을 나누어주었나 보다. 잠시 후 고양이는 사라졌다. 배가 부르니 제 처소로 간 모양이었다.
그제야 우리는 말간 토마토 장아찌로 남은 소주를 먹었다. 많이 먹었다.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 하얀 밤에.
- P116

오스카 와일드 식으로 이야기하면 언제나 착한 사람들이 있어서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모양이다.
- P137

한번은 송이버섯이 한 상자가 도착해 왔기에 전화를 해서 대뜸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
하니까 최도사 형이 천천히 말했다.
"나...... 벼룩 아니야. 그리고 나 네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 P140

"가톨릭에 황창연이라는 유명한 신부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그러셨어. 다리가 떨릴 때 말고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고이스라엘이나 이런 데로 성지순례도 떠나라고, 신자들이 ‘돈 없어요‘ 하니까 ‘애 학원 보내지 말고 그 돈으로 가요. 애 휴학시켜요, 지가 벌게. 그러면 여행 갈 수 있어요‘ 하셨어."
- P184

그러나 어느 날 박경리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마당에서 잡초를 뽑는데 어느 순간 뿌리가 뽑히는 잡초에서 진한 향내가 확 끼쳤다. 나는 문득 이것이 식물의 비명이고 피 냄새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는 구절을 읽고는 다시 한번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 P229

젊은 날의 고난은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한다는 말을 멸시했던 것은 내가 젊어서였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안다. 고난이 없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삶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심지어 식물에게도 없다. 고난이 없다는 것은 그러니까 죽음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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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픈 노래가 좋다. 그 슬픔을 싣고 흘러가는 멜로디의 기쁨이 좋다. 나는 즐거운 노래가 좋다. 그 즐거움을 따라가며 웃는 슬픔의 조용한 미소가 좋다.
- P236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흔히 그 사람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한다. 이 말은 얼마나 숭고하고 성스러운가. 하늘로 가는 건 승천이다. 승천은 성자만이 한다. 우리는 마지막에 모두 성자가 되는 걸까.
- P250

지금 여기가 아닌 것은 힘이 없다. 지금과 그때 사이에는 무한한 지금들이 있다. 그것들이 무엇을 가져오고 만들지 지금은 모른다.
- P252

걱정하지 마, 라고 주영이 말한다.
그래 걱정하지 않을게, 라고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면 무엇이 대신 남을까,
명랑성.
- P258

함께 슬퍼한다는 것, 그것은 반드시 함께 메마르는 것만은 아니다. 그건 그 슬픔의 크기만큼이나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 일이기도 하다. 오얏나무의 풍성한 열매는 왕상을 가엾이 여기는 오얏나무의 슬픔이었다.
왕상은 그걸 알았고 오얏나무를 사랑했고 그래서 오얏나무를 껴안고 목 놓아 울었던 것이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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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어가야 절이 나오나요?"
라고 물으면 촌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자뿌리고 그냥 가소. 그라면 나오니께......"
- P182

소멸은 안타깝지만 덧없음이 없으면 저 빛나는 생의 찬란함 또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니 물속의 물고기야 울지말자. 그래도 울고 싶으면 도래하는 생의 찬란함을 환대하는 기쁨으로 울자꾸나.
- P203

응어리는 이미 둔 바둑판처럼 남겨두기로 하죠.
- P212

천상병은 노래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러니 바람아 씽씽 불라고......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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