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은 단출해요."
"몇 명인데요?"
"당신이랑 나요."
"에?"
"아직은요. 몇 번 거절당했어요."
시내의 말은 이랬다. 우리의 모임은 속삭이는 모임.
- P15

포기하고 맥주들 홀짝였다. 시내는 누가들을세라 아주 은밀하게 규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는 금세 의기양양해졌다. 아무래도(방금 만들어낸 것 같은) 그 규칙이 몹시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 P16

"중요하지 않아도 속삭임으로써 중요해져요.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허투루하는 말은 없는 거죠."
- P18

어떤 사람이 아주 별일 이라고 생각하는 무엇이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별일이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라는게 발생하는 거다. 세상 어디에서든 문제는일어나기 마련이니까.
- P45

"잽을 받았으면 날릴 줄도 알아야지!"
수자의 말에 시내가 물었다.
"누구한테요?"
"세상한테!"
- P48

"이게 버스킹이에요?"
"수줍은 사람들 맞춤 버스킹."
- P53

그럼에도 모아가 시내와의 만남을 지속했던 건 시내의 마음이 좋았고 모아 또한 병들어 있었고 더불어 지금 이 세상에 어디 하나 병들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P59

세상 대부분의 것은 해결할 수 없는문제로만 구성되어 있으니까. 모아 또한 그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어떤 때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느 바다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 P71

"1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하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숨 쉬는 두리. 이윽고 또 입을열었다.
"그게 여러분이라 다행이에요."
- P88

어쩌면 시내는 자신이 살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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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계좌에 있던 돈이 3백만 원 남짓이었다는 건 도준의 기억 속에 없었다. 도준이 기억하는 자기 돈은 1억 3천이었다.
- P63

"고작 다섯 번 연속으로 짝수가 나오는 일이어떻게 사기인가? 그들 모두의 죽음은 독립시행이다. 그들의 운명을 내가 조작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 운명을 조작할 수 있다면 그냥 너 하나의 운명을 조작해버리지, 네까짓 게 뭐라고 너하나 때문에 여럿의 운명을 조작하겠는가?"
- P65

하지만 사실, 벨도 이게 이 정도로 대박이 날줄은 몰랐다. 그래서 진심으로 인간에 감탄했다.
"정말 인간은 대단히도 어리석은 존재구나."
- P113

이 소설에서 악마는 인간에 대한 열렬한 탐구자이며, 인간의 최대 이해자일 수밖에 없다.
- P117

예를 들어 사랑과 돈은 결과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가치들이며, 인간성에 대한 낙관적 이해만큼이나 과대평가된 것들이다. 그런데 인간성에 대한 이 낙관적 기대를 포기한다면? 인간은 그렇게 어렵사리 미래를 지향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 P119

이제 파우스트적인 인간상을 대변하는 ‘의지‘는 오히려 철저하게 개인화되어서, 다른 사람의 불행조차도 자신의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활용된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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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주택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 나카 도시하루 (지은이), 이정환 (옮긴이), 박창현 (감수) 안그라픽스 2025-03-06, 296쪽, 건축이론

🏘 책을 읽으며 이렇게 어려운 책은 우유의 역사, 주기율표 나왔던 책 이후로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면 모임도 무엇을 얘기해보겠다가 아닌 이 책에 대해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조금이라도 무지를 좁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모임에 참여한 다른 분이 초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책이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어릴 때 동네 구멍가게가 커뮤니티 역할을 하며 구심점을 이루던 시절을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이 책을 극한 이론서로만 읽었다는 실수를 인지했다. 그리고 같이 나누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쉬워졌다.

🏘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동네 주택가마다 커뮤니티가 있었다. 모임에 내게 깨달음(?)을 주신 분 말씀처럼 대표적인 건 동네 구멍가게. 우리집은 내동생과 내 이름 한 자씩 따서 ‘선민슈퍼‘라는, 절대 슈퍼가 아닌 순도 100% 구멍가게를 했었다. 가게 앞 평상은 동네 사랑방. 그때는 도시락 밥도 서로 빌리고 빌려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밥을 빌리다니, 상상도 못 할 얘기다.

🏘 주택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슈퍼를 접고 이사 온 복도식 ‘삼익아파트‘. 지금 내 나이보다 많은 그 아파트는 여전히 인천에 존재하는 낡은 아파트지만, 어릴땐 나름 준수했었다. 역대급 더위라는 여름, 사람들은 복도에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먹었다. 에어컨도 없었지만 선풍기도 두 개씩이나 있는 건 생각을 못 했던 시절. 사람들은 복도를 지나갈 땐 가장자리로 깡총깡총 넘어갔다. 심지어 가장 덥다는 날엔 돗자리를 펴고 현관을 열고 복도에서 자기도. 그러니 커뮤니티가 어떤 장소가 아니라도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지 (???).

🏘 지금이야 주택도 드물고 아파트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계단식이 거의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예전 같은 진짜 커뮤니티는 없다. 커뮤니티 대신 공동체라고 쓰기엔 어쩐지 무거운 느낌이기도 하고. 아, 공동의 적이나 불만사항이 있을 경우 커뮤니티는 활발하다. 단체 하자 보수 요구라던가, 뭐 이런 식이라면. 그래도 최근 아파트는 커뮤니티 센터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있는데, 구축 아파트나 주택은 확실히 공동의 무언가는 떨어진다.

🏘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겨울에 눈이라도 치워야하니 나쁜 상황으로라도 활발한 편이다. 관리비도 같이 거두어 분리배출과 관리비로도 써야하고. 다른 곳보다 많은 편이지만, 어느 누구도 총대 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너무 활발한 커뮤니티는 부담스럽다. 이사 초기 활발하던 단톡방이 지금은 여러 이유로 조용해져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중.

🏘 스머프마을은 만화에만 가능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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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 P5

살아가는 동안에는 살고
죽을 때가 되어서는 죽는 것을 받아들여야겠지만
인간 없는 세상은 차라리 평화로울 수 있다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 P38

새로운 대륙에 닿기 직전
더 새롭고 알 수 없는 세계로 떠나버린 그들은
삶 속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 P54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 P67

은행 금고에는
저당잡힌 감정과 생각과 시간 들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미래의 시간도 거기 갇혀 있을 것이다
- P74

그러나 위령비 뒷면의 비문은 아직 읽을 수 없다
진실은 연꽃 벽화로 덮여 있다

하마터면 그 연꽃이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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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밥부터 먹는 거라고 배웠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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