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공적 공간‘이고 무엇이 ‘사적 공간‘인가. 이는 본래그곳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그들이 아닌 행정기관이 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이다.
그래도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이 작은 중정을 행정의 관리 공간이 아닌 주민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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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는 그렇게 믿었다. 홀려버렸기 때문에, 제발로 금줄을 넘어왔기 때문에 자신이 귓것들이 부리는재주에 속아 넘어갔다는 걸 예감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무시했다. - P18

"그야 당연히 목숨값이죠. 지전 대신 낼 수 있는걸로 목숨만한 게 없죠.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주 넉넉해 보이는뎁쇼."
- P29

믿음이란 그런 거잖아.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필요하지 않잖아. 고양이로 바뀌어버린 이상 이 그림도네가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  - P36

나는 내가 아직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니, 어째서일까.
- P94

나는 겨우내 해수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몰랐다. 아버지와 이별하는 순간을 준비할 때처럼 비밀스럽고도 열렬하게.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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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공적 공간이고 무엇이 사적 공간일까. 양쪽은 어떤 관계일까. 그 관계는 그 장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자신이 정해야 한다. (관료제적) 국가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가족공동체와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는 그런 관계였다.
- P41

공동체적 영역이 필요했던 이유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가게, 즉 장사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가게들이 하나하나 모여 집합을 이뤄 공동체의 영역을 구성하고 있었다. 한 가게만이 번영을 누린다고 해서 그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근처 가게도 함께 번영을 누려야,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돌아야 비로소 외부로부터 손님들이 기대를 안고 찾아온다. 따라서 가게의 주인은 단순히 자기 가게뿐 아니라 마을 전체를 항상 신경쓰고 배려해야 했다.
- P42

주택 내부에 틀어박혀 주변에 사는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내부의 행복(프라이버시)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웃에 누가 살건 그들과 함께 산다. 함께 산다는 것은 주변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주거 형식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주거 형식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이야말로 주택을 만드는 방법(설계)의 문제다. 그렇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면 될 뿐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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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은이), 김화영 (옮긴이) 책세상 2023-11-07, 512쪽, 프랑스 소설

🐁 고전 페스트가 코로나 시대에는 더 많이 공감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난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정작 전염병의 시대가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을거라고 아예 생각이 바뀌었다. 그 상황이 공포스러운 건 기본적으로 죽음.그러나 죽음이 전부인 건 아니다. 나는, 우리는 무엇이 무서웠을까. 그 많은 공포도 어느 순간 무뎌지고 누군가의 삶을 하찮게 여겨도 당연해지는 세상. 그 세상은 정말 인간이 제일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 어떤 것과 단절된다는것은 생각보다 공포스럽다. 산다는 건 죽음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 살려면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전염병의 시대는 가난하다. 경제도 정신도 지탱할 것이 점점 약해진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더 많이 무서워 진다. 그럼에도 소설 페스트는 보잘것 없는 존재가 된 평범한 사람들이 연대한다. 감동적이거나 극적인 것과는 멀게 조금은 건조하게. 그렇게 우정이 시작되고 서로를 믿고 연대를 한다. 끝까지 대단한 드라마는 없고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지만, 결국 서로를 지킨다.

🐁 시스템이 통제되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나온다. 혹은 반대로 시스템이 무너지더라도. 리외(리유)처럼 무심한 듯하면서도 성실하게 관찰하는 사람, 타루처럼 적극적으로 연대를 하려는 모습, 랑베르처럼 도망가려는 사람, 또 랑베르처럼 처음에 도망가려했지만 결국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사람, 코타르처럼 불행을 이용하려는 사람, 파늘루 신부처럼 징벌을 받는것이라 말하는 사람...등등. 나는 어떤 모습일까.

🐁 전염병이 휩쓴 사회는 슬프고 고통스럽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재난이 징벌이라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상한 사람이 아닌 제법 정상적이고 심지어 착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많이도 놀란다. 그럼에도 이런 재난같은 상황에 전염병의 최소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실제 코로나 시절 많은 자연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회복된 게 요즘 다시 망가졌을지도. 인간에게는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지구적 관점에서는 회복의 시간이었을지도.

🐁 소설 속 장면마다 작가가 드러낸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읽었을지도 모른다. 카뮈는 타루를 통해 묻는다. 너의 삶에서 너가 앓고 있던 페스트는 무엇이냐고. 갑작스런 질문에 진지해지지만, 언제나 카뮈는 어려운 질문만 하기에 난 바로 대답 하지 못한다. 규칙적이고 성실한 재난은 언제고 찾아온다. 소설속 페스트가 어느날 갑자기 물러났지만 언제고 다시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의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내 자신의 페스트도 언제고 올 수 있겠지. 그 재난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 나누고 싶은 구절들

🌱 ˝네.˝ 타루가 끄덕거렸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리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 됩니다.˝
190p

🌱˝그런데, 타루.˝ 그가 말했다. ˝뭣 때문에 이런 일에 발 벗고나서지요?˝
˝저도 모르죠. 아마 제 윤리관 때문인가 봐요.˝
˝어떤 윤리관이지요?˝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193p

🌱 그때까지는 자기들의 고통을 한사코집단적인 불행과 떼어서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두 문제를 섞어서 생각해도 좋다고 여기게 되었다. 기억도 희망도 없이, 그들은 현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변해버렸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265p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야말로 나의 온 힘과 정신을 기울여 바로 그 페스트와 싸운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끊임없이 페스트를 앓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362p

🌱˝그렇지만 말입니다. 나는 성인들보다는 패배자들에게 더 연대 의식을 느낍니다. 아마 나는 영웅주의라든가 성자 같은 것에는 취미가 없는것 같아요.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그저 인간이 되겠다는것입니다.˝
368p (타루)

🌱노인의 말이 옳았다. 인간들은 늘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그들의 힘이고 순진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리유는 모든슬픔을 넘어서 자신이 그들과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42p

#페스트 #알베르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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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 P82

그러면 모든 게 얼마나잔인하고, 얼마나 무의미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삶이란 눈 먼 운명의 신이 만들어 내는 비극적인 실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 P84

그걸 내가 어찌 알겠어. 때로 인간은 아주 작은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눈앞의 사건과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나 기분이 흐르기도 하지. 
- P88

선생님은 소설가시니까 그가 변한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겠죠?
"세상에 인간의 본성처럼 복잡한 게 없는데, 그걸 내가 어찌 알겠어?"
- P149

"사랑은 항해에 서투르기 때문에 바다에 나서면 약해지지. 이사벨과 래리 사이에 대서양이 놓이게 되면, 배를 타기 전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던 아픔도 실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닫게 될 거야."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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