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구나.그녀의 얼굴은 그믐달처럼 파르스름하게 여위어 있었다.그렇게 다들 없어지는 거구나. - P207
사랑이라는 게 만약 존재하는 거라면, 그 순간순간의 진실일 거야. 순간의 진실에 대해서 물은 거라면 당신을 사랑해.하지만 영원을 믿어? 있지도 않은 영원이라는 걸 당신 힘으로 버텨내려고? 버텨내볼 생각이야? - P208
특히 예민하고 모가 난 사람들은 관계에서 갈등 상황에 놓일 때 부딪힐 수밖에없다. 하지만 ‘난 원래 그러니까‘ 하고 넘기는 것과 어떻게든 달라지려 애를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모가 튀어나올 때그것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 P22
모든 사람이 모를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모난 사람들‘의 세상이며, 모난이들끼리 만나 서로를 다듬으며 치유해준다.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 - P55
길거리에서 오래 서성이며 차곡차곡 쌓아간 인터뷰가 100명을 향해갈 무렵,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언어화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배울 점이 있다는 믿음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 P198
앞서 설명했듯 편집은 재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적·심리적. 논리적 거리와 간격을 조정하는 일이다. - P211
에디터는 어떻게든 관여하고 설득한다. 끝끝내 소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에디터 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 P221
그 여자는 알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의 이런 면을 알까.스스로의 논리 속에서 자신의 입장이 완벽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면을 알까. 그것이 그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강박인 것을 알까. - P162
살다 보면 너한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있을 거다.....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후회되는 날이. 그날이 빨리 오면 좋은거고, 너무 늦게 오면 후회해도 늦은 거고. - P170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 - P174
어느 날 그는 빗방울이 전선에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한꺼번에 바꾸었다. 그러니 정말 흥미 있는 이야기는 그 뒤에 비로소 시작되지만, 일단 이이야기는 그가 전선의 빗방울을 보기 전까지이다. - P177
그러므로 애초에 길이라는 것은 결코 끝나는 법이 없으며 ‘끝‘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지어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 그가 이 직장에 들어와 사년을 지내는 동안 깨달은 사실이다. 끝이라는 것이 지어낸 생각일 뿐이라면 길이라는 것 역시 지어낸 생각일 뿐일까? 아마그럴 것이라고 그는 짐작한다. - P182
뒤이어 나에게 엄습해온 것은 더욱 뜻밖의 것으로, 마치 강한 파도가 가슴을 치는 듯한, 여름 한낮에 한 바가지 냉수를 뒤집어쓴 것 같은 후련함, 후련하다 못해 일말의 자유까지 느끼게 해주는 통쾌함이었다. - P112
치밀한 성격의 그는 예상치 못했던 사소한 일로 평정이 무너져버리곤 했다. 그 무섭도록 철저한 성격의 내면에 어떤 불안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그랬을까. - P127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의 흉터 때문에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이제 그 흉터 때문에 그를 혐오하고 있었다.그의 흉터가 다만 한 겹 얇은 살갗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다는 것이 내 마음의 얇은 한겹까지 벗겨내주지는 못했다.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