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질린 표정으로 겨울밤거리를 헤매고 있는그곳의 나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추운 여름을 지나 이제 나는 괜찮다고. 이곳에서 여전히 답을 찾아 헤매는 중이라고. 너처럼 그 음악을 들으며 무서워하면서도 희망한다고. 하지만 달라진 점도 있어. 이제 나는 천국과 지옥을, 고통과 푸른 하늘을 구분하려고 애쓰지 않아. 

- P165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가장 미워하는 사람. 내가 화를 낼 수 있는 상대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
- P171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소극적이고 게으른 생각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당위로 뒤바꾼 사람들. 
- P182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외로워했다. 쓰러졌다. 실패했다. 나를 방치했고 폐쇄했고 가느다란 틈으로 엿봤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다. 계속 들을 것이다. 이정표 삼을 것이다. 향기처럼 감각할 것이다. 그럼 계속 외로울 수 있다. 방황할 수 있다. 거듭 길을 잃어도 찾을 수있다. 아니, 만들 수 있다. 
- P185

다시 폭우가 쏟아집니다. 방이 어두워집니다. 비 그친뒤 세상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당신이 그곳에서 잘 지내길 기도합니다. 기도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 이 사랑이 당신에게 폭우의 빗방울 하나로 가닿을 수 있길.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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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퇴고는 그렇다. 아무리 아파도 삭제할 수 없는문장이 있다. 견딜 수 없다고 지워버리는 순간 나를 향해 치솟는 분노.
- P130

진짜 절망했다면 계속 쓰지 못했을 것이다. 한때 나는 살고 싶어서 글을 썼다. 이제는 더 나아지기 위해서 쓴다. 소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나에게는 소설이 필요하다.
- P131

불행의 정의는 ‘행복하지 아니함‘입니다.
흔하고 사소한 불행.
겨우 이 정도의 불행.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불행의 반대말은 다행입니다.
다행의 정의는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
흔하고 사소해도 언제나 반가운 다행. - P137

나는 사랑이 필요하다.
당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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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 하나라면 아무리 요동치더라도 우주에 오직 당신뿐이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비로소 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외로웠을까요? 완전한 존재로서, 혼자로서.
- P73

E=mc‘이란 수식은 아름답고 무섭다. 마치 우주처럼. 문제풀이의 시작이면서 끝이란 느낌을 준다. 나는 방금 ‘느낌‘이란단 어를 썼다. 과학에 쓰면 안 되는 단어다. 물리학을 모른다는 뜻이다. 앞의 방정식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럼에도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건 빗속에서 뛰어놀던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아름다움과 비슷하다. 
- P78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이 다르다는 것. 나는 그 사실이 좋다. 한 가지 이론으로 모든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그사실에 안도한다. 측정이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는 이론은 나의 정서를 설명해준다. 
- P79

엄마의 여름날은 언제인가요.
- P89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그러니까 그건 귀순이에게 건넨 내 인생 최초의 직접적이고도 포악한 사랑 고백이었다.
- P99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가장 늦게 드러나 제일 오래 흐를 것이다. 살면서 사랑을 부지런히 모았다.
지금 내겐 사랑이 있다. 이제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이젠 내가 엄마를 사랑할 수 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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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자꾸 아플까,
아프니까 사랑이겠지 생각하다가
당신도 오늘의 나는 처음이겠구나 생각을 고쳐봅니다.
그러니까 이건 새로운 사랑이야.
그리고 오늘은 새로운 하루.
- P24

매일 밤 일기를 썼다. 문장으로 나를 헐뜯고 파도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파도의 빛, 파도의 유려함. 파도의 기품. 파도의 뒷모습. 나의 초라함. 보잘것없음. 나를 포박하는 짙은 우울. 복잡하고 아득한 감정을 돌에 새기듯 썼다. 유사한 문장은쌓이고 쌓여 어떤 감각이 되었고 판화처럼 내면에 남아버렸다. 
- P29

내 속의 너무 많은 내가 ‘별일 아닌 것‘으로 넘겨버린 일을 누군가는 신기하게도 기억한다. 아무리 살아봐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듯 살아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일들이 있다. 삶은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서 동시에 존재하는 커다란 직소퍼즐이다. 지금 겪는 일의 의미를 나는 아직 모른다. 언젠가 이 일과이어지는 퍼즐이 나타날 것이다. 의미는 채워지고 해석은 달라질 것이다.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어질 수 있다. 기억한다면, 기다린다면, 섣불리 버리거나 봉인하지 않는다면.
- P36

그러므로 4월은 슬프고
몇 년 전 이맘때 알아버렸습니다.
봄은 내게 ‘아름답다‘에서 ‘아름답지만은 않다‘로 기울었고언젠가는 봄의 아름다움 자체에 무심해질 날이 오리라는 것.
- P54

나는 미움을 미뤘습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요.
- P56

기다리던 계절인가요.
실컷 울어도 좋겠습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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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보내는 스무 가지 약속
(예비 엄마아빠가 아이를 위해 쓰고 그린 이야기)
구아바 (지은이), 시니 (그림) 구아바북스 2020-04-10, 154쪽, 에세이

🧚‍♀️엄마가 뱃 속에 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리며 쓴 책 (아빠는 그림)을 럭키북페어에서 만났다. 흥미로우면서도 예쁘다 싶었던 건 목차와 글의 방향. 목차는 한 살부터 스무 살까지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는데, 글은 태어나지 않은 딸이 해마다 그 나이가 될 때 해주거나 같아 하고 싶은 일들을 담았다. 나무 심기라던가 자전거 타기, 친구들과의 파티 같은. 제목의 의미를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 엄마, 아빠가 궁금해진다. 아이가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것 보다, 캠핑 도서관 영화관 여행 등을 자신의 계획으로 할 수 있는 삶을 만들려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 시절의 친구와 경험 (심지어 상처까지)은 오롯이 아이의 시간이기에 조언을 하되 최대한 간섭하지 않으리라 한다. 대한민국 교육 세계관서 쉽지 않은 약속. 그리고 아이가 믿음을 갖길 바라고 인권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약속한다. 아이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 심지어 아이가 그 주인공이라도 응원하겠다는 약속에서는 대단하다는 말하기에도 부족한 먹먹한 느낌.

🧚‍♀️ 나는 아이가 없기에 책을 읽을 때엔 내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의 이해와 연대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러나 읽다보니 엄마가 자녀에게가 아닌, 나 혹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 주는 약속이어도 좋을 내용들이 많았다. 아주 소소한 것이든 어떤 것이든 취미를 가지길 바라는 챕터에서는, 취미가 자신을 이해하고 아껴줄 힘이 되어준다고 엄마는 말한다. 그리고 한참을 멈출 수 밖에 없는 말이 이어 나온다. 취미는 자신을 위로하고 나 자신을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이라고. 그리고 인연과 인권, 주도적인 마음은 내가 우리가 자신에게 말해도 좋을. 우리 모두는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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