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은이), 김화영 (옮긴이) 책세상 2012-06-20

🍊 현대 사회는 거짓말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뫼루소 같은 사람이 조직에 있다면 사회성이 없거나 극 아웃사이더로 취급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적절히 잘한다고 해서 성격이나 사회성이 좋은 건 아니지만. 뫼루소는 그럼에도 나름 사람들과 잘 지내고, 나름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걸 보면 사회성이 없거나 아싸도 아니다. 미국판 서문이 정확한 묘사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뫼루소는 삶을 간단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 이방인의 첫 문장이 추후 소설 에 끼친 영향이 많을 듯. 와..정말. 십 여년 전 읽었는데 왜 기억이 안나는 것인가. 뫼루소. 그렇게 아무것도 엮이지 않고 살았는데도 인생의 갑작스런 소용돌이에... 별장 초반까지만 해도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에세이 느낌이었는데 갑작스런 1부의 엔딩은 과히 충격적이다.

🍊 약 십여년 전에는 분명 이 책이 어렵고 지루하기 짝이없었는데, 2부를 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일단 읽고나서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때보다 문해력이나 지식이 늘어난 것도, 감성적이 된 것도 아닌데 받아들이는 게 왜이리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였던 게 아닐까 싶다. 하나는 그 때엔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바쁜 반면 지금은 퇴사 후 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미래와 관계와 평판에 상관없이, 어쩌면 답답함을 떠나 너무 위험할 정도로 뫼루소가 지금의 본인 감정, 사실만 입각해 말한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과 두려움이었다.

🍊 부록으로 실린 작품해설 세 편이 본문 작품보다 길고 어려웠다.. 어쩐지 알베르 카뮈 조차 내 작품이 그런 의미였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심오한 해설의 바다에서 어느 순간은 감탄하고 대부분은 헤매고 있을때였다. 두 번째 해설 피에르-루이 레의 해설에서, 작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혹은 반대로 작품이 뒤늦게 갖게 되는 의미들을 서로 구별짓는 다는 구절을 읽다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왜 지금 내가 작품해설을 읽어야하는지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친절하고, 고맙게도. 해설은 각자의 몫이지만 해설을 읽고나서 <이방인>을 다시 읽어보고, 세 달전 읽었던 일부 뒷부분을 완독치 못한 카뮈의 에세이 <결혼.여름>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작게 결심했다.

🍊 메모해 둔 구절이 너무 많아 좀 추렸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특히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건 삶을 좀 간단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들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뫼르소는 겉보기와는 달리 삶을 간단하게 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지 않는다. 
7-8 (미국판 서문)

🌱그냥 이야기 속에서는 잘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인물이 연극 무대의 세찬 조명 아래서는 완전히 무너져 앉아버리는 수도 있는 것입니다. 
11 (이방인에 대한 편지 - 이방인을 연극으로 각색하여 상연하고자 하는 계획에 대한 카뮈의 회신)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21 (첫문장)

🌱잠에서 깨어나자 나는,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었을 때 왜사장이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는지 그 까닭을 알아차렸다.
오늘이 바로 토요일인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여태껏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셈인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사장은 자연히 내가 그렇게 되면 일요일까지 합쳐서 나흘 동안 쉬게 될 것을 생각했을 것이므로, 그것이 그의 마음에 탐탁하게 여겨졌을 리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엄마의 장례식을 오늘 치르지 않고 어제 치른 것은 내 탓이 아니고, 또 다른한편으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나는 어차피 쉬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바도 아니다.
39

소감: 무려 프랑스는 1940년대 중반에 이미 주 5일제가 있었구나! 새삼 놀래며 그래서 저 단락을 통으로 가져왔다. (사회생활 초기, 주 6일 근무하던 사람임..)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런 소리를 사장에게도 한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그만두었다. 그런 말을 해본댔자 무의미한 일이었다. 어차피 사람이란 조금은 잘못이 있게 마련이니까.
저녁때가 되자 마리는 모든 일을 다 잊어버렸다. 
41

🌱그때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어머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45

소감: 아니 왜 1940년대 유럽이나 현대의 무기력한 직장인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인가...

🌱조금 뒤에 마리는 나에게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나는 대답했다. 마리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60

🌱그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그러고는 벽을 통해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로, 나는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65

소감: 뫼루소가 무조건 감정에 무딘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영감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반려견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

🌱나는 사장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으나, 나의 생활을 바꿔야 할 하등의 이유도 찾아낼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봐도 나는 불행하진 않았다. 학생 때에는 그런 종류의 야심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학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 그러한 모든 것이 실제로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는 것을 나는 곧 깨달았던 것이다.
68

🌱잠시 또 묵묵히 있다가 그녀는 말하기를,
나는 이상스러운 사람이라고, 아마 그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바로 그 같은 이유로 내가 싫어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69

🌱그리하여 짤막하고도 요란스러운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한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던 바닷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그 굳어진 몸뚱이에 다시 네 방을 쏘았다. 총탄은 깊이, 보이지도 않게 들어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88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게 없다는 것, 조금도 다른 게 없다는 것을 그에게 강조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은 결국 별로 소용이 없는 일이고 또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
94

🌱그는 여전히 좀 피곤한 표정으로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진정한 후회라기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귀찮음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99

🌱그때 나는 바깥 세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산사람이면 감옥에서 백 년쯤은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추억할 거리가 있어 심심하지는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건 유리한 일이었다.
109

🌱한나절이 얼마나 길고 동시에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기는 물론 길지만 하도 길게 늘어져서 하루는 다른 하루로 넘쳐서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는 거기서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110

🌱그렇다. 그것은 이미 오랜 옛날 내가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던 그런 시각이었다. 그러한 때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언제나 가볍고 꿈도없는 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인가 달라져버린 것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일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이제 내가 다시 만나는 것이 나의 감방이니까 말이다. 마치 여름 하늘 속에 그려진 낯익은 길들이 죄없는 수면으로 인도해 갈 수도 있고 감옥으로 인도해 갈 수도 있는 것처럼.
129

🌱그때 나는 검사의 말을 이해하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그가 ‘그의 정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리였을 따름이다. 
132

🌱지금의 나의 관심거리는 메커닉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불가피한 것으로부터 빠져 나갈 길이 있을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143

🌱그들이 새벽녘에 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나는 밤마다 그 새벽을 기다리며 지낸 셈이다. 갑자기 놀라는 것을 나는 언제나 싫어했다. 
148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너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쳐올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
157

🌱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생애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쳐서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157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왜 인생이 다 끝나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생애를 다시 시작해보는 놀음을 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생명들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 근처 거기에서도, 저녁은 우수가 깃들인 휴식시간 같았었다. 그처럼 죽음 가까이에서 엄마는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마음이 내켰을 것임에 틀림없다. 
159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주고 희망을 가시게 해준것처럼,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159

🌱즉 그의 주인공은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도덕적인 사람도 부도덕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범주는그에게 어울리지 않고 그는 다만 작가가 부조리라는 이름을 할애하는, 매우 특이한 종류에 속한다. 
164 (해설, 장 폴 사르트르)

이 문제들은 17세기 이래 메마르고 단견적(短見的)이며 관조적인 - 이것은 매우 프랑스적인 면이지만-이성을 가진사람들이 지적해온 것으로써, 고전적 회의주의의 흔해빠진 단골 주제로 쓰이던 것이다. ‘연약하며 반드시 죽게 마련인 우리들 조건의 이 자연적인 불행, 너무나 비참해서 그 문제를 조금만 자세하게 생각해보아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게 될 불행‘ 에 대하여 강조한것은 파스칼이 아니었던가? 
165

🌱그러나 그의 진정한 스승들은 딴 데있다. 그의 추론 방식, 그의 생각의 명쾌함, 에세이스트다운 스타일의 양태, 어떤 종류의 음산하면서도 태양이 밝게 비치며, 정돈되어 있으면서 엄숙하고 동시에 황량한 정서 등 모든 것이 한 고전적인 인간, 지중해적 인간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167

그의 독창성은 바로 자기 생각의 극한점에까지 밀고 나가는 데 있다. 
167

🌱《이방인》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증명하는 책도 아니다. 부조리의 인간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한다. 카뮈는 다만 제시할 뿐, 원래가 정당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그것을 정당화하려고애쓰지 않는다. 
171

부조리한 것으로 우리에게 소개하고자 했던 이 세계, 세심한 배려를 다하여 인과율을 제거한 이 세계 속에서는 가장 조그만 사건조차도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든 요소들 중에서 주인공을 범죄와 사형 집행으로 몰고 가는 데 기여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도 없다. 《이방인》은 부조리에 대하여,
부조리에 반대하여 창작된 고전적 작품, 질서 있는 작품이다. 
192

이야기란 설명하고, 재현함과 동시에 정돈하며 시간적으로 진행된 앞뒤 관계에 인과율의 질서를 대치시키는 것이다. 카뮈는 이것을 ‘소설 roman‘이라고 명명했다. 
193

🌱얼른 보아서는 소설과 관계가 적은 것 같은, 1937년 8월의다음과 같은 메모. 흔히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두는 곳(결혼, 출세 등)에서 삶을 모색하는 사내. 그런데 그는 돌연, 유행잡지의 카탈로그를 읽다가 자신이 얼마나 자기의 삶(유행잡지의 카탈로그 속에서 고려되고있는 그런 삶)과 무관한 존재인가를 알아차린다.
200 (카뮈와 이방인, 피에르-루이 레)

비록 이야기는 일 년에 걸쳐 있지만 실제로 서술된 이야기 내용은 모두가 여름철, 더 정확하게 말해서 6, 7월에만 진행된 일들이다.
213

남는 것는 어떤 유리창을 선택하느냐이다. 여기서 선택된 유리창은 ‘이방인‘의 의식이다. 실제로 그것은 하나의 투명체이다. 그 의식이 보는 것이면 우리들에게도 다 보인다. 다만 그 의식은 사물에 대하여는 투명하고 의미에 대해서는 캄캄하게 되도록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218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뫼르소의 태도는 사장에게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결혼에 대한 그의 무심한 태도는 마리를 놀라게하고 그의 몇 가지 행동들은 변호사를 당황하게 만든다. 작품의 형식-즉 앞에서 설명했듯이, 어떤 바라보는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따라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 형식-으로 인하여 생긴 ‘인물‘
의 이해 곤란한 면에, 이번에는 이 인물이 노출시켜주도록 되어 있는
‘인간‘의 심리적 난해성이 추가된다.
226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인격의 핵심이다. 저마다 말로 대가를 치르려 하고,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 드는 세계에 대하여 그는 이방인이다. 뫼르소는 이중인격자가 되는 것을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실제 됨됨이와 상치되는 외관과 언어를 거부한다. 뫼르소가 유죄선고를 받은 것은 바로 언어의 코미디를 연출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231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왜 자신의 불행을 예감했는지(˝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설명하는 일이다. 살인사건이 저질러지는 정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자신이 어떤 고의적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균형을 본의 아니게나마 파괴했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233

인간은 ‘자연‘ (혹은 본연의 모습)과 혼연일체가 될 때 다른 인간들에 의하여 이방인으로 규정된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227

🌱그러나 작자가 명백하게 의도했던 의미들과, 작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때로는 그 의도와는 반대로 작품이 뒤늦게 갖게 되는 의미들을 서로 구별짓는 것이 비평의 여러 가지 목적들 중 하나다.
240

 기이하게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가장 성과가 적은 쪽은 그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뫼르소에게 그의 인격을 계시하여 주는 것과 동시에 그 인격을 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심판사가 그를 개종시키려 할 때 뫼르소는 귀찮다고 느낀다. 부속사제의 행동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고 끝내는 그를 폭발시킨다.
241

최근 미국의 여론은 감방 안에서 회고록을 쓴 어떤 사형수의 편을 들었다. 그 사형수에게 재능이 있다고 해서 죄가 덜어지는것일까? 그 일화와 《이방인》은, 어떤 사람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거의 필연적으로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기에 이른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준다. 우리는 사형집행인의 역할은 맡고 싶지 않은 것이다. 
247

🌱그러나 이러한 유머는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사람들이 자기를 재판에서 따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뫼르소는 거의 의식적으로 그 불의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255

어느 날 어떤 비평가는 말했다. 위대한 시는 항상 ‘자연의 감각과 정신적 감동 사이의 혼연일체‘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이방인》의 끝에 가서 뫼르소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바로 그 혼연일체다. 자신을 충만하게 의식함으로써 뫼르소는 또한 시인이 되는 것이다.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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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사회
한병철 (지은이), 김태환 (옮긴이) 문학과지성사 2012-03-05, 128쪽, 사회학일반

#인천독서모임
#밀린독서기록정리중
#책사는속도는읽는것보다빠르고
#기록은읽는것보다느리다

🍊 한병철 교수의 다른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보고 산 게 벌써 몇 달이 되었다.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 책을 좀 기록을 남기고 읽어야지를 벌써 몇달째. 예전 읽은 <피로사회>메모해둔걸이제서야 통합해서 기록중🥲

🍊한 해전, 작년 이 맘 때쯤 독서모임에서 각자 읽고 나눈 때였다. 이 때 정말 갑작스럽게 사직서를 내게 되고, <피로사회>를 읽었던 시기와 겹치던 시기였다. 책내용이 확장되어 사직서에 영향을 미쳤는지, 쓰고 보니 그런건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 책이 얼마나 절절하게 다가왔겠는가. 난 반 자의적, 반 타의적이었음에도. 사직서가 수리되었으나 아직 회사른 다니던 시기는 마침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읽고 있었다. 느낌으로 알겠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닌 잠시 멈춰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고 접을 건 접고 접고 정말 해야할 건 하라는 책이다. 제니 오델의 책과 내용도 묘하게 이어졌다. 희미해졌지만 두 권 모두 격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 책은128쪽으로 짧은데 그나마 미주를 제외한 본문은 75쪽 까지며, 뒤는<우울사회>라는 인문/사회 또 다른 글이 있고, 역자후기(저자 한병철 교수는 한국사람이나 독일 대학의 철학교수로 독일어로 썼기에, 서울대 독문학과 김태환 교수가 번역을 했다)도 분량이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 책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읽고 나면 이 얇은 책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으나(정확히는 아니고 애매하게), 읽는 동안은 너무 어려웠다. 얇다고 접근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 요즘의 사회, 특히 한국사회는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다는 긍정의식을 스스로 세뇌시킨다. 환경과 스스로 만든 성과사회에서 피로도는 높아만 가고, 좌절감과 우울감이 높아진다. 얼마전 <신경 끄기의 기술>작가 마크 맨슨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한국에 관한 영상을 올렸고, 나 또한 이 주제로 아주 짧게 글을 쓰기도 했는데...모두 납득이 가는 그런말에 책을 읽으며 내 사직환경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다만 스스로 만든 것 외에 한국사회는 성과를 다 하지 못한 과정과 결과를 극심히 비판하고,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내 안의 한계를 끌어낸다. 이게 위험요소가 있지만 오히려 박수를 받으니. 나 또한 스스로에게 한 말중 많이한 게 ˝이런다고 인간이 쉽게 죽지 않아˝였다.

🍊 희미해지는 기억을 부여잡고 마음에 남았다고 우겨보는 문장들.

출판사 책소개
독일 최고 권위지〈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극찬한 책. 저자 한병철은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서양 철학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 속에 동양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새로운 종류의 문화비판가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자아와 타자 사이의 적대성 내지 부정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그러한 부정성이 제거된 사회,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20세기 후반 이후 일어났다는 것이다.

🌱「피로사회』는 2010년 가을 독일에서 출간되었고, 출간되자마자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이 책이 시대의 뇌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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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성과사회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이 책의 테제였다. 자기 착취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로서 타자 착취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린다. 그러한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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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치명적일 수 있는 훨씬 더 큰 폭력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약간의 폭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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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자기 자신이 되어야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성과를 향한 압박이 탈진 우울증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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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생하고 가속화할 따름이다.
벤야민은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과 시간의 둥지가 현대에 와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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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니체가 표명하는 것은 바로 사색적 삶의 부활이다. 이는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저 긍정하는 수동적인 자기 개방이 아니다. 사색적 삶은 오히려 몰려오는, 또는 마구 밀고 들어오는 자극에 대한 저항을 수행하며, 시선을 외부의 자극에 내맡기기보다 주체적으로조종한다. 아니라고 말하는 주체적 행위를 통해 사색적 삶은어떤 활동과잉보다도 더 활동적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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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원래 그만둔다는 것을 뜻하는 안식일도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염려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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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것처럼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과 함께 노동도 가져다주었다. 성과주체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믿지만 실은 프로메테우스처럼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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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사회의 호모 사케르는 절대로 죽일수 없다는 점에서 주권사회의 호모 사케르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을 지닌다. 이들의 생명은 완전히 죽지 않은 자들Untote의 생명과 비슷하다. 그들은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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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개론서들이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경영자입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을 한병철은 ‘당신은 당신 자신의 자본가이며 착취자입니다‘라고 읽는다. 
127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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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해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P188

소설을 쓰면서 약한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싫었다.
소설도 사람도 전부 다 싫게만 느껴졌다. 한동안 안 쓰고 안 읽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니까 울지도 않았다. 다 잊어버린 척 열심히 연기했다. 그러다가 한 번쯤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한편에 품고서 살았으니까.
- P190

소설을 쓴다는 건 조금씩 시간을 유예하는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P190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상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미움의 연쇄로까지 이어진다. 현철은 모두가 가볍게 치부해버린 폭력의 상흔이 정말로 사소한 일이 되어버리지 않게끔, 그리고 자신의 "다음번 "만은 지켜내기 위해, 비참함을 무릅쓰고 정산을 시작한 것이다. 
- P194

반려자가 하물며 반려동물이라도 있어야 해. 서로 보듬어주고 보살펴줄 그런 존재가! 죽고 싶다 생각했다가도 내가 저거 때문에 못 죽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해주는 거. 
- P204

정현은 다 때려치우고 싶다거나 죽고 싶다가도 그래도 저건 다갚고 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죽으면 어차피 다 끝인데 그걸 왜 굳이 다 갚으려는 건지 스스로가 이해 안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현은 빚진 것 없이 깨끗하게 죽고 싶었다. 자신의 부채를 언제나 부모에게 떠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 P206

정현은 공공장소에서 크게 소리를 질러대며 싸우느라 자신의 속사정을 동네방네 소문내버리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자신이 여태껏 살면서 그만큼 화가 난 적이 없었기때문일 뿐이었다는 걸 정현은 그때 깨달았다. 
- P213

합리적인 셈법으로는 도무지 취합되지 않는 자료들이 정현의 마음에는 많이 남아 있었다. 그 자료들은 정현이 단호한 결정을 내리려 할때마다 정현이 계산해놓은 결과값들을 죄 뒤섞어놓았다.
- P216

마침내 0이 된 기분. 정현은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하게 무섭기만 해서 그저 0인 채로 오래 있고 싶었다.
- P229

우리 모두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진실이기를 바라는 쪽을 지지하는 데 익숙한 자들이니까......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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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의 속되고 척박한 마음에도 신앙이라는게 자라난다면 그 씨앗은 ‘보편‘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모든 것에 두루 미치고 통한다‘는 의미의 이 단어가 주는 울림이 살면 살수록 커진다.
- P141

나에게는 하나뿐인 하루, 하나뿐인 삶이 저이나 그이도 겪었던 반복적인 패턴의 재현일 뿐이라 생각하면 쓸쓸하다. 
- P142

시간차는 있을지언정 우리에게 공평히 깃드는 무엇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사랑과 우정과 문학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내게 소설을 나누는 일은 나의 개별성과 우리의 보편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가장 덜 기만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 P144

소중한 대상을 잃어버린 인간은 애도의 과정을 통해 상실감을 극복하고 현실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며, 이때 상실의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유나 이상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애도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인간은 슬픔의 과정을 계속 되풀이하는 멜랑콜리(melancholy) 상태로 빠져든다. 
- P149

작은 하자나 불편 사항도 말 꺼내지 않는 편이 항상 나았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혹은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반의 가정하에 우리는 그 부탁에 대한 체력을 아꼈다.
- P156

그렇게 아무렇게 불쑥불쑥 꺼내도 미울 만큼의 미움을, 나는 잘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은 어떤 것일까. 시시해 보일 만큼 자연스럽고 명이 긴 미움은 어떤 것일까. 
- P168

정확히 잘 기억이 안 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돈이 아까워서 앞에서 미안한 척하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그건 너무 쉬워. 미안하다고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진짜 조건이고 뭐고. 사진 다 뿌리고 죽여버릴 거니까.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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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자가 명백하게 의도했던 의미들과, 작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때로는 그 의도와는 반대로 작품이 뒤늦게 갖게 되는 의미들을 서로 구별짓는 것이 비평의 여러 가지 목적들 중 하나다.
- P240

 기이하게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가장 성과가 적은 쪽은 그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뫼르소에게 그의 인격을 계시하여 주는 것과 동시에 그 인격을 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심판사가 그를 개종시키려 할 때 뫼르소는 귀찮다고 느낀다. 부속사제의 행동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고 끝내는 그를 폭발시킨다.
- P241

최근 미국의 여론은 감방 안에서 회고록을 쓴 어떤 사형수의 편을 들었다. 그 사형수에게 재능이 있다고 해서 죄가 덜어지는것일까? 그 일화와 《이방인》은, 어떤 사람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거의 필연적으로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기에 이른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준다. 우리는 사형집행인의 역할은 맡고 싶지 않은 것이다. 
- P247

그러나 이러한 유머는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사람들이 자기를 재판에서 따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뫼르소는 거의 의식적으로 그 불의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 P255

어느 날 어떤 비평가는 말했다. 위대한 시는 항상 ‘자연의 감각과 정신적 감동 사이의 혼연일체‘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이방인》의 끝에 가서 뫼르소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바로 그 혼연일체다. 자신을 충만하게 의식함으로써 뫼르소는 또한 시인이 되는 것이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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