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하고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그는, 막상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건네 오자, 마음이 초조하고 불쾌해졌다. 이런 혐오감은 낯선 인물이 그의 개성을건드리거나, 건드리려고 할 때 그가 늘 품게 되는 감정이었다.
- P24

물론, 거기에는 당신의 일반적인 상거래, 즉 양편에게 모두 이익이 되도록 비용도 똑같이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했겠지. 반반씩부담하자는 개념 말이야. 속담에도 있듯이 기쁜 일은 함께 하고,
어려운 일은 각기 해결하고 말이야. 
- P67

이런 맏아들을 위해서는 설사 딸이라도 어떻게 희생시키지 않을 수 있겠나! 오 사랑스럽고 어리석은 이들이여! 왜 우리는 소냐가 당한 운명을 거부하지 못하는 걸까! 소냐, 소냐 마르멜라도바, 세상이 존재하는 한, 소냐는 영원하리라! 그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치러야만 할 희생을, 그 희생이라는 것을 충분히 계산해 본 것일까? 그랬을까?
할 만했다는 말인가? 이익이 있다는 판단이 섰단 말인가? 현명하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너, 알겠느냐, 두냐. 소냐의 운명이 루쥔씨와 함께하는 너의 운명에 비해 더 추악할 것도 없다는 것을…..
- P70

루쥔의 아내가 된 청결함과 소냐의 청결함은 다 똑같은 거다. 어쩌면 너의 것이 더 나쁘고 추하고 비열할 수조차 있다는 사실을 넌 알고 있니? 두냐.
왜냐하면 네게는 얼마간 안락한 생활을 해보려는 타산도 숨어 있겠지만, 소냐의 경우에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냐, 그 청결함은 아주 비싸다, 아주 비싼 거다. 
- P71

갑자기 그는 어제 마르멜라도프가 제기한 질문이 생각났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게는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 한군데라도 필요한 거니까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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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한 걸음, 자신의 새로운 말,
이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너무 중얼대는구나. 이렇게 말만 너무 많이 하니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니까 지껄이기만 하는 거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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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는 ‘믿기지 않겠지만‘ ‘믿을수 없겠지만‘ ‘믿기 싫지만‘ ‘믿을 수밖에없었지만‘이란 말을 거듭했다. 그와 헤어지고돌아오는 길에 너는 믿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무언가를 온전하고도 완전하게믿는 게 과연 가능할까. 얼마나, 어디까지 믿어야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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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저씨는나를 보자마자 딱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 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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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덥고 환한 날이다.
- P9

얼마 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면 돼? 아빠가 말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말해. 어차피 늘 그러잖아.
- P15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다.
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 P27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P28

그런 다음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 P30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 P69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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