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고 댓잎엿이 먹고싶다면 일부러 에치고까지 가서 사다드려도 좋을 만큼 훌륭한 분이다. 할멈은 내가 욕심이 없고 솔직한 성격이라며 칭찬했지만, 칭찬받은 나보다 칭찬하는 당신이 훨씬 더 훌륭한 인간이다. 기요 할멈이 보고 싶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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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공허함 말이다. 이 어둠은 나를 두렵게 한다. 나는 정말 두렵다. 그런데 이것은 차분하고 조용한 두려움이다. 불안함이없는 두려움. 하지만 나는 진실로 두렵다. 
- P26

그래, 내가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그들을바라보고 있다. 아니, 내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가, 어쩌면 이것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속의 장면일지 모른다. 
- P55

이 숲속에 있는 건 나다, 나는 이곳에 혼자 있다. 그렇다. 이 숲속에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너무 피곤하고 춥다. 그래도 주변이 조금 환해지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 P61

한 숨 또 한 숨, 어느 순간 숨이 사라지고,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호흡하는 무를 빛처럼 뿜어내는 반짝이는 존재뿐이고, 어느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우리다. 각각의 순백 속에서.
- P80

그럼에도 이 작품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는 한 인간의 미묘한 생각과 정서를 그리는 데, 어두운 단조와 밝은 장조를 적절히 섞어가며 시각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포세만의 문학성과음악성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옮김이의 말)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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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두사람에게 그토록 중요했던 그 문제는, 두사람을 충돌시키고 분노를 불러오며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보이기를 요구했던 그것은,
이렇게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이후 1년 정도 더 만났을까? 이별은쉬웠다. 
- P11

그의 말투에서 ‘참 한갓지고 팔자가 좋다‘는비아냥거림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너는 어느정도 그의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준다는 심정으로 숙박권을 양도받은 것인데, 그 마음을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너의 선의는 지워졌다.  - P18

너는 이번 여행에서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과연 숨을 수 있는 사람인가‘ ‘얼마나철저하게 숨을 수 있을까‘ 너는 그것을 알아보려고 이곳에 왔다. 
- P21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 P31

사실을 말하면 공허함만 남을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했다. 의도치 않았던 거짓말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은 너는 죄책감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끼며 와인 한잔을 더 청한다. 

죽은 새가 되어 땅에 묻힌 것만 같다.
새뿐이겠는가. 숱한 죽음이 묻혔을것이다. 땅속뿐이겠는가. 우주 또한 생명 없음으로 가득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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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동네책방 빈칸놀이터의 6월 소설책을읽어요요!
요요님이 고르신 책.
읽기를 너무 너무 잘했다.
배명훈 심사위원님 말씀처럼 한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작품들이 다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거짓말 아니고 전부.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냥...





🍊 김멜라 작가 - 이응 이응

소문으로 듣던 심상치 않은 소재(?)와 우려(?)와는 다르게 편하게도 읽어나간 단편이었다. 할머니와 보리차차에 대한 그리움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데, 이응이 뭔가 19금이나 발칙한 느낌이 아닌 그리움 자체로 느껴지는 나 자신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마지막은 이응 내에서 뇌파로 느낀 것인지, 진짜인지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알 수 없어도 괜찮다란 생각이 든다. 책의 처음처럼 이름만 진짜와 가짜가 있는 게 아니고, 또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내게 든 작품은 그저 ‘그리움‘이었다. 아직 작품해설을 읽기 전인데 이러다가 작품해설과 동떨어진 얘기면 다소 당혹스럽겠지만, 그렇다해도 뭐 무슨 문제가 있을까.

작가노트를 읽는 것도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듯 했다. 소설을 읽고 나서의 에필로그 느낌이 아쉽게 끝난 소설에 대한 보상 같았다.
해설의 시공간과 뫼비우스띠 그림은 살짝 당황. 좋은 의미 나쁜 의미 모두. 항상 평론은 생각하지 못한 걸 보게 해주어 고마운 마음과, 각자의 느낌은 다 다르기에 정답은 아니라는 마음을 둘 다 갖게 한다.

🌱 잃어버린 화살을 찾으려면 같은 방향으로 한번 더 활을 쏴야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었다. 오래 고민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것이 맞나 틀리나 긴가민가할 땐 똑같은 짓을 한번 더 해봐.˝
10

🌱 다울어버리지 말고 울고 싶은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울고 싶은 자신을 바라보라고 했다. 그런 복잡한 설명을 들으면서 차갑고 새콤한 오미자물을 마시면 내 슬픔은 어리둥절한 눈을 한 채 나에게서 멀어졌다. 
31

🌱
왜 목소리에는 주름이 있을까. 내 얼굴에 닿던 할머니의 손과 그 감촉. 
하도 떠올리다보니 맛도 느껴졌다. 칼칼한 고춧가루 향.
물엿처럼 달고 끈적거리는 온기, 고사리나물처럼 쓴맛이 맴도는 할머니의 당부. 
보리야,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
41


🍊 공현진 작가 -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제목만 보고 이번 수상작품집에서 제일 기대되었는데... 읽어보니 나의 기대는 탁월(?)했다. 못하는 자들 (사람, 동물 등등 모두 포함),애매한 자들, 익숙하지 않은 자들, 답답한 자들에 대한 다정함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엔 난 엄청난 성취주의자이고, 나의 발전에 뿌듯해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의 발전에도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런 편안함이 들었다. 그러다 모든 자들은 각자의 어떤 한 부분에서는 다들 어느 정도는 어리숙하지 않을까란 의심이 들다가,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처지이니 서로에게 다정해야만 하는게 아닌지 생각이 확장되었다. 조금은 서글프게, 조금은 다행스럽게, 조금은 따뜻하게 말이다.

<이소 평론가 - 그러므로 갈 수 있는 만큼 가보려 합니다> 는 소설의 연장선.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다음 이어질 구절이 반드시 냉소적이라 믿지 않는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제 책을 같이 있는 구름소다님의 질문에도 내가 생각한 답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텐데, 멸망할 세상이 예쁘고 아름다웠던 것이길. 더 그립고 더 슬플수 있도록.‘을 남겼었다. 어느 누구는 어차피 내려올건데 산을 무엇하러 올라가냐고 한다. 난 내려올 것을 알기에 올라간다. 어차피 죽을텐데란 우울하고 슬픈 말에는 ‘그렇기에 사는 게 의미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 소설로, 이 한줄의 해설로 충분히 내 지금을 위로 받았다.

🌱네가 왜 난리냐, 라는 말을 듣고 주호는 그러게 내가 왜 난리일까, 싶었다. 
84

🌱힘을 빼는 거면 빼는 거고, 주는 거면 주는 거지. 그게 바로 균형이라고 강사는 말했다.
남들은 어떻게 이런 균형을 어렵지 않게 잡을까.
86

🌱희주는 반짝이던 도시가, 사람들이, 색색의 거리들이 물에 잠긴 모습을 상상했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같이 떠내려가는 것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희주는 생각했다.
91


🍊 김기태 작가 - 보편 교양

곽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본다. 좋은 교사인가? 학생을 진심으로 생각하는가? 위선일까, 아닐까? 다소 비현실적인 사람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일까? 모두 다 어느정도 걸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식을 탐독하는 사람이지만, 정말 지식을 탐독한 사람인지 그것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지으려던 무의식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곽에게 공감도 가고 옹호하고 싶다. 곽의 진심도 느껴진다. 제일 불편한 건 내 모습에도 좋은 것이던 아닌 것이던 곽의 모습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 불편하다, 불편해.

🌱제한적으로 이해하더라도 한 권의 책을 손에 쥐는 경험은 유의미하다.
119

🌱지적 호기심은 커녕 생에 호기심을 잃은 듯한 학생들을 깨우다 지친 날, 사실 주체성이란 드문 자질이 아닌지,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영위하려는 꿈과 끼가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다는 믿음은 미신이 아닌지 의심했다. 
123

 🌱하지만 나의 속되고 척박한 마음에도 신앙이라는게 자라난다면 그 씨앗은 ‘보편‘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모든 것에 두루 미치고 통한다‘는 의미의 이 단어가 주는 울림이 살면 살수록 커진다.
141-142 (김기태 작가노트-보편적인 메모)


🍊 김남숙 작가- 파주

김남숙 작가의 파주는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다. 이런 짧은 줄거리에 많은 이야기와 입장, 감정, 관계와 대립을 담을 수 있다니... 이 소설을 기획할때도 쓸때도 작가는 힘들고 불편하고 그럼에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독자도 그랬다. 읽는게 쉽지만 어렵고 불편했다. 그럼에도 읽을 수 밖에없는 게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가한 가해자의 행동도 누군가에게 너무 힘들게 받은 피해자의 견딤까지도 강도의 문제지 모두 경험했던 것 아닌가. 심지어 그런 관계를 제 3자의 눈으로 때로는 죄책감을 느끼며 때로는 정죄하는 모습도 한 번쯤, 아니 몇 번이나 말이다. 이 간단한 줄거리가 많은 걸 담은건 내가 그런 독자들의 하나가 되어 그 소설 속에서 작가와 같이 허우적 대기 때문이다.

🌱작은 하자나 불편 사항도 말 꺼내지 않는 편이 항상 나았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혹은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반의 가정하에 우리는 그 부탁에 대한 체력을 아꼈다.
156 (김남숙 - 파주)

🌱그렇게 아무렇게 불쑥불쑥 꺼내도 미울 만큼의 미움을, 나는 잘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은 어떤 것일까. 시시해 보일 만큼 자연스럽고 명이 긴 미움은 어떤 것일까. 
168(김남숙 - 파주)

🌱정확히 잘 기억이 안 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돈이 아까워서 앞에서 미안한 척하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그건 너무 쉬워. 미안하다고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진짜 조건이고 뭐고. 사진 다 뿌리고 죽여버릴 거니까.
170(김남숙 - 파주)


🍊 김지연 작가 - 반려빚

아주 오랜시간 빚을 갚으며 느꼈던 감정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빚때문에 인내심과 성실함, 책인감이 생겼다면 그나마 다시 경험할 생각이 절대 없던 무참히 쓰러지던 나날의 다행스러움이라랄까. (주담보가 여전히 있으니 빚이 없는 건 아니지만,대한민국에서 주담보는 빚경력에 들어갈만한 것도 아니니). 상당히 정말 상당히 오랜시간 동안 내가 잘못한 빚도 아니라는 억울함, 내 월급 한 번만 마음놓고 쓰지 못한다는 억울함, 정작 나는 누구에게 차마 빌리지 못하고 김 이나 뜯어먹는 (이 시기엔 ‘날 김‘만큼 싸고 포만감 넘치는 게 없었다) 삶에 대한 억울함이 컸는데... 시간이 계속 지나다보니 작가노트에 나온 것처럼, 내 노력과 유능한 대응도 모든 운이었더라.

그러니 억울하다고 할 것도 없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억울하다고 난리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지금도 돈이 없어 난리치고 하면 안 될 행동과 선택을 하는 주위를 보면서, 반려빚 작품은 나름의 예방주사, 조언, 위로, 공감을 조금씩 하는 듯 하다. (작가님은 스스로 만드셨지만 반려빚이란 용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친근하게 쓰는중. 회사에서도 위에 선배가 후배들에게 말한다. 너의 와이프도 가족도 너를 돌아보지 않을 때, 너의 대출만큼은 너 무덤까지 따라가며 함께할거라고. 그러니 회사생활이 힘들면 대출을 받아라. 그 빚이 너를 강하게 할 것이다, 라고...... 막말 같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하는 마음이다. 이런.)

🌱반려자가 하물며 반려동물이라도 있어야 해. 서로 보듬어주고 보살펴줄 그런 존재가! 죽고 싶다 생각했다가도 내가 저거 때문에 못 죽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해주는 거. 
204

🌱정현은 다 때려치우고 싶다거나 죽고 싶다가도 그래도 저건 다갚고 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죽으면 어차피 다 끝인데 그걸 왜 굳이 다 갚으려는 건지 스스로가 이해 안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현은 빚진 것 없이 깨끗하게 죽고 싶었다. 자신의 부채를 언제나 부모에게 떠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206

🌱마침내 0이 된 기분. 정현은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하게 무섭기만 해서 그저 0인 채로 오래 있고 싶었다.
229


🍊 성해나 작가 - 혼모노

혼모노의 뜻을 몰라 찾아보니 의외로 쉬운 단어였다. ‘진짜‘. 내 취향이 아닌 소재인데도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다.

성해나 작가님 작품은 장편소설 하나만 읽어봤는데 지금 이 글의 분위기와 분위기가 사뭇달랐다. 잔잔하고 잔잔했는데, 혼모노는 장수거리를 하는 마지막에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판이 벌어지고,계속해서 수면 아래 긴장이 있다. 문수는 마지막 진짜가 된 것인가. 나는 진짜의 삶을 살아본적이 있는가. 무당의 이야기인데 왜 가까운 이야기 같을까 불편했는데, 해설을 보고나서 뒤늦게 그 이유를 알았다. 그냥 문수가 아니고 무당이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내 이야기였다.

작가님 다른 작품 <두고 온 여름>을 읽으면 같은 작가님 작품인지 의아함을 넘어선 경악. 심지어 북토크서 본 성해나 작가님 완전 귀요미인데... 난 편견 대마왕인가.

🌱수상한 기미라도 있었다면, 어떤 조짐이라도 보였다면 납득이라도 할 텐데 그들은 그저 떠났다. 언질도 없이 홀연히.
257 (성해나 작가 - 혼모노)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무얼 알겠냐만은 큭큭, 큭큭큭큭.
281

🌱인생은 계획하고 예측한 대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뭐가 되든 될 거라는 격언이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는 것도.
283 (작가노트 - 케세라세라)


🍊 전지영 작가 - 언캐니 밸리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작품 <쥐>가 인상적이란 얘기를 듣고도 못 읽어봤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그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친절한 전개의 진실이 궁금하다. 짜증나는데 빠져들게 한다.

내가 느낀 짜증의 진짜 감정을 이제서야 알았다. 혐오였다.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혐오가 아닌 그 이상한 집착과 관찰. 부잣집 사람들의 이상한 채용. 테러를 당한자의 공감되지 않는 행동.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은 채 빠지게 하는 전개. 김건형 평론가의 말처럼 나는 무엇이 가장 두렵고 불쾌한 것인가. 그 마음은 점점 나를 닮을 때 느껴지는 언캐니 밸리이니.

🌱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은밀한 혐오. 
지난 십여 년 동안 나는 견뎠다. 나카스 거리에 서 있던 순간을 떠올리면, 못 견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견디는 건 옳은가.
익숙해지는 건 필연인가. 나는 아직 답을 몰랐다.
308

🌱 그러나 오 년 만에 다시 이 소설을 마주했을 때, 나는 사랑보다 혐오에 대해 더 오랜 시간 생각해야만 했다. 그녀의 잘린 가슴도 별장에서 느낀 불편함도 결국에는 혐오라는 감정에 가닿았다. 
328 (작가노트- 가까스로 할 수 있는 말)

소설을 발표한 후에도 주인공 ‘나‘가 담을 넘고 나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주 상상했다. 지금의 결말이 최선이었을까. 가끔 후회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어제 쓴 글을 두고 오늘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을거라는 예감이 든다.
329


🍊 심사평

심사평을 읽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니. 독서모임에 온 편안하고도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다만 그 사람들이 수준이 높다!) 공감하고 배우고 비판(?)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소설을 읽을 때엔 다 너무 좋아 빠지며 읽었는데, 심사평을 읽다가 알았다. 젊은 작가상은 지금의 트렌드와 대한민국을 알게 해주는 좋은 작품상이지만 그럼에도 그들만의 세상을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 또한 있구나. 동감했다.
그럼에도 심사평을 보고 젊은작가수상작품집 중 못읽은 걸 찾아읽고 싶다는 결심을 다시 하게 되었다. 심사평... 이건 참여하고 싶은 독서모임

🌱그런 점에서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소설만이 할수 있는 대답을 내놓는 소설이다. 
342 (심사평)

🌱순문학 장르 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그 많은 작가가 다뤄지지 않는지 의아했다.
어쩌면 이 상은 한국문학이 겪고 있는 가장 치열한 변화를 포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문학상에서 거론되는 일이 거의 없는 작가이니, 이 진단이 공감을 얻지 못한다해도 더 말을 얹을 자격이나 의무는 없다고 본다. 그저 심사를 맡은 사람의 의무로 한마디를 덧붙일 뿐이다.
356

🌱
나도 그들과 함께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갈 수 있는 만큼씩이라도, 
물을 밀어낼 수 있는 딱 그만큼씩이라도 사라져가는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고, 이 소설은 끝내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360

🌱이 소설은 여전히김멜라의 고안과 발명들로 반짝이면서도 그간의 어느 작품보다그리움과 사랑과 상실의 정서들로 감정과 감각을 흔들어놓는 소설이었다. 소설을 다 읽었을 때 가장 오래 남은 단어는 포옹도 이응도 아닌 차차였다. 시간을 품은 부사 차차.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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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삼국의 경쟁
이근 (지은이), 극동만화연구소 (옮긴이), 문철영 (감수) 예림당 2019-02-01, 256쪽, 학습만화

🍊 정세랑 작가의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읽다가 시대적 배경지식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겁게 말고 가볍게 상식적인 수준을 알고 싶었는데, 그 때 머릿속에 든 건 바로 와이 시리즈! 예전에 친구가 와이 시리즈를 아이들과 읽는데 어른에게도 좋다고 들었고, 이 들은 이야기를 또 다른 친구에게 전하기도 했었다.

🍊 와이 시리즈. 음 얼마만에 읽는 학습만화인지. 좋았다. 그런데 만화라고 해서 휙휙 넘어가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글도 많고 가볍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만화기에 또 무겁지만도 않다. 다만 아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삼국시대에 이어 조선도 보고, 아예 와이 과학편이나 다른 편까지 완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을 위한 책 같은데...

🍊 문득 등장인물 미소처럼 미래의 인물이 타임슬립한듯이 과거로 돌아가, 여전히 미래의 지식을 안채로 역사를 현재로 보았다면... 그랬다면 공부를 열심히 했겠다 싶었다... 책 앞에는 유명한 학자들의 말이 실려있다.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할까요?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 -투키디데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에드워드 카

역사는 모든 것을, 미래까지도 가르쳐 준다. - 라마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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