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이 기분 좋은 소설 중간에 미친병이 등장하여 이 삶을 뒤흔들고 파괴했다. 엄마는 흐느껴 울면서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고 내게 속삭였다. 엄마는 그 방법이 훨씬 낫다고 내게 소곤댔고, 나는 엄마를 믿었고, 두 눈을 감은 채, 광기 이전의 우리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엄마의 말에 안심했다. 
- P157

 마치 엄마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듯, 살아 있기라도 한 듯, 괜찮다고, 당신을 이해한다고, 모든 게 잘될 거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 번은 겪어야 할 불운이었다고, 곧 서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계속 말을 걸었다. 
- P159

어떤 거짓말은 진실보다 늘 더 큰 힘이 있다. 나는 이게 끝이라는 걸 알았고, 이제야 엄마가 내 침대에서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래서 나는 울었고, 펑펑 울었고, 어둠 속에서 눈을 뜨지 않았던 내가 원망스러워서 울었고,
또 엄마가 말한 해결책이 자신이 사라지는 것임을, 우리와 작별하는 것임을, 골방에서 비명을 질러대며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힐 일도, 당신의 끝없는 집착과 비명과 소란을 더 이상 감당할 일도 없도록 훌쩍 떠나는 것임을 일찍 깨닫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서 울었다. 난 그냥, 모든 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울었다. 
- P160

나는 엄마가 영원히 잠들고 싶었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잠을 자야 자신의 괴물에서 헤어날 수 있었고, 발작의 순간에 우리를 편하게 해줄 수 있었으니까. 엄마는 단지 늘 평온하기를 바랐다. 엄마는 그런 결심을 했고, 비록 슬픈 방법이었지만 나는 엄마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걸 받아들여야 했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면.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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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내가 겪은 실화로,
겉과 속이 모두 거짓말로 되어 있다.
인생이 흔히 그렇듯이.
- P11

집에서는 거짓말을 겉으로 했고, 학교에서는 거짓말을 안으로 뒤집었다. 내게는 복잡했고, 남들에게는 훨씬 간단했다.
- P47

엄마는 아빠에게 이렇게 날렸다.
"조르주, 당신의 허튼소리 챙겨가는 것도 잊지 말아요. 그거야말로 우리에게 항상 필요한 거니까요!"
그러면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걱정 말아요, 오르탕스. 그거라면 언제나 복사본을 챙겨서 다니니까 말이오!"
- P54

손님들은 늘 파티 분위기를 좋아했고, 아빠는 사는 것 자체가 파티라고 했다.
- P55

설사 그렇지 않은들 이제 아이까지 딸렸으니 의무적으로 이에 대비해야 했다. 이제 나의 운명만 있는 것이 아니고었고, 어린 아들의 운명도 함께 걸려 있었고, 어쩌면 그 카운트다운도 이미 시작된 듯했다. 그리고 그 ‘어쩌면‘ 때문에 우리는 매일 춤추고, 파티를 벌였다.
- P68

아버지는 달리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어머니의 이마를 닦고 쓰다듬어주면서 오직 눈으로만 물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아무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 P80

전체적으로 흐릿한 사진이고, 심지어 배경도 잘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사진이었고, 그러나 마지막 사진이었고, 연기로 날아가지 않은 유일한 사진이었다. 아빠는 대낮부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좋은 시즬에서 망친 사진 하나만 달랑 남았으니까.

- P96

"어쨌든 나는 늘 조금 더 미쳤거나 조금 덜 미쳤을 뿐 언제나 미쳤었잖아요. 그렇다고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아빠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그 말이 상식 언저리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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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그 일>,
바로 그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매 순간 무언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은 것 같다는 생각에 그것을생각해 내려고 몸부림치며 신음하고 괴로워하다가, 광란 혹은 무섭고 견딜 수 없는 공포에 빠져들기도 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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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서점 시작하기
김지선, 이상명 (지은이), 새벽감성, 2023-10-26, 64쪽, 창업 /운영

#독립출판 #책방운영 #새벽감성 #가가77

🍊 일전에 한 번 읽었다가, 6월 중순 해방촌 위치한 스토리지북앤필름 가는 길에 다시 정독한 책. 얼마전 읽은 김은철 작가님 ‘k공대생 책방 열다‘가 책방운영에 관한 에세이로 그 서사와 감정을 따라가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책방운영에 관한 매뉴얼 그 자체다. 개인의 서사나 감정은 쏙 빠지고 운영에 관해 꼭 알아야할 걸 논리적, 경험적으로 정리해 주는 책. 저자에 따라 같은 주제라도 내용과 서술방식은 달라지는데, 각각의 재미가 있다. 집에 출판이나 책방운영 책이 좀 있는 편인데 각각의 재미를 느끼며 읽어봐야겠다.

🍊 이 책의 저자가 무려 출판과 서점운영에 한 고수인 새벽감성1집과 가가77페이지의 대표님들이다. 가가는 워낙 유명한데 아직 가보질 못했다. 가봐야지. 새벽감성은 작년 인천아트북페어서 책을 구매한 이후 내가 스토킹?하다가 여러가지로 배우고 있다. 저자만 보더라도 신뢰가 가는데, 요점만 정리가 잘 되어있어 이런 스타일을 찾는 독자에겐 정말 이런 책이 없을 것 같다. 심지어 가격도. 커피 한 잔 안마시면 구매가 가능!

🍊 책 처음은 왜 책방운영을 하고싶은지 들어본 이야기가 있다. 내 경우, 나온 예시에 다 해당은 되는데, 꼭 책방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하고 싶은지 그것만의 이유가 아니면 책방은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정말 공감한건 그만둘 마음의 준비에 대한 조언이었다. 냉정하지만 준비시에 무조건 긍정보다는 미리 준비를 해야할 사항이라고 본다. 하지만 책은 냉정하지만은 않다. 조목조목 세심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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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 P101

내 생각에는 만일 네 자신이 그 일을 결행할 마음을 먹지 못한다면, 거기엔 어떤 정의도 있을 수 없어! 
- P101

이성과 의지는 계획한 일을 실행하는 동안 계속 사라지지 않고 그에게 남아 있을 거라고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계획이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 P109

그는 이제껏 한 번도 이처럼 기이하고도 무서운 감각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그것이 의식이나 관념이었다기보다는 감각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가 여태껏 인생에서 겪어 본 온갖 종류의 감각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괴로운 감각이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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