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히죽 웃었다. "이 나쁜 자식." 그가 유쾌하게 말했다. 
- P233

스토너는 거의 경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상에.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래, 자네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일세. 하지만 어느 것도 진실은 아니야. 자네가 말한 그런 식은 아닐세."
- P237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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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는 둥근 얼굴로 우울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순교자처럼 고난을 참는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교수님. 사람이란 신념 때문에 이렇게 고난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군요."
"게으름과 부정직과 무지 때문에도 고난을 각오해야 하지." 스토너가 말했다.
- P204

그는 질문의 문구를 다시 정리해서 (항상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명하는 동안 원래의 질문 의도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주 정교한 이론적 논쟁처럼 보이는 것에 워커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주로 그였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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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길고 긴 낮과 밤을 방에서 혼자 보내며 자신의 일그러진 몸이 강요하는 한계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책을 읽다가 점차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 자유의 본질을 이해하게 됨에 따라 그가 느끼는 자유로움도 더욱 강렬해졌다.
윌리엄 스토너는 이 말을 들으면서 그에게 뜻밖의 친근감을 느꼈다. 그는 로맥스가 일종의 변화를 거쳤음을 알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을 통해 알게 되는 직관적인 깨달음 같은 것.
- P137

그는 한참 동안 선 채로 그녀를바라보았다. 아련한 연민과 내키지 않는 우정과 친숙한 존중이 느껴졌다. 또한 지친 듯한 슬픔도 느껴졌다.  - P139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그 책을 보는 일에 진력이 났다. 하지만 자신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경이가 느껴졌으며, 자신이 그토록 커다란 책임이 따르는 일에 무모하게 나섰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 P143

처음 며칠 동안은 집이 텅 빈 것 같아서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지않았다. 뜻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익숙해져서 점점 즐기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안 돼서 그는 자신이 몇 년 만에 최고로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든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는 이디스를 생각할 때면,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숨길 필요가 없는 조용한 후회가 느껴졌다.
- P154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
- P157

그녀는 달라진 외모로 갑자기 나타나서 남편과 딸을 깜짝 놀래줄 작정이었지만, 시선을 들어 놀란 눈빛으로 자신을바라보는 윌리엄을 보고는 진짜로 변한 사람은 바로 그임을 알아차렸다. 그 변화가 워낙 깊어서 그녀의 외모가 변한 효과쯤은 그냥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조금은 멍하니, 하지만 약간 놀란 마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저 남자를 생각보다 더 잘 알고 있었구나.
- P158

"정말 달라진 것 같아."
윌리엄 스토너는 이것이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그 순간 왠지 이디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에게 새로이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P160

이디스는 컬럼비아에서 가져온 옷가지들을 모두 태워버리고는 옷장을 새 옷들로 채웠다. 머리도 짧게 잘라서 유행하는 모양으로 다듬었다. 화장품과 향수를 사서 매일 자신의 방에서 사용법을 연습했다. 담배도 배우고, 영국식 발음이 살짝 들어간 말투로 상처 입기 쉬운 사람처럼 새된 소리로 말하는 법도 연습했다. 이런 외적인 변화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컬럼비아로 돌아왔다. 그녀의 내면에는 또 다른 변화 하나가 비밀스럽게 잠재되어 있었다.
- P164

이 일의 중대한 의미가 서서히 다가왔기 때문에 그는 여러 주가 지난 뒤에야 이디스의 행동이 지닌 의미를 인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인정하는 순간이 왔을 때에는 놀라움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디스가 워낙 영리하고 노련하게 행동했기 때문에그는 그녀의 행동에 불평을 늘어놓을 합리적인 근거를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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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 P105

그가 운 것이 자신 때문인지, 슬론과 함께 보낸 젊은 시절이 함께 땅속에 묻히고 있기 때문인지, 그가 사랑했던 저 마르고 가엾은 사람 때문인지는 스토너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P125

시내에 거의 다다랐을 때 고든이 이디스의 안부를 물었다. 윌리엄은 적당히 대답하고 나서 캐롤라인의 안부를 물었다. 고든이 이 질문에 대답한 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 P126

"맞아." 윌리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고든 핀치에게 커다란 호감을 느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고든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또 다른 한 부분이 거의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절감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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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루돌프
김성라 (지은이) 사계절 2023-07-10

#그림책
#제주바다를그린책
#여름의루돌프
#멜때가반짝반짝 #숨비소리호이호이

🍊 여름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검색하다가 북페어에서 이름을 들어봤던 책을 보았다. 그림책은 읽어 본적이 거의 없는데, 몇 해전 읽은 고양이가 나왔던 강풀 작가 <안녕, 친구야>와 사노 요코 작가의 작품 <100만 번 산 고양이>가 그 어떤 두꺼운 책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았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읽은 하루키의 그림책은 좀 묘하다..생각을 좀) 이 책은 이야기를 담았다기 보다는 여름을, 제주바다를, 할머니들에 대한 감성을 담았다고 해야겠다.

🍊 할머니들이 귀엽다. 아주 많이.
특히 잇차 하고 일어나고, 오토바이 타고 물길질 하러 가는 장면들. 다른 할머니들과 믹스커피 타 마시는 장면도. 다같이 걷기운동하는 것도. 하정 작가의 책 제목처럼 귀여운할머니가 되고 싶다.

🍊 ‘그래도 망사리는 몸을 움직인 만큼 차오른다‘ 할머니가 바닷속서 성게나 소라 같은 걸 캐면서 하는 혼잣말(생각)인데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는 말이다. 태그의 뜻은 이렇다. [멸치 떼가 반짝반짝, 숨비소리 (해녀들이 바닷물 밖으로 나와 참은 숨을 뱉을 때 나는 소리) 호이호이] 호이호이 귀엽다

🍊 잘 그리지 않았는데 잘 그렸다
색이 진하지 않아서 좋았다. 쨍쨍하지 않고 은은해서. 바닷속도 진한게 아니라 여린 하늘 빛, 초록빛, 물빛이 좋았다. 책 전체적으로 청량한 여름이 있었다.
그리고 거의 끝에 나오는 문구처럼 ‘바래지 않는 상냥함‘도. 이 모든 게 그림과 색에 녹아 있었다.

🍊 왜 제목이 <여름의 루돌프>일까 했더니, ‘여름의 배웅은 여름의 루돌프
할머니들이 버스정류장서 나를 배웅하는데 코 끝이 모두들 빨개졌다.‘에서 알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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