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은 팬들에게 논란에관해 터놓고 말할 수 없는 고립감을 유발시키는 반면, 죄의식은공동의 행위망 속에서 타인과 연루되어 있다는 감각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91

그러므로 이 같은 마음의 발생 경로를 되짚어보는 일은 우리가 어떤 구조에 속해 있고, 어떤 타자들과 연루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이 과정을 신중하게 겪어나갈 때 우리는 과도한 자기 비난의 무게로부터 가벼워지고, 타자를 향한 윤리적 책임은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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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갖춰진 모습으로, 예의 그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을 풍기며 나타나주었다. 어떤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짓누를 수 있다는 걸 현진은 그날 알게 되었다.
- P18

윤미는 마음이 자꾸만 차가워졌다. 잃어버린 돈이 아깝다는 마음보다, 오한처럼 다가오는 원망이라는 감정 때문에 자꾸만 몸서리가 쳐졌다.
- P29

자기 자신이 초라해질수록 말을 함부로 하고 노망을 가장한다고 이해했다. 할머니는 천부적으로 연극적 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리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의 태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어디까지가 위악이고 어디까지가 노망인지 알 수 없어졌다. - P39

소설을 쓸수록 소설은 삶을 닮을 수밖에 없고, 삶은 소설보다더 소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쓰는 일은 앞으로도어렵고 복잡하고 어색하리라. 각오는 하고 있다.
- P44

상처에도 약간의 메이크업은 필요한 법이니까. 
- P59

새틴 바우어가 파랗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공들여 정원을 장식하듯, 사람들 앞에서 고통의 파편을 훈장처럼 늘어놓던 내담자들. 그들은 오직 그 순간에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삶에서 상처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람들처럼. 
- P65

살면서 나를 고통스럽게 통과해간 일에 대해 쓰려다가 무참히실패한 습작 몇 편을 가지고 있다. 그처럼 거듭된 실패 끝에 난파하듯 도달한 장소가 아마도 이 소설일 것이다. 돌풍에 휩쓸린 새가 창문에 몸을 부딪히듯,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 P84

상처를 발화하는 건 얼마간 수치를 감당하는 일이다. 제때 처치하지 못해 괴사한 피부나 병으로 도려낸 가슴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 수치를 겪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필사적으로 저항해왔다는걸 이제 알겠다. 세간에 떠도는 치유와 극복의 서사에 수동적으로 편입되느니 차라리 나만의 절망으로 고꾸라져 내파破되기를바랐다는 것도.
- P85

즉 이 소설은 ‘아픔을 팔아넘기는 것‘과 ‘아픔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방향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쓰였고, 그 길을 보여주기 위해 트라우마의 정원에서 이토록 세련되게 뒹군다.

- P88

"그런데 있잖아. 왜 그런 상황들을 하나하나 가정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게 이제 너무 피곤해."

- P118

아뇨. 무겁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상처일 테니까요...... 그 일이.
미지 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일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도 있었다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 P170

해답을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썼으나 쓰고 보니 미답으로남았다.
그러나 구겨지고 찢어지면서도 계속되는 {무엇}은 분명 유의미하다고 믿는다. 그 일그러진 괄호는 우리가 질문을 놓지 못하도록 부추기는 단초가 될 테니.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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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마주한 책. 안을 쓸쩍 보니 그림도 많고 쉽다. 기본,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설마 나는 기본과 중급까지는 무난하겠지. 나름 책 읽기를 사랑하고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는 사람인데. 이런 자신감으로 빌렸다. 기본편 챕터 1, ‘웬과 왠‘부터 움찔. 이건 내가 매번 헷갈리는 맞춤법. 문장이 궁금증을 포함하면 ‘왜‘와 비슷한 ‘왠‘, 그게 아니면 ‘웬‘이란다. 왠지 빼고는 다 웬. 절묘한 설명.

🫜 맞춤법을 내가 많이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통했지만, 책 자체는 유익함을 넘어서 재미있었다. 설명을 너무 잘한다. 잘하다 못해 웃기다. 역효과 나는 존대말. 카페 직원의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은 ‘나왔습니다‘로 해야 한다. 올바른 문장이 오히려 예의 없는 것처럼 구는 사람에게는, 개소리는 그냥 개무시하면 된다고 한다. 그림도 살짝 엽기적인. 이 작가님 좀 멋있다!

🫜 요즘 아이들이, 아니 어른들도 문해력이 낮다고 한다. 한참 이슈였던 심심한 사과 (심할 심, 깊을 심 한자를 쓴 매우 깊은 사과), 사흘은 3일인가 4일인가 (4일은 나흘), 이자겸의 난(화분의 난이 아닐세), 금일(금요일 아님) 같은 사례들이 한참 돌던 때가 있었다. 처음 유튜브에서 그런 영상을 볼 때는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설마 그랬다. 맞춤법이 곧 문해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맞춤법과 어휘력이 문해력의 시작이 아닐까. 언어는 자신과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표현하는지를 확장하기도 제한하기도 한다.

🫜 내가 아는 단어의 개수가 내가 사고할 수 있는 크기. 그러니 나는 나를 이해하고 당신을 알고 세상 속에서 소통하기 위해 나의 문해력을 늘려야 한다. 문해력을 늘리자는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 맞춤법, 어휘력부터. 책 뒤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 ˝사소한 맞춤법 하나가 이미지, 성과, 관계를 좌우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책
나중 창피당하지 말고, 지금 공부합시다냥.
(냥은 틀린 맞춤법이 아닌 냥냥족의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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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웬 떡이야!"라고 써야 옳겠습니다. "웬일이야! 웬만큼 귀찮게 하세요! 웬만하면 제발 좀 사라져 주시죠!" 역시 궁금해하는 상황이 아니기때문에 웬으로 써야 하고요. - P15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국립국어원의 항변을 들어보도록 합시다.
- P91

당일은 일이 있는 바로 ‘그날‘, 오늘은 지금 지나가고있는 ‘이날‘을 뜻합니다. 그 말이 그 말 같은데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반문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네요. 워워, 진정하시고.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까요?
- P105

혹자는 ‘어따 대고‘를 ‘얻다 대고‘라고 쓰려니 살아온세월을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더군요. 하지만 ‘어따가 지닌 본래 뜻을 알게 된다면 이단어를 오히려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P132

간단히 말해 공간의 이동이 있다면 ‘좋다‘를, 공간의 이동이 없다면 ‘좋다‘를 쓰시면 되겠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지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좇다‘의 받침은 이라는 점입니다. ㅊ이 아닌 ㅈ 받침을사용할 경우 무척이나 망측한 단어가 되어버린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하세요.
- P185

부끄러웠던 지난날이여 안녕! 앞으로도 계속 틀릴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어제보다는 나으리!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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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럼에도 애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하여 고민하고 고민하여 진심을 담은 글을 읽었다. 이 책은 작년 공저로 참여했던 고민 상담책 <옆자리 사람인데요, 고민이 있어요>의 자매책인데... 음 상담도 응원도 참 어렵고, 무엇보다 당사자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지 않아야하기에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또 한 편으로는 건조하게 담담하게, 친구처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 응원 글을 올 2월 같이 했었다. 쉽지 않았다. 내 마음 한 구석엔 이런 생각도 있었다. 온실 속 화초님이시군요. 이런 의문도 있었다. 응원을 해달라는 것 같지만, 이건 그냥 불평을 늘어놓는 건데? 그리고 여러 번 이런 마음도. 내가 뭐라고 감히 응원을 해드릴 수 있을까. 그래서 공저를 준비할 때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책을 읽으며 이렇게 응원을 해드렸구나 하다가, 읽는 동안 애정이 더해져 내가 응원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그때 나는 힘들었지만, 최대한의 진심어린 응원을 남기고자 애를 썼다는 게 보였다. 그렇기에 책 속 응원의 진심이 보이고, 다른 독자에게도 보이지 않을까 확신을 가져본다. 나도, 당신도 목차에 나온 응원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안다. 목차를 다시 읽어 본다. 오늘의 나와 맞는 응원은 78쪽 ‘오늘도 행복할 당신에게‘이다. 다시 그 부분만 읽어봐야겠다. 응원이 필요한 어느 날 처방전을 받는 것처럼, 혹은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그렇게 맞춤으로 읽어도 좋으리라. 개인적 추척. 눈으로 말고 천천히 낭독이 더 마음 깊숙히 들어온다. 어디는 눈으로 어디는 소리로 읽었는데, 편지는 역시 낭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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