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프라이버시는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주택 계획의 대원칙이다. 그래서 주택은 각각 고립되어 마치밀실처럼 만들어졌다. 이웃하는 주택들이 가능한 한 서로 간섭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1가구 1주택이라는모델은 결코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는다. 
- P183

건축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지금 커뮤니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가 1가구 1주택이라는 주택 형식이라면, 이 원인을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 P187

중정을 한국처럼 텃밭으로 만든다면 실질적 이익뿐 아니라 주민들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데도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 P196

중요한 점은 용도를 복합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작은 경제에 착안하여 공간과 감각이 외부로 향하는 점을 이용하면서 스튜디오나 식당 같은 중간 영역을 만든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는 주택과 외부의 중간에 해당하고, 식당은 아파트와거리의 중간에 해당한다. 안과 밖, 순서의 경계를 완화하여서로 침투할 수 있는 중간 영역(야마모토 리켄이 말하는 "시키이")을 여기저기에 만든 것이다.

- P222

작은 경제라는 활동은 개인이 타인이나 지역사회를 상대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이 활동에 착안한다는 것은 개인의 생활이 내포하는 다양한 행위나 관계를 존중하고 타인과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전제하겠다는 의미다.
- P252

아름다운 마을이어야 한다. 주민들이 아름답다고 공감하는 마을이어야 한다. 주민들 누구나 이런 마을에 살고 싶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 마을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런 미래의 마을을 우리 건축가는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 P278

집은 더욱 더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며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해가고, 그런 밀실화된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외로움이 밀려오는 끝없이 어두운 터널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문제를 뒤로하고 스스로 고립시키는 집에서 홀로 지내야만 하는가?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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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쯤 육체노동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생각들을 정리하고 또 나 자신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 P163

사기도박이나 신랄한 독설, 난폭함 같은 것도, 정확히 잘 표현은 안 되는데요, 뭐랄까, 마음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신성한 본능에 대한 반항, 또는 신을 갈망하는 마음에 대한 반항심이 겉으로 표출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런 것들에 사로잡혀있었던 게 아닐까요.
- P181

그리고 1929년 10월 23일, 뉴욕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 P211

그리고 경제공황에 대응하는 미국인들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눈앞에 닥친 불행에 좀 더 침착하게 행동할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본래 남의 불행을 의연하게 보아 넘기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는 법이다. 
- P219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속물인 엘리엇이 또한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배려 깊으며 마음이 넓은 남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223

나는 래리에게서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을 타입이라는인상을 받았다.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에서든 일시적인 충동으로든 아무 때나 훌쩍 떠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 P246

"그이를 진짜 사랑했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구요. 마음속 깊이 래리를 갈망했지만, 눈앞에 안 보이니까 그럭저럭 버틸 수 있더라구요. 전에 선생님이그러셨죠? 드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으면 사랑의 고통도 어느정도는 누그러든다고, 그땐 참 냉소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맞는 얘긴 것 같아요."
- P270

나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얼마 후 입을 열었다.
"래리가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등을 꼿꼿이 세웠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두 눈은 화가 난 듯했다.
- P278

간혹 열정이 죽은 후에도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사랑이아닌 다른 무엇, 일테면 애정이나 온정, 혹은 취향이나 관심사의 공유, 아니면 습관 등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중에서도 습관일 가능성이 높지. 
- P279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탕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리고 열정은 서로 만족할 때 커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있을 때 더욱 커지는 법이지. 
- P279

"저도 하마터면 저 사람을 사랑할 뻔했거든요. 차라리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사랑하지. 아님, 햇살이나 하늘의 구름 따윌사랑하던가. 저도 정말 가까스로 빠져나왔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정말 위험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니까요."
- P299

"난 지금껏 래리처럼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의 행동들이 그렇게 유별나게느껴지는 거죠. 신은 믿지도 않으면서 모든 행동을 신의 사랑때문인 것으로 돌리는 사람한텐 적응이 안 되잖아요."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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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를 하나의 건축물로 바라보고29쪽처럼 구조를 해체해보는 순간, ‘이야기가 텅 비어 있는 곳‘들이 보일 것입니다.
- P31

브랜드의 요소들을 잘게 쪼갠 뒤 아주 지엽적일 수 있는 하위 요소인 ‘간판‘에 그들 나름의 시그니처 이야기를 심는데 성공합니다. 특정 시간(WHEN)이라는 요소에 무게 중심을두고 설계한 그들의 미장센은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꽤 잘 동작했습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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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청춘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레몽도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어렴풋한, 그러나 늘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 P14

그러나 어떤 여자들은 성숙기에 다다를 때까지도 어린아이의 얼굴을 간직한다. 아마도 이런 영원한 유년기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우리의 사랑은 시간으로부터 해방되어 지속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6

만약 편지의 말미에 다른 날 다른 시간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박사는 살아갈 힘을 얻지 못했으리라.
마법 지팡이가 기적을 만들듯, 박사의 모든 일정은, 이 새로운약속 시간을 목표로 다시 조직되고 재편되었다. 
- P41

사랑에 빠진 사람은 늘 해답을 발견하고는 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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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장아미 (지은이) 자음과모음 2025-04-11, 156쪽, 한국 소설

🍉 민화를 보는 것 같은 표지와 ‘고양이‘가 들어간 제목으로 읽게 된 책. 결을 같이하는 세 편의 짧은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난 이 책이 토종적 색을 지닌 SF물인 걸 모르고 책을 읽었다. 세 소설 중 첫 단편 은 앞 부분 다섯 장 정도를 계속 앞으로 돌려가며 읽었다. 그러자 왜 주인공 은비가 재희를 일 년에 한 번 만나는지 이해가 되었다. 세 소설의 분류를 굳이 나눈다면... 뭐랄까 무섭지 않은 귀신이나, 신이 들어간 이야기다. 한국 토종 판타지물.

🍉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귀신들의 축제나 5일장같은 곳에 홀린 은비가 재희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 재희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은비에게 신뢰를 주고 조용하게 상황을 잘 해결하는 인물, 아니 저세상 사람이다. 재희는 변하지 않는 소녀의 우정일 뿐. 재희는 은비를 저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할 때 자신을 믿을 수 있는지 묻는다. 만약 저 세상 인물이 자신을 믿을 수 있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제일 친했던 친구나 가족이라도. 이 책 철학적인 책이었나.

🍉 두번째 소설 <산중호걸>도 일 년에 한 번 산중호걸이나 범이 아닌 삵, 백운의 생일에 만나는 신들의 생일파티+동기모임으로 첫 번째와 비슷. 신들은 그리스로마 신들처럼 인격체로 나오나 그들의 능력은 많이 낮아 보인다. 여기 모이는 신들은 평소 인간세계와 함께한다. 백운은 삵이지만 산고양이 같은 모습. 파티 장소인 직녀가 운영하는 뜨개방은 좀 보잘 것 없는 허름한 가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뜨개방이라니. 신들의 모임 장소가. 잔치음식에 떡볶이도 나온다. 운겸이 죽고 도요가 그 자리를 인계한다. 신은 자연스럽게 죽는다. 음..

🍉 세 번째 소설 <능금>은 전개는 다소 다르지만 언해피 엔딩 버젼의 미녀와 야수같은 느낌. 야수인 주인공 해수는 괴물 일까, 신 일까. 여기 미녀와 야수는 상당히 현실적이기에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신과 괴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걸 누가 나누는가. 이무기는 한 가지 실수로 용이 되지 못하는 많이 듣던 이야기. 그러면 이무기는 신 일까, 괴물 일까. 결국 인간의 관점에서 구분이 되는 건 아닌지. 괴물의 모습을 한 해수는 자신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능금은 해수의 본질이 무엇이든 연민을 느끼고 사랑한다.

🍉 이 세 편의 소설은 내게 상당히 어려웠다. 다른 독자에게는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일지도 모른다. 읽을 때 장면이 안 들어와서 두 번씩 읽으며 인물을 나누고 상황을 인지해가며 읽었다. 세 편 모두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가 완전하지 않을 때 살며시 몰래 들어가 엿보는 이야기랄까. 그래,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을 살짝 본 것에 의미를 두겠어.


🍉 나누고 싶은 구절들

🌱 ˝믿음이란 그런 거잖아.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필요하지 않잖아. 고양이로 바뀌어버린 이상 이 그림도네가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 거래의 상대는 인간인 너였으니까. 게다가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수 있잖아? 상대가 너를 속여 거래를 성사시켰으니 우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점을 파고드는 거지. 자, 어서움직이자.˝
36p

🌱 나는 내가 아직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니, 어째서일까.
94p

🌱 나는 겨우내 해수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몰랐다. 아버지와 이별하는 순간을 준비할 때처럼 비밀스럽고도 열렬하게.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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