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선이 어머니를 몹시 놀라게 했다. 고통에 가까운 강렬한 감정이. 그러나 동시에 심지어 광기와도 같은 확고한 감정이 그 시선 속에서 내비쳤다.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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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06-24, 396쪽, 미국소설

#소설책을읽어요요 #빈칸놀이터프로그램
#스토너

🍊 내가 스토너 책 내용과 작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서 그리 느꼈을 수도 있다. 소설이 되기 시작 전 5쪽 헌정사를 읽자마자 느낀건, 이거 다 실존인물 모델로 한거라고 강하고 유머러스하게 말하고 있거나, 아님 실존인물 모델임이 걸릴까봐 비겁하게 말하는 둘 중 하나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 1910-1940년대까지 이어진 시대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고, 때로는 확신없이 방향을 바꾸거나 자신에게도 설명하지 못하는 길을 가는 평범한 인생들인가 싶다. 뭔가 100년전 미국인은 쿨하지 않았나보다. 대한민국의 70-80년대 느낌이.

🍊 슬론 교수가 입대를 고민하는 윌리엄에게 한 말들에, 마음이 간다. 꼭 전쟁의 시기가 아니라도 내게, 누군가에게 할 만한 질문이다. 그러나 슬론은 쉽지 않은 사람이다. 피곤해진다. 윌리엄, 이디스, 그들의 부모까지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이다.

🍊 워커와 로맥스까지 등장할 땐 대한민국 사내 정치 보는 줄. 어질어질. 왜 내가 모르는 영문학 (그들에게는 국문학이겠으나) 석박사 수업과 학점에 대한 항의, 최종적인 자격을 재확인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왜 직장 내 사내정치와 권력다툼처럼 기분 나쁜 친숙함이 드는 걸까. 본인의 돋보임을 위한 공격성... 너무 피곤하다. 미국이나 어디나 세상은 피곤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인생은 참 피곤한 것인가.

🍊 윌리엄과 이디스가 그렇게 결혼할 줄 몰랐다. 스토너와 이디스의 관계는 그냥 선을 봐서 데면데면 사는 70년대 같은 느낌이었는데, 갈등이 올라오면서 오히려 스토너와 이디스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했다. 이제서야 스토너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 둘이 변화하고 갈등하는 것이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없는 지금, 왜 난 이 인물들에게 점점 애정이 생기는 걸까...스토너와 그레이스 부녀... 뭔가 읽으며 잔잔한 슬픔이 스며둔 조용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 스토너가 대학교수이긴하지만 이래서 평범한 삶을 그렸다 했구나 싶은 느낌. 지루해보이는 인생도 하나하나 각자의 서사가 있다. 왜 이처럼 재미 없는 아저씨의 삶을 독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읽어나갔는지 알 듯. 지루한 이 아저씨의 삶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 더 남아 있던 구절들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만들어낸 장면-옮긴이)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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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완전히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망자의 고독이 그 울음으로 조금 덜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가 운 것이 자신 때문인지, 슬론과 함께 보낸 젊은 시절이 함께 땅속에 묻히고 있기 때문인지, 그가 사랑했던 저 마르고 가엾은 사람 때문인지는 스토너 자신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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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윌리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고든 핀치에게 커다란 호감을 느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고든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또 다른 한 부분이 거의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절감했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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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신만의 서사입니다.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기여가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 P152

입시 과정과 사교육은 고도화되었는데 입시 후의 대학 생활과 진로에 대한 논의는 유예되었습니다.
행위는 전문화되었으나 목표는 전문화되지 않은 것입니다.
- P161

새로운개인들 또한 자유롭게 포트폴리오 기반의 독립적 커리어를구축할 것인지, 조직의 안정성 속에서 소속감을 누리며 살 것인지, 아니면 하이브리드형 커리어를 설계할 것인지, 각각에맞는 자기 탐색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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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는 이제 무색해졌습니다. 언제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로 방송을 할 수 있고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런 유튜브 혁명의 시대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 P4

영상제작 능력도 꼭 필요한 능력이 되어갑니다. 일반적인 회사원이 보고서 서너 장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짧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간단하게 편집하는 능력이 점점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보편화될 것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든, 공무원이든, 펜션이나 카페 주인이든 꼭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 P17

레이어란
‘층‘이라는 뜻으로, 영상편집에서는 ‘여러 개를 쌓아가며 편집하는 것‘을 말합니다.
레이어 3레이어 2레이어 1최종 영상영상에 음악, 자막, 사진, 효과 등을 추가할 때마다 레이어가 쌓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편집‘의 개념은 이런 레이어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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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우리가 그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인식하는 양상이 김광석 자기만의 스타일로 존재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과도 구별되는 김광석 특유의 서정적인 음색과 유랑자적인 무드, 그 고유함이 환금되는 것입니다. 
- P118

단순한 근면함과 순응성은 이제 진화 과정에서 덜 중요해집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불필요합니다. 답이 있는 문제는 AI가 풀 것이고, 인간은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역할로 분업이 이루어질 터이기 때문입니다.
- P126

L부장뿐 아니라 모든 개인들은 지금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최신화와 현행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신화는 가장 최근의 버전을 뜻합니다. 현행화는 환경에 맞춘 자기 갱신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 P135

AI의 출현은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인류에게 축복이어도 나에게는 재앙일 수 있습니다.
- P142

이처럼 앞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거나 숙련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없애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의 직업이 일을 없애는 것이라면, 그 사람 본인은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모순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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