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06-24, 396쪽, 미국소설
#소설책을읽어요요 #빈칸놀이터프로그램
#스토너
🍊 내가 스토너 책 내용과 작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서 그리 느꼈을 수도 있다. 소설이 되기 시작 전 5쪽 헌정사를 읽자마자 느낀건, 이거 다 실존인물 모델로 한거라고 강하고 유머러스하게 말하고 있거나, 아님 실존인물 모델임이 걸릴까봐 비겁하게 말하는 둘 중 하나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 1910-1940년대까지 이어진 시대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고, 때로는 확신없이 방향을 바꾸거나 자신에게도 설명하지 못하는 길을 가는 평범한 인생들인가 싶다. 뭔가 100년전 미국인은 쿨하지 않았나보다. 대한민국의 70-80년대 느낌이.
🍊 슬론 교수가 입대를 고민하는 윌리엄에게 한 말들에, 마음이 간다. 꼭 전쟁의 시기가 아니라도 내게, 누군가에게 할 만한 질문이다. 그러나 슬론은 쉽지 않은 사람이다. 피곤해진다. 윌리엄, 이디스, 그들의 부모까지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이다.
🍊 워커와 로맥스까지 등장할 땐 대한민국 사내 정치 보는 줄. 어질어질. 왜 내가 모르는 영문학 (그들에게는 국문학이겠으나) 석박사 수업과 학점에 대한 항의, 최종적인 자격을 재확인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왜 직장 내 사내정치와 권력다툼처럼 기분 나쁜 친숙함이 드는 걸까. 본인의 돋보임을 위한 공격성... 너무 피곤하다. 미국이나 어디나 세상은 피곤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인생은 참 피곤한 것인가.
🍊 윌리엄과 이디스가 그렇게 결혼할 줄 몰랐다. 스토너와 이디스의 관계는 그냥 선을 봐서 데면데면 사는 70년대 같은 느낌이었는데, 갈등이 올라오면서 오히려 스토너와 이디스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했다. 이제서야 스토너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 둘이 변화하고 갈등하는 것이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없는 지금, 왜 난 이 인물들에게 점점 애정이 생기는 걸까...스토너와 그레이스 부녀... 뭔가 읽으며 잔잔한 슬픔이 스며둔 조용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 스토너가 대학교수이긴하지만 이래서 평범한 삶을 그렸다 했구나 싶은 느낌. 지루해보이는 인생도 하나하나 각자의 서사가 있다. 왜 이처럼 재미 없는 아저씨의 삶을 독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읽어나갔는지 알 듯. 지루한 이 아저씨의 삶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 더 남아 있던 구절들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만들어낸 장면-옮긴이)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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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전히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망자의 고독이 그 울음으로 조금 덜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가 운 것이 자신 때문인지, 슬론과 함께 보낸 젊은 시절이 함께 땅속에 묻히고 있기 때문인지, 그가 사랑했던 저 마르고 가엾은 사람 때문인지는 스토너 자신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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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윌리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고든 핀치에게 커다란 호감을 느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고든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또 다른 한 부분이 거의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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