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역할이 해체된 후 자신의 관심 대상을 주변으로 돌린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 은퇴 후에야 진정한 아버지의 삶이 시작됐다는 해석에 더 희망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가족의 생계유지 책무를 졌던 고단한 부양자였던 아버지상은 저물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해치지 않는다고 믿으며 진짜 행복을 돌아보게 된 새 시대의 아버지들이 오고 있습니다.
- P227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도 계속 과거의 불합리했던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어머니가 못마땅하지만, 그 어머니의 참을성에 자신의 자녀까지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엔 나 역시 오래된 시스템의 방조자라는 생각이 자리하고있습니다.
- P233

"다리가 아프면 택시를 타세요. 택시비 드릴게요."
"나는 괜찮다. 그런데 침을 맞아도 통 다리가 낫지 않네. 그래도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부모들은 어느새 수동공격의 달인이 됩니다. 간접적인 화법으로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죄책감을 덜고 싶은자식과 그 죄책감에 기대서라도 자식과 끈끈하게 이어지고 싶은 부모의 모습입니다. 
- P234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관계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큰딸의 희생 서사도, 친정어머니의 도우미 역할도 정당한 대가와 세세한 규칙이 필요합니다. 고마워하는 것은 인간된 도리이나, 미안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라는 마음의 신호입니다.
- P236

 60세가 넘으면 귀가 순해지는 이순이라는데, 귀가 순해진 게 아니라 더 까탈스러워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약한 부분‘을 공유해야 ‘관계‘가 생기는데,
그 연습의 장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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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 P57

기다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할 때까지 넌 아무것도 모른 채 거기 그대로 있어.
연극은 끝났다. 오로라는 죽었다.
커튼콜은 없다. 확인할 필요 없다. 오로라의 탄생과 죽음은 혼자만의 일이니까. 아무도 너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 P81

《오로라》를 쓰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습니다. 둘의크기는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그림자가 집니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질문은 답이아닌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옵니다. 
- P84

‘사랑‘의 자리에 ‘사람‘을 넣어도좋겠습니다. ‘변화무쌍‘의 자리에 ‘영원‘을넣어도 괜찮을 테고요. 다시 말하자면,
매일과 당신은 매 순간 낯설고도 신비롭군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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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안녕, 오늘이 가장 좋은 날
진선이 (지은이) 새벽감성 2024-07-01, 136쪽, 에세이

🍊 새벽, 아침, 오후, 저녁으로 파트를 나누어 일상의 잔잔함을 글로 풀은 단상집. 글을 읽다 보면 맵고 짜고 강한 맛을 보다가 시골집의 참기름도 없는 맛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은 나물을 먹는 것 같은 느낌.

🍊 처음엔 조금더 풀 수도 있고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어갈 작가님인 걸 알기에 살짝 의아했다. 읽다보니 평범함과 심심한 듯 약간의 사색을 하는 오늘이 제일 안녕한 날임을 나누고자, 마음과 글을 더 나아가지 않았나 싶었다. 실제로 마음이 격해지던 웹툰을 보다가, 이 책의 뒷부분을 읽고 완독하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 표지의 막 싹을 튀운 듯한 연두 풀밭을 커스터드 크림느낌의 땅에서 바라보는 여자아이와 강아지. 세상 그리 무해해보이는 일러스트가 있을까. 책 18쪽 (순수. 맑고 깨끗하게)에는 ‘하루 시작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사사로운욕심이나 못된 생각 없이 혼재되지 않은 날이되길 바란다.‘ 라는 구절이 있다. 스님이나 수녀님 같은 분이 할 만한 말씀인데, 그런 생각을 평범한 내가 할 수도 있지 싶다. 그런 하루로 시작하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와야하는데...


 🌱전등불이 없던 때, 그때의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 어둠에 몸을 맡긴 채 빛을 내는 달과별을 보고 있었을까. 아니면 세상을 변하게 하는 도구를 상상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일의 먹거리를 걱정하고 있었을까. 아니면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실컷 잤을까.
21p (전구. 지구의 낮과 밤)

🌱삶에 정답이 있긴 한 걸까. 난 정답을 찾아 헤매는 걸까 해답을 찾아 헤매는 걸까. 결과가 중요한 걸까 과정이 중요한 걸까. 
34p (정답. 헤매도 괞찮아)
이 글을 읽고 정답은 answer의 결, 해답은 solution 의 결을 띤다는 걸 알았다.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 눈물이날 것 같다. 국화꽃이 보고 싶은 할머니를 불러온다.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쑥 빠져나간다.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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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시작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사사로운욕심이나 못된 생각 없이 혼재되지 않은 날이되길 바란다.
- P18

삶에 정답이 있긴 한 걸까. 난 정답을 찾아 헤매는 걸까 해답을 찾아 헤매는 걸까. 결과가 중요한 걸까 과정이 중요한 걸까. 
- P34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 눈물이날 것 같다. 국화꽃이 보고 싶은 할머니를 불러온다.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쑥 빠져나간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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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관측자의 눈에 인간이라는 생물체가 의식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떤 철학적인 순간이나 천문학적인 순간에 잠깐 명멸하는 생각일 뿐, 대체적으로 지구는 죽은 별과 다름없을 것이다. 이러한 원근법의 문제는 시간에도 해당된다. 여름의 하루살이가 가을을 모른다는 것은 그래도 칠십을 산다는 사람이 뽐내어 하는 소리지만, 사람도 지질학의 거대한 시간으로 재어볼 때, 순간 속에 생겼다 사라지는 부유의 존재에 불과하다.
- P11

아무리 사람이 스스로의 운명을 만드는 존재라고하더라도 개인적인 삶의 테두리에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삶의 작은 것들은 우리에게 삶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것이 된다.
- P14

수필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함을 존중하는 데 성립하는 장르다. 대개 그것은 일상적인 신변사를 웅변도 아니고 논설도 아닌, 평범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로서 말하고 이 이야기의 주고받음을 통해서 사람이 아무 영문도 모르고 탁류에 밀려가듯 사는 존재가 아니라 전후좌우를 살펴가면서 사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려고 한다. 이 드러냄의 장소는 외로운 인간의 명상이나 철학적인 사고보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의 장이다. 
- P26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P36

그는 램이라는 자기 이름을 향하여 "나의 행동이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 나의 고운 이름이여"라고하였다. 그는 양과 같이 순결한 사람이었다.
- P39

서영이를 떠나보내고 마음을 잡을 수 없는 나는 난영이를 보살펴주게 되었습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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