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뒤처지는 듯하고 나만 나의 목표를 잡지 못하고, 나 혼자 만족한 게 없는것 같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아등바등 사는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지않았다.
- P39

저녁은 어둡고피곤한 시간이기에 산행을 하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생각과 달리 줄지어 산행을 했다. 이른 아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밖을 나오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모르고, 내 안에 갇혀 있으면 발전을 할 수없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게으르게 행동했던 나 자신의 성찰을 할 수 있었던 등산 모임이었다.
- P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최초의 원인이 무언지 저는 모르지만, 당신은 분명아시겠지요. 현명한 분이니 당연히 진작부터 스스로를 관찰해오셨을겁니다. 제가 보기에 병의 시작이 당신이 대학을 그만둔 시점과 부분적으로 일치하더군요. 일 없이 지내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엔 일과 명확하게 설정된 목표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조시모프가 라스꼬니코프에게 한 조언)
- P345

어느 선까지 가서 그걸 뛰어넘지 않으면 불행해지겠지만, 선을 넘으면 어쩌면 훨씬 더 불행해질지도 모르지......
- P351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는 화가 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자존심이 강해서 그래! 은혜를 베풀고 싶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오, 비열한 사람들!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증오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오, 정말 난...... 저들 모두가 증오스럽다!‘
- P359

만일 오빠가 옳고, 만일 내가 정말 비열한짓을 하기로 결심한 거라 해도, 오빠란 사람이 정말로 내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말해도 되는 거야? 어째서 오빠는 오빠에게도 없을 그런 영웅적인 면을 내게 요구해? 이건 독재고, 이건 폭력이야! 
- P360

"그렇지요, 그리고 범죄 행위가 늘 병을 동반한다고도 주장하셨고요.
아주 아주 독창적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당신 논문에서 흥미로웠던 건 그 부분이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논문 말미에 생략된 채 어렴풋이 암시만 된 어떤 생각이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세상에는 어떤 폭력이나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아니 저지룰 수 있다기보다 그럴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가지며, 법조차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일종의 암시였지요."
- P401

하지만 그 모든 것 중에서 정말로 독창적인 건, 게다가 끔찍하게도 정말로 오로지 네게만 속한 생각은, 그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를양심에 따라 허용한다는 거야. 게다가 이런 말을 하긴 미안하지만, 심지어 그렇게 광신적일 정도로 말이야...... 그러니까 네 논문의 주된 사상도 거기에 있는 거지. 양심에 따라 피를 허용하는 건, 그건...... 내 생각에 그건 피를 흘리는 걸 공식적으로,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 더끔찍해.
- P4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적 역할이 해체된 후 자신의 관심 대상을 주변으로 돌린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 은퇴 후에야 진정한 아버지의 삶이 시작됐다는 해석에 더 희망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가족의 생계유지 책무를 졌던 고단한 부양자였던 아버지상은 저물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해치지 않는다고 믿으며 진짜 행복을 돌아보게 된 새 시대의 아버지들이 오고 있습니다.
- P227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도 계속 과거의 불합리했던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어머니가 못마땅하지만, 그 어머니의 참을성에 자신의 자녀까지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엔 나 역시 오래된 시스템의 방조자라는 생각이 자리하고있습니다.
- P233

"다리가 아프면 택시를 타세요. 택시비 드릴게요."
"나는 괜찮다. 그런데 침을 맞아도 통 다리가 낫지 않네. 그래도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부모들은 어느새 수동공격의 달인이 됩니다. 간접적인 화법으로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죄책감을 덜고 싶은자식과 그 죄책감에 기대서라도 자식과 끈끈하게 이어지고 싶은 부모의 모습입니다. 
- P234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관계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큰딸의 희생 서사도, 친정어머니의 도우미 역할도 정당한 대가와 세세한 규칙이 필요합니다. 고마워하는 것은 인간된 도리이나, 미안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라는 마음의 신호입니다.
- P236

 60세가 넘으면 귀가 순해지는 이순이라는데, 귀가 순해진 게 아니라 더 까탈스러워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약한 부분‘을 공유해야 ‘관계‘가 생기는데,
그 연습의 장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 P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 P57

기다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할 때까지 넌 아무것도 모른 채 거기 그대로 있어.
연극은 끝났다. 오로라는 죽었다.
커튼콜은 없다. 확인할 필요 없다. 오로라의 탄생과 죽음은 혼자만의 일이니까. 아무도 너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 P81

《오로라》를 쓰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습니다. 둘의크기는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그림자가 집니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질문은 답이아닌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옵니다. 
- P84

‘사랑‘의 자리에 ‘사람‘을 넣어도좋겠습니다. ‘변화무쌍‘의 자리에 ‘영원‘을넣어도 괜찮을 테고요. 다시 말하자면,
매일과 당신은 매 순간 낯설고도 신비롭군요.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일상의 안녕, 오늘이 가장 좋은 날
진선이 (지은이) 새벽감성 2024-07-01, 136쪽, 에세이

🍊 새벽, 아침, 오후, 저녁으로 파트를 나누어 일상의 잔잔함을 글로 풀은 단상집. 글을 읽다 보면 맵고 짜고 강한 맛을 보다가 시골집의 참기름도 없는 맛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은 나물을 먹는 것 같은 느낌.

🍊 처음엔 조금더 풀 수도 있고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어갈 작가님인 걸 알기에 살짝 의아했다. 읽다보니 평범함과 심심한 듯 약간의 사색을 하는 오늘이 제일 안녕한 날임을 나누고자, 마음과 글을 더 나아가지 않았나 싶었다. 실제로 마음이 격해지던 웹툰을 보다가, 이 책의 뒷부분을 읽고 완독하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 표지의 막 싹을 튀운 듯한 연두 풀밭을 커스터드 크림느낌의 땅에서 바라보는 여자아이와 강아지. 세상 그리 무해해보이는 일러스트가 있을까. 책 18쪽 (순수. 맑고 깨끗하게)에는 ‘하루 시작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사사로운욕심이나 못된 생각 없이 혼재되지 않은 날이되길 바란다.‘ 라는 구절이 있다. 스님이나 수녀님 같은 분이 할 만한 말씀인데, 그런 생각을 평범한 내가 할 수도 있지 싶다. 그런 하루로 시작하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와야하는데...


 🌱전등불이 없던 때, 그때의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 어둠에 몸을 맡긴 채 빛을 내는 달과별을 보고 있었을까. 아니면 세상을 변하게 하는 도구를 상상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일의 먹거리를 걱정하고 있었을까. 아니면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실컷 잤을까.
21p (전구. 지구의 낮과 밤)

🌱삶에 정답이 있긴 한 걸까. 난 정답을 찾아 헤매는 걸까 해답을 찾아 헤매는 걸까. 결과가 중요한 걸까 과정이 중요한 걸까. 
34p (정답. 헤매도 괞찮아)
이 글을 읽고 정답은 answer의 결, 해답은 solution 의 결을 띤다는 걸 알았다.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 눈물이날 것 같다. 국화꽃이 보고 싶은 할머니를 불러온다.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쑥 빠져나간다.
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