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라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최진영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4-02-21, 88쪽, 한국소설
#빈칸놀이터 프로그램
#문학을낭독하는사람들 #문낭사
🍊 유진은 우울한 마음으로 제주도 여행을오고, 제주도를 같이 왔던 예전 여행을 복기한다. 20대의 연애와 이별을 곱씹으며 믿음에 대해 생각한다. 사실 유진의 여행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을 기대한 친구 오세정이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예약한 장기숙소가 발단이었다. 첫 날 유진은 카페에서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 위스키바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오로라, 누굴찾기 위해 여행을 왔다고 하며, 즐겁고 신나는 일반적 여행이 아닌 우울하고 심적으로 피곤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여행은 끝에 가서야 유진도 미처 몰랐던 여행의 의미를 발견한다.
🍊 유진은 핸드폰을 받지 않을 때마다 ‘돌을 쌓는다‘라고 한다. 나만의 돌을 쌓았던 때나 그러고 싶을 때가 있었을까?
(검은색 돌과 돌 사이 틈으로 동백나무 푸른 잎이 보인다. 바람이 많은 곳의 돌담에는 저렇듯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가 있어야한다고, 그래야 담이 무너지지 않는다는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누가 한 말일까. 30p)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망각은 돌에 가까운가
돌과 돌 사이 바람 통로에 가까운가.
31p)
🍊 유진이 이 여행에서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는 과연 숨을 수 있는 사람인가‘. 왜 유진은 숨으려했고 오로라 라는 가명을 만들고 여행온 이유를 누굴 찾는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사실을 말하면 공허함만 남을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했다.
의도치 않았던 거짓말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은 너는 죄책감이 아닌 자유로움을 느끼며 와인 한잔을 더 청한다. 35p)
🍊 왜 유진은 죽은 새를 묻으려 했으며, 에어비앤비 관리자는 왜 같이 묻어주었을까?
(죽은 새가 되어 땅에 묻힌 것만 같다.
새뿐이겠는가. 숱한 죽음이 묻혔을것이다. 땅속뿐이겠는가. 우주 또한 생명 없음으로 가득하다. 54p)
🍊 유진은 커다란 섬에 숨으며 찾은 건 기다림이었다고 독백한다. 기다림 이전, 그가 너를 계속찾는 걸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기다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할 때까지 넌 아무것도 모른 채 거기 그대로 있어.
연극은 끝났다. 오로라는 죽었다.
커튼콜은 없다. 확인할 필요 없다. 오로라의 탄생과 죽음은 혼자만의 일이니까.
아무도 너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81p)
🍊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 믿음, 없음은 무엇일까? 작가는 아직 써야 할 글이 많다며 회피했다. 회피가 아닌 완벽한 대답이었다.
(《오로라》를 쓰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란히 두고 바라봤습니다. 둘의크기는 같지 않아서 어느 한편에 더 많은그림자가 집니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질문은 답이아닌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옵니다. 84p 작가의 말)
🍊 이 책의 부제는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이다. 왜 이런 부제를 작가 혹은 편집자가 만들었는지 알 듯 하다.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57p)
🌱그리고 다행히 사랑은 변화무쌍합니다.
‘사랑‘의 자리에 ‘사람‘을 넣어도좋겠습니다. ‘변화무쌍‘의 자리에 ‘영원‘을넣어도 괜찮을 테고요. 다시 말하자면,
매일과 당신은 매 순간 낯설고도 신비롭군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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