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나와 숙소를 향해 걸으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멋진 책방이 있다면 그 도시는 아름다운 게 맞구나.‘
- P228

리처드의 책방이 자리를 잡자 점차 마을 사람들도 책방을 시작했다. 영국 각지에서 책방을 하거나 책방을 하고 싶은사람들이 헤이온와이에 하나둘 모였다. 1970년대 말이 되자 헤이온와이는 책마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P262

책을 읽으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책 읽는 시간은 휴식과 같다. 아름다운 자연 아래 책방을 거니는 시간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가 아닐까.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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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 없어."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 P83

"그래, 그럼 정말 좋겠다. 그런데 철아, 너는 아직도 네가 진짜 아들이라고 확신해?"
- P85

"이미 인간은 기계와 결합하고 있어. 지금 웨어러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잖아? 우리의 심장박동, 혈압, 혈당, 그 밖의 모든 수치가 기계에 기록되고 관리되고 있어. 우리가 기계와 다를 게 뭐야? 이미 우리는 사이보그라고."
"그럼 김 박사는 자기 뇌를 업로드해서 인공지능과 같이 영생할 거야?"
- P92

"걱정하지 마. 누나가 고쳐줄 거야.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그 어떤 인간보다도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 P99

언젠가 나는,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누군가에게공격을 당하지 않는 이상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글을읽은 적이 있다.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 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 듯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P106

 제가 지금 묻는것은 이 휴머노이드를 재활성화, 아니 여러분의 표현대로 살리는 것이 정말 이 휴머노이드 자신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여러분이 확신하느냐는 것입니다.
- P148

"의미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인간들은 의미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아까 고통의 의미라고 하셨지요? 고통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들은 늘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니, 더 나아가 고통이 없이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지요. 과연 그럴까요?"
- P152

예를 들어 새로운 몸을 가지고 다시 태어날 민이는 예전의 그민이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나‘일까?
팔도 교체할 수 있고, 다리도 교체할 수 있고, 몸의 모든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면, 그 부분들은 ‘나‘가 아닌 거잖아. 그게 없어도 나는 나일까?
- P201

그런데 어떤 사건으로 기억을 모두 잃기도 하고, 사상이나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잖아. 또 약물에 중독되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도 그것은그대로 나일까? 나일 수 있을까? 언젠가 내가 그런 일을 겪어너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거나, 모습마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면 너는 나를 철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 P201

내가 기계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인간처럼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다. 
- P207

내가 기계라는 걸 다시 모르게 해주세요. 당신이 아빠라고, 내가 해야할 일은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다시 믿게 해주세요. 그러면 아빠는 내가 잠든 사이 감쪽같이 그 일을해치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정말 그걸 원하는건가? 나는 휴먼매터스 밖으로 나와 진짜 세상을 보았다. - P212

"민이가 어떤 몸을 가지든 나는 상관 안 해. 나는 민이가 나를 기억해주기만 하면 돼."
- P220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 P228

그런데 인간의 뇌와 거의 비슷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이 느끼는 권태, 갑갑함, 우울감을 과연 피해 갈수 있을까?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건 혹시 내 의식이 육체가 있던 시절에 형성되었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육체가 없는 상태로 존재해온 의식이라면 나와 같은 이런 괴로움도 없을 것인가?
- P246

그가 말년에 기계들을 적대시했던 것은 그저 본능일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도태되어가는 종의 일원으로서 나름 최선을 다해 저항했던 것이다.
- P270

달마는 의식을 백업하지 않고 멀리 떠나려는 나를 이해하지못했다. 또한 그는 오래전에 잠깐 알았던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의 효용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이 미친짓은 내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였기에 그는 내 행동의 결과를 보고 싶어했던 것같다. 나는 몸이 죽으면 의식도 함께 소멸할 수 있는 상태, 인간들이 오랜 세월 함께했던 그 취약함을 그대로 가진 채로 선이 앞에 나타나고 싶었다. 
- P274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 
- P276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가 인간들은 참으로 번거롭겠다고 불평했던 바로 그것들이 나한테는 귀한 선물이었다.
- P276

너도 민이를 기억하고, 나도 민이를 기억하지. 민이는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서 살아 있으면 돼. 억지로 다시 만들 필요는없어. 
- P281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 P283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고 자라고 죽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를 고민했다. 선이가 죽고 혼자 남겨졌을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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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할까,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불평이 사라졌다. 가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과 좀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고요함을 누리고 싶다면,
휴식이 필요하다면 이곳에 가야 한다.
- P181

파리는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 책방을 가진 도시‘라고 불렸다.
무려 3킬로미터에 이르는 강가에 200여 개의 부키니스트가 자리잡고 900여 개의 상자에 30만 권 이상의 책과 잡지를 담아 팔았다. 부키니스트는 서적 판매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이자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파는 전통 책방이다. 파리 사람들은 ‘부키니스트가 없는 파리는 곤돌라가 없는 베네치아와 같다‘고 여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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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지식인에게 책방에서 책을 사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읽는 건 당연하고도 즐거운 일이다. 책방과 카페 모두 지식인이 사랑하는 장소이니 책방과 카페가 나란히 있을 수밖에 없다."
- P141

프랑스의 책방들 역시 고군분투하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어렵지만 존재하기. 파리의 책방이 들려주는 말이다.
- P145

그는 ‘아마존‘과 ‘킨들‘이 대중화되는 동안 독립서점들이 차례로 문을 닫은 건 사실이고 그 와중에 영국의 독립서점이 ‘일종의 정체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독자는 물론이고 책방 역시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골든헤어북스‘를 찾는 독자들은 ‘워터스톤스‘나 ‘블랙웰스에 없는 책을 만나러 오는 이들이다. 
- P152

책이야말로 영원한 충족감을 선물한다는 말인데, 이런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 지금도 ‘마크스‘의 흔적을 찾고 있는 것이리라.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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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한 권 신중히 선별하여 책방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티라이트‘의 서가는 책방의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큐레이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책방 벽에 붙은 ‘책을 파는 일종의 도서관‘a kind of library where book are sold라는 문구에서 어떤 마음으로 책방을 하는지 느껴졌고, ‘휴대전화기를 끄고 지금 여기에 있어라!‘ Strash your sell-phone and be here now!라는문구는 책방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고 말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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