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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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잦신이 좋아하는 일을 설령 잘 하지 못한다 해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주눅 들지 않고 그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자신감과 확신은 대단한 것이었다. 너무 대단해서 주눅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젼혀 돈을 벌 수 없는 일을 좋아하지만 남들이 전혀 잉ㄴ정해주지 않는 일을 당당히 직업이라며 말할 수 있을까?잘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수 있을지. 그 진심의 정도를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  뭐하세요?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 그때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말하면 되는 것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는 일과 직업의 거리가 그렇게 멀단 말인가?감깐 한 번만 나에게 물어보자 일단 정말 사랑하는 일이 있긴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다듬어지는 걸까?  (중략) 어느 한 순간 우리의 어린 시절은 게임오버. 그 게임오버의 난처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조금식 서로를 닮아 가는 수밖에 없었고 우리들 개성의 국경은 재봉선을 지우는 대신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갖기로 합의 했다. 심지어 우리들은 하루를 지내는 방식도 비슷해져갔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규격에 맞는 나사가 되어갔고 세상은 드라이버가 되어 우리를 인생이라는 홈에 넣고 조였다. 허황된 꿈이 사라지면서 아무도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대신 눈치를 보며 좀 더 실제적인 계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너 나 할것 없이 우리의 계획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중략) 신은 우리 모두를 저마다 다른게 만들었노라고 자부하시지만 우린 모두가 이토록 똑같은 자세로 개헤엄을 치고 있으니 참 우리도 대단하다. 그렇기에 난 지금 이렇게 미친 듯이 불안하면서도 여전히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 늦잠을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어나서 한 길밖에 없는 종류의 삶에 몸을 담글 수 밖에 없으니.... 

 

혹 누구는 젊은 날의 치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젊었으니까 책임이 없으니 그리고 나름대로의 여유가 있으니 그렇게 길게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그리고 운이 좋아서 그게 책으로 되고 그 책이 돈이 되어 밥이 되고 생활이 된것 뿐이라고.. 나도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일년전 나라면...그런데 말이지... 젊은 날의 치기라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저질러버리는 것도 나름 용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어쩌면 지근 여러가지 책임을 목에 주렁주렁 걸고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지금상황이 너무나 싫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내 발목을 잡는 것들 ... 한때는 내 삶의 의미기도 했던 그런 것들이 이제는 속쇄가 되어서 나오는 이순간 그의 책을 두권이나 읽어버렸다. 어쩌면 지금 이시간이 아니라면 나도 그들처럼 치기야... 흥... 하고 넘겼을 글들이 아픔이 되어 공감이 가더라. 

그렇게 훌쩍 떠나 개고생하면서도 뭔가를 자꾸 찾고 싶어하고 확인하고 싶어하고 그러면서 그런것들의 의미에 대해 또 다식 고민하는 글들을 보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어. 왜냐 하면 내가 지금 몹시 불안하고 위로받고 싶고 내 모든 주위의 것들이 의심스럽기만 하니까... 

비슷한 류의 최갑수씨의 글들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는데.. 오히려 더 어린 이 작가의 두 책이 내게 위로가 되는 이유가 뭘까....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 참 정직하게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거 같다는거... 포장하거나 잘 씌여진 건 아니고 그냥 자기 일기장에나 끄적일 그런 비문들 유치함들이 보이지만 그런 미숙함이 보여주는 절절한 솔직함이 그냥 마음에 와 닿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최갑수씨의 글이 정직하지 않다는 건 아니야.. 그냥 아직 그 글은 그냥 타인의 좋은 글이었고.. 이 두권의 책들은 내 일기장같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내가 다시 이십대 후반으로 가고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없고 통장에 잔고가 조금이라도 00들을 달고 남아있다면 이렇게 훌쩍 떠나고 싶어.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누군가로부터 가고싶은 곳이 어디야? 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하는 답이 어디든 낯선 곳 바싸하게 햇살에 마른 침구에서 혼자 눈뜨는 그런 곳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했거든.. 그렇게 혼자 어디로 훌쩍 떠나 낯선곳에서 불안하게 잠을 설치다가 햇살에 눈뜨는 것 그리고 심하게 외롭고 우울하고 눈물나는 아침을 맞는것. 그리고 나자신을 추스리는 것.. 그게 지금 나의 절절한 소망이어서일까.. 그의 낯선곳에서의 불안감 서성거림이 와닿네... 

담에 새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서 빌려읽지 않구 꼭 사서 볼께.. 그때쯤 내 글도 돈이 되고 밥이 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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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상으로 나아가야할때.. 

두렵고 겁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렇게 계속 외면하고 모른척 숨어 있을 시간도 없다. 

바닥까지 떨어져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비루하고 험하고 막막하여도 일단  나가서 부딪칠 수밖에 

아,,, 숨 고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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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을 받아놓고 계속 노려보기만 했다. 첫 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했으나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자꾸 같은 문장을 반복하게 되고 좀처럼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덮어놓고 다른 것들을 먼저 해치우고,, 그리고 늦게 손을 잡아든다. 이전 사놓고 읽지 못하던  작가의 자전거 여행을 다시 읽으면서 그제사 그의 미사여구 없이 단정하고 깔끔한 문체의 맛을 알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을 미쳐 다 읽지 못하고 다시 남한산성을 들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다. 남한산성에 꼭꼭 숨어서 하릴없이 견디기만 하는 인조와 조정대신들이 남같지 않았다. 청이면 어떻고 명이면 어떤가 어짜피 우리가 아닌 남을 사대해야하는것 자체가 치욕이 부끄러움인것을 무엇이 도리이고 무엇이 오랑캐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고로 왕이라고 하면 아니 지도자라고 하면 백성들을 살피고 이끌고 그들이 겪어야 할 곤궁을 최소화하면서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게다가 세상은 바뀌고 있었고 명은 쇠약하고 청은 강대해지고 있는데.. 무엇이든 어떠한가 스스로의 실리는 살피는 것 그리고 스스로 자존하는 길을 모색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답답한 임금은 그렇게 성에 머무르면서 시간만을 견디고 혼자 고뇌하고 슬프한다. 그동안 백성들은 죽고 다치고 배반하는데... 그저 혼자 서글프고 힘들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한 건 바로 그 답답하고 찌질한 왕이 나랑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혼자 견디고 내가 제일 아파.. 하고 세상을 향해 응석부리고 종주먹이나 날리면서 숨어있는 사람.. 그게 나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청의 칸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저렇게 꼭꼭 숨어서 도데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하는 것 그게 바로 나 스스로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기분이랄까.. 

인조도 결국 남한산성을 떠났다. 그게 치욕이고 굴복이더라도 그렇게 발걸음을 내디뎌버리자 다시 시간이 흐로고 세상으 흐로고 사람들이 숨을 쉰다. 나도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시점이다. 그렇게 내가 지은 성안에 숨어서 주위사람들을 무기삼아 고뇌하고 견딘다고만 할게 아니라.. 그냥 발을 내디딜 용기가 필요하다. 설령 그 앞에 치욕이 두려움이 부끄러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면서 견디어야지 그냥 웅크리고 견디기만 하면 서날쇠의 독에 묻어있는 똥물처럼 그렇게 독기만 올라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질 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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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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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에서 흔들리며 칸은 이 무력하고 고집세며 수줍고 꽉 막힌 나라의 아둔함을 깊이 근심하였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은 조선이었다. 송파강은 날마다 부풀었다, 물비늘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칸은 답답했다. 저처럼 외지고 오목한 나라에 어여쁘고 단정한 삶의 길이 없지 않을 터인데 기를 쓰고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됨으로써 멀리 있는 황제를 기어이 불러들이는 까닭을 칸은 알 수 없었고 물을 수도 없었다.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되는 처연하고 강개한 자리에서 돌연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그 적막을 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압록강을 건너서 송파강에 당도하기까지 행군대열 앞에 조선 군대는 단 한 번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대처를 지날 때에도 관아와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조선의 누런 개들이 낯선 행군대열을 향해 짖어 댈 뿐이었다. 도성과 강토를 다 비워놓고 군신인 언 강 위로 수레를 밀고 당기며 산성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내다보지 않으니 맞겠다는 것인지 돌아서겠다는 것인지 싸우겠다는 것인지 달아나겠다는 것인지 지키겠다는 것인지 내주겠다는 것인지 버티겠다는 것인지 주저앉겠다는 것인지 따르겠다는 것인지 거스르겠다는 것인지 칸은 알 수 없었다.  

이런 역사소설을  더우기 치욕적인 상황을 그려낸 역사소설을 읽고 나서는 비분강개하거나 힘없는 나라의 힘없는 백성으로 살지 않기위해 무엇을 해야겠다거나 하는 다짐을 해야하는게 교과서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너무나 비루하고 찌질하고 찌질하구나.. 그러나 다시 봄은 오고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 희망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삶은 영욕을 떠나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인지 황망스러웠다.  

꿩도 아닌것이 얼굴만 묻고 엉덩이는 하늘로 쳐올리고 숨어버리면 아무도 모를거라고 그렇게 남한산성에 들어앉아서 대책이 없는 각론을 벌이며 시간을 죽이고  도를 따지고 예를 따지고 길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홍상수영화만큼이나 찌질하고 어이없음이다. 아무런 감정없이 마르고 간략한 문장속에서 느껴지는 비루함이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에 묻어나올만큼 흘러남친다.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위에서 인용한 문구처럼 청의 칸이 보기에(그러니까 제삼자가 보기에도)기이하기 짝이 없는 그런 행동과 결단이 결국 무엇이란 말인가 

왕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대신들은 논쟁만 벌이고 백성들은 긂어 죽고 치욕스럽게 도륙당하고 군사들은 비바람과 배고품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치욕스러운 역사적 묘사앞에 치를 떨거나 부끄러워하거나 결심을 해야하는데 그것보다 어이없고 황망하여 어쩔 줄 모르겠다. 

이렇게 치욕을 남기고 삶을 택한 왕은 훗날 자신의 아들을 의심하고 자신의 선택한 화친과 동맹의 굴욕이  다 남탓이라 그 화살을 아들에게 돌리고 무언가 희생양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자리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면서 지금의 치욕을 그렇게 덮어버리고 싶었을까... 

조선의 가장 찌질한 왕중에 하나라고 하는 인조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할 건 없지만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무언가를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도 신료에게 묻고 책임지우게 하고 그와중에 신하들의 대책없는 도타령에는 한마디씩 일침도 가하는 왕.. 그사이에 백성들은 굶고 빼앗기고 죽어갔다. 왕이 대신들이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천민에 가까운 대장장이 서날쇠는 결단을 내리고 가족을 챙기면서 자리를 지키고 목숨을 하나 거두고 심지어는 밀명까지 행한다. 그렇게 아랫사람들은 치열하게 자신을 지키고 무언가를 지키고자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청의 역관이 정명수 마저 가족의 죽고 의탁할 곳없이 청까지 흘러가서도 치열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백성들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안 최명길과 김상헌도 치열하게 성문을 열것인가 말것인가로 다투고 대신들도  조금이라도 도리에 법도에 어긋나는 말이 나오면 목을 쳐라 도를 세우라 하면서 침을 튀어가며 탁상공론을 치열하게 한다.그러나 그 치열함은 무엇인가 앞으로 나아감 아니면 치욕을 견디고서라도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지키고자함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견디는 것 도저히 저런 오랑캐와는 대면할 수 없응니 이렇게 버티고 보자는 것 그 이상이아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누가 옳다 그러다 할 수 없는 것이 누구나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가 그동안 몸에 익힌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우물속의 개구리처럼 그것이 자신이 아는 세상이치의 전부인지라 그 자리에서 관료는 관료대로 왕은 왕대로 백성은 백성대로 정명수는 정명수대로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도 어리석은 뀡처럼 머리만 숨기고 엉덩이는 세상속에 치켜올린채로 귀막고 눈막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이치로는 알지만 그렇게 행하기가 막막하고 두려워 지금 나도 견디기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행하지 아니하고 이리저리 말만 하며 미련하게 견디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여서 일까...

칸이 남한산성을 바라보며 느끼는 저 위의 인용들은 바로 나에게 들려주는 것 같아서 조금 뜨끔하다. 

김훈의 문체가 참 읽기 힘들었는데.. 한권을 떼고 나니.. 참 단순명료하고 정갈하다 꾸미지 않아도 적재적소에 알맞게 들어앉은 단어단어들이 어쩌면 이렇게 딱맞게 배치되었는지.. 그의 글이 좋다는 걸 이제사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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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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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명색이 역사를 전공하였지만 역사소설은 처음 읽는 것이다.아 챙피~~             

태정태세 문단세.... 왕의 연대를 주욱 외우다 보면 그 사이에 숨은 왕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사도세자와 소현세자 두 사람... 둘다 아비에 의해 죽음을 맞게되는 비운의 아들이다. 사도세자는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접했지만 소현세자는 그만큼 많이 입에 타진 않았다.  병자호란이후 인질로 청에 잡혀 있다가 돌아와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으나 결국 젊은 나이에 학질로 사망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인조에 의한 독살이라는 설이 있다. 그의 사후에 그의 아내와 자식마저 유배를 가고 죽음을 맞이하였으니 그런 의문이 점점 더 확고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 소현이 청에 있던 마지막 2년 그리고 돌아와서의 이야기다. 이미 모두가 아는 역사라 보니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아니라 그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의 재미다. 

소현과 청으로 잡혀온 종실의 딸이었으니 아제는 충의 관리의 아내가 된 흔 그리고 청에 와서 역관으로 사는  만상 그리고 석경 봉림대군 수르곤.. 그들은 서로 적이면서 서로 친밀하고 서로 경멸하면서도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한다. 적의 인질이라는 입장에서 소현은 청이 흥해도 망해도 어디에서나 입지가 없는 입장이다. 청이 흥하면 현재를 살 수 있으나 돌아갈 자리가 없고 청이 망하면 돌아갈 수는 있을지언정 지금 살 길이 아득하다. 그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삭히면서 고독하고 불안하게 절대 속을 드러내지 않고 울음마저 삼켜야 하는 입장이다. 오랜 적이라 오히려 더 친밀해진 수르곤과도 친밀함을 보일 수 없고 같은 인질인 여러 조선관리들 사이에서도 속내를 드러낼 수 없다. 어디서 자기를 지켜보며 조선과 내통하는지 알 수 없는 입장이다. 

그건 흔도 마찬가지고 만상역시 그러하다. 누구하나 믿을 사람이 없어 언제나 촉각을 세우고 날이 바짝 선채로 그렇게 주위를 살피며 나하나 이외엔 누구나 의심하며 살아간다. 서로를 연결하면서도 그 연결끈이 끊어지기 전에 내가 먼저 끊어버려야 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의 연속이다. 

소현은 참 외롭고 고단했구나 싶었다. 아비를 믿을 수도 의심할 수도 없는 입장  어여삐 여기던 가신마저 스스로 칼을 겨누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들 그속에 고독하고 불안하고 슬프고 그래서 아름다운 소현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먹먹했다.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보다는 그 당시 상황이라는 것이 명이 쓰러져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 허울을 부여잡고 고지식하고 부질없이 고집을 피워대는 조선의 사대부들 청의 새로운 세상에 그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그저 천시하고 언젠가 쓰러질 오랑캐이상은 아니려니 하는 회피들  그러나 그들이 쓰러지기 원하는 청은 점점 강해져 결국 명을 쓰러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다 그런 허울에 잡혀 허상에 빠져서 현실을 외면하고 피하는 사대부들의 행동들과 아들마저 의심하고 불안에 떠는 나약하고 외로운 왕의 모습이 결국 지금 나의 조상이란다. 

책은 특별한 이야기나 사건은 없다. 그저 인물들의 내면과 그 주위를 은밀하고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조여갈 뿐이다. 흔과 만상 막금 석경 등등의 인물들은 서로 얽히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그러면서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살아남는 것 혹은 놓아버리는 것을 택한다. 무엇이 살고 무엇을 놓아버린던 결국 다 헛된것들인데..   

사람들의 김훈의 글과 비교하면서 박한 점수를 주더만 나는 첨읽는 역사소설이라 그런지 몰입하며 읽었다. 인물에 대한 치밀하고 세심한 묘사는 어쩌면 김훈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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