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에 볼행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둘이 다시 만나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외로운 남자가 만난다. 어느날 갑자기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여자가 남자의 공간으로 불쑥 들어오면서 만남이 시작된다, 그렇게 조금씩 만남이 거듭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사정을 알게 되고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고 그렇게 헤어지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남자가 구해주고 둘은 사랑을 확인하게 함께 살게 된다.
사랑하면서 변하게 된 남자는 이제 정말 제대로 살고 싶어지고 여자는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여자가 왜 사고가 나고 시력을 잃게 되는지를 알게된 남자는 여자를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주고 싶어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는 남자의 거짓말에 수술대위에 오르고 남자는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떠난다. 여자는 시력을 찾고 새로운 삶을 찾지만 눈을 뜬 여자앞에 오로지 남자만 없다. 남자는 여자의 수술 성공 소식을 알게되자마자 죽음과 마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자는 삶을 적극적으로 꾸리면서 살아가고 남자와 우연한 만남.. 그러나 한번도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 여자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여자의 개가 그리고 거북이가 남자의 존재를 알려주고 둘은 다시 만난다.
어찌보면 흔한 멜로고 소지섭의 쓸쓸하고 어두운 표정이 홍콩 느와르를 닮아있기도 했다. 그래도 뻔한 스토리 뻔한 크리셰를 보면서도 마음이 졸이고 눈물이 나고 먹먹먹해지는 게 결국 멜로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주인공들 안타까운 스침에 괜히 내가 애가 타서 숨도 못쉬다가 마지막에사 겨우 한숨 돌린다.
소지섭의 쓸쓸하고 그늘진 얼굴에 한효주의 밝고 긍정적인 미소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게 사랑이구나 서로 모자란부분과 넘치는 부분이 아귀가 딱 맞는 구나 하는게 보이는 커플이다. 텔레비젼에서는 별 매력없어 보이던 한효주가 참 다정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반듯하게 잘 자라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우누 사람... 그런 기운이 어둡고 외로운 소지섭의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참 조화롭게 둘이 잘 어울렸다.
한때 미쳐서 극장을 찾아가며 보던 홍콩 영화가 생각났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뒷골목만 전전하던 남자주인공이 밝은 여주인공을 만나서 사람이 변하고 여주인공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위험한 일도 감수하고 일이 벌어지고 여주인공은 남자의 비극을 모른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남자는 피투성이가 되어 눈을 감으면서 그 여자를 그리워하고.. 그 위로 알 수 없지만 쓸쓸하고 매혹적인 홍콩노래가 흐르고... 혹은 몇년후 두 사람은 다시 환한 미소로 우연히 만나게 되고... 뭐 그런 영화에 빠져서 별별 극장을 다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
어두운 배경속의 소지섭은 그때의 장국영 유덕화 주윤발 등등을 떠올리게 하고 한효주는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저 밝기만 하고 철이 없던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한효주가 연기하는 정화는 더 어른스럽고 단단하고 야무지다) 빛고 어둠처럼 둘이 함께 있어야 그 존재감이 드러나고 서로의 가치가 드러나는 사이처럼 둘이 함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이야기가 끝나면 어쩌나 어쩌나 맘을 졸이긴 첨이다. 한때는 "이런 뭣같은 우연이 다있나... 이런 얼렁뚱땅 해피엔딩이라니" 하면서 흥분하고 함부로 재단하면서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행복해지는 걸 갖잖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서일까
둘이서 헤어지고 소지섭이 모른 척 하고 한효주가 헤메고 하는 내내 영화가 여기서 끝나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마지막에 긴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영화든 현실이든 누군가 울게되고 슬프게 되는 건 정말 싫다. 유치하고 어이없어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 그게 더 맘이 편하고 좋다. 영화적인 미학이니 완성도니 그런건 모르겠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운 두 남녀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기고 그래도 다시 웃을 수 있게 된데만 만족한다.
둘이 잘 되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극장문을 나선다.
이 가을 혼자 울고 싶다면 조용히 극장에 가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