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초등교사입니다. 자격미달 교사 얘기 나오면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고 교사라는 직업군을 싸잡아 욕하는 분위기 저도 익히 압니다. 저는 그동안 그런 글들을 봐도 욕먹을만한 교사도 있으니 저런 소리 나오겠지 생각했고 나만 똑바로 하면 저런 말 안 듣는다, 쓸데없이 오지랖 부리지 말자 싶어 읽기만 하고 패스하는 편이었습니다.
5-6년 지나면 면역이 생긴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신데 경력 15년이 되어도 '6학년'에 대한 면역은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초임 때나 15년차인 지금이나 6학년은 여전히 힘듭니다. 아이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대화’가 불가능한 일방통행의 학부모들도 점점 늘고 있거든요. 게다가 문제는 6학년이 그 정점에 서 있을 뿐이지 3,4,5학년 중에도 그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좋은 교사를 만나야 1년이 행복하지만 교사도 똑같은 이치입니다. 저 역시 6학년을 맡을 때마다 2년 연속은 절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입교사, 초임교사가 6학년은 담당하는 것은 어느 학교나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이 있는 선배 교사들이 선뜻 하겠다고 인심쓸 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지요. ‘6학년 담임’은 신입 교사에겐 당연한 관문이 되는 거지요.
4학년밖에 안된 아이가 스스로 자해를 하고 납치를 당했었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자신을 혼낸 교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서실에 몰래 들어와 책꽂이의 책을 다 빼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놓고 소변까지 갈기고 가는 아이도 있답니다. 안티카페를 만들어 교사들 비호감 서열을 매기는가 하면 들으란 듯이 교사에게 대놓고 욕을 하는 아이도 있고, 교사를 교실 바닥에 눕혀 놓고 아이들 보는 앞에서 어퍼컷을 날리는 아이도 있어요. 내 아이가 그렇게 맞았다면 학부모는 당장 교육청이나 경찰청에 전화하지만 교사가 그런 폭력을 당했을 때는 사회적인 통념상 덮어주고 용서해야 하지요. 그런 일이 신문이나 방송 매체에 기사화되면 좋을 것 없으니 상급자들은 어떻게든 쉬쉬하고 몰래 수습하려고만 합니다.
저도 한 때 저를 너무 괴롭혔던 6학년 남자 아이 때문에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교직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악몽을 꾸다가도 어느 날은 그 아이가 정말 착한 아이로 변해서 제가 너무 너무 행복해하는 꿈을 꾸기도 하지요. 꿈에서 깨어 출근하면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그 아이 때문에 가슴이 옥죄곤 했지요.
그 땐 그 아이만 극복하면 될 것 같았지요. 그러나 놀랍게도 어느 학교를 가든 6학년 교실엔 그런 아이들이 몇명 씩 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정말 힘들지만, 사실 문제의 아이들 뒤에는 대부분 문제의 학부모가 있습니다. 이건 거부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자녀에게 휘둘리는 학부모들이 그 배경에 있습니다. 자식이 어디 부모 뜻대로 되느냐고 따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식을 그 지경까지 만든 데에는 부모의 책임이 9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학급에 학원 안 다니는 애들이 거의 없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원 다녀서 효과를 보는 아이들은 30%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시켜주고 스마트폰도 해주고 노스페이스 점퍼도 사줘야 부모로서 책임을 다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들 인성과 정서를 위해서는 그만큼 애쓰지 않지요.
폭력적인 아이 뒤에는 폭력적인 학부모가 있고 나태한 아이 뒤엔 나태한 학부모가 있습니다. 밤새 야동을 보느라 피곤해 9시가 넘어 등교하는 4학년 아이의 뒤에는 생계 때문에 자식을 잘 돌보지 못하는 부모가 있지요. 자식은 부모의 모습을 닮고 부모의 그늘에서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 뒤에 있는 그 애들의 부모를 탓하다보면, 또 그 부모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지요.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 근본적으로 이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못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좀 못 풀어도 기죽지 않고 학교 다닐 수 있는 풍토, 공부를 잘 하는 아이와 노래를 잘 하는 아이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풍토, 부모의 경제력이나 직업이 썩 자랑스럽지 못해도 저마다 나름의 행복과 보람을 찾으며 살 수 있다는 철학 같은 걸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보람 있게 가꿔가고, 물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암담하고 오늘이라도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일을 그만 둔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내가 눈 감고 있는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제 아이도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제 아이가 앞으로 10년 이상 다녀야 할 ‘학교’라는 곳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앞정서야 한다는 투지(?)로 출근을 합니다. 복도에서 만나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저학년 아이들을 보면 ‘지금의 6학년 아이들도 몇 년 전에는 저렇게 귀엽고 착한 아이들이었겠지. 이렇게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이 어쩌다가 저렇게 거칠어졌을까...’ 생각하면 왠지 눈물이 핑 돌고 그 아이들을 어떻게든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더 능력을 키우고 마음 수련을 해서 그런 아이들까지 감화시키고 변화시키는 날이 올 때까지, 어쨌든 되는 데까지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삽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보다 힘들겠는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하루 끼니 걱정으로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만큼 힘들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관해 조금 더 넓은 안목과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 역시 부족한 엄마, 부족한 교사라서 이런 글을 올리기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지만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도 간혹 계실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립니다. 내 아이를 위하는 만큼 교사도 존중해주시길, 내 아이 키우는 게 힘든 만큼 3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도 이해해주시길......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것보다 바른 마음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도록 더 살펴봐주시길.... 작은 것 때문에 정말 큰 것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한번쯤 되돌아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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