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면 충분하다
김영미 지음 / 양철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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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누군가에게 읽어주는 책이었다가 이제는 내가 위로받는 책이되었다. 큰 아이는 자기가 사랑하는 그림책 목록을 가졌고 작은 아이는 우연히 뽑아든 그림책에 뭉클해지더라고 얘기해줬다.
그러면 되었다.
이야기는 내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고 작은 비밀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 걸 몸으로 배운다.
꼭 책이 아니어도 세상 모든 것들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낭창낭창 말 안듣는 딸 아이도
도무지 다른 세상 사람처럼 말잊안통하는 배우자도
염치없음에 질려버린 어떤 이웃이나
연락이 끊어져 그립다가 잊히다가또 그리운 친구도
잔소리처럼 법규를 읊어대던 그 직원도
저마다 하나씩 이야기가 있을테고 그 이야기는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을진데...자꾸 까먹는다.

세상엔 그림책이면 충분할 수 있고 그림책이 아니어도 충분 할 태도 있다.
예전에 읽고 잊은 책들도 기억이 새롭고
제목만 알던 책들도 다시 궁금하고
지금보다 조금 유순했을때 아이와 같이 읽었던 책들도 그립고
새롭게 메모한 책도 생겼다.

한 번쯤 추억하며 읽기엔 좋은 책
지금 열심히 세상에 귀 기울이며 살고 있다면 굳이 읽지않아도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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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고 싶은 독서치유의 모든 것
윤선희 지음 / 소울메이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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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펼쳐지고 여기저기 흩어진 이론과 생각을 정리하기 좋음
쉽게 읽히징산 조금은 주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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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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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관게맺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소통이라고해도 좋고 연결이라고 해도 좋고 연대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냥 소소해보이고 마냥 팔랑팔랑 가벼워보이는 소재와 문장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 낸 이야기는 누군가  닿아있다는 것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웨딩드레스44>는 웨딩드레스로 이어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결혼을 꼭 해야할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할 일이 되기도 한다.

여러명의 모르는 타인들이 한 벌의 웨딩드레스를 그들의  삶의 한 순간 입었다는 이유로 연결되어간다. 본인들은 까맣게 모르겠지만

웨딩드레스는 단 하루 나를 주인공으로 빛나게 보이는 옷이지만 그 옷을 벗는 순간  그 시간은 기억될뿐 그 옷은 잊히고 지워진다 그때가 인생의 절정이었거나  이제 마지막 잡을 수있는 기회이거나  돌이켜야할 순간이거나  그냥 아무런 감정이 없거나 후회이거나 그 옷은 다만 그 옷을 입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마흔 네명의 결혼도 그렇다.

결혼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 제도로 들어가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 되어버리고 내가 내가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당위되어지는 일들이 당연하게 되어버리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효진> 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엮인 선들을 과감하게 잘라낸다. 자기를 억압하던 가부장적인 가족에서 벗어난다. 그 속에서는 그것이 억압이고 폭력인지 알지 못한다. 너도 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거부하지 않은 제도나 문화속에서 자기의 위치는 그저 당연하다.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되고 누군가는  이게 옳다고 스스로 믿게 되고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이는게 당연한 일이 된다. 효진은 그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리고 새로운 친구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주체적으로 내가 관계를 선택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건전하고 사랑스러운 근과의관계도있지만   또 다른 인격적 폭력을 행하는 남자도 만난다. 관계들을 맺고 끊어내며 효진은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 도망치는 일로 일본으로 떠나지만 여전히 그는 다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효진은 스스로 도망친다고 말하지만 아닌 것을 끊어내고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대로 질질 끌러가다가 옴팡 뒤집어 쓰는것은 용기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까

좋은 기억은 여전히 가지고 나쁜 기억은 얼른 얼른 지워가며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를 응원한다.

 

<알다시피 은열>에서 주인공 정효는 논문을 앞둔 역사학도 이고 동시에 밴드 키보드 연주자다

우연히 사료 한 귀퉁이에서 만난 위왜집단의 존재와 은열이라는 인물 일본인 시로와 중국인 창랑의 관계를 찾아보며 흥미를 느낀다. 빈약한 사료를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을 펼쳐가며 이것이 논문인지 픽션인지 알 수 없는이야기를 엮어낸다  한 중 일 서로 다른 국적의 인간관계를 아우르는 범 아시아 적인 새로운 관계에 관해 관심을 갖지만 논문으로 나오기엔 턱없이 자료가 부족하고 그저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현실의 정효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밴드를 계속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중인데  중국인 일본인 호주인이 들어오면서  논문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툴고 간절한 음악을 만들어간다.

설령 돌아서면 잊힐 존재들일지라도 서로 연연해하지않으며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로 깃털처럼 가벼워서 오히려 그렇게 이어지는 관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함께 음악을 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서로 화를 내고 화해하는 이 순간이 좋을 뿐이다.

이 관계의 의미는 나중에 누군가가 붙여주든 잊히든 그만이다.

 

<옥상에서 만나요>

관계는 사람과 사람을 넘어사람과 기이한 존재의 관계로 확장된다

지리멸렬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직장 세명의 언니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던 주인공은 언니들이 떠나고 다시 지루하고 삭막해진 현실을 깨기 위해 언니들이 전수해준 <규중조녀비서>에 나오는 신랑 소환의식을 회사 옥상에서 치른다.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든 어떤 인간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간절함에 세상 모든 부정과 지루함과 악습을 타파해달라는 소소한 정의로움이 뒤섞인 소환의식은 뜻밖의 존재를 소환한다.

분명 어떤 인간이든 인간이라고 믿고 치렀는데 등장한 것은 사람도 아니고 사람의 형상조차 아닌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존재 '멸망의 사도'되시겠다.

그래도 게으르고 낙천적이고 일단은 미루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그와의 생활을 시작하고 서서히 그의 존재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친밀해지기까지 한다 어쨌든 남편 아닌가

언니들이 아닌 그 존재와의 관계도 나쁘지않지만 우연힌 기회에 그가 '멸망의 사도'가 아니라 '절망의 사도'라는 것 세상 모든 절망을 먹어치우며 생존을 이어간다는 걸 알게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삶은 다르게 변한다

이렇게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함께 하는 삶도 나쁘진 않다.

세 언니들과 끈끈한 유대속에서 지리멸렬한 회사생활를 견뎠던 것처럼 그 언니들의 조언으로 얻게된 이 존재와 이 세상을 함께 견디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일단 존재를 인정하고 좋아하고 소통하는 순간 삶은 꽤 괸찮아진다

뭐든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볼 일이다

 

< 보늬 > 

돌연사한 언니

그리고 그 돌연사를 계기로 보윤 매지그리고 규진은 돌연사 닷컴을 만들고 돌연사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의 사연을듣고 서로서로의 연결점을 생각하고 이어준다.무심하게 오래된 사이인 세사람의 이야기와그들이 만든 돌연사 닷컴  그건 갑자기 죽어버린 보윤의언니 보늬에서시작한다

전혀 관계없어보이는사람들이돌연사라는고통점으로함께하고  그들을 알게 되고 죽음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소통되고 알아가는 세상이 확장된다.

이야기는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툭툭 던져진 문장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근사한 관계맺음 소통 호근 유대를 보여준다 .

어쩌면 관계를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없고 언제든나설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서운하지 않을만큼의 질량과 밀도와  무게가 필요하다.

길게 오래 깊게  외롭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별건 아니지만

"하다가죽지 않는거

 하다가 죽어도 관계 없는 거' 그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보윤의 마음을 알 거같다.

그리고 분명히 어딘가 그런 일이 있을 것이고 나도 어디선가 누군가 연결되어 있을거라고 맹목적으로 믿게된다 .

 

<영원한 77사이즈>

하다하다 이제는 좀비까지..

이 소설집이 이렇게 맹랑한 환타지물인지 몰랐네. 나 환타지 참 싫어하는데 이렇게 빠져들수도 있구나.

여자는 늦은 밤 인적없는. 조명등마저 군데군데 꺼진 서울의 지하보도를 걷다가 그것의 습격을 받고 죽었으나 죽지 못한 좀비가 된다.

참 슬프고 원통하고 무서운 이야기다.

서울에서 지금도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공간이 될수 있다.

어쨌든 이야기로 돌아와서

좀비들 사이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고 관계가 존재한다.

갑오년 동학 때 죽은  좀비와 21세기 서울에서 좀비가 서로에게 룰을 전수하고 친밀해지다니

이제 인간이 아닌 여자는 인간의 피가필요하다.

현재 그녀는 마늘이나 십자가를 피할 필요는 없고 그저 곶감을 조심해야 하고 혈액공급원에서 폐기처분되는 피를 마시며 삶을 이어나간다. 참 합리적이고  간결한다

그리고 오래 짝사랑했던 남자를 만나 뭔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어하지만...

관계맺음은 좀비들 사이에도 있고 인간과 인간이어도 전혀 관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자는 좀비가 되어 비로소 자유롭고 자기 욕망을 들여다 보며 충실해진다.

가끔 오래 이어왔던 관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내게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 그저 내가 소모되고 말 관계라면 말이다

나는 그녀가 가능한 늦게 늦게 곶감을 먹기 바랄 뿐이다.

 

<해피쿠키 이어>

귀에서 과자가 자라는 남자.

다른 어떤 작가가 만들어낸 어떤 작품속의 인물보다 가장 따뜻하고 젠틀하고 다정한 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고루하고 가부장적이고 여자를 우습게 여길거라고 생각되는 중동에서 그와 다를 바 없기도한 한국으로온 남자다.

친구를 도와주러 갔다가 사고로 귀를 다치고 난 후귀에서 과자가 자라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그 사고 제공자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먹지 않으면서 자기 귀를 뜯어 먹어버리는 여자를 사랑하고 연인이 된다.

그 관계속에서 남자는 그럴 수 없이 예의 바르고 다정하고  배려심이  깊다.

관계란 자고로 이렇게 깔끔하고선을 지킬 줄 알며 동시에 타인에 대한배려가 있어야 하는법이다

이 인물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혼세일>

이혼하는 친구가 여는 세일에참석한 친구들 이야기이다.

이럴 수도 있구나

가벼운 감탄이 나왔다

이혼이란 불길하고 불행의 냄새를 팍팍 풍기는 것이라 옆에 접근만 해도 내게 옮을 것 같고 이혼하는 이들의 물건은 무슨 전염병을 옮기는 물건처럼 불길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없이

이혼을 앞둔 친구의 물건을 거리낌없이 나눠가진다.

필요가 없어진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

내가 필요한 것을 이제 필요없어진 사람에게 나누어 받는 일

담백하고 단순하다.

오랜 친구들처럼 서로 질투도 있고 꽁냥꽁냥 뒷말도 있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괜히 부럽고 그렇지만 또 그만큼 단순하고 이해하고 있다.

부담없이 나누고 아낌없이 베푸는 일이 이야기속에 일어난다.

저마다 입장이 다르고 처한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일단은 그저 보듬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도 괜찮구나 싶었다.

결혼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있거나 없거나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별 사소해보이는 결정들이 사람의 입장을 다르게 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우정도있다.

마지막 장아찌 누름돌은 살짝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별거 아닌 둥글고 묵직한 돌

그걸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잇는 관계도 참 괜찮다.

 

<이마와 모래>

대식국과소식국

이름답게 많이 먹고 적게 먹는  것으로 가치를 두는 나라 그만큼 두 나라의 위치가 다르고 입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보는 시선이 다르며 당위성도 다르다.

두 나라간의 전쟁 갈등 중재 그리고 평화를 위해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마와 모래의 이야기

서로 자기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는 두 나라는 긴 전쟁과 짦은 평화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갈등에서 더 이상 피곤한 상황은 피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그걸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고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가운데 자기 이익을 우선시 하는 인물도 있고

서로 상대가 야만적이고 무지하며  멋도 맛도 모르는 꽉 막힌 족속이라고 여긴다

말그대로 완벽한 남이고 타인이다

두 나라의 기구한 역사탓에 두 나라 문화를 모두 접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이마와 모래가 두 나라의 중재에 나서고 갈등을 봉합한다.

갈등해소는 언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다

그저 타인을 이해해보려는 마음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들은 다 짧고 경쾌하게 끝난다.

누군가가 죽거나  좀비가 되거나 기이한 존재가 등장하고 피냄새가 나는 전쟁이 일어나도

이야기는 그지없이 명랑하고 맹랑하다

이렇게 작고 소소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것. 아니 내가 읽으며 내 멋대로 받아들이는 것

너의 관계 맺음은 너가 결정하는 것이다.

나의 관계도 내가 결정한다.

다만 내 입장만 고수할 필요는 없고 외로운 한마리의 늑대가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와 연대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일이 꽤 괜찮다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망을 유지하든 잘라버리듯 다시 어디에서 새롭게 이어가던 그건  너만 결정할 수 있다. 누군가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명령할 수도 없다. 그건 너의 일이므로

너의 선택이라면, 너가 결정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말한다.

약하고 별거 아닌 것이 질기고 오래 가기도 하고 온갖 좋은 정의와 미사여구 이해관계로 이어진 관계가 바삭 허물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내것이 아니라면

낯선 타인과의 관계도 괜찮을 수 있다. 너무 겁먹지 말라.

단 모든 관계를 유대를 연대를 스스로 능동적으로 행하라.

스스로 선택하거나 스스로 거부하거나  나의 선택을 너의 선택만큼 존중할 것

그게 가능할때 진정한 연대가 이루어 진다.

작고 귀엽고 소소하고 팔랑팔랑 떨어지는 꽃잎같은 이야기에서 나는 그걸 읽는다.

 

내가 이 소설집과 잘 관계맺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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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는 노란상상 그림책 51
차재혁 지음, 최은영 그림 / 노란상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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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순간은 망설임이 없었다

친구가 올린 공지글을 보고 나도 못 갈건 없겠다 싶었다.

그때 쯤이면 신경쓰던 일도 마무리가 되어 갈 것이고 어떤 결정이 나든 지금 아니면 이렇게 혼자만 훌쩍 떠날 시간이 당분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 그동안 다들 시간을 내어 여기저기 다녔는데 나만 시간에 매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억울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일정이 다가오고 계획이 세워지는 걸 보면서 이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망설임이 스믈스믈 기어 올라왔다,

놀아본 놈이 논다고 늘 핑계뒤에 숨었던 습성이 어디 가질 않는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마침 한 차 정원이 안되니 어쩌니 하는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며 이게 기회인가 보다 발을 빼라는 말인가 보다 했지만 결론은 기차표를 예약해버렸다.

이젠 갈 수 밖에 없다.

고작 일박이일 여행조차 이렇게 갈등을 해야하다니 나도 많이 변했구나

한때는 마음 먹는 순간 발을 내디뎠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룻밤에 모래성을 쌓고 허울고 그리고 끝! 그런 일들이 허다하다.

 

막상 떠나니 별거 아니었다.

남겨진 가족들은 약오를만치 자기들끼리 잘 지냈고 자기 일에 바빠 서로 연락도 안했고

안전하게 잘 아는 이들과의 익숙하지만 낯선 여행은 그냥 좋았다.

날이 추워도 좋았고 바람이 불어도 좋았고  식당이 만석이라 도로 나와야 하는 것도 '어설프고 조악한 전시물들도 좋았고 마냥 읽어내려간  문화재 해설도 좋기만 했다.

뭘 먹어도 맛있었고 뭘 해도 시간이 딱딱 맞은 건 기가 막히게 일정을 짠 친구덕이기도 했지만

어딜 나선다고 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별 거 아니구나

이렇게 나만을 위해 돈을 쓰고 시간을 쓰고 감정을 쓰는 일이 별거 아니구나

의외로 너무 시시했다.

이럴거.....

 

어두운 저녁을 배경으로 주인공은 서성인다

카메라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보지만 하나도 찍지 못하고 도로 돌아온다,

그리고 계속 머리를 굴린다..

그런 말은 없고 그런 낌새도 없지만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창밖을 바라보고 개의 등을 쓰다듬는 주인공의 모습이 뭔가 생각이 많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건 참 익숙하고 잘 아는 모습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나의 친구들과 달랐다.

왜 가냐고?

간다고 별 수 있냐고?

다음에 같이 가자고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고...

자꾸 망설이는 마음을 뒤에서 잡아당긴다. 너의 망설임이 옳은 거야 그걸 따라야해

남자는 주인공은 여전히 그냥 있어야 겠지? 나서지 말아야겠지?

그 마음이 70%를 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을 안고 모자를 쓰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조금만 가보자 저기 골목까지만  저기 모퉁이 까지만  저기 지하철 역 입구 까지만...

망설이는 마음 주저하는 마음 이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다르게 몸은 계속 앞으로 간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고 방향을 맞추고 어긋나면서

그들은 자기가 어딜 가는지 알고 있을까?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가는게 맞는 걸까?

남자는 이젠 적당이 풀어진 망설임을 안고 지하철을 차고 갈 뿐이다.

그리고 마침 다다른 그곳

그래 오길 잘했다.   그렇지?

 

일단 움직이면 걷기 시작하면 닿는 곳이 어디든

언제나 오길 잘 했다.

좀 시간이 걸리고 험하고 많이 돌아온 길이라도 오길 잘 했다.

나도 그렇게 가길 잘 했다.

추운  관광지를 다니고 새로운 곳에서 감동하고 맛있는 밥을 먹고 이젠 함께 모여도 그닥 수다떨 거리도 없어 멍하니 티비만 바라보고 있다가 잠이 들어도 무심하게 마음도 편하니 오길 잘했다.

 

 

어디든 망설여진다면

일단 발을 떼고 보자

신을 신고 끈을 고쳐 질근 묶고 문을 열고 나서면 된다.

그럶 반은 한 셈이다.

 

올해 한 방향을 향해 12년을 걷다가 조금 멈춰 돌아가는 길을 택한 아이에게도

일단 정했다면

아니 아직도 망설여지더라도

일단 나가서 걷고 보자. 한 발 한 발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어도 그냥 걷다보면 그게 목적지가 될것이고  아무래도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면 그 뿐이다.

느린건 잘못이 아니다.

 

그림책속의 남자가 느리게 걸어서 좋았다.

그림속에서 뭔가 아직도 망설이고 생각이 많아서 더 좋았다.

그래도 계속 걸어가서  그게 더 좋았다.

 

아이보다는 어른에게

이제 막 어른이 되려는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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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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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소하고 사적인 내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내생각이 늘 옳지 않을 수 있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라도 용기있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생각할 거리도 많고 어쩌면 내가 내 아이가 이렇게 고민하고 좌절하고 또 다시 살아가고있을거라 더 와닿습니다. 결코 시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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