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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늘 의심이 가득했다.
"그래 한번 해봐. 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볼테니...."
심리치유서를 읽을 때마다 먼저 무장되는 마음이었다.
늘 뻔해보였고 그냥 발린 말처럼 보였다.
니 잘못이 아니야.
내 자신을 돌아보고 아껴줘야 해
타인을 바꿀 수는 없어. 내가 바뀌는 것밖에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변하는 것이 우선이며 전부이며 최고의 해결책이야
그렇게 믿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으면서 심리치유서를 읽기도 많이 읽었다.
뭔가 그래도 내게 딱 맞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계속 그렇게 기대하고 찾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췄다. 읽을만큼 읽었구나 나도 알만큼 알고 있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의 추천으로 책을 읽는다.
첫머리부터 뻔하다.
저자의 불행한 서사가 설명되고 그 어려움을 정신분석을 받음으로서 새롭게 받아 들이게 되고 계속 공부했고 그리고 불행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나 상담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여느 다른 치유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동안 힘들었겠구나
감정을 꾹꾹 눌러놓고 사느라 자기를 돌볼 여유도 없었고 애쓰며 살았구나
너의 잘못이 아닌데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계속 반성하고 내탓을 하며 나만 상처입히고 살았구나 라는 위로들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번엔 그런 뻔한 조언들이 비슷비슷한 사레들이 훅훅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저 담 넘어 남의 일처럼 읽었던 지난 시간의 경험과는 다르게 아하.. 그럴 수 있구나. 하는 마음 그리고 사례의 인물이 아닌 내가 위로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 저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서?
프랑스가 자랑하고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은 조언들이고 상담가라서?
나도 이제 제대로 괜찮은 그리고 나와 잘 맞는 상담가를 만나게 되었나?
뭐 그런 것도 없지 않겠지만 어쩌면 지금 이시간 나는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게 아닐까?
지금 이순간 어쩌면 나에게 이런 뻔해 보이고 상투적일만큼 교과서적인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는 먹어가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지고 무언가 모르게 두려운 것들이 늘어가고 내가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낯설어지고 스산하게 바람이 불고 으슬으슬해지는 지금
어쩌면 지금 이 책이 나에게 필요했던 게 아닐까
딱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 책이 내게 왔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나는 그냥 나 자신의 중심일 뿐이다.
과대망상은 내가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세상의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이다.
세상은 유감스럽게도 나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다.
모든 일이 내 탓은 아니다.
나쁜 감정 좋은 감정 나뉘어지지 않는다.
모든 감정은 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다.
'마음 속 지옥을 피하려고 하면 마음속 천국에서도 멀어진다.' 매슬로우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인과응보가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예측 가능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있을 뿐이다.
안좋은 일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안좋은 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불행이다.
도전하고 실패를 감수하면서 맞서 싸우는 경험 자체가 자신감을 키워준다.
자기변화란 고통스러운 습관을 반복하는 낡은 자아로부터 벗어나기위한 자기 수련이다.
1단계 문제를 확인한다.
일상에서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무엇인가
2단계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3단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현재의 내 모습과 과거의 내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다. 남탓을 하고 싶어진다.
4단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세운다.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만들어가는 것
5단계 통합과 소화의 단계
하루하루 체험한 변화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훈련의 시간
변화를 실천하고 연습하고 그 연습을 반복해야하는 긴 시간
내가 변해야 한다는 것 고통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
행동 루틴을 바꾸는 것 그것이 어렵다. 연습과 반복되는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겪은 적이 없는 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없다.
전보다 조금 더 만족스러운 정도로 만 가능하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사람과의 이별에도 감정과의 이별에도 내 일상과의 이별에도
동정이 상대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것이라면 공감은 상대의 고통을 깊이 이해한 후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마주보고 있는 것이 좋듯이 타인을 돕고 싶다면 그와 나 사이의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멀지도 가까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고유영역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결코 당신을 홀로 내버려두지 마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마세요
어느 순간에도 당신의 손을 잡고 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터득하고 익혀야 하는 삶의 기능이다.
1.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삭하고 산다.
2.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3.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진다.
4,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드러낸다
5. 인생의 목적과 목푤를 세운다.
6. 정직하게 산다.
내가 뭔가를 잘 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하고 실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즐기면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꼭 말로 표현해야 한다. 상처받아 멍들고 오해받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로 나누어야 한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던 조언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 닿는 말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조언들
어디에 써도 적당히 잘 맞는 보편적이고 상투적이라 크게 공감할 수 없다고 무시했던 말들이 와닿는 경험이 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만 주고 내 할 일을 다 했노라고 생각하고 감사하지 않은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어쩌면 그가 줄 수 있고 생각하는 그 사랑에서 '그가 줄 수 있고 그가 생각하는 '이라는 부분이 아니라 그럼에도 그것도 '사랑과 관심'이라는 저자는 말한다. 내게 필요하지 않고 그저 자기만족뿐인 사랑과 희생일지라도 상대는 그순간 진심으로 나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랬을 거라는 말이 와 닿는다.
늘 내게 필요없는 부담스러운 관심과 공감을 피했던 삭막한 내게 그럼에도 그건 그 사람만의 방식일 뿐이라는 이해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 그렇구나
사람은 그렇게 서로 자기중심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상대의 마음을 그의 입장에서 헤아리기 힘들고 내가 서 있고 생각하는 지금 이곳에서 보이고 느끼는 것만 알 수 밖에
그러니 서로 말하고 싸우고 충돌하며 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책이 좋은가 아닌가는 어쩌면 저자나 책의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독자의 마음과 상황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인 유치하지만 깔깔거릴 수 있 있는 솔직하고 천진한 감정표현이라면 그냥 말장난이고 슬립스틱코메디 같은 책일 수 있고
뭐라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텅비고 꽉 막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알 수 없다면 무조건적인 응원과 작은 불빛을 주는 책일것이다.
그때 내게 딱 맞는 조각처럼 찾아오는 책이 좋은 책일 수 밖에
그렇게 나도 파리의 심라학 카페를 만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