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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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에서 굳이 어얼리어답터일 필요는 없다고만 생각했다

인터넷 서점이라는 곳이  메인화면에 띄여진 책들을 클릭 몇 번으로 훓어보고 왠지 끌리는 걸

아무 망설임없이 장바구니에 채워넣을 수 있고

잘 편집된 화면구성에 혹해서 책이 끌리기도 하다보니

어떤 꼼꼼한 선택이 아닐 경우도 많이 있었다,

 

꼭 누군가가 좋았다는 책이 내게도 좋은 건 아니다,

끌리는 지점이나 감동하는 지점은 누구나 다를 수 있으니까

 

아마 한때 이곳에서도 잘 나가는 책이었고

무엇보다 손석희 사장의 추천사라고 해야하나? 그 대목에 끌려서  산 책이다,

첫 서문은 좋았다,

집단을 국가를 사회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개인주의라니 신선했다,

어쩌면 이전에 읽었던 최진석 교수의 책의 연장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존재하지 않은  이념이나 주의 집단이 아니라 존재하는 나의 욕망에 충실하고 귀 기우리라는 이야기처럼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후는 그냥 알라딘 서재만 다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더 좋은 문장 더 좋은 시각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뭐 내용이야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세상을 보니 비슷할 수 있는 것이지만

문장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읽다보면 다시 돌아가  읽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내가 집중을 못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문장이 바로 쑥쑥 들어오질 않는다,

딱 꼬집어 비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뭐랄까 문맥이 안맞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 읽어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자기 느낌과 생각에 차서 휘리릭 써놓고 다시 살피지 않은 문장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이다,

그냥 블로거의 글이라면 상관없는데 책으로 묶여서 판매가 되는 글인데 

 

유감이지만 그의 개인주의자 선언 이외엔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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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5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 글을 모아놓은 책은 별로에요. SNS 글은 맞춤법, 문장법을 무시된 게 많으니까요.

푸른희망 2016-03-01 21:1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sns 모아놓은 건가요?
읽으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쓰고 원고를 다시 보지 않았단 느낌이 자꾸 들더라구요
보통 블로거같은 곳엔 그냥 휘리릭 쓰고 말잖아요
왠지 그런 글 보는 기분이었거든요

cyrus 2016-03-01 21:5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저는 블로그의 글을 SNS의 글과 같이 묶어서 안 좋은 점을 말했을 뿐이에요. ^^;;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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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

그저 내 세계가 확장된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는 계기로 언어를 배운다

이탈리아어...

젊은 시절 여행했던 이탈리아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이탈리아 언어를 배우고 언어를 몸으로 체감하기 위해 로마로 이주한다

작가가 자기가 쓰던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택한다는 건 모험이다.

어쩌면 작가로서의 생명을 걸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모험이다

그녀는 기꺼이 그걸 선택한다.

뒤에 역자의 말에도 있듯이 번역되어 읽기에도 이 에세이의 문장들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대신 새로운 언어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묻어있다,

왜 이탈리아어냐고 묻지는 않겠다

무어라 이유를 댈 수 없는 연결이 있으리라

 

그녀는 인도인이다, 부모 세대에 미국으로 이주해서 뱅골어는 부모의 언어였고 그녀에게 생활의 생존의 언어는 영어였을 것이다, 부모와 통하기 위해 뱅골어를 말하지만 세상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달라보이지 않으려고 영어를 더 많이 익히게 되고 더 익숙하게 된다, 중간에 뱅골어를 쓰고 영어를 못하리라 편견을 갖게 하는 부모의 외모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또 그런 자신에게도 부끄러움을 느끼던 소녀는 자라서 이번엔 이탈리아 어로 바꾼다,

자기의 외모때문에 이탈리아어를 못하리라 편견을 갖는 사람들에게 자기보다 실력이 못한 남편의 언어에 찬사를 보내며 자신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이탈리아 인들을 보며 어릴 적 부모를 생각하고 절망하고 벽을 느낀다,

그런 수모를 겪으며 그녀는 이탈리아 어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아니 무엇을 알고 경험했을까?

불완전하고  채 익지 않은 것이 주는 긴장감과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몸을 맡긴다,

이 낯선 언어로 쓴 소박하고 짧은 문장들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여과없이 드러난다,

익숙한 언어로 썼던 소설에서 느꼈던 삶의 불안 그럼에도 살아가려는 모습들이 이 얇은 책에서도 드러난다

언어의 문제가 아니긴 아닌가 보다

어떤 도구를 쓰든 문체에서 글과 글 사이에서 그녀가 느껴진다,

그래서 대단하다,

 

오래전에 사둔 저지대를 읽는 중이었다,

사 놓고 너무 두꺼워서 모셔만 두다가 왠지 여름에 읽으면 축축 처질거 같아서 또 미루었다가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책장을 폈다,

어쩌면 익숙한 관계 익숙한 인물설정 익숙한 사건 전개가 그려진다

뻔해.....

그런데 그 뻔한 것과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서 책을 덮었다,

뻔해서라기 보다 그 뻔한 것임에도 내게 줄 어떤 감정의 파도를 미리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고

책을 미루는 중에 이 에세이를 발견했다,

일단 이것 부터 읽자....

낯선 언어로 쓰였을 이 얇은 책에서도 그녀는 쉽게 비춰진다,

언어의 경계에서 서성이고 외로워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것이 그녀의 힘이다,

이제 나도 다시 저지대를 펼쳐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미루어둔 영어부터 공부를 다시 해야겠단 생각을 한다

영어로 소설을 못쓰겠지만 책은 읽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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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생기는 이벤트는 즐겁다

가슴 설레고 쿵닥거리는 기쁨이 있다

늘 그렇게 놀이동산 퍼레이드처럼 행복하고 신하고 예쁜 것들이 가득하길 바라지만

사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런 이벤트의 연속인 삶은 쉽게 지치지 않을까

그렇게 가슴뛰는 시간이 게속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어떤 모퉁이를 지나 이벤트를 만나거나 퍼레이드를 보거나 참가하는 게 즐거운건 다시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이다,

삶의 계기가 되었다... 라고 말할 때 그 계기 같은 건 어쩌면 길고 긴 일상 사이에 끼어 있어서 비로소 그것이 어떤 계기였고 이벤트였음을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어떤 이벤트로 축제로 혹은 무언가로 충만한 마음은 그대로 마음에 넣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계기로 인해 내가 확 바뀌었다? 그건 아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먼지처럼 보이지 않게 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가

긴 시간을 지내고 돌아보면 그때의 나랑 다를 내가 되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어떤 순간의 충격이나  사건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바뀌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시간이 쌓으면서 길게 돌아보면 아 붠가 바뀌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일게다,

별 일 없이 살고 변화없이 지루한 일상이라도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채워가면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나를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진짜 주요한 것은 한 순간의 어떤 이벤트가 아니라 켜켜이 쌓아가는 나의 지루한 반복들이다,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들이 어느새 반짝 하는 빛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의 영화를 꽤 봤구나 알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 지 몰라 기적>  <걸어도 걸어도>  <동경 이야기> 까지 네편이나 봤다,

그의 영화도 그의 에세이와 비슷하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풀어놓으면서도 사람의 심장을 쥐었다 놓았다 한다

그건 어쩌면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닐지 모른다

그저 살아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사실 그대로 풀어놓으면 보는 우리는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아는 누군가를 발견하면서 이미 영화속 어떤 인물이 아니라 나 혹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을 보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는 언제나 내게 가슴시린 이야기이니까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이면에 숨쉬게 마련인 그들의 일상이 소홀해진다, 그래선 안된다, 끝까지 일상을 풍성하게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보다 '인간'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이런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두 가족의 생활 속 디테일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했다,

                                                                                               p7

 

영화도 스포츠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으로 친다면 실용서는 아니다, 보고 기운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쓸데없는 것도 필요한거야, 모두 의미있는 것만있다고 쳐봐 숨막혀서 못살아"

                                                                                                  p 67

 

영화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그때문에 연출도 각본도 편집도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121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상대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 힘이야 말고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임이 분명하다 말하는 히미란 우선 이런 듣는 힘이 있어야만 생긴다고 고키군을 보며 확신했다,

                                                                                                         p 139

 

영화는 남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감독인 신도 판사도 아니다, 악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알기 쉬워질지 모르지만 반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서 일상에까지 끌고 들어가도록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라는게 내 대답이었다, 

                                                                                                  p160

 

 

어쩌면 비굴하고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보는 건지도 모른다는  시선을 감독은 조용하게 고백한다, 세상을 이렇게 바라봐도 되지 않느냐고 ...

그래서 일까 그의 영화 속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일상적이다,

착하다는 것 이 아니고 그저 무심하고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거다,

보통의 사람이 질투를 하고 경쟁의식을 느끼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이런 저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솔직하게 덤덤하게 보여진다,

그리고 그것이 가치를 보여줄 때가 많다,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그의 글도 그의 영화와 많이 닮았다.

어떤 큰 매력은 없지만 그저 덤덤하게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사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내가 좋게 본 영화의 감독이 좋은 사람같아 다행이다

시간 내어 그의 영화를 다시 찬찬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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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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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은 절대 리뷰를 쓰거나 페이퍼를 써서는 안된다
그의 글을 인용해 베끼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그냥 쓰기시작하라 그리고 고치고 또 써라
그러기 위해 나도 이제 그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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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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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본 티비 프로' 속사정 쌀롱'의 주제는  '내가 부러운 팔자?"였다,

존경심이나 숭고함이 아니라 속물스럽고 통속적일지라도 부럽다 싶은 팔자가 누구냐는 주제였다,

여러명의 인물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모두가 닮고 싶고 존경하고 훌륭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자신은 없다. 그들의 삶은 인정하지만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못할거 같다고 하면서 입을 보아 선택한 제일의 팔자는 페리스 힐튼이었다,

보면서 나도 키득거렸지만 그네들의 결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훌륭한 인물을 꼽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부러운 팔자를 말하는 거라면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것과 부러운 것은 다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은, 완전한 나는 , 참된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힐껏 과거를 돌이켜본다고 해서 완전한 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참된 나는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한 사람의 기억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내적자아와 가장 참된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 절망하고 날카로우운 비참함에 온몸이 꿰이고 슬픔에 몸서리치기도 했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임을 여전히 확신한다, 

 

꽤 두꺼운 그녀의 자서전을 다 읽었다,

한때 그녀의 작품에 푹 빠져서 모든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치운 적이 있었다,

이젠 모든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기억이 헝클어졌지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은  회색 뇌세포를 가진 포와로와  전혀 탐정같지 않은 탐정 미스마플이다,

그 이야기에 빠지면서 생각했드랬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구나...

어떤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주어야 할 이유는 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소하게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 었고 아픔을 주었기때문에 죽음을 맞을 수 박에 없다는 생각.

그래서 보면 그의 책에서 살인자는 늘 슬펐고 죽음을 당한 사람이 진정 악인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단순하지만  긴장감을 느낀 플롯과 주변을 묘사하는 섬세함이 모두 있어서 그녀의 책을 좋아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소녀시절 읽는 추리물로는 그녀의 작품만한 게 없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달콤하고 세세한 일상을 엿보는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내가 제일 부러운 팔자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애거사 크리스티가 아닐까 싶었다,

부유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두번의 세계전쟁을 겪었던 인물이지만 그 시대에 세계일주를 두 번이나 했고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귀가 얇은 성격이라고 하면서도 강단있게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고 만 여성이었다,

심지어 두 번의 결혼조차 꽤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있는 딸은 영리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었고 언제나 든든한 키다리아저씨같은 언니가 있었다는 것 통속적으로 나름 그 시대의 복부인인 듯 여기저기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부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전혀 작가가 될 생각이 없이 어느 순간  글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집필이다,

"써보기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 않겠니?'하는 낙천적이고 적절한 순간 갖게 된 엄마의 조언도 부러웠다. 맞는말이다.  시작하기 전엔 그것이  잘 될 지 잘 되지 않을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작가가 될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써낸 책들이 출판되고 잘 팔리고 돈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가가 되어 있었고 재미있어 보였던 희곡쓰기에 도전해서 그것도 커다란 명성으로 이어지는 것

원하는 순간에  돈 걱정 없이 세계여행을 떠나고  관심 가졌던 고고학 발굴에도 참여하게 되는 등등의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그녀만큼 팔자좋다고 할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었다,

아 세상에 내가 한때 열심히 탐독했던 책들을 이런 사람이 쓴 것이구나...

내가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이 자서전을 읽었더라면 실망하고 화가 났을지 모르겠다. 전혀 어려움도 없고 갈등도 고민도 없어보이는 여자가 쓴 책에 그렇게 빠졌을까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속물근성을 가지게 된 지금 그녀의 자서전은 재미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녀는 주저하고 도망가고 싶어하고 부끄러워했으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끌리면 주저하면서도 계속 해 나갔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그냥 하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이 알맞게도 그녀의 능력만큼이 되었고 그것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는 "빨간머리앤'이나 "작은 아씨들'처럼 구체적인 묘사로 상상을 일으키며 읽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녀가 작품을 쓰게된 동기나 창작에 대한 생각을 써놓은 대목들이 좋았다,

그녀의 일생을 보면서 아 이런 경험이 이런 작품을 쓰게 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는 것도 좋았고 다시 그녀의 추리물을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최근 읽은 그녀가 다른 이름으로 출판한 책들에 대한 언급도 흥미를 끈다,

어쩌면 조금 정신없는 구성이지만 연대순으로 잘 짜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잘 아는 친근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자주 옆으로 새어 나가고 중간중간 긴 잔소리같은 푸념과 연설도 곁들여지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흥미로웠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은 팔자인 그녀를 알게 되면서

그 팔자라는 것이 결국 스스로 헤쳐만들어낸  사람의 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길게 보진 못해도 그 순간순간 행복하고 집중했던 그녀의 삶을 읽으며 나도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미스마플과 많으 닮았을거라고 생각한 그녀의 모습은 의외로 오히려 빨간머리앤을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시간대는 달라도 여자로서 어떻게 살것인가 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ㅇ낳을까 싶은 책이다,

책이 아닌 맨 얼굴의 그녀를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다르다고 여긴 부분도 더 좋았음에 더 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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