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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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먼저 혹했다.

누가 내 습관을 들여다 보았던게 아닐까?  순간 등골이 오싹하다.

 

그동안 읽었던 글쓰기 책중에 가장 현실적이다.

폼잡지 않고 작가인체 하지 않으면서 사실 나도 그랬어... 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내가 가장 최근에 읽어서일 수도 있다.

 

대단한 비법을 풀어주는 건 아니다

다만 일단 가장 재미있는 부분부터 쓰라거나 

거지같든  쓰레기가 되든 일단 완성하고 보라는 말은 정말이지 밑줄 쫙~이다

사실 누구나 이렇게 말했다. 다만 완성해야한다고 했지 글의 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멈추지 말고 완성하다보면  나 혼자 구석방에 두고 잊을 지언정 작품하나는 챙길수있다

그리고 그걸 계속 고칠 수도 있다.

완성이 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중요한건 작품의 질이 아니라 마감시간이라니....

혼자 쓰고 혼자 만족할 게 아니라면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은 관계의 문제다.

약속을 잘 지킨다는   어디서든 중요하기에 글쓰기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거부당할 때 당하더라도 일단 마감을 지키는게 낫다. 오래 묵힌다고 걸작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마감따위야 그까이꺼 한다고 대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짧게 라도 쓰고 서툴게라도 쓰고 거칠게라도 쓰자

일단 쓰는게 먼저다.

그리고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백업을 잘 해놓을 것

필 받아서 일필휘지로 써나간 걸작이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제기랄...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조금만 신경쓰면..

그리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는 가져야 한다는 것과

짧게 짧게라도 글을 쓰다보면 그 글들을 이어 길게 쓸 수도 있다는 요령같은 것도 괜찮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고전으로 남을 대단한 걸작을 쓰고 싶다거나 세상사람 절반은 읽을 베스트 셀러를 쓰고 싶은 건 아니다.(물론 그럼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속된 망상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 쓰고 싶다.

뭐든 써야 시작할테니까....

몇번을 쓰다 엎었다면 .. 머리속에서만 초가삼간을 지었다 허물었다면...

이 책이 딱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뭐든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못한다면 책이 아니라 게으른 내 탓이다.

옆에 두고 가끔 뒤적이기 좋은 참고서가 되겠다.

 

요즘을 글쓰기 책에서 세상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책이 잘 나오는 걸까

내가 이제 인간이 되어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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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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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이라고 한다

이 책은 나와의 관계 회복하는 이야기이고 나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과정이다.

 

내 몸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내 정신 혹은 내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다르다.

꾸밀 수 없다.

내 몸은 나보다 타인이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거울이라는 도구를 통해 볼 수 밖에 없고 내 눈의 위치에서밖에 볼 수가 없지만

타인은 나를 사방 어디서든 입체적으로  훓어보고 빤히 오래 바라볼 수 있다.

몸에 대해서는 꾸밀수도  감출 수도 없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몸에 대한 이야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몸은 그대로 나 자신이며 내 존재이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의 축척이며 내 생각과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고 나의 삶이고 역사다.

내 몸은 무의식으로 나를 드러낸다.

눈빛  무심한 손버릇, 서 있는 다리의 모양새 걸음걸이 말할때의 손짓이나 고개각도 태도등 삶의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쉽지 않은 글쓰기였을 것이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죄스럽기까지 했다.

많이 망설이고 고민하고 고통을 엮어서 쓴 글일텐데 이렇게 쉽게 넘기며 남의 일이라고 읽는 것이 과연  바른 태도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몸을 통해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을 쓰기 위해

몸으로 겪은 고통을 드러내고 그래서 몸을 숨기기 위해 몸을 불리고 존재감을 없애면서 동시에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더 크고 강하게 만들고 싶은 상반된 욕구를 행동으로 드러내는 과정의 기록이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행동이 결국은 내 몸을 망치고 학대하는 행위가 된다.

오히려 스스로 하는 학대가 위안을 준다는 아이러니가 있었고 남들은 쉽게 일반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건강을 염려하고 미용적인 관점을 들이대고 걱정하는 척 미웃고 비판하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번 쉽게 보게 된 대상은 계속 쉽고 만만하다.

만약 내 주위에 록산 게이와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건강을 생각해야지.. 힘들지 않니? 하며 걱정하는 척 간섭할거고 동시에 일반적인 기준이나 사회전반의 기준들이 조금이라도 정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면 모든 것이 불편하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상대가 불편할거라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무시하며 피해버릴 것이다.

나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삶에 대해서 쉬이 해석하지 말아야한다.

쉽게 판단하는 일이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읽고 받아들이는 일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금 시야를 넓히고 나를 돌아보는 일

그것만이 독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예의라는 생각을 한다.

 

 

나 자신이 생각보다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고 손가락질 받는 것도 싫고 작은 흉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가 남을 많이 의식하는 행동이었다.

완벽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은 없지만 적어도 경멸을 받거나 누군가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이었다.

지적질을 잘 하지만 지적질을 받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나와 관계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통제하고 반듯하게 주름을 펴고 티끌조차 없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사소한 실수나 무심한 언행으로  쯔쯔하는 눈빛이나 비웃음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바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튀기 싫고  사회의 질서에 맞추어 그렇게 무난하게 넘어가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행동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이의 잘못을 알려주려고 그래서 고쳐주고 싶은게 아니라 그 행동의 결과가 나에게 튀는 게 싫어서였다

아이의  실수나 건방져보이는 모습이 나에게까지 비난으로 올까봐 그게 싫은 거였다

비난의 끝에 나에게 향하는게 싫었던 것이다.

무심한 척 남에게 관심없는 척 하지만 사실 나는 늘 외부에 안테나를 세우고 주위의 눈치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당분간 이렇게 솔직하고 절실하며 동시에 당당한 고백은 만나기 쉽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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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읽는 법 - 코넌 도일, 레이먼드 챈들러, 움베르토 에코, 미야베 미유키로 미스터리 입문
양자오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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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질을 만들어내는 것

추리소설을 읽는 방식이다.

저자는 무협소설과 추리소설은 많이 읽어봄으로 더 잘 이해하고 알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장르소설이라는 특징에 맞게 일정한 법칙과 긴장감이 있고 마지막에는 카타르시스같은 해결책이 나오는 것. 그리고 추리의 방법이 몇가지로 분류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 분류안에서 다시 차용되고 변주된다.

 

차갑고 논리적인 홈즈부터  인간적이고 약점이 많은 챈들러의 말로 형사 그리고 똑똑하기가 재수없을 지경인 에코의 이야기를 지나 일본의 사회파 작가 미야베 미유키까지 이어진다.

나름 이 분야의 대표선수들이고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다.

 

추리소설에 흥미가 없던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입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한번 쯤 자기가 읽었던 책들을 되씹어 볼 수 있겠다.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가다가

딱 한 군데 아가사 크리스티를 잠깐 언급한 곳에서 고개를 젓는다.

밀실사건, 완벽한 살인  마치 자로 잰듯한 사건들의 흐름이 너무 인위적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홈즈 못지 않게 추리물의 다양한 트릭을 만들어낸 작가이지만 동시에 홈즈보다는 인간적인 캐릭터들도 만들었다. 포와로와 미스 마플은 과학적이거나 냉철하진 않지만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누구못지 않다 사람이 왜 살인을 하는지 어째서 죽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복잡한 트릭을 만들어야만 하는지를 읽다보면 무릎을 치며 동의하게 된다. (아주 주관적인 주장이지만...)

그녀는 사건 못지 않게 사람에 관심을 가진 작가이다.

 

확실히 읽다 보면  내가 접하지 않았던 챈들러에 흥미가 갔고 미미여사의 모방범도 다시 읽고 싶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괜찮은 작가구나 하는 게 가장 큰 수확이었고 다른 추리물 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싶어졌다.

(챈들러 부분을 보면 이해하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추리소설은 사람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알아가는데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사람은 한가지 모습이 아니라는 것

언제든 강해질 수 있고 더할 수 없이 약할 수 있다

순수한 얼굴 뒤에 악마의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건 추리소설 이상 좋은 교재가 없다고 믿는다.

읽어 볼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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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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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서는 두가지 반응이 있다,

이 작가 너무 좋아한다 와 이 작가 싫다...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의 사람들은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나오는대로 읽었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읽었건 다 별로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사실 나는 그의 소설은 읽지 않았다,

아무 사전 지식없이 댄스댄스를 잀었는데 다 일지 못하고 포기했다,

뭐랄까 이런 새로운 시도는 나랑 맞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그의 단편들을 읽었고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건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내가 아는 누군가처럼 하루키는 별로야,,, 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다 그의 최근 단편집  <여자없는 남자>.을 읽었다,

그가 나이 먹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였을까

솔직히 모든 단편이 다 좋았다,

무엇하나 걸리는 것 없이 그렇다고 딱 하나가 뛰어나지도 않고 골고루 좋았고 좋았다,

사실 그 중에 <기노> 가 가장 마음을 치고 오긴 했지만 그 이외의 작품은 그저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다,

 

사실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강한 것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다'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맥주를 마시며 약구를 보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리고 그 길로 만년필과 원고지를 사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첫 소설이 상을 받았고 그리고 하던 가게를 모두 접고  그의 표현대로 퇴로를 차단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쓰는대로 성공하고 널리 읽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쓴다,

적어도 쓰는동안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거나 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알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막연한 덩어리의 팬들을 위해 소설을 쓰는 작가

어떤 천재적인 기행도 없이 어느 생활인보다 더 성실하게 자고 먹고 운동하고 꼬박꼬박 원고지 20페이지를 써나가는 성실한 작가,,

그는 어쩌면 데뷔당시 일본 문단에서 그랬듯이 별 거 아닌 초짜였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우직하고 성실함 그리고 끈질김이 그를 지금의 하루키로  만들지 않았을까

나이를 먹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쉬워보이지만 어려운 것이  비슷해서 지루해보일지라도  성실하게 하루를 채워나가는 것이다,

어떤 욕심이나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내세워 거창한 계확을 짜고 꿈을 꾸기 전에 그냥 운동화끈을 질끈 묶어서 한발 내딛여가는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나의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일이 가장 위대하다는 걸 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그런 일상성도 대단하지만 좋은 말을 못듣고 비판을 많이 받음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걸어갔다는 것에서 하루키의 힘이 느껴진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

이미 한 획은 그은 지금의 하루키에게는 쉬운 선택이겠지만   신인 시절의 하루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참 대단했다는 생각을 세삼 한다,

 

소설가로서 적합한 사람은 이른테면 '이건 이렇다'라는 결론이 머릿속에서 내려지더라도 혹은 자칫 내려질 것 같더라도  '아니 감깐 어쩌면 이건 나혼자만의 억척일 수도 있어' 라고 멈춰서서 다시 생각해 보는 사람입니다,

                                                120

 

 

그것은 '터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수긍할 수 없더라도 어쨌든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 씁니다, 지적에 동의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대의 조언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고치기도 합니다.

                                                                                              157

 

 

모두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 봐야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나 자신이 별 의미도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그러느니  모른 척 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만일 평판이 좋지 않더라도 책이 별로 팔리지 않더라도 ' 뭐 어때 최소한 나 자신이라도 즐거웠으니까 괜찮아'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270

 

 

위의 말들이 좋았던건 저 말들이 비단 글을 쓰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이먹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는 거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것 내가 가진 촉이 나의 아집에 가득한 틀일 수 있다는 것

누군가가 뭐라고 하는 말을 듣기 싫어도 일단 들어두자는 것.. 그래서 받아들이든 아니든 타인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하자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것....

그건 살아가는 데 있어 조언이기도 하다,

 

하루키에 대해 듣는 말중 하나가 글을 못쓴다는 것

어떤 아름다운 표현이나 묘사도 없고 인물도 평범하고 평면적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누구나 쓸 수 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표현으로 오래오래 누구나 읽고 싶어하는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라는 것

그것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쉽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고 쉽게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그는 말이나 글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말자... 라는 나의 삶에서 얻은 명언을

그는 몸소 보여주고 말해준다,

 

훌륭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대단한 작가임은 분명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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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하루키가 ‘대단한 작가’임을 느꼈습니다. ^^

푸른희망 2016-06-10 17:26   좋아요 0 | URL
전 요새 무슨 일이든 꾸준히 오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졌어요
하루키도 그런 사람중 한 사람이란 생각을 해요
그리고 cyrus님의 꾸준한 리뷰도 참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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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산문은 언제나 옳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의 목소리가 자동 지원된다,

책을 통해 알게 된게 아니라 빨간 책방이라는 팟케스트로 알게 된 작가라 그의 글보다 그의 목소리가 더 익숙하고 말이 더 와 닿았다,

매끈하고 완벽한 일타강사같은 이동진과 짝을 이루어 어눌하고 소심하고 늘 ~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말투로 할말은 다하는 그의 말이 좋았다,

 

나는 김연수의 산문도 좋아하는데 김연수의 산문은 치즈안주와 마시는 맥주같다면

김중혁의 산문은  쫀드기를 구워서 먹는 맥주맛같다,

꼭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영양이 풍부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끌리고 자꾸 손이가고 그러다가 안먹으면 또 잊혀지지만

다시 슈퍼를 가면 습관적으로 집어오던  쫀드기 같다고 하면 실레가 될까?

 

그의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읽으면서도 참.. 참,,,, 뭐라고 표현할 길 없는 즐겁기도 하고 키득거려지기도 하면서 동시에 숙연해지는 기분을  이번 산문집에서도 느껴본다,

내가 아는 노래라고는 형도니와 대주니 밖에 없었지만 뭐랄까  음악을 다운받아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죽으려는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나는 '위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위로'의 '로;는 애쓴다는 뜻이다,

                                                                                       94

 

방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그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그의 등을 토닥인다, 어떤 에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에술가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체온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바깥에서 이렇게 외친다 "놀자~" 나는 아직까지 방안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등을 토닥여 줄 자신이 없어서 밖에서 같이 놀자고 소리를 지르는 쪽이다, 언젠가 나도 방 안으로 들어갈 때가 있겠지만 아직은 밖에서 불러내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울고 있는 게 마음 아프지만 바깥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그렇게 즐겁기만 한 곳이 아니란 걸 안다, 세상이 무서운 곳이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사람도 필요하고 직접적인 윙로가 필요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직접적인 위로를 하려고 한다면 아마 세상은 재미없게 변하고 말 것이다, 열심히 놀면서  '아, 세상은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었지'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에술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96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빈수레처럼 요란하고 덜컹거리는 그에게서도 가끔 이렇게 투박하지만 따뜻한 위로가 느껴진다, 세련되게 손을 내밀고 위로하진 않지만 그냥 12살 소년처럼 무뚝뚝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조금은 짓궃게 누군가의 아픔을 잠시 잊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게 해주는 그런 위로를 해줄 거 같다,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니까,

 

모든 작가는 각각 하나의 완결된 세게이다, 생각과 문체와 문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다, 그 세계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지만 그 세계에다 등수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작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의 세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설이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면 그래서 누군가 밤새 들려주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세상에는 단 한명의 작가로 충분할 것이다, 도스토엡스키와 레이먼드 챈들러와 스티븐 킹과 미야베 미유키는 모두 다른 글을 쓰지만 세상에는 그 모든 세계가 필요하다,

 

                                                 134 

 

 

....................

트렁크 속에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들을 다시 넣다 보면 효율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입지 않은 스웨터 입지 않은 속옷 보지 않은 택도 트렁크에 필요하다, 사무실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씩은 꼭 있듯 예비 명단에 포함되어 긴 여행길에 오르지만 잔디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이 있듯  전자제품과 함께 들어있는 수많은 전원 어댑터 중 한 번도 쓰지 않고 버리는 종류의 것이 있듯  때로는 부피를 줄일 수 없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짐이 커지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209

 

 

시간을 견뎌내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견딘다, 시간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기 위해 필름 속에다 컴퓨터 속에다 풍경을 담는다, 우리는 소설을 쓰고 읽으며 시간을 견딘다, 소설 속에 거대한 시간을 담아 시간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려 애쓰고 시간을 되돌리고 빨리 흐르게도 하며 시간의 민낯을 보려 애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견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모습과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화면 속에서 보며 우리의 시간을 잊는다, 그렇게 견딘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견딘다, 아니 이 말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 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에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 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사람의 삶에는 다양한 무용함이 필요하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필요없는 물건도 어딘가에는 꼭 두어야 하고 그저 단 한명의 독자를 가진 소설가도 필요하고 단 한명의 청자만을 가진 음악도 있어야 한다,

그 하나의 소설과 음악이 없을때  혼자 외로워하고 아파할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도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나에게 혹은 다수에게 무용하다고 그것이 쓸모없고 없어야 마땅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견뎌내는 지금의 허무한 시간들

이미 물건은 없어져버린 설명서  예전에 쓰던 핸드폰의 배터리 다 풀지 못한 문제집의 답안지

이미 헤어진 애인에게 받은  꼬깃한 쪽지 같은 것들이 무용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디에 쓰임이 없더라고 그것들이 가진 가치가 있고 기억이 있다면 언제나 유용하다,

........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김중혁에게 그런 믿음을 이해받는 기분이 든다,

 

오늘 저녁에도 쫀드기랑 함께 목넘김이 좋은 맥주 한잔 마시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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