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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ㅣ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4월말 새로운 학교에 전학와서 처음으로 상담을 갔다.
지난 학교는 학년이 바뀌자 마자 상담을 해서 선생님에게 전해듣는 학교에서의 내 아이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아이는 이러이러한 성향이 있다고 정보를 '드리는 '자리였다.
매번 아이을 상담하고 느낀건 늘 내가 우리아이가 어떠어떠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선생님들은 내 고백을 바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아이가 활발하고 적극적이라고 하면 그런 아이려니 하는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그 틀에 맞추려고 하고 조금 아니다 싶으면 아 다른 면도 있구나 하고 보고 내성적이고 소심하다고 하면 또 그런가보다하고 그 틀에서 바라보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었다.
그래서 몇년의 상담끝에 내가 가진 결론은 기왕이면 첫인상을 좋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아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우선 이야기하자고 맘 먹었다.
어짜피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것이고 1년간 생활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자기 원래 모습이 보이고 틈도 보이기 마련이라 기왕이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쪽으로 내가 만들어야 겠다는 조금 계산된 속도 있었다.
사실 작년 큰아이 상담을 하면서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조금 삐딱하고 어두운 면이 있어 걱정입니다 ... 했더니 학년말 전학문제로 찾아갔을때 그리고 중간 1학기 마치고 내주는 학교생활기록표에도 온통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인지 반항기가 보이고 어쩌구 저쩌구.."뭐 그런 틀에서 평가하고 바라본걸 보고 기함을 했다. 딱 내가 학기초에 말한 틀에서 조금도 벗어남 없이 그냥 그대로 아이를 보고 맞추었다는 느낌..
그래서 이번 새로운 학교에서는 어짜피 어떤 아이인지 정보가 없는 상황이니 두 아이를 좀 더 근사하게 만들어주자는 얄팍한 수로 상담에 임했다.
큰아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마지막 학년이라 주로 학습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했고 경험많은 노련하고 그리고 조금 매너리즘도 보이는 인간적인 선생님이라 그럭저럭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 둘째아이 상담을 하면서 선생님이 우선 하신 말씀이 물론 2달 가까이 생활을 했지만 아직 아이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나 어떤 아이인지 알려달라고... 해서 미취학시절의 만행에 가까운 일들은 싹 접어두고 그냥 지난 2년간 무던하고 활발한 아이였다고.. 공부는 남들보다 뒤쳐지고 아는게 많지 않아 그게 콤플렉스이긴 하지만 그래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기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둘째라 많은 기대보다는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것 그리고 학교가 재미있고 가고 싶은 곳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이런 저런 말 끝에 아이가 많이 소심하다고 했다. 낯선 환경이어서 그런지 발표를 많이 하지 않고 아는 거 같은데 손을 들지 않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했다.
1학년때는 나름'발표의 여왕"이어서취학전 6개월 반짝한 스피치 수업이 나름 효과가 있나보다 내심 생각할만큼 아이가 많이 활발하지는 않아도 한번씩 발표를 하고 자기 의견을 내곤 했는데 영 아니란다.
뭐 소심하고 내성적인 부모 밑에서 비슷한 언니를 두고 있는 아이에게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니었고 어릴 적 멋모르고 활발하다가도 나이 들고 이것저것 눈치도 보이고 내가 아는 것이 과연 정확한지 의심이 들고 완벽하지 않으면 절대 내보이지 않으려는 성격도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선생 말씀이 예전에야 그런 아이들도 모범생이고 괜찮았지만 요즘은 자기 pr시대이니만큼 스스로를 표현해주고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내가 가만있으면 누가 날 알아주겠느냐 자꾸 내가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 그런 것이 요즘은 필요하다고...
자꾸 뭔가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뭐라고 할 말도 없고 집에서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하고 묻는게 고작이었다.
집에서 아이 기죽이거나 무시하거나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니 소심하고 남들앞에서 긴장하는 걸 어떻게 해줘야 하나 싶으면서 그런걸 잘 하게 도와주십사 학교를 보내는 거 아닌가 하는 반발도 들고 암튼 뭐라고 말도 못하고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왔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이렇게 말할걸 하는 게 떠올랐다. 늘 한박자 늦게 뭔가 답이 떠오르는게 늘 문제다 나란 사람은....
세상엔 자기를 드러내고 적극적인 아이도 있고 수줍고 소심해서 있는듯 없는 듯 하는 아이도 있다.사실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이 리더쉽도 있고 더 눈에 띄고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수줍고 소심해서 뒷켠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그에 못지 않은 저력이 있는 법이라고
밖으로 표현되지 않은 에너지가 안으로 쌓이고 쌓여서 내적 성숙이 이루어지고 깊이 오래 묵혀서 익혀진 생각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창의적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달라고
세상에 얼굴이 똑같은 아이가 하나도 없듯이 세상에 같은 성격의 성향의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하게 살아간다.
적극적으로 이끄는 사람도 필요하고 뒤에서 묵묵히 수행하고 처리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깊은 사색과 성찰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내 아이가 비록 드러나는 리더는 아니더라도 공감하는 리더(부끄럽지만...)일 수도 있고 조금 늦게 피는 꽃이라 아직은 많이 안으로 쌓으면서 내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때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왜 조목조목 따지지 않았을까
선생님이시라면 더구나 교직 연차가 오래되고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시라면 아이들 제각각 가지고 있는 장점 특성을 알아주고 기다려주고 받아주는걸 해야하지 않냐고 따질 걸 그랬다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첫 인상은 참 않좋았다
그러나 겪으면서 본인은 귀찮을 수도 있는 체험 수업을 많이 해주시고 저학년에 많은 엄마숙제를 대부분 수업시간에 활동하고 체험하게 해서 부담도 줄여주고 성적보다는 아이 하나하나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걸 보고 마음이 풀어졌다.
다만 내 아이가 소심해서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한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할 만큼 내가 마음이 풀어지고 심지어 선생님이 이해되기 시작했으니까
사실 아이의 상담이야기랑 이 책이랑 관계가 없는데...
심리 상담기같은 책을 읽으면서 학기초 아이 상담이 떠올랐을 뿐인데..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하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어...........치료자가 만든 프레임에 환자를 집어넣는 거야. 애초에 이 사람은 이럴것이다 라고 가설을 만들지 그건 중요한 과정이야. 그런데 그 프레임에 환자를 가둬놓고 조지는거야., 넌 이런 사람이지 맞지? 그렇지? 인정하란 말이야.라고 . 환자는 기본적으로 치료자의 마음에 들고 싶어해 그 만큼 의지하고 신뢰하는 대상이니까. 자기는 잘 모르고 어떻게든 변화하고 싶고 달라지고 싶거든 그러니 치료자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믿고 싶어지지 심리적인 진실이 뭣이건 간에말이야. 난 그게 싫었어 프로이트가 말했어 환자의 정신 역동에 대한 설명은 치료가 끝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치료가정에서 끝없이 가젓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해. 물론 처음 세운 가설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어...
큰아이의 선생님은 아이를 처음 가설에 넣고 그것에 너무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하고 실력있고 경험많은 선생님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들은 것 내가 본것을 토대로 만든 가설에 아이를 놓고 이것이 맞다고 믿으며 바라보면 아이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작은 아이에게 네가 너무 발표를 안하고 소심해서 걱정이란다. 발표 좀 많이 하자고 다그치면서 자기 주장이 있고 똑똑하고 활발한 아이라는 프레임에 아이를 넣고 다그친다면 아직 어린 아이라 어쩌면 따라줄지도 모르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윗 귀절을 환자와 의사가 아닌 교사와 아이 부모와 자녀로 바꾸어도 크게 뜻이 달라지지 않을 거다.
'멈춤의 필요성을 스탠딩을 통해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런데 인생은 봉우리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더 놓은 봉우리 봉우리의 연속 그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가끔은 멈춰 서서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주변경관도 찬찬히 즐기면서 물 한모금 마시면서 멍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10분 전에 제치고 올라왔던 사람이 내 앞을 지나치더라도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페이스가 있고 내게는 내 페이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꼭 끝까지 올라가야만 등산은 아니라는 것 지겨우면 멈춰서 놀다가 내려와도 되는 것이 즐기는 등산이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기도 중요한 쉬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기를 뭔가를 채워 넣기에만 익숙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리어 불안해진다. 뇌 속이 간질간질한 것이 마치 등짝에 난 뾰루지에 손이 닿지 않을 때 그 순간의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수시로 찾아온다. 이 시기를 넘겨야만 한다. ...."
내가 아무것도 안하는 건 인정하고 이해하지만 내 눈앞에서 아이가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는 건 이해되지 않고 인정할 수 없는 부조리함 덩어리인 내가 와닿는 말이다.
이 문구를 내게 적용하는 건 쉬운데 누군가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학부모이고 조바심내는 이기적인 엄마이다.
증상이란 것도 결국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자 타혐물일 수 있다는 얘기더라구요. ... 그게 힘들고 괴롭기는 해도 사실 더 큰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막아주는 셈이었더라구요. 그게 무서우니까 먹고 토하는 쪽으로 간거였으요, 그러니 그 증상을 너무 미워하지 말래요 그것도 나의 일부니까요.
결론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자는거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리자는 거..
내가 조바심낸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거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는 거
하지만 할일은 지금씩 해야한다는 거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
책을 읽는 내내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세상 안달복달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별일없이 살아도 잘 사는 거라고 하지만
한번 정도 미친듯이 다그치고 몰입해서 정상을 향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게 인생의 전부여서는 안되지만 어디선가 언젠가는 한번 해볼만한 일이라는거..
아직도 내가 뭔가를 이루지 못해서 갖는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