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이순간 내가 내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는 이것인 것같다. 나는 어떤 갈등을 겪어왔는지, 그 속에서 무엇을 원했지만 무엇을 주저했는지 무엇에 안주했으며 무엇을 피하고 싶어하고 두려워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했는지. 이것은 내 삶의 고민이자 아이의 삶의 고민이 될 것이다. 이런 부모를 보면서 아이가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부정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 부정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아이의 편에 설것이다.   p 261

 

옳다고 믿는 가치를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 왜 그토록 힘들고 어렵고 막막했을까?.................

일차적으로 부모인 나 자신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신이 없었떤 것이 과연 내 개인만의 문제였을까?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부모 노릇이 막막한 것은 우리가 메뉴얼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 개인에게만 부모 노릇의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결국 나맘ㄴ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문제임을 지지해주는 가치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가 대학을 그만두기로 결정햇을 때 모든 것이 확연해졌다. 아이가 나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 말고 가장  건강하게 내가 그동안 말해왔던 가치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이가 항상 독립된 인간, 책임지는 인간 배려와 성찰을 고민하는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이는 무엇보다도 나의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음으로꺼 독립된 인간이 되는 길을 시작한 것이다

 

 

연초에 방영했던 드라마 학교2013이 떠올랐다,

망가진 공교육, 무엇하나 기준점이 없이 갈팡질팡하던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고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것 그걸 지금 아이들이 뒤집어 쓰고 저렇게 용쓰고 있구나

 

이 책에서도 말한다 아픈 아이들 뒤에는 아픈 부모가 있다,

미성숙한 아이들 뒤에서 미성숙한 나이만 먹고 자라지 못한 어른이 있는 것이라고

거기서 끝이 났다면 그렇고 그런 거려니 했겠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어른이 어른으로서 자랄 수 없고 죄의식과 잘못된 욕망으로 갈등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부재까지 건드린다,

물론 건드리고 넘아간다고 뭔가 대책이 있는 건 아니다.

책 말미에 여러가지 대책들을 세워놓았지만 사실 여전히 뜬구름이이고 이상적일뿐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의 문제 아이들의 문제 그리고 부모의 문제가 단지 개개인의 미성숙이나 무지 도덕적인 해이때문이라고 치부하지 않는다는데 장점이 있다,

아이들이게 너희 잘못이 아니야 라고 하는 것처럼 부모들의 잘못만도 아니다

내가 살아봤더니 백도 없고 오까네도 없는 삶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무서운지 아니까 너희는 백을 가지고 오까네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 그걸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불안감에 아이들이 상처받고 부모들도 더 깊은 죄의식이 빠지거나 그 조차 모르는 돌멩이가 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마구마구 남들따라 뛰어가는 레밍턴취처럼 절벽끝에서나 비로소 아니다,.. 라고 하지만 그땐 이미 늦다,

 

학교 드라마를 돌아보면 그 드라마엔 부모가 없었다.

단 두명의 부모가 나왔던 거 같다. 모범생이었던 여학생의 부모와 수재인 남학생의 부모

보다 나은 환경을 아이에게 주기위해 아이속은 들여다 보지 못하고 계속 정신없이 몰아붙이던 엄마는 아이의 위험한 선택앞에서 변하게 되지만 우아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집어삼키던( 이책의 표현대로) 엄마는 끝까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두 아이는 엄마와 싸우는 것도 힘들다,

반변 주인공 남신이나 흥수는 부모가 없다.

아이가 성장하는데 부모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것 같아 끔찍하게 얼굴이 화끈거린다.

오히려 부모없는 두 아이는 부딪치고 실수하고 후회하면서 성장한다.

부모라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걸 보여주는 암시였을까

 

아이를 교육시키는 것 이상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나같은 부모는 늘 불안하고 갈등한다

세상이 좋은 학교를 나오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출발선이 저마다 다르고 노력해야하는 양도 저마다 다르다.

불평등하고 부조리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다고 도망칠 대안도 없어서 그래도 남들처럼 하면 남들만큼은 하지 않을까하는 환상을 꺠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

아니라는 걸 알지만 꾸역꾸역 아이는 그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빽이나 오까네가 먼저인  드러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을거라고... 우리아이는 어쩌면 고난역경을 이겨낸 미담의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른다는 환상으로 아이들에게 미련한 그림을 보여준다.

 

이미 아이들도 태어나는 것으로 지위가 결정되고 인생의 역전이 시작된다는 걸 아는데

부모는 애써 아닌척 모른 척 한다,

부조리한다는 걸 알지만 누군가 나서서 깨어주길 바라면서 그게 나는 아니라고.. 누가 시작하면 해볼까 하는 비굴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

아는것과 실천하는 건 하늘과 땅차이라는 걸 부모가 되면 가장 절절하게 얻게 되는 교훈이다.

 

아이가 자기주장을 펴는 당당한 아이이가 바라면서 내 말에 거역하는 건 분노하게 되는 것

시험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로 교묘하게 니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라고 심리전으로 아이를 옥죄는 것

좋은 학원 알아보고 정보얻는 것 그래서 사람관계에 지쳐가는 것이 다 너를 위하는 거라고 하는 것

그것부터 하지 말자.

나랑 달라서 나를 거부하는 것이 제대로 자라고 있는 거라는 말만 얻고 가자.

부모의 길은 멀고 외롭다.

그게 학부모이든 그냥 부모이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3-12-1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리뷰를 보다가 공감하게 되어서 댓글 남깁니다. ^^
책이 참 좋아요... 우리의 문제에 대해서 정녕 되집어보게 되더군요. ㅠ

마지막 말씀대로, 부모의 길은 참으로 멀고 외로운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도 외로운가봐요. 어쩜 좋을까요...

눈이 많이 오네요, 추운 날 따스하게 입고 다니셔요. 리뷰 반가왔습니다.

푸른희망 2013-12-12 22:54   좋아요 0 | URL
책이 참 좋죠.. 저도 첨엔 그렇고 그런 교육에 관한 건가 싶었는데 참 많이 생각하게 하고 위로도 되더군요..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주위에서 여행을 많이 간다.

아이 시험 끝났다고 국내 여행을 가는 집부터

멀리 유럽까지...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는데 자꾸 어딘가 가고싶다.

나도  남해 좋은 거 알고 유럽 좋은거 다 아는데.. 갈 수 없다..

 

책을 집어든다.

좋다고 너무너무 좋다고 와보라고..

멋진 사진으로 도배하고 감탄사가 연발되는 책 말고

여긴 너무 힘들고 꾸지고  엉망진창이라고 이야기 해주는 빌 아저씨를 선택한다.

유럽이지만..

내 이웃이 카톡으로 보여주는 유럽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다.

지저분하고  짜증내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사람들

물론 계속 궁시렁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카프리가 너무 좋고 피렌체도 좋다고.. 살고 싶다고도한다.

정말 유럽다운 소피아를 이야기해주는 부분도 좋았다.

지금은 어찌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맥도날드도 없고 편의점도 없는 고요하고 소박하다못해 빈궁기가 흐르는 그 도시를

나도 가보고 싶다.

 

"......소피아는 내가 가봤던 도시중에 가장 유럽다운 도시였다. 현대식 쇼핑센타도 대형 주유소도 맥도날드나 피자헛도 없고 코카콜라 회전 광고판도 없다.. 내가 가본 어떤 도시도 미국 문화의 달콤한 유혹에 이토록 철저하게 저항한 곳은 없었다. 소피아는 어느 모로보나 완전히 유럽다운 도시였다. 내가 어린 시절 꿈꾸었던 유럽은 바로 이런 곳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마음깊이 뭔가 몹시 불편해졌다............

 

물로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작가가 나름 계획을 세워서 다녀온 여행이겠지만 글로 느껴지는 건

어느 도시에서 그냥 나른하고 여유롭게 걸어다닌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어딜 꼭 가봐야하는 것이 아니고 관광지에서 길게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대로 골목을 걸어다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

그리고 노천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멍때리기도 하는 것

참 좋았을 시절 좋은 여행이 아닐까

 

계속 투덜거리고 궁시렁대더라고 그 곳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도 이 아저씨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아침부터 밤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한치의 흐트럼없이 실행하는 여행말고

이렇게 헐렁하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이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겨례에서 드문드문 글을 읽으면서 참 잘 쓰는구나 생각했다.

내 기준에서 잘 쓴다는 건  아주 훌륭하다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을 하면서도 글로 말로 표현할 길이 없는 것들을 참 정리해서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전의 책 "문학멘토링"을 읽으면서 소설을 많이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읽었었다.

내가 보기에 잘 쓴 책은 그 책을 통해 다를 독서에 대한 욕구를 일으키는 것

그리고 생각이 계속 확장되어 나갈 수 있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머리속에 든 생각이 몸으로 손으로 실천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거라는 것이다.

아직 세번째 단계느 아니지만

이 책은 충분히 두번째 단계까지 나를 확장시켜준다.

 

맘이 잘 맞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래그래 니말이 내말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읽으면서 맞아 그랬지 하는 공감이 들고 알지 못하는 작가의 여린 속내가 보이는 것도 같고 그것조차 낯설지 않아서 좋았다.

나중에 딸도 함께 읽고 책읽기의 폭을 넓혔으면 하고 바랄만큼 좋았다.

다만..

이제 그녀의 책을 몇권 읽고 나니 걸리는 건 문체다.

여성적이고 섬세하다는 건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자주자주 자신없어보이는 문체가 보인다.

....이랄까.......이 아닐런지... 뭐 이런 얼버무리는 말투같은 것이다.

어쩌면 내가 쓰는 글에서도 많이 보이는 대목이라 더 걸렸는지 모르겠다.( 봐라. 이런거)

문학이라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것이 수학처럼 정답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누구의 눈에 보이는가 , 어느 방향에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문장의 마무리가 너무 자주 눈에 띄여서 걸렸다.

좀 더 확신있게 마무리해도 좋을텐데...

누가 뭐라고 할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겸손하게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작가가 참 예쁘고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탁하신대로 돈 키호테 나리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미치광이 기사입니다. 그분의 행동으로 우리 모두가 얻은 즐거움에 비하면 그분이 말짱해진 다음에 보일 사려깊은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시나 보군요. 그렇게 되면 그분의 재치와 매력은 사라지겠지요. 산초 판사의 재치도 덩달아 잃게 되고요. 두 사람의 재치있는 말과 행동은 어떤 우울한 상황도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당신은 그분을 몹시 염려하여 행한 일이니 그만큼의 복을 받으시겠지요. 자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p299

 

돈안토니오의 이 말이 돈키호테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눈에는 한심하고 정신없는 미치광이에 불과한 늙은이지만 그게 세상에 준 즐거움 유쾌한 소동도 가치가 있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그를 놀리고 조롱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라고 해도 좋고 지루하고 피폐한 일상에 쉼표같은 재미를 준것이라고 해도 좋다. 그의 엉뚱한 기행은 가치가 있다.

그 엉뚱함속에 돈키호테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매력이 드러난다.

불의를 참지 않고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달려들줄 알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옳은 말을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지속하는 것.. 세상사람이 가져야할 미덕을 모두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미쳤다고 한다는 건 세상이 잘못되어있다는 것뿐 다른 의미가 없다.

산초는 어떠한가

배고프고 춤고 힘들다는 현실을 모두 알고 투덜거리고 겁을 내고 징징대지만 결코 돈키호테를 버리지 않고 때로는 깜짝놀랄만한 지헤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쳤다는 걸 알고 간혹 핀잔을 주지만 자기가 모시는 기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의 세게를 존중해주는 마음 그건 요즘 말로 하면 배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높은 사람이라 하사하고 시혜를 베풀듯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미쳐버리는 것 그리고 그 세게를 함께 공유하는 배려를 보여준다.

배움이 잚은 무지렁쟁이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사람 남들은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 해도 빛바랜 기사도를 지켜나가는 사람 그들이 돈키호테와 산초였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의 기억에는 풍차를 거인이라 여기고 돌진하는것. 엉터리 기사 수여에 감겨하는 것 양떼들 사이를 돌진하다가 매맞는 것등등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들만 있었다.

햄릿과 대조되는 인간형으로 돈키호테형인간형

고민하고 머뭇거리는 햄릿과달리 일단 행동하고 저지르고 보는 인간형

어떤 인간형이 더 나은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그렇게 국어 시험에 나오는 저돌적이고 허무맹랑한 인간이라고 기억했던 돈키호테의 매력을 다시 느낀 계기가 되었다. 이번 겨울엔 완역본에 도전해볼까

 

"라이팅 클럽의 주인공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가면서  가져갔던 단 한권의 책 " 돈 키호테"

길고 긴 외롭고 힘들고 추운 시간을 함께 견딘 책이라고 나왔을때도 궁금했다.

이 허무맹랑한 노이네가 희망이었다니...

그러나 이제는 알거가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사도를 잃지 않는 품위를 가진 진정한 기사였음을 알겠다.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묵묵히 자기의 믿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인을 무조건 따랐던 종자까지...

이 둘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견딜 힘이 생기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월말 새로운 학교에 전학와서 처음으로 상담을 갔다.

지난 학교는 학년이 바뀌자 마자 상담을 해서 선생님에게 전해듣는 학교에서의 내 아이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아이는 이러이러한 성향이 있다고 정보를 '드리는 '자리였다.

매번 아이을 상담하고 느낀건 늘 내가 우리아이가 어떠어떠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선생님들은 내 고백을 바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아이가 활발하고 적극적이라고 하면 그런 아이려니 하는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그 틀에 맞추려고 하고 조금 아니다 싶으면 아 다른 면도 있구나 하고 보고 내성적이고 소심하다고 하면 또 그런가보다하고 그 틀에서 바라보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었다.

그래서 몇년의 상담끝에 내가 가진 결론은 기왕이면 첫인상을 좋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아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우선 이야기하자고 맘 먹었다.

어짜피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것이고 1년간 생활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자기 원래 모습이 보이고 틈도 보이기 마련이라 기왕이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쪽으로 내가 만들어야 겠다는 조금 계산된 속도 있었다.

사실 작년 큰아이 상담을 하면서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조금 삐딱하고 어두운 면이 있어 걱정입니다 ... 했더니 학년말 전학문제로 찾아갔을때 그리고 중간 1학기 마치고 내주는 학교생활기록표에도 온통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인지 반항기가 보이고 어쩌구 저쩌구.."뭐 그런 틀에서 평가하고 바라본걸 보고 기함을 했다. 딱 내가 학기초에 말한 틀에서 조금도 벗어남 없이 그냥 그대로 아이를 보고 맞추었다는 느낌..

 

그래서 이번 새로운 학교에서는  어짜피 어떤 아이인지 정보가 없는 상황이니 두 아이를 좀 더 근사하게 만들어주자는 얄팍한 수로 상담에 임했다.

큰아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마지막 학년이라 주로 학습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했고 경험많은 노련하고 그리고 조금 매너리즘도 보이는 인간적인 선생님이라 그럭저럭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 둘째아이  상담을 하면서 선생님이 우선 하신 말씀이 물론 2달 가까이 생활을 했지만 아직 아이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나 어떤 아이인지 알려달라고... 해서 미취학시절의 만행에 가까운 일들은 싹 접어두고 그냥 지난 2년간 무던하고 활발한 아이였다고.. 공부는 남들보다 뒤쳐지고 아는게 많지 않아 그게 콤플렉스이긴 하지만 그래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기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둘째라 많은 기대보다는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것 그리고 학교가 재미있고 가고 싶은 곳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이런 저런 말 끝에 아이가 많이 소심하다고 했다. 낯선 환경이어서 그런지 발표를 많이 하지 않고  아는 거 같은데 손을 들지 않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했다.

1학년때는 나름'발표의 여왕"이어서취학전 6개월 반짝한 스피치 수업이 나름 효과가 있나보다 내심 생각할만큼 아이가 많이 활발하지는 않아도 한번씩 발표를 하고 자기 의견을 내곤 했는데 영 아니란다.

뭐 소심하고 내성적인 부모 밑에서 비슷한 언니를 두고 있는 아이에게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니었고 어릴 적 멋모르고 활발하다가도 나이 들고 이것저것 눈치도 보이고 내가 아는 것이 과연 정확한지 의심이 들고 완벽하지 않으면 절대 내보이지 않으려는  성격도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선생 말씀이 예전에야 그런 아이들도 모범생이고 괜찮았지만 요즘은 자기 pr시대이니만큼 스스로를 표현해주고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내가 가만있으면 누가 날 알아주겠느냐  자꾸 내가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 그런 것이 요즘은 필요하다고...

자꾸 뭔가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뭐라고 할 말도 없고 집에서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하고 묻는게 고작이었다.

집에서 아이 기죽이거나 무시하거나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니 소심하고 남들앞에서 긴장하는 걸 어떻게 해줘야 하나 싶으면서 그런걸 잘 하게 도와주십사 학교를 보내는 거 아닌가 하는 반발도 들고 암튼 뭐라고 말도 못하고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왔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이렇게 말할걸 하는 게 떠올랐다. 늘 한박자 늦게 뭔가 답이 떠오르는게 늘 문제다  나란 사람은....

세상엔 자기를 드러내고 적극적인 아이도 있고 수줍고 소심해서 있는듯 없는 듯 하는 아이도 있다.사실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이 리더쉽도 있고 더 눈에 띄고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수줍고 소심해서 뒷켠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그에 못지 않은 저력이 있는 법이라고

밖으로 표현되지 않은 에너지가 안으로 쌓이고 쌓여서 내적 성숙이 이루어지고 깊이 오래 묵혀서 익혀진 생각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창의적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달라고

세상에 얼굴이 똑같은 아이가 하나도 없듯이 세상에 같은 성격의 성향의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하게 살아간다.

적극적으로 이끄는 사람도 필요하고 뒤에서 묵묵히 수행하고 처리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깊은 사색과 성찰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내 아이가 비록 드러나는 리더는 아니더라도 공감하는 리더(부끄럽지만...)일 수도 있고 조금 늦게 피는 꽃이라 아직은 많이 안으로 쌓으면서  내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때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왜 조목조목 따지지 않았을까

선생님이시라면 더구나 교직 연차가 오래되고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시라면  아이들 제각각 가지고 있는 장점 특성을 알아주고 기다려주고 받아주는걸 해야하지 않냐고 따질 걸 그랬다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첫 인상은 참 않좋았다

그러나 겪으면서 본인은 귀찮을 수도 있는 체험 수업을 많이 해주시고  저학년에 많은 엄마숙제를 대부분 수업시간에 활동하고 체험하게 해서 부담도 줄여주고 성적보다는 아이 하나하나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걸 보고 마음이 풀어졌다.

다만 내 아이가 소심해서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한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할 만큼 내가 마음이 풀어지고 심지어 선생님이 이해되기 시작했으니까

 

사실 아이의 상담이야기랑 이 책이랑 관계가 없는데...

심리 상담기같은 책을 읽으면서 학기초 아이 상담이 떠올랐을 뿐인데..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하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어...........치료자가 만든 프레임에 환자를 집어넣는 거야. 애초에 이 사람은 이럴것이다 라고 가설을 만들지 그건 중요한 과정이야. 그런데 그 프레임에 환자를 가둬놓고 조지는거야., 넌 이런 사람이지 맞지? 그렇지? 인정하란 말이야.라고 . 환자는 기본적으로 치료자의 마음에 들고 싶어해 그 만큼 의지하고 신뢰하는 대상이니까. 자기는 잘 모르고 어떻게든 변화하고 싶고 달라지고 싶거든 그러니 치료자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믿고 싶어지지 심리적인 진실이 뭣이건 간에말이야. 난 그게 싫었어 프로이트가 말했어 환자의 정신 역동에 대한 설명은 치료가 끝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치료가정에서 끝없이 가젓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해. 물론 처음 세운 가설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어...

 

큰아이의 선생님은 아이를 처음 가설에 넣고 그것에 너무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하고 실력있고 경험많은 선생님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들은 것 내가 본것을 토대로 만든 가설에 아이를 놓고 이것이 맞다고 믿으며 바라보면 아이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작은 아이에게 네가 너무 발표를 안하고 소심해서 걱정이란다. 발표 좀 많이 하자고 다그치면서 자기 주장이 있고 똑똑하고 활발한 아이라는 프레임에 아이를 넣고 다그친다면 아직 어린 아이라 어쩌면 따라줄지도 모르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윗 귀절을 환자와 의사가 아닌 교사와 아이 부모와 자녀로 바꾸어도 크게 뜻이 달라지지 않을 거다.

 

'멈춤의 필요성을 스탠딩을 통해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런데 인생은 봉우리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더 놓은 봉우리 봉우리의 연속 그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가끔은 멈춰 서서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주변경관도 찬찬히 즐기면서 물 한모금 마시면서 멍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10분 전에 제치고 올라왔던 사람이 내 앞을 지나치더라도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페이스가 있고 내게는 내 페이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꼭 끝까지 올라가야만 등산은 아니라는 것 지겨우면 멈춰서 놀다가 내려와도 되는 것이 즐기는 등산이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기도 중요한 쉬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기를 뭔가를 채워 넣기에만 익숙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리어 불안해진다. 뇌 속이 간질간질한 것이 마치 등짝에 난 뾰루지에 손이 닿지 않을 때 그 순간의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수시로 찾아온다. 이 시기를 넘겨야만 한다. ...."

 

내가 아무것도 안하는 건 인정하고 이해하지만 내 눈앞에서 아이가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는 건 이해되지 않고  인정할 수 없는 부조리함 덩어리인 내가 와닿는 말이다.

이 문구를 내게 적용하는 건 쉬운데 누군가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학부모이고 조바심내는 이기적인 엄마이다.

 

증상이란 것도 결국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자 타혐물일 수 있다는 얘기더라구요. ... 그게 힘들고 괴롭기는 해도 사실 더 큰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막아주는 셈이었더라구요. 그게 무서우니까 먹고 토하는 쪽으로 간거였으요, 그러니 그 증상을 너무 미워하지 말래요 그것도 나의 일부니까요.

 

결론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자는거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리자는 거..

내가 조바심낸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거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는 거

하지만 할일은 지금씩 해야한다는 거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

책을 읽는 내내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세상 안달복달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별일없이 살아도 잘 사는 거라고 하지만

한번 정도  미친듯이 다그치고 몰입해서 정상을 향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게 인생의 전부여서는 안되지만 어디선가 언젠가는 한번 해볼만한 일이라는거..

아직도 내가 뭔가를 이루지 못해서 갖는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