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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언약
김경민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부소가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효인가, 아닌가. 천고의 중요한 부분이다. 바라건데 의견을 들려달라.
책 표지의 안쪽에 적힌 글귀를 본문에서 발견하고서는 쿵 하고 무언가 마음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효란 그런 것인가.
살짝 책표지 안쪽의 글귀를 인용해 보겠다.
부소는 진시황의 태자로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에 의해 위조된 유서를 받들고 자결한 인물이다. 조고와 이사는 진시황의 둘째였던 호해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유서를 꾸몄는데, 그 내용인즉 부소에게 자결을 명하는 것이었다. 사도세자는 왜 죽기 두달 전 스승에게 그 같은 질문을 하였을까? 자신에게 처해질 상황을 미리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왕의 언약 은 사랑(愛)이야기였다. 애절하고 절절한. 여인으로 태어났으나 집안의 대를 잇기위해, 천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죄를 벌하기 위해 남장으로 20여년을 살아야 했던 강 아니 비화와 임금이 될 자리에 있으나 권력의 암투와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메이다 뜻을 펴지 못하고 아비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하게 되었던 사도세자, 선의 마음이 전하는 사랑이야기였다.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힐 것이다. 이제 그대를 부인의 예로 대할 것이오. 오늘의 이 고마운 약조는 끝내 가져갈 것이니, 부인 또한 나를 홀로 두지 말지어다."(P330) 라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함을 아파하고 이승에서 못다한 연을 저승에서 기약할 수 밖에 없었던 애끓는 사랑이야기였다. 어긋난 사랑도 있었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66살의 영조와 가례를 올려야 했던 정순왕후의 젊은 세자를 향한 빗나간 연정은 비화를 알게 하고 결국 배신감으로 복수를 하게 해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가게 된다. 그런 사랑이야기 속에 효가 담겨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 질 정도로 앞으로의 일이 예상되기에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아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한켠에 지울수 없는 감동이 담겨졌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바로 효(孝.).. 장인인 홍봉한도 믿을 수 없었고 아내인 혜경궁 홍씨도 의지할 수 없었다. 운명이 시시각각 목을 조여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어떤 대비도 방책도 세울수 없었던 그 고뇌가 어떠했을까. 뒤주에 갇혀 여드레를 보내는 동안 어둠속에서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과 어린 중전을 등에 업은 김한구 일당들에게 휘둘려 자신을 버린 아비에 대한 원망 대신 효를 다하고자 죽음에의 길에 설수 밖에 없었던 세자의 비운함이 느껴진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 이산이 인기가 있어서 일까? 조선시대 모든 면에서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영조와 정조의 시대가 부각이 되는 것은 권력의 힘겨운 다툼 속에서도 임금이 곧추서고 나라가 부강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왕으로서의 처세를 잘 했으며 이룬 업적이 많았지만 아들을 죽게 만든 영조나 아비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정조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두 사람 모두에게 숨어 있을 것이다. 정말로 선이 미치광이고 기행을 저질렀는지 모른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서조차도 그리 전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들의 절절끓는 고통의 통곡을 외면할 만큼 영조가 냉혹했을런지. 역사란 기록에 의해 전해진다. 사초에 그려진 사도세자 선의 모습만으로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자신을 음해하려한 세력까지도 백성으로 보듬어 안고자 했던 선의 따뜻한 성군의 마음에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죽음이다.
나는 미치지도 않았고, 반역을 도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대는 기억하세요. 내 차마 그대를 그대를 ......
예법을 표하여 그리 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잊지 마세여. 지금의 나를, 이 모습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끝내 기억하셔야 할 것입니다.............(뒷표지)
비화야 비화야.. 내 흩날리는 꽃잎이여. 너와의 언약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구나. 내 이리 먼저 가 기다릴 것이다. 허니 걱정일랑 접어두고 오래오래 화평하게 살다 오려무나. 내 네게 한 언약은 훗날이라도 지킬 것이다. 다음생에, 그 다음 생에서라도 꼭 지킬 것이다. 사모하였다. 은애하였다. 잊질 말거라. 부디 그날의 약조를 잊지 말거라. p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