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매창
윤지강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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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조선 명기 황진이에 버금가는 이가 바로 매창이 아니던가.

그녀는 미인은 아니었으나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다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녀가  비천한 신분이었던 시인 유희경을 향한 연서를 담은 소설이다.

기생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매창은 사랑만큼 삶도 짧게 불태웠다.

사랑이 마음에 슬픔을 키우는 것이라 했던 말처럼 그녀는 행복한 시간보다 기다림으로 외로운 시간으로 점철된, 그래서 짠하다. 후에 생모를 만나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얘기며 생부가 따로 있다는 출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재간이 있어도 딸자식이 박복해질까 무서워 글도 거문고도 일부러 안가르치려 했고, 기녀를 거부하려 열세 살에 남복을 입고 여자인 것을 숨겨야 했던 매창. 그래서 천민 여자의 아름다움과 재능은 차라리 죄악이란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당시 매창과 교류했던 문인들이며 임난과 같은 시대적 상황,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했던 양반이나 천민과 같은 신분제 등도 엿볼수 있어 또다른 재미가 있다. 당대의 최고 문호라 할 허균과의 교류가 그러한데 특히나 허균과의 사랑,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이들의 로멘스가 끼어들었다면 훨씬 풍부한 스토리가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역사적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상력을 동원해 풀어내지만 실제 기생으로서 절개를 지킨다는 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성적 자기 경정권이 없었던 기생의 세계에서.

책은 매창이 유희경만을 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좀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나?

 물론 마음으로야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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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금지 느림보 그림책 43
백미숙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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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주택가 좁은 골목길 주차때문에 다툼이 인 에피소드 쯤 일 거라 생각했다.

돌부리에 걸려 터진 똘이네 자동차 바퀴는 주차금지란 이름이 만들어진 후 자신의 본분을 다 한다.

"여기 서지 마세요! 주차금지예요!" 하고 말이다.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는 주차금지는 심심할테지. 지금까지는 늘 이곳저곳 굴러다니며 세상구경을 했을테니까.

주차금지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동네 트럭이나 포클레인 하다못해 자전거에게까지 내가 네 바퀴를 하면 안되냐며 부탁하지만 모두에게 거절당한다.

꿈속에서는 신나게 달릴 수 있었지만 현실은.ㅠㅠ 주차금지는 달리고 싶었다~~~~

겨울이 되어 많은 눈이 쌓이자 똘이는 주차금지를 끌고 언덕 위로 올라간다.

드뎌 고대하고 고대하던 씽씽 달릴 기회가 온 것이다. 똘이랑 종일 미끄럼을 타도 힘들기는 커녕 신나기만 하다. 그러나 주차금지에게 좌절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쌩쌩 달리던 주차금지는 전봇대를 들이받고 쓰레기들 속에 파묻히게 된다.

마침 고물 줍는 할아버지가 주차금지를 발견했다. 그리곤 손수레가 제멋대로 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손수레 아래쪽에 달았다.

누군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까만은 자신이 이렇게 보람있는 일을 하게 될지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삶의 고난은 매 순간마다 찾아온다.

어떤 보잘 것 없는 일이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일반적인 생각의 틀을 깨면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다. 주차금지는 남들과 똑같은 바퀴가 하는 일이 아닌 좀 더 특별한 일을 하고 있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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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들이 온다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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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책이 흔해지고 어렵지 않게 책을 빌려볼 수도 글을 읽는 일이 어렵지 않으나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자 만능 엔터테이너는 아니었을까? 아님 말고~^^

시대가 변해 앞으로는 종이책도 사라질 질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 교과서도 전자교과서로 바뀐다는 발표도 있었잖은가. 그러니 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가 매우 낯설어질 수도 있겠다.

 

1920년 근대, 식민지 시기의 경성은 이제 막 무성영화가 들어와 변사가 지금의 아이돌처럼 인기를 끌던 때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꺼리낌 없이 받아 들일테고 또 다른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타까움이나 의리로 고민해야 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야기꾼인 전기수가 종로통이나 청계천 근처에서 목소리를 바꿔가며 맛깔나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로 부터 전해지는 목격담은 직접 보기 전엔 믿기 어려울 만큼 신기함에 영화를 동경하게 된다.

서양의 문화를 끌어와 연애나 전쟁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라는 것은 엄청난 문화 충격이었으리라. 마치 날 것 그대로를 보여 주듯. '금방이라도 옥양목을 뚫고 나올 것 같던 기차'란 표현에서 짐작 할 수 있듯 당시 사람들에게는 새롭고 신기했고 당연히 그곳으로 눈이 쏠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변사의 인기는 새로운 직종으로 인기가 높았을테고.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지, 눈이나 귀를 홀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라는 말이 동진에게 와 닿기는 커녕 오히려 스승에게 반발심만 생기고 전기수를 그만두고 변사의 길로 가려한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에도 힘이 생긴다'는 동진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책이 됐든 다른 것이 됐든 아이들은 책보다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에 의해 보여지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끌어들일까는 그래서 고민인 것이다.

 

<뽀이들이 온다>는 '전기수'라는 다소 낯선 직업에 대해서 또 강점기에 일본은 공연장까지 감시의 눈길을 뻗었고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저항하려 했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 또 방정환이 번역한 세계명작집 <사랑의 선물>이란 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동화책이란 것도 설명되었다.

 

"두고 보라고. 책보다 영화가 대세인 세상이 될 테니까. 전기수는 지는 해고, 변사는 뜨는 해야"(21쪽)

비록 전기수는 사라졌지만 책은 여전히 굳건히(?) 존재한다. 책의 생명력을 믿고 싶다. 아직은 손끝에 만져지는 종이의 느낌과 책장을 넘기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전자책보다는 더 좋다.^^

 

사라지는 직업도 무척 많고 새로운 직업도 매우 많다. 그렇기에 책은 이렇게 묻는다.

너 앞으로 어떻게 살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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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제삿날 학고재 대대손손 8
한미경 글, 이지선 그림 / 학고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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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께서는 제사를 모시는 집에서는 기름 냄새를 풍겨야 귀신이 냄새를 맡고 찾아 온다고 하는 말씀들을 흔히 한다. 조금 다르지만 책에서는 산신령이 제사를 지내는 집에 가는 여우에게 향냄새 때문에 정신을 잃을 수도 있으니 숨을 참으라고 당부한다. 모두 냄새와 관련된 것.

여우는 그렇게 두어 곳에 가서 제사 지내는 것을 엿본다.

앞서 들렀던 집의 상차림엔 대추 옆에 밤, 밤 옆에 배, 배 옆에 감을 놓는다거나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등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놓는 위치, 축문을 쓰고 향을 피우는 모습들이 제사 때 보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들른 효돌이네는 음식 냄새는 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집들보다 집안을 윤기 나게 쓸고 닦는다. 그리고 수정처럼 맑디맑은 물을 길어와 생전에 어머님이 좋아하셨다며 팥 시루떡을 만든다.

조상 님들께 정성을 다하여 지내는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본 여우가 감동하여 호랑이가 아이를 물고 가는 것을 자기 목숨을 던져 구해준다는 이야기가 담긴 여우 제삿날의 주 내용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제삿날은 정성을 다하는 날' 이란 것이다.

지방마다 혹은 집안 마다 제를 지내는 방법이나 절차가 다름을 묻고 따지는 일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물론 정성을 들여 조상 님께 제사를 지내는 일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만 살아 계실 때 예를 다하고 정성을 들이는게 더 합리적이고 마땅히 해야 할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다음에 지내는 이런 의식이 무슨 소용일까. 마음에서 우러난다면야 말릴 수는 없지만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도리를 하기 위해 댓말 입이 나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제사가 간소화 된다고 해도 여자들에게 제사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맞벌이가 많고 시간을 내는 일조차 버겁다면 제사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굳이 제사란 방법이 아니더라도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일은 있다.

제사를 지냄에 있어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이들도 알 만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어쨌거나 백 년 묵은 여우를 따라 아이를 지키려했던 여우처럼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지붕에 않아 있는 여우가 있을지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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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동이
김정호 글, 김재홍 그림, 안대회 원문풀이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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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소리'나 '민요'라 하면 전라도 지방을 떠올렸다. 물론 경기 민요도 있고 서도나 강원도도 있으나 무지한 나는 통영과는 전혀 연결을 짓지 못했다. '백조요'라는 것은 들어 본 적 조차 없었고 이것이 중요한 우리 민요의 하나라는데도 불구하고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 싶다.

 

표지의 아이는 부채를 들고 흥에 겨워 노래를 하여 즐거워 보일테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본인이 노래를 하는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부모 없이 사는 오누이는 부잣집에 잔치라도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며 노래로 밥을 벌어 산다. 복색을 보아도 알수있듯 여기저기 기워입은 것이 눈에 띄고 뒤쪽에 바가지를 들고 있는 여동생은 아마도 음식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배경에 있는 사람들의 웃고 있는 얼굴에서 난 아름다운 슬픔과 애잔함이 느껴진다.

 

백조요에 얽힌 사연이 참으로 애닮다.

통영 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길놀이에 나선 통영동이는 동생을 잃어버린다. 밤낮으로 동생을 찾아 헤맸지만 어디에서도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걱정으로 밥도 물도 먹지 않고 눈물만 흘린 통영동이는 눈이 멀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와 노래를 기억할 동생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 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온갖 새가 등장하는 노래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된 노래가 다름아닌 백조요였다. 대체적으로 민요가 작자미상인데 반해 이 노래는 통영동이라는 걸인이 만들어 유행된 사실이 밝혀졌고 조수삼이 묘사한 <추재기이>라는 책에 실려있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은 톤이 어두워서인지 다소 무거운 스토리와 잘 어울린다. 특히 눈이 멀게 된 통영동이의 사연이 나오는 페이지는 절정에 이른다. 검은 바탕에 살짝 드러난 통영동이를 표현한 그림은 슬픔이 극대화 되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것이 김재홍 작가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밝고 따스한 느낌보다는 톤다운 된 그림에서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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