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오줌보 축구 국시꼬랭이 동네 16
이춘희 글, 이혜란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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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작가의 <똥떡>, <꼴따먹기>, <아카시아 파마>, <야광귀신>.....많은 작품들이 옛 전통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로 단번에 이 출판사의 효자상품으로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지 않았나 싶다. 애들도 좋아했지만 이 그림책들은 엄마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보였던 책인데 15권을 끝으로 더 이상 시리즈 책을 내지 않을 것 같았다. 이후 ‘국시꼬랭이’시리즈가 ‘사파리’란 브랜드로 이름을 바꾸고-출판사에서는 글로벌화한 이름이라는 말을 했지만 영어만이 세계에서 통 할 거라는 발상이 못마땅했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막걸리에 대한 애칭 공모에서 ‘드렁큰 라이스‘란 뉴스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된다.

얘기가 샜는데 어쨌거나 이 시리즈가 100만 부 판매를 한데는 이춘희 작가의 공이지 싶다.

돼지를 잡을 정도의 큰 잔치가 있는 날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일을 거들었을 것은 자명한 일, 명수네는 잔칫집에 줄 메밀묵을 쑨다. 명수는 엄마를 뒤로하고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를 얻어 축구할 생각에 입이 함박만하게 찢어진다. 당시엔 장난감이나 놀이기구가 없어도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기야 했지만 짚이나 풀, 헝겊으로 만든 공보다야 통통 튀고 부드러운 돼지 오줌보만 못했다.

돼지 오줌보에 든 오줌을 빼내고 공기를 넣으면서 맡아야 하는 지린내나 구린내, 비린내 등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돼지 오줌보는 최고의 장난감이지만 지금의 가죽 축구공처럼 질기지 못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으니 더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그동안 잔치를 떠올리면 음식만 생각했는데 이젠 돼지 오줌보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요즘 아이들 뭐든 쉽게 생각하고 금방 싫증내지만 이런 돼지 오줌보를 던져주면 흠뻑 땀흘려가며 신나게 놀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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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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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뭐든 빠른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조급증이 생긴다. 특히나 이런 조급증은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발견된다. 현재 앞서 간다고 해서 꼭 일등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마음속엔 불안이 점점 더 커져 자꾸 남과 비교하거나 아이를 닦달하려 든다. 그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적인 그 모습이 나조차 싫지만 때때로 그런 나를 발견할 때면 나도 별수 없구나 싶다-.- 그렇겠지. 오죽하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유행했겠는가.

누가 뭘 하든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는 평정심도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우니 책 속 안의 모습은 동자승이라기보다 큰 스님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본, 정, 안이란 동자승에게 귀한 연꽃 씨앗 하나씩을 나눠주면서 싹을 틔워 보라고 한다. 그러자 본과 정은 지금이 어떤 계절인지도 생각지 않고 가장 좋은 화분을 골라 씨앗을 심거나 눈 덮인 땅속에 심는다. 그중 정은 따뜻한 방에 화분을 두고 가장 좋은 물과 흙을 가지고 열심히 책을 봐가며 싹을 틔우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금으로 만든 뚜껑을 화분에 덮어준다. 그러자 싹은 며칠 못 가 죽어버린다. 그런 와중에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절에서 쓸 물건을 사러 장에 가거나 쌓인 눈을 치우고 늘 하던 대로 밥을 짓는 등 아주 편한 얼굴로 평소와 다름없이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한다. 그리고 봄이 오자 연못 한쪽에 연꽃 씨앗을 심어 싹이 트고 마침내는 연꽃을 활짝 피워낸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한 타이밍, 즉 때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 결과를 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또 나가야 할 때와 가만히 있어야 할 타이밍을 너무 모르고 나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기다림. 그것은 그냥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과는 다른데 기다림을 마치 도태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귀한 것일수록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도 있는데 말이다.

기다림 끝에 귀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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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는 법 그림책은 내 친구 22
콜린 톰슨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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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스토리가 무진장 재미있어서 작가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그림이 멋져서 작가에 대한 호감이 있는 경우가 있다. 콜린 톰슨의 그림책의 경우가 바로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면을 최대한으로 사용하여 두 쪽에 걸쳐 판타지 왕국이라 불릴 만큼 그만의 영역을 굳건히 다졌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두 권의 책 <영원히 사는 법>과 <태양을 향한 탑>을 보면 색채와 디테일한 묘사가 놀랍다. 또한 <영원히 사는 법>의 경우 서가에 꽂힌 책의 제목이 무척 재미있다. 일일이 책의 제목을 패러디한 작가의 못 말릴 상상력.

번역자가 이렇게 모두 지었을 리가 없을 것 같아 찾아보니 ‘A Stitch in Time, Immortality for Beginners' 등으로 원서에서도 그랬다는 거다.
채털리 부인의 오버, 나비론의 장갑, 파일의 대왕, 오즈의 조련사, 달과 육면체, 전쟁과 편육....
풋~ 하고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대부분의 아이들(유아나 초저)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책의 원제를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그 맛을 알지 못할 것이란 점이 아쉽다.

대영박물관의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만든 이 책을 보면 이렇게 책장 가득 꽂힌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느낌이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수서를 할 때 내 책이 아니어도 쌓여있는 책을 보는 일도, 서지사항을 입력하면서도 마냥 기분 좋았던 생각이 났다. 내 것이라면 더 좋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도 더불어 떠오르고.^^

서남희 씨가 쓴 책에 보면 이 책의 표지에서 딴 그림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의 책 축제 광고 게시판으로 쓰이게 되었던 적도 있다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콜린 톰슨의 책을 보면 화려하고 다양한 색을 잘 어우러지게 사용했음을 볼 수 있다. 이전에 이 사람이 색맹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몇 번을 다시 봐도 믿을 수 없어 집에 있는 <CASTELS>까지 꺼내 보고 또 봐도 믿지 못하겠다. 나름으로 색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 건지....그러고 보면 정말 미술이란 분야가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콜린 톰슨의 그림이 환상적이고 멋있긴 하지만 그림에서 느껴지는 온기 같은 것이 없다는 것, 특히나 인물에 대해서는 차갑기 그지없다는 것은 마이너스가 된다. 그래도 매력적이란 거!!!
다른 책들도 빨리 나오면 좋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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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5-2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끝내 구입하셨군요. 딸아이가 저 책만 있는 방보고 안 좋아하던가요? 저의 집은 아직 아이들이 이해를 잘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여전히 책장에~~~
읽는 대상이 유아라기보다는 청소년이 딱 알맞는 듯해요. 이 책은. 그쵸?

색맹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진짜.

희망으로 2010-05-26 19:40   좋아요 0 | URL
ㅎㅎ 이 책의 그림 보여줄 때 아주 자극적인 다른 책을 읽고 있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보편적으로 그림책=유아란 등식이 이제는 깨져도 좋지 않을까요?^^
정말 좋은 그림책임에도 내용이 어려워 정작 초등 고학년이나 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책들이 있잖아요. 이 작가의 책도 그렇고 도착같은 책도 그렇고 찰스키핑의 책도 쉽지 않잖아요~~

색맹이란 사실이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죠.
 
얘들아, 사는 게 즐겁냐? 바우솔 그림책 2
김남길 지음, 김별 그림 / 바우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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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온통 까만 바탕에 화사한 그림이 내용과 상관없이 내 눈길을 머물게 하였다. 자고로 그림책은 가장 먼저 그림이 먼저 눈에 띄게 마련이다. ‘검정색’이 어린이 책에 이렇게 많이 쓰인 책은 없는 것 같다. 검정이 금기는 아니었지만 어둡다는 편견이 은근히 작용했던 것일지 모른다. 까만 바탕에 종이의 질감이 드러나면서 투박한듯하면서도 박쥐의 털을 세세히 표현해낸 솜씨가 보통이 아니지 싶은데 이 책이 첫 책 인가보다.

아빠의 작품에 그림을 그리게 되어 즐겁고 행복했다는데 부모 된 입장에서도 같은 마음이지 싶다. 또 한편으로는 샘이 난다. 이금이 작가의 경우 딸은 엄마의 책에 표지를 그렸고 아들은 엄마와 공동 번역으로 책을 낸 바 있다. 샘이라고 말한 것은 다름 아니라 자식의 재능을 일찌감치 끌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는 거다.

<얘들아, 사는 게 즐겁냐??> 참으로 철학적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즐겁냐고? 뭐가?’하고 되물을까 겁난다. 그건 사는 게 그리 즐겁지도 녹녹치 않다는 삶의 경험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고 더더구나 요즘 아이들 공부에 치여 제대로 노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안쓰러움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배우느라 바쁜 아이들이니 말이다.

주인공 투덜이 박쥐는 자신이 속한 공동의 공간에서 줄서는 것도 맨날 똑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지겹고 칙칙하고 어두운 동굴에서 생활하는 것에 질려 대왕님께 바깥세상에 나가서 살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러한 선언에 대왕은 한때 자신도 젊었을 적 나가서 살다 고생만 지지리 하다가 결국은 동굴로 돌아왔기에 금화까지 챙기며 떠나라고 한다. 와우, 꼭 돌아오리란 확실한 믿음과 이 넓은 아량,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갖춰야 할 것이지만 내 주머니엔 그런 믿음과 아량이 너무나 부족타-.-

철학적인 질문을 내포하였듯 책에서 그런 철학적 깨달음을 여러 가지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대장님 말씀이 옳았어. 세상에서 박쥐에게 가장 편한 곳은 동굴이라고. 친구들과 자리다툼 했던 것조차 즐거웠던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투덜이의 생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오류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대왕이 젊었을 때 바깥세상으로 갔다 왔고 투덜이 역시 바깥세상을 경험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옳지 않은 혹은 나쁜 경험은 아닐 것이다. 특히 젊은 나이라면 넓은 곳으로 가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의 삶에 안주하여 편하고 익숙한 곳에서의 안주는 나태함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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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났어! 내인생의책 그림책 9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유문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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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보는 그림책이란 뚜렷한 기획을 가지고 쓴 책이라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일본 그림책이란 점이 나를 유혹했다. 그림은 수채화의 특성인 번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였고 색의 농담을 이용하여 얼굴의 볼과 테두리를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일명 얼큰이로 얼굴표정을 세밀히 그리지 않으면서도 감정표현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 꺼려왔다. 더군다나 ‘화’라는 부정적인 감정은 무작정 참으며 눌러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화병이란 게 존재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에서도 거절하거나 싫다는 등의 표현을 에둘러 표현하거나 ‘すみません(스미마셍)’이란 말이 입에 붙을 만큼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편인 그네들 문화도 현대에 와서는 많이 깨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는 경우와 내가 화가 나는 때를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에 화를 낸다. 이 화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부터 시작된다. 늦잠 잤다며 엄마가 화내고-이 장면에서 내가 바로 지난주까지 울 아들을 깨우면서 그랬다. 한 번, 두 번, 세 번....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목소리 톤이 올라가다 결국은 화를 냈다-.- 물론 안다. 화를 낸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악화시키고 화나는 감정이 더 커지고 길어져 감정의 찌꺼기가 켜켜이 쌓일 뿐이란 걸. 더 나아가 화를 낸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악순환만이 반복 되지만 이런 감정 처리가 우아하게 진화하지 않는 걸 어떡해.

책에는 요일별로 화내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화가 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피망을 남겼다고 화내고, 화분을 깼다고 화내고, 동생과 싸웠다고 화내고....정말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화내는 사례와 같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를 탈피하고자 무인도로 가면? 좋을까?

아무 곳에서나 오줌을 갈겨도 화를 내는 사람이 없다. 어쩜 그래서 재미없다. 너~~무 심심하잖아.

그럼 화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게 만사는 아닌데....

‘화를 내고 난 다음에는 마음이 찝찝해. 화를 낸다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야. 될 수 있으면 화를 안 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라며 아이는 나름대로 결론 아닌 결론을 내고 있고, 표지 뒤엔 ‘이 책은 이따금씩 서로 화를 내고 사과하는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더불어 사는 편이 행복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적었다. 이것은 어른들이 내린 결론일 뿐이지 않은가.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정작 화가 날 때, 그 감정을 건전하게 발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또 화가 났다고 해서 폭력을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 등도 꼭 알려줘야 하겠고. 물론 화를 관찰하며 나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엄마와 아이가 언제 가장 화가 나는지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화를 내는 일이 줄어 들 것 같다. 나도 한 번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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