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헌장 - 사교육틀 밖에서 내아이 다르게 키우기
권영숙 지음 / 이미지박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은 현재 사교육으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폭력성으로 나타나고 친구를 왕따 시키는 아주 나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절대 스트레스와 무관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반박해도 좋다. 어쨌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휠 지경인데 우리의 교육은 도대체가 변할 기미조차 없고 현재 기득권층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다 컸다거나 혹은 외국 유학을 보내놨으니 우리나라 교육은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면 뭔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많은 교육서들이 자녀의 공부와 관련하여 어떻게 하면 일등이 되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이란 단순히 공부만 이르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공부만 가지고 줄 세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이에 넌덜머리난 일부 확고한 신념과 용기를 가진 부모들은 현재의 획일화된 교육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대안학교에 보낸다.
나 역시 한때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어 했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 적고 배려도 없으며 무엇보다 왜 똑같은 앉아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 하는 원론적일 불만을 가진 아이였기에 학교에서는 특이한 아이로 비춰지기도 하고 때론 4차원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창의력이 뛰어남에도 그것이 현재의 공교육에서는 전혀 끌어안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되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수차례 겪었기에 누구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다.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집을 보면 아이도 엄마도 그야말로 행복하다.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부모가 공부나 대학에 가치를 두느냐 아이의 행복에 두느냐가 관건인데 대안학교에 보낸 부모는 당연히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생력을 잃어버렸다고들 개탄하는데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뭐든 부모가 해주려 들고 좋은 대학에만 갈 수 있다면 가족 모두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중고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일주일 동안 자녀와 부모가 몇 번이나 오붓하게 함께 저녁을 같이 먹을까?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앞서가려면 여유롭게 하하호호 웃으며 저녁을 먹을 수조차 없다.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호일에 둘둘 말아 싼 깁밥을 먹으며 다음 학원을 가기 위해 입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과연 이렇게 해서 좋은 대학을 가면 이 아이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 줄까? 어림없는 소리.
(182p) '어릴 적 아이가 정말 부모를 필요로 할 대는 몸과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펴야 하고, 아이가
이제 독립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사춘기 때부터는 아이와의 탯줄을 끊어줘야 합니다. 사춘기는 아이가 자기 힘으로,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겠다고 하는 시기니까요.'
그렇다. 나는 아이와 정신적인 탯줄을 끊지 못해 지금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자식은 빠르게 성장하는데 부모인 나의 속도는 그에 비해 너무 늦구나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아이만 변화하기를 끊임없이 바라니 충돌 할 밖에.
그렇다면 대안학교에 보내면 만사 오케이인가? 그렇지도 않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게, 이 엄마도 아이와 매일 싸운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사소한 문제로, 나 역시도 아이와 싸우는 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정리해라, 씻어라, 왜 미리 준비하지 않았느냐 하는 소소한 것.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접근한 책보다 훨씬 읽기에도 편하고 내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니구나. 이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하는 안도감도 생긴다. 단 '공부에 올인하지 않는 부모라면'이란 조건이 붙어야 하겠지.
아이들은 부모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돈과 권력에 매인 부모는 아이도 그 영향을 받아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지 못하며 재물이나 권력이 낮은 사람에게 교만하고 반대의 경우엔 그야말로 손바닥을 비벼가며 비굴해진다. 배려와 양보가 가치 있는 것이라 배운 아이들은 어디에서건 당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아이에게는 돈과 권력이 부러움이 대상이 아니고 굽혀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 셈 아닌가.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미래가 과연 행복을 보장할까?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 할 수 있는데 말이다. ㅎㅎ오늘의 행복이 무조건 지금 놀아야 돼는 아니라는 거.^^
대안학교의 교육 커리큘럼이야 대충 알려졌지만 그 아이들이나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면 이 책이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 저자의 두 아이의 생각만 아니라 이우학교나 산청 간디학교 졸업생들의 생생 인터뷰가 6편이나 실려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이렇게 키우는 거야 라는 모법 답안은 없지만 나도 이 사람처럼 키우고 싶다. 이 사람의 표현처럼 뚜껑이 열리는 날도 있지만 바로 사과하고 웃지 않은가.
느리게 가도 괜찮아! 네가 진정 행복한 걸 찾기만 한다면. 이 문구가 책 뒤쪽 날개에 엄마 헌장과 함께 실려 있다.
|
|
|
|
나는 아이에게 바다를 비추는 등대로 남을 것이다.
나는 사회가 규정한 틀 속에 아이를 가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아이를 “엄친아”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 왜 그것밖에 못하니?”가 아니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아이의 ‘자아 독립’을 인정해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최고’라는 말보다 ‘배려’와 ‘당당함’을 가르칠 것이다.
나는 이 세상 누가 뭐라 해도 내 아이를 믿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아이의 아빠 엄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아이를 속박하지 않을 것이다.
|
|
|
|
|
아무래도 출력해서 거실의 젤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둬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과 자아 독립 인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