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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비] 싫은 채로 있게 해줘 5부 (한정판) ㅣ [루비] 싫은 채로 있게 해줘 5
히지키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ruvill) / 2023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한정판이라 구매. 역시 한정판이라 앞권도 구매해서 이번에도 그냥 구매했지만 다시 봐도 소재나 이야기 진행 방식이 취향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렇게 5권이나 이어질 줄 예상 못했습니다.
5권은 특히나 양육의 어려움, 소수자가 사회에서 받는 차별이 주 내용입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한 설정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보일 정도로 중심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문제가 너무 커 보여요.
만약 현실 배경에서 양육의 어려움 혹은 소수자 차별을 진지하게 그렸다면 인상적이게 혹은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본래 비엘 작가였던 아소우 카이 님의 일반 순정 만화 '와, 같은'이나 아오이 마마레 님의 '언성 신데렐라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정해나 님의 '요나단의 목소리' 같은 작품이 그랬고요. 판타지지만 현실이나 다름 없는 미역의효능 님의 '아 지갑놓고나왔다'도 우리 세상에 실존하는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재미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만화는 실존하지 않는 사회적 계급을 만들고(오메가버스) 실존하지 않는 아이(동성 커플의 생물학적 아이)를 놓고 진지한 톤으로 부당한 고난과 문제들을 묘사합니다.
실존하지 않는 문제를 그려 현실의 문제를 투영하게 하는 작품도 있지만, 문제는 이 작품은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는 거예요. 진지하지만 뻔하고 얄팍합니다.
때문에 읽는 내내 마치 제삼세계의 착취당하는 여성을 대리모로 삼아 기어코 자기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부유한 나라의 게이 커플을 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상쾌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재밌다면 아쉽지만 재미는 있었다는 평을 하겠으나, 재미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위에도 썼듯, 하필 가상의 문제를 이야기를 이끌기 위한 소재로 사이드에 둔 게 아니라, 그 문제들을 표현하고 개인이 해소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양 완벽히 중앙에 두었거든요.
이 만화만이 아니라 가상의 판타지 설정인 알파 오메가의 작중 사회적 설정을(매우 차별받는) 실존하는 양 진지하게 그리는 작품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그런 요소 때문에 재밌다고 느낀 작품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젠 신선하다고 할 수 없고 여러 작가 여러 작품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라 심드렁하게 보게 됩니다. 아무리 비엘에 미친 비엘 독자라고 해도, 최소한 이 만화보다는 차라리 위에 적은 것 같은 현실 기반 실존 문제를 다루는 만화들이 도리어 더 신선하고 재밌다고 느낍니다. 깊이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