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작가의 만화이고 사전 정보 없이 한정판이라 선택.그림체는 좋았습니다. 특히 수 캐릭터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고요.케이크 버스란 걸 이 만화로 처음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다고나 할까요.아쉬운 건 새 세계관이 썩 매력적이진 않았다는 겁니다. 차라리 익숙한 게 지나쳐 지겨운 수준이 된 오메가버스가 더 낫다 싶을 정도로요. 식인에 대한 설정 자체를 터부시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 역사에서 재난이나 사건 속 식인 에피소드를 아주 흥미롭게 봤거든요.다만 이걸 창작 이야기에 녹일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문제겠죠. 제가 보기엔 식인이라면 이야기 면에서 한니발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아니면 동일한 범주의 고전적 소재인 흡혈 소재가 더 섹슈얼하고요. 게다가 기존 오메가 버스와 구조상 차이가 없어서 굳이 이런 설정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요.자극적이고 섹슈얼한 소재라 여겨 창안한 세계관이겠지만 그 세계관에서 오는 느낌은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섹시하지도 않았습니다.다만 옹기종기 모여 앉은 두 주인공이 귀엽게 보이기는 합니다.
읽는 내내 어디선가 이런 소재 이야길 봤는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기억 상실 소재는 아주 오랜 고전 소재이긴 한데 하루 기억이 사라지고 되풀이되는 부분도 예전 읽었던 일본 만화에서 본 듯한데 명확히 딱 무슨 작품인지는 떠오르진 않네요. 그만큼 느슨한 소재라 볼 수 있겠습니다.소재가 주는 안타까움이 그래도 잘 살기는 했습니다. 특히 공 캐릭터가 겪는 고통이 잘 연출되어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아쉬움도 공 캐릭터의 직업에서 옵니다.일본 만화 특히 비엘에서 연예계 소재는 항상 오글거리고(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만화도 그랬습니다. 마치 연예계에 대해 막연한 정보만 아는 십대 어린 아이가 자기만의 망상으로 노트에 끼적이는 걸 본 느낌입니다. 진지하고 애절한 이야기를 좀 더 아름답게 엮을 수도 있었는데, 줄거리상 생략해도 큰 영향 없었을 연예계 소재를 넣어 소재가 주는 진지한 톤을 많이 가볍게 하네요.
처음 나왔을 땐 이렇게 장기 연재로 계획한 내용이 아니어서, 중간중간 설정이나 캐릭터를 추가하고 조금씩 변경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잘 연재하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여태 본 걸 그만두는 게 아쉬워서 보는 부분이 크죠. 그렇다고 아주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시작점보다는 많이 완화된 편이긴 하지만 자극적인 연출에 주력하는 건 변함 없어서요. 다만 새로운 유입 독자는 신선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 봐온 독자에게는 그 자극도 이제는 익숙해진 지 오래라는 거죠. 작화는 여전히 훌륭하고 매력적입니다.어쨌든 여태 현역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에 생명력 있는 만화인 건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