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어렸을 때 배웠다. 기본으로 돌아가 산다. 나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리라. 초라한 노인이 되어 고항으로 돌아온 다산은 자신 앞에 놓인 남루한 생을 마주하며 절망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다만 다산이 두려워한 것은 오직, 정체된 채로 늙어가는 것이었다.

 

다산은 삶이 불안하고 정체감을 느낄 때마다 소학에서 잊고 있었던 가르침을 떠올렸다.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소학을 다시 손에 잡고 읽었다.

 

"나에게 소학에 보금가는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부질없는 삶을 살아왔단 말인가. 평생 필살기로 가져갈 단 한 권의 책을 쓰자. 바로 하루하루를 어른답게 살고자 하는 습관을 들이자. 인간의 지식이 아닌 태도로 증명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책상부터 정리하라. 몸을 단단히 하고 싶다면 말부터 단단히 단속하라. 익숙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다하라. 가르침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등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배움에 남은 평생을 다 바쳐라. 가장 빠른 지름길은 지름길을 찾지 않는 것이다. 하루하루 내려앉아 나를 가두게 된 껍질이 습관이다.

 

 

"내 나이 예순, 한 갑자를 다시 지낸 세월이었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어릴 때 학문에 뜻을 두었느나, 20년 동안이나 세속의 길에 빠져 다시 선왕의 훌륭한 정치가 있는 줄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여가를 얻게 되었다. 험난한 귀양 생활에 몸은 점차 쇠약해졌다. 중풍이 심해지고 오한을 견디기도 힘들었다. 마음도 뿔뿔이 흩어져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고난의 극한상황, 절망에 처한 상태였다."

 

 

다산은 이러한 순간, 집필에서 자신이 길을 찾았다.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날 정도로,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처럼 한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그 어떤 마음공부에서도 찾지 못했던 마음의 안정을 집필에 몰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다.

 

독실하게 실천할 방법을 찾아보니 오직 소학심경만이 특출하게 빼어났다. 진실로 두 책에 침잠해 힘써 행하되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린다면 현인의 길에 이르지 않을까?

 

다산은 바로 고난을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 힘이 된 것이 근본을 바로 세우는 수신이었다. 다산은 고난을 통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몸을 바로 세우고 자신이 해야 할 일, 이루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면 스스로 무너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뜻을 이루게 하고 결과를 만들러내는 것도 수신의 힘이다. 다산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집필에 열중했다. 마음을 다스리게 위해 집필에 애를 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필에 마음을 쏟음으로써 마음을 읽어버렷다는 사실을 잊었다.

 

 

"배움이란 매일 채워도 끝이 없다. 이제 너희들은 폐족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해 본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폐족으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독서는 사람에게 가장 깨끗하고 중요한 일일뿐더러, 호사로운 집안 자제는 그 맛을 알 수 없고, 시골의 자제들은 그 오묘한 이치를 알 수 없다. 반드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가 있고, 너희들처럼 중간에 재난을 겪어본 젊은이들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뜻도 모르면서 그냥 글자만 읽어 내려가는 것은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난 속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사람은 언젠가는 그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고난을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산의 두 아들은 폐족의 한계를 넘어섰다. 큰아들은 고위직은 아니었으나 관직에도 진출할 수 있었고, 두 아들 모두 시인으로 또는 문장가로 높은 명성을 누렸다.

 

처음에는 반짝반짝 빛나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는 까닭은 모두 초조함과 조급함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이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옳은 방향으로 쉬지 않고 갈 수 있다면 결국 일은 이루어진다.

 

 

다산 정약용 또한 소학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말년에 모든 공부를 비우고 소학심경만을 남겼다. 두 책은 사서삼경에서 좋은 구절을 선별한 결과이며, 사대부들의 필독서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지향은 정반대다. 심경이 유학의 가장 높은 경지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오한 구절들을 정리했다면 소학은 가장 낮은 곳에 뿌리를 내린 다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양과 상대방을 대할 때의 몸가짐을 강조한다. 심경소학각각의 핵심을 합치면 극기와 복례가 된다. 다스린 마음을 몸으로 옮겨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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